“태자 저하.”애나가 목소리를 높여 부르며 동궁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는 이현을 맞이했다.그녀가 내민 쟁반 위에는, 얼굴의 윗부분만 가려주는 하얀 여우 가면이 놓여 있었다.이현은 그것을 본 순간, 지윤의 입덧을 해결할 방도가 생겼다는 것을 곧바로 깨달았다.그는 아무 말도 묻지 않고 그대로 가면을 집어 들고 착용했다. 그 사이 애나는 기쁜 목소리로 재빨리 상황을 전했다.“태자 저하께서 부재하신 동안, 태자비 마마께서는 줄곧 그리워하셨습니다. 그래서… 얼굴 전체만 보이지 않으면 가까이 계셔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시며… 가면을 준비하셨습니다.”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식당으로 들어섰다. 따뜻한 음식들이 줄지어 놓인 식탁 앞, 매 순간 그리워했던 여인이 가냘픈 모습으로 서 있었다.그 미소를 보는 순간, 한겨울처럼 얼어붙어 있던 가슴이 따스한 봄바람처럼 녹아내렸다.“서방님…”느슨한 치마를 입은 지윤이 며칠만에 보는 남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이현은 재빨리 다가가 두 팔을 벌려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막아주었다.“지윤, 너무 빨리 걸으면 안 돼.”얼굴을 본 지 고작 몇 순간, 벌써 걱정부터 하는 그가 서운했는지, 지윤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저 그리워서 빨리 달려왔을 뿐인데… 이렇게 혼내시다니요. 흐윽…”맑은 눈물이 순식간에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이현은 순간 얼어붙은 듯 어쩔 줄 몰랐다.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시녀들의 지친 표정과 맞닥뜨렸다.“요즘 태자비 마마께서는 감정 기복이 심하십니다. 하지만 임신 중에는 흔한 증상이오니, 부디 마음 놓으십시오.”그제야 이현은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는 지윤을 번쩍 들어 올려 식탁의 의자에 앉히고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로 식탁에 놓인 음식을 찬찬히 살폈다.“이 음식들은… 어의의 조언에 따라 준비하였습니다. 태자비 마마의 영양 보충을 고려해 만든 식단입니다.”향기로운 쌀죽에 혈기를 보충하는 구기자를 살짝 섞은 것, 맑고 부드러운 인삼·표고버섯 닭곰탕, 입덧을 진정시켜주는 생강·매실을 곁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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