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너는 이 소설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이 누구라고 생각해?”몇 달 전, 둘이 함께 신선로를 먹던 자리에서 지윤이 뜬금없이 꺼낸 질문이었다.고기를 우물거리며 고개를 젓던 지은에게 지윤은 정답을 알려주었다.“난 그게 정 왕자라고 생각해.”“왜 정 왕자야?” 지은은 고개를 갸웃했다.“어머니도 살아 계시고, 외가도 탄탄히 뒤를 봐주고, 부족함 없이 자라서 높은 지위의 왕자잖아? 게다가 “서브 남자 주인공”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잖아. 너희 집 신랑처럼 나쁜 남자 같은 주인공은 아니지만.”‘…’지윤은 남편을 향한 미묘한 디스에 눈썹을 꿈틀거리며 짧게 째려보았다. 그러고는 설명을 이었다.“하지만 결국, 내 남편은 태자가 되고, 마지막엔 왕이 되지.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그 사람은 평생 자유롭게 살았잖아. 무엇을 하건 폐하가 다 봐주셨어. 무슨 일을 하든 구속 받지 않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고, 오직 전쟁만이 태자를 움직였어.”“하지만 정 왕자는 달라. 겉으로는 부모 모두 건강한 가정에서 태어난 왕자지만… 사실 너도 알지? 왕비가 정 왕자의 인생 모든 걸 통제했어.”“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든 길을 태자라는 하나의 목표로 맞춰 강요했지.”“태자 자리가 공석일 땐 그래도 괜찮았어. 하지만 이제 내 남편이 그 자리에 올랐고, 그렇다면 정 왕자는 인생의 목적을 잃은 거야. 게다가 그 사람이 바라던 그 자리 때문에 본인도, 외가도 거의 몰살당할 뻔했잖아.”“며칠 전, 추 후작 댁의 생신 연회에서 만났었는데 겉모습은 여전히 밝아 보였어. 하지만 눈빛이… 정말로 쓸쓸했어. 게다가 요즘은 왕비가 거의 매일 찾아간다더라. 이러다가 언젠가 둘이 크게 부딪칠 거야.”지윤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국물에 촉촉이 젖은 달콤한 버섯을 집어 참깨 소스에 찍어 입에 쏙 넣었다.“결국 네 말의 요지는, 넌 잔치 내내 정 왕자만 지켜보고 있었다, 이거지?”지은은 입꼬리를 올려 장난스럽게 말했다.‘이건 네 남편에게 꼭 일러바쳐야겠는걸?’지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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