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은호가 직접 이담을 그린힐까지 데려다주었다. 이담이 차에서 내리기 전, 그가 불쑥 입을 열었다.“오늘 밤 8시 이후에 혹시 시간 있어요?”이담이 멈춰 서며 물었다.“왜요?”“저녁에 연회가 하나 있는데, 경성시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아는 사람이 없거든요. 혼자 가기가 좀 그런데, 혹시 제 파트너가 되어 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은호가 그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한마디 덧붙였다.“돈은 더 드릴 게요.”이담은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은호가 말없이 미소를 짓자, 이담이 문득 진지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돈은 안 주셔도 돼요. 아주머니를 생각해서 그냥 같이 가드릴게요.”은호는 하루에 2,000만 원이나 주고 있었다. 그걸로도 이미 충분했기에 욕심을 낼 생각은 없었다.은호의 눈에 놀라움이 스치더니, 이내 눈웃음을 지었다.“그럼 이따가 데리러 올게요.”은호가 떠난 뒤, 이담은 집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서랍을 열자 가득한 화장품들이 눈에 들어왔다.이담은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잊고 있었다. 한때는 자신도 예쁜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여자였다는 걸. 마지막으로 제대로 꾸민 게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했다.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6년간 비굴하게 사랑을 구걸하며 오직 진혁에게 잘 보이려 애쓰던 지난날의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했다.그 순간 이담은 과거와 화해하고, 또 자신과도 화해하기로 결심했다....밤이 깊어가면서 거리는 불빛으로 환했다.은호가 차 앞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을 때, 저편에서 걸어오는 여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샤넬 U넥 실크 레트로 레드드레스에 스트랩 힐을 신고, 긴 머리는 풍성한 웨이브를 그리며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이담은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진한 화장이 오히려 독이 되는 얼굴이었다. 단아한 메이크업에 빨간 립스틱만 발랐을 뿐인데, 오히려 대범하고 화사한 인상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은호가 감탄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정말 잘 어울려요.”“고마워요.” 이담도 웃으며 대답했다.이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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