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이 아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능력을 깨닫게 된 날 이후로, 그는 시후를 놀려대는 일을 무척 즐기게 되었다. 아기의 생각이 또렷한 것처럼 들린다 해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어차피 그 감정들은 화남, 짜증, 배고픔, 분함, 질투, 기쁨 정도로 단순했다. 시후에게는 아빠를 상대로 계략을 꾸밀 만큼 복잡한 사고 능력은 아직 없었다.그렇기에 이현은 아내 지윤을 매일 밤 품에 안았고, 밤마다 그녀를 독차지해 새벽녘까지 놓아주지 않곤 했다.덕분에 지윤은 아침마다 점점 늦게 일어났고, 시후는 엄마 얼굴을 보는 시간이 하루하루 줄어들었다.하지만 시후가 아빠에게 가장 분노하게 되는 것은 따로 있었으니, 아침마다 아빠가 한 방울도 젖을 남겨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아빠 정말 나빠!’지윤이 아무리 말려 봐도 결국 밤이면 남편은 제멋대로 그녀를 안아버렸고, 그녀도 매번 당하면서도 결국 막아내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낮 동안엔 그녀의 젖이 다시 차올라 시후가 충분히 먹고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오늘 오후, 지윤은 침실에서 아기와 함께 누워 놀고 있었다. 포동포동한 팔다리를 흔들며 환하게 웃던 시후는 배가 든든해져 기분이 최고였지만, 문이 열리며 큰 그림자가 드리우는 순간 얼굴에 즉시 웃음이 사라졌다.‘왜 또 와?’이현은 아들의 첫 생각을 들은 순간 입꼬리가 움찔 올라갔다.“당신 뭐 하고 있었어?”그는 아들의 생각을 무시한 채 침대 위로 올라와 그녀의 반대편에 누웠다.이제 지윤은 두 남자 사이에 끼여 있는 꼴이었다.지윤은 달콤하게 미소 지었고, 이현은 옆으로 누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하지만 시후가 보기엔, 아빠가 엄마를 자기 앞에서 자랑하는 것으로 밖엔 보이지 않았다.“이제 시후에게 자장가를 부르려던 참이에요.”‘맞아, 이건 나랑 엄마의 시간! 아빠는 상관없어! 나가!’이현의 입꼬리가 또 한번 꺾이며 올라갔다.그는 아내의 허리를 더 꼭 끌어안고 턱을 그녀의 어깨 위에 가볍게 올리며 속삭였다.“그러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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