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문제적 군주의 아내: Chapter 291 - Chapter 300

314 Chapters

291장

청연각은 애초에 차원이동자 둘, 즉 지윤과 지은이 직접 설계한 곳이었다.그래서 나무로 지어진 이 건물에는 현대식 비밀 구조물이 셀 수 없이 숨겨져 있었다.주실이 처음 봤을 때처럼, 겉보기에는 5층짜리 목조 건물이지만 손님들이 사용할 수 있는 중앙 계단은 4층까지만 연결되어 있었다.5층은 그녀들 둘만 사용하는 비공개 공간이므로 계단 자체를 감춰야 했던 것이다.그러나 청연각에는 또 하나의 거대한 비밀이 있었다.바로, 이곳에는 ‘엘리베이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대선 왕국 역사상 최초의 엘리베이터. 지은은 요즘 사실상 여기서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매일 5층을 계단으로 오르내리다가는 무릎이 남아날 리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윤과 상의해 목수들과 함께 설계도를 짜서 목조 엘리베이터를 만들어냈다.엘리베이터는 1층 주방 옆에 설치되어 겉보기에는 작은 창고용 나무문처럼 위장되어 있었다. 열려면 지은 혹은 지윤만 지닌 특수한 열쇠가 필요했고, 1층과 4층만 운행되었다.2층·3층은 계단으로 충분히 오갈 수 있었고, 무엇보다 5층에 멈추도록 설계했다가는 본인이 위험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절대로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숨겼다.이 엘리베이터는 청연각이 가진 가장 큰 비밀이었다.…지은은 이정을 안내해 작은 휴게실처럼 보이는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소매 속에서 열쇠를 꺼내 나무문을 열어 보이며 손짓해 그를 먼저 들여보냈다.이정은 의아한 표정으로 들어섰다.안은 텅 빈 작은 방. 가구도 없이, 남자 여섯이 들어오면 꽉 찰 정도의 좁은 공간이었다.그가 돌아서서 묻기 위해 입을 떼려는 순간, 지은이 따라 들어와 문을 닫고 철컥, 자물쇠를 잠갔다.이정의 눈이 커졌다.둘이서 좁은 방에 갇힌 셈이라니? 혹시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책임을 묻기 위한 수작인가?“너… 너는…”그가 말을 잇기도 전에 지은은 벽에 걸린 작은 함을 열었다. 안에는 둥근 나무판과 두툼한 손잡이 막대가 달린 장치가 하나 있었다.그녀는 그 막대를 잡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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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장

“지은, 너는 이 소설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이 누구라고 생각해?”몇 달 전, 둘이 함께 신선로를 먹던 자리에서 지윤이 뜬금없이 꺼낸 질문이었다.고기를 우물거리며 고개를 젓던 지은에게 지윤은 정답을 알려주었다.“난 그게 정 왕자라고 생각해.”“왜 정 왕자야?” 지은은 고개를 갸웃했다.“어머니도 살아 계시고, 외가도 탄탄히 뒤를 봐주고, 부족함 없이 자라서 높은 지위의 왕자잖아? 게다가 “서브 남자 주인공”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잖아. 너희 집 신랑처럼 나쁜 남자 같은 주인공은 아니지만.”‘…’지윤은 남편을 향한 미묘한 디스에 눈썹을 꿈틀거리며 짧게 째려보았다. 그러고는 설명을 이었다.“하지만 결국, 내 남편은 태자가 되고, 마지막엔 왕이 되지.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그 사람은 평생 자유롭게 살았잖아. 무엇을 하건 폐하가 다 봐주셨어. 무슨 일을 하든 구속 받지 않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고, 오직 전쟁만이 태자를 움직였어.”“하지만 정 왕자는 달라. 겉으로는 부모 모두 건강한 가정에서 태어난 왕자지만… 사실 너도 알지? 왕비가 정 왕자의 인생 모든 걸 통제했어.”“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든 길을 태자라는 하나의 목표로 맞춰 강요했지.”“태자 자리가 공석일 땐 그래도 괜찮았어. 하지만 이제 내 남편이 그 자리에 올랐고, 그렇다면 정 왕자는 인생의 목적을 잃은 거야. 게다가 그 사람이 바라던 그 자리 때문에 본인도, 외가도 거의 몰살당할 뻔했잖아.”“며칠 전, 추 후작 댁의 생신 연회에서 만났었는데 겉모습은 여전히 밝아 보였어. 하지만 눈빛이… 정말로 쓸쓸했어. 게다가 요즘은 왕비가 거의 매일 찾아간다더라. 이러다가 언젠가 둘이 크게 부딪칠 거야.”지윤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국물에 촉촉이 젖은 달콤한 버섯을 집어 참깨 소스에 찍어 입에 쏙 넣었다.“결국 네 말의 요지는, 넌 잔치 내내 정 왕자만 지켜보고 있었다, 이거지?”지은은 입꼬리를 올려 장난스럽게 말했다.‘이건 네 남편에게 꼭 일러바쳐야겠는걸?’지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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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장

“이건 ‘라이터’라 부르는 것입니다, 왕자님. 저와 제 친구가 함께 설계해 만들었지요.” “사실… 이 청연각 전체도 저희 둘이 손을 댔습니다.”지은이 부드럽게 웃으며 설명했다.“라이터라…”이정은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군에도 가져다 쓰면 유용하겠군…”지은은 그 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이현이 신선로용 화로에 쓰던 라이터를 가져가 ‘흑기군’ 군단의 장비로 보급한 상태였기 때문이다.물론 지윤이 그런 걸 가만둘 리 없었다. 남편이 무단으로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며, 지식재산권이라면서 꽤나 비싼 값을 물렸다.이현은 태연하게 “몸으로 갚겠다”며 달려들었고, 지윤은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으나… 결국 그날 밤 침전에서 보상을 받았다. 그 장면을 떠올리자 지은의 입가에 큼직한 미소가 걸렸다.과거든 지금이든, 어디서든 지윤은 반드시 침대 위에서 이현에게 ‘혼쭐’ 나고 있을 테니까.이정은 화로의 불꽃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시선을 들어 지은의 얼굴을 보았다.그 조용히 번지는 미소, 포근한 빛을 머금은 눈매, 사소한 순간에 내비친 따뜻함이… 너무 아름다웠다.본래의 ‘서연’은 그저 평범한 하녀였다. 특별히 눈에 띄는 외모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지은은 달랐다.그녀가 서연의 몸을 차지한 뒤로는 비밀리에 얼굴과 몸을 가꾸었다. 노비 신분에서 풀려난 뒤로는 본격적으로 관리를 시작했다. 아무리 튀는 미인은 아니라 해도 희고 맑은 피부, 잡티 하나 없는 윤기, 건강한 곡선과 매끄러운 실루엣은 그녀를 단숨에 돋보이게 만들었다.게다가 현대식 화장품과 기술이 곁들여졌으니 ‘평범한 하녀’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었다.“좋아요!”그 순간, 지은의 쾌활한 목소리가 둥실 울렸다. 이정은 멍하던 정신에서 깜짝 깨어났다.두 손을 허리에 얹은 지은이 눈을 반짝였다.“불도 붙었고, 이제 곧 물건도 도착했을 테니… 같이 옮기도록 하지요, 왕자님!”“물건? 벌써 도착했다고?”이정은 문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무슨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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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장

“그럼… 구리 냄비가 꽤 뜨거우니, 이 수건으로 손잡이를 감싸 잡으셔야 합니다.”지은이 부드럽게 일러주며 수건을 건네자, 이정은 조심스레 뜨거운 냄비를 들어 올렸다. 그 사이 그녀는 커다란 쟁반에 남은 기물들을 올려 꺼내어 옆의 탁자에 내려놓았다.창문을 닫은 뒤, 지은은 작은 방울을 살짝 흔들었다. ‘그르릉’ 하는 소리가 몇 번 울리고 고요해진 순간, 다시 창문을 열자 이번에는 국물이 담긴 주전자, 찻주전자, 작은 찻잔 두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이정은 냄비를 든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분명 방금 전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잠깐 사이에 물건이 생긴다고? 무슨 술수지?’지은은 그가 당황할 틈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방 안으로 인도하며 신선로를 먹는 법을 차근차근 시범 보였다.“오오…”이정이 감탄 섞인 신음을 흘렸다.갓 익은 양고기가 입 안에서 부드럽게 풀어지며, 고소한 참깨 소스의 짭짤하고 달큰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이렇게 맛있는 양고기 전골은 처음이오.”“비결은… 아마 이 참깨 소스일 걸요.”지은은 연한 분홍빛이 도는 양고기를 집어 자신의 소스에 살짝 찍어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입에 넣었다.이정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국물을 더 붓고, 부채로 바람을 불어 화력을 높이더니 손놀림 좋게 양고기와 돼지고기를 냄비에 척척 넣었다.지은은 흐뭇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먹는 법도 모르던 사람이… 이젠 나 대신 고기도 익혀 주는구나.’“이 고기는 이제 다 익었어요, 아가씨.”그가 건네오자 지은은 예쁘게 미소 지으며 받았다.“그러고 보니… 왕자께서는 어찌하여 오늘 청연각에 오신 건가요?”이정은 씹던 고기를 꿀꺽 삼키고 솔직하게 말했다.“어… 우연히 들었지요. 어머ㄴ… 아니, 왕비께서 여기에 오셨다고. 그래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러 왔어요.”“왕비께서 오시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을까요?”지은은 고개를 갸웃했다.이정은 고개를 저으며 배추를 접시에 담았다.“잘못은 아니죠. 다만 왕비께서는 ‘외조모를 뵙겠다’고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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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장

‘지윤에게 연락해 왕비께 한마디 경고라도 전해야겠네…’지은은 테이블 위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얼굴을 들자, 이정이 이미 차로 입가심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왕자님, 이제 배부르신가요?”“음. 정말 훌륭한 식사였다.”이정은 눈까지 환하게 휘어지며 웃었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니, 마음 깊은 곳의 먹먹함이 스르르 풀려가는 듯했다. “앞으로 자주 청연각에서 배를 채워야겠군.”“청연각은 왕자님은 언제나 환…”그 순간.옆방에서 숨이 끊어질 듯한 희미한 신음이 울려 나왔다.“아… 아아… 으…흣…”말끝을 잇던 두 사람의 입이 동시에 굳어버렸다. 문장도 아니고 단어도 아니지만, 둘 다 귀까지 붉어지는 건 서로 마찬가지였다.“크흠…”이정은 괜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 지은의 볼이 사과처럼 붉게 물든 것을 보자 더더욱 난감해졌다.“대체… 누가 이런 외람된 짓을 이곳에서…”“그게… 그건…”지은이 말끝을 흐리자, 그 모습은 오히려 이정에게 ‘옆방의 사람은 아주 고위층이다’는 착각을 더욱 굳히게 했다.‘주인이 이 정도로 말을 못 한다면 정말 대단한 인물인가 보군...’그는 벌떡 일어나 손바닥으로 탁자를 ‘쿵’ 하고 내려쳤다.“내가 직접 쫓아내겠어!”“!!!”‘누굴 쫓아낸다고요? 당신 친형님이랑 형수님을요?’“잠깐! 제발 잠깐만요, 왕자님!”지은은 바로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녀 얼굴에는 공포와 절망이 동시에 떠올라 있었다. 봄철 돌풍 같은 태자 저하의 기세를 막다니, 지금 저 문을 열었다간 정 왕자의 수명은 딱 거기서 끝이었다.이정은 그녀의 반응을 오해하고 오히려 든든한 척을 했다.“걱정 마시오, 아가씨. 내가 누굽니까? 왕족이오. 그들이 감히 대적할 리 없지.”그는 또 한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여유를 부리고, 다른 손은 지은의 손등 위에 ‘토닥’ 하고 올려두며 안심시키는 시늉까지 했다.그러고는 그녀의 손을 놓자마자 곧장 문 앞으로 걸어갔다.멍해진 지은은 결국 진실을 말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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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장

“자… 잠깐. 그러니까 형수님께서 보낸 사람이란 말인가?”이정은 지은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자 다시 물었다. “형수님이 그대를 여기에 두었다는 건… 여기 주인이 곧 형수님이라는 뜻이오?”‘음… 하지만 지윤은 이곳 명의를 내 이름으로 해줬는데…?’“왕자님, 태자비 마마께서는 저를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태자를 모시던 상궁의 친손녀라 하시며, 제가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도록 이 청연각을 제 명의로 지어 내려 주셨습니다.”“…”‘형수님이… 마음 씀씀이가 이렇게까지 대범하다고? 태자를 모신 하녀의 ‘손녀’에게 다원 하나를 통째로 지어 준다고?’‘나, 나는 그렇게 사랑 받는 친동생인데!’‘안 되겠다… 앞으로는 형수님의 치맛자락에 더 제대로 매달려야 겠어!’이정이 상상 속 먼 우주로 여행을 떠나는 사이, 그 와중에도 옆방의 신음소리는 아직도 멈출 기미가 없었다.지은은 가볍게 헛기침하며 말했다.“오늘 저희 청연각은 참으로 큰 영광을 입었습니다, 왕자님. 앞으로도 자주 오셔서 신선로를 드십시오. 이제 아래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이정은 방금 전까지 본 ‘비밀 이동 통로’에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소. 안내해 주시오.”지은은 재빨리 모래를 퍼 붓고, 철제 뚜껑으로 단단히 덮어 화기를 완전히 끄고 나서 그를 이끌었다. 그리고 좁은 비밀 계단을 따라 4층으로 내려왔다.바로 그때, 지나가던 한 객실에서 대화 소리가 또렷하게 새어 나왔다.“장 덕비가 아이를 가졌는데… 이제 어떻게 손을 쓸 생각이오?”“!!!”“!!!”둘의 눈이 정확히 같은 크기로 크게 떠졌다.누군가 장록선 태중의 아이를 해치려 한다?이정은 즉시 궁중의 최근 변동을 떠올렸다.주실이 왕비로 추대되고 나자, 후궁 여럿이 차례로 승격되었다. 그리고 지금 태정왕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 ‘덕비’로 추대된 장록선은 현재 임신 팔 개월에 접어들었다.이어 들려온 목소리는 더 노골적이었다.“요즘은 너무 총애를 받아서 손도 못 대겠어, 언니. 폐하께서 매일 밤 장 덕비의 처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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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장

“지난번에는… 그때 너무 방심했지.” “주실이 느닷없이 나타나 나은의 죽음을 두고 서럽게 우는 바람에 내가 계속 죄를 덮어씌우려 했다가는 오히려 내가 의심받을 뻔했지.”“하지만 둘째 언니 말이 맞아. 그때 주실과 나은, 둘 다 처리했더라면 지금쯤 언니 아들이 태자가 되었을지도 모르지.”“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 현 왕자가 이미 태자가 되었고, 거기다 ‘철면 장군’과 ‘흑기군’까지 지지하고 있어. 이쯤이면 끌어내리기가 쉽지 않을 터.”큰언니가 낮게 중얼거렸다.“둘째야, 이번 계획… 정말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해?”“아이, 큰언니! 그때 나은을 처리했을 때도 아무도 언니의 계략이라는 걸 눈치 못 챘잖아? 이번엔 그때보다 훨씬 철저하게 준비했는데 어찌 실패를 하겠어?”“막내 말이 옳아.” 둘째가 맞장구 쳤다. “큰언니는 걱정 마. 이번 계획은 절대로 들키지 않아. 게다가 이번에도 ‘주실’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생각이니까.”“그렇다면 됐다. 네가 그렇게 확신한다면 우리도 마음을 놓지.” 큰언니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사람을 보내. 우린 기꺼이 힘을 보태주마.”“세 분과 의자매를 맺은 것이 내겐 가장 큰 행운이지.” 둘째가 웃으며 말했다.“아니야. 우린 그저 앞으로 언니 아들이 태자가 될 때, 그 힘을 조금이라도 빌리려는 것뿐이지, 뭐.”그 말과 함께 방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졌다.…이정은 옆에 붙어 숨어 있는 지은에게 곁눈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가 더 가까이 가려는 듯 살짝 움직이자, 지은이 깜짝 놀라 그의 손목을 잡아 멈춰 세웠다.그리고 입술만 움직여 말했다.“바닥 소리 나요.”이정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지은은 숨을 죽이고 설명했다.“이 나무 바닥은 걸어가면 삐걱 소리가 납니다, 왕자님.”“그럼 왜 수리를 하지 않은 건가?”“바닥이 삐걱대야, 방 안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착각해서 이런 대화를 마음 놓고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부러 수리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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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장

쾅!이정의 등이 계단에 세게 부딪혔다.꽝!동시에, 방 문이 열리며 둘째가 모습을 드러냈다.“읍!”이정이 신음을 토하려는 찰나, 지은이 재빨리 손을 뻗어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 충격으로 그의 머리가 계단에 한 번 더 ‘톡’ 하고 부딪혔다. 세게는 아니었지만 묘하게 아픈 느낌이었다.‘아니… 이렇게 가냘픈 몸인데, 손은 왜 이렇게 힘이 센 거야?’둘째는 방에서 걸어나오며 4층을 경계하듯 샅샅이 훑어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자 곧바로 방향을 돌려 중앙 계단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발걸음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하자 지은은 잽싸게 몸을 일으켜 중앙 계단 쪽을 살피러 갔다. 단서 하나라도 더 잡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하지만 지은은 금세 실망과 분노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둘째는 백색 망사까지 달린 무사 모자를 눌러쓰고, 촌부 복색까지 갖춰 얼굴과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젠장… 범인의 꼬리를 놓쳤네!’그때, 가늘고 낮은 신음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지은은 정신을 차리고 급히 계단 아래로 돌아갔다. 아까 자신이 쿠션처럼 깔고 누워버린 사람, 이정에게 급히 다가갔다.지은은 부랴부랴 그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진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왕자님.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괜찮다. 이해한다.”이정은 예상보다 담담했다. 본래부터 여린 체질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방금 상황은 위급했으니 지은의 반응은 탁월한 판단이었다.“그보다, 방금 나간 여인의 얼굴, 보았는가?”지은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못 봤습니다. 망사 모자를 눌러쓰고, 차림새도 시골 여인 같아 신분을 알아볼 만한 정보가 없었습니다.”“그렇다면… 어떻게 정체를 찾아낸단 말인가.”이정은 깊은 한숨을 토했다.“그 여인은 감히 왕의 자손을 해치려 하고, 심지어 송나은 선왕비를 해친 것도 그 계략이라 했지. 게다가 우리 어머니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다고…!”그러던 순간 징… 징… 징… 바로 옆 방에서 작은 종소리가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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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장

이정의 생각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가로막혔다.지은이 환한 미소를 띠고 방에서 걸어 나왔으나, 문이 닫히는 순간 바로 그 미소를 거두었다. 그리고 곧장 이쪽으로 다가온 뒤, 곁에 서 있던 종업원에게 지시를 내렸다.“기연, 방 안의 세 분께 신선로 모듬을 올려드려. 그리고 부르신 대로 세 명 모두 전용 종업원을 붙여드리고.”기연은 즉시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 사장님.”기연이 계단 아래로 사라지자, 이정은 재빨리 지은에게 물었다.“어찌 되었지요? 낯이 익은 부인들이었나? 알고 있는 자들이었소?”지은은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무도 모르겠습니다.”이정의 얼굴에 실망이 어렸고, 지은은 급히 설명을 덧붙였다.“원래 이곳은 부녀자들이 모자 같은 가리개를 쓰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에 들어가서야 얼굴을 드러내고, 또 종업원들도 항상 서로 교대로 돌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 단번에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이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렇다면… 이제 어찌한단 말인가… 내가 직접 들어가 얼굴을 확인할 수도 없고…”그는 왕자 신분이니 상대가 자신을 알아볼 가능성은 높았다. 하지만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지은은 잠시 동안 생각하다가, 번뜩이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입가엔 의미심장한 미소까지 떠올랐다.“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왕자께서… 관심이 있으실지…”이정은 즉시 반응했다. “어떤 방법?”지은은 입꼬리를 장난스럽게 올렸다.“방금 그분들이 종업원을 세 명 부르셨습니다.”이정의 눈이 커졌다.“설마, 나더러 종업원이 되라는 것이오?”“그렇습니다.”“나는 왕자입니다!”이정은 목소리가 반 톤 올라갔다.“나더러 부인들 시중이나 들라는 것인가?”지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태자도 이미 여기서 시중을 들었는데요, 왕자님…’‘그리고 방금도 5층에서 태자비를 직접 부채질해 드리고 계셨고요…’그러나 그녀는 속으로만 중얼거리고 겉으로는 진지하게 말했다.“그렇지 않으시면, 왕자께서 어찌 그분들의 얼굴을 확인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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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장

지은은 몇 번 브러시를 털어 올렸을 뿐인데, 옥처럼 잘생긴 남자를 보통 시골 청년처럼 평범한 얼굴로 변신시키고 말았다.‘단점을 감추는 것보다, 장점을 죽이는 게 훨씬 쉬운 법이지…’지은은 손거울을 이정에게 건넸다. 그가 자신의 얼굴을 보고 눈을 크게 뜨자, 지은은 더욱 뿌듯해졌다. 작은 얼굴을 들고, 가볍게 콧대를 세우며 어깨를 펴고 말했다.“어떠십니까?”이정은 좌우로 고개를 돌려보며 거울 속 사내가 자신이 맞나 싶어 속으로 감탄했다.“대단하군… 자네 솜씨가 정말…”“좋습니다. 이제 왕자께서는 그분들의 방으로 들어가실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지은이 그의 팔을 잡아 일으키더니, 문득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하지만 먼저 분명히 알려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이정의 짙은 눈썹이 올라갔다. 그는 자세를 고쳐 앉아 그녀의 말을 들을 준비를 했다.“청연각의 원칙은 단 하나, 손님은 무엇보다 귀하다는 것입니다. 손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따라야 하며, 거역하거나 반박해서는 안 됩니다.”이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사를 하는 입장이라면 이해 못할 것도 없었다.“그러니, 만약 그분들이 왕자께 차를 따르라 하거나, 과자를 입에 넣어 달라 하거나, 입가를 닦아 달라고 하더라도 왕자께서는 모두 하셔야 합니다.”“!!!”이정의 눈이 번쩍 커졌다.“어찌하여 그런 일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그분들에게 손도 발도 없단 말인가?”지은은 한숨을 쉬었다.“손발 있으십니다, 왕자님. 그리고… 돈도 있으십니다. 이곳의 고객 관리 방식이 그렇습니다.”이정의 살구씨 같은 눈매가 가늘어졌다.“설마… 이곳에 후궁이며 아가씨들이 몰래 그렇게 많이 오는 이유가…”지은은 입술을 꼭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부정하지도 않았다. 고개를 돌리며 눈빛만 슬쩍 피했다.이정은 바로 결론을 내렸다.“그러니까… 그들이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온몸을 가려서 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란 말이지?”그는 곧 이어지는 논리로 단숨에 상황을 꿰뚫었다.“그래서 당신은 오직 여성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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