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Chapter 91 - Chapter 100

100 Chapters

제91화

이담이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 건너편에서 이윤경의 가슴을 찢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하빈이가... 큰일 났어!]이담은 순간 굳어버렸다.일순 머릿속이 백지처럼 텅 비면서 귀에서 웅 소리가 울렸다.이담은 헐레벌떡 경성병원 응급실로 직행했다. 이윤경은 그 시각 벤치에 앉아서 무너질 것처럼 통곡했고, 심민철은 심각한 표정으로 옆에 서 있었다.고작 며칠 만인데도 심민철의 귀밑머리가 새하얘져서 열 살은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이담은 얼른 지나가는 간호사를 붙잡고 물었다.“응급실 상황은 어떻죠?”“환자분이 구타로 두개골에 금이 갔고 뇌출혈로 쇼크가 왔어요. 지금 류 선생님이 수술 중이세요.”구타...구치소에서 구타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간호사를 잡았던 손을 놓은 이담은 그 자리에 멍하니 굳어진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는 헐레벌떡 수술실로 뛰어 들어갔다.수술실에 있던 집도의 류이안은 아무 말이 없다가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확인하자마자 입을 열었다.“심 선생님,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하빈이는 제 동생이에요. 제가 살릴 거예요!”이담은 말하기 무섭게 허겁지겁 수술복으로 갈아입었다.옆에서 그걸 지켜보던 류이안의 수술 스텝 중 한 의사가 얼른 앞으로 다가가서 이담을 막았다.“심 선생님! 가족의 수술에는 직접 참여할 수 없다는 거 아시잖아요! 류 선생님을 믿으세요!”이담은 수술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류 선생님을 못 믿는 게 아니에요. 그냥... 그냥 옆에서 도울게요.”“지금 상태로는 도움도 안 돼요. 심 선생님이 늘 그러셨잖아요. 까다로운 상황일수록 침착해야 한다고. 그런데 지금 심 선생님 상태를 좀 보세요. 이게 어딜 봐서 의사예요?”그 말에 얼어붙었던 이담은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평온한 바이털 사인을 다시 한번 확인한 이담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추태를 부렸네요.”“가족이잖아요. 이해해요. 먼저 나가 계세요.”이담은 수술실에 있는 의료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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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이담의 눈에 드리운 증오를 포착하자마자, 진혁은 얼굴을 찌푸리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일 있으면 나가서 얘기해.”“싫어.”“심이담.”진혁은 목소리에 한층 더 힘을 실었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이담의 눈은 어느새 붉게 핏발이 서 있었다. 그동안 누러 참았던 억울함과 괴로움, 분노가 하빈이 변고를 당한 순간 폭발해 버렸다.이담은 손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무시한 채 싸늘한 눈빛으로 진혁 뒤에 숨어 있는 초연을 바라봤다.“내가 기회를 주겠다고 생각해 보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날 벼랑 끝으로 모는 거야?”“심, 심 선생님,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예요? 내가 언제 벼랑 끝으로 몰았다고 그래요?”초연은 여전히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진혁의 인내심도 그 순간 모두 사라졌다.“심이담, 대체 뭐 하는 거야?”“뭐 하는 거냐고?”이담은 웃으며 진혁의 손을 뿌리치며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난 그저 공평한 판결을 원한 건데 지금 이 상황은 뭔데?”이담은 격분하여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하빈이가 구치소에서 구타를 당해서 지금 수술 중이야. 그게 당신들 짓이 아니라고 할 거야? 당신들이 아니면 누구 짓인데?”진혁은 순간 얼어붙으면서 안색이 어두워졌다.“그게 무슨 말이야?”눈물을 닦으며 감정을 추스린 이담이 비아냥거리듯 말했다.“어디서 모른 척이세요, 하 대표님!”“용의자가 구치소, 그것도 경찰들 눈앞에서 사람을 때렸는데 말리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게 왜일까?”“당신 지시가 아니었다면 누가 그런 짓을 해? 문초연이 당한 게 그렇게 마음 아팠어? 그래서 하빈이가 판결을 받기도 전에 죽이고 싶었어?”진혁은 가슴이 조여들면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초연은 처음부터 이담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고, 심지어 찍소리 하나 내지 못했다.이담은 분노를 모두 털어놓은 뒤, 헛웃음을 지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초연과 진혁을 번갈아 봤다.“만약 하빈이가 이렇게 죽으면, 내가 당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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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이담은 문고리에 손을 얹은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심민철의 말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주워 왔다니?’‘내가?’“지금 날 탓하는 거예요?”이윤경도 그동안 참았던 감정이 순간 폭발했다.“당신 어머니가 당신 친딸을 헐값에 팔아버린 건 왜 아무 말 안 하는데요? 당신네 심씨 가문은 여자를 무시한다고 친딸도 팔아버릴 수 있나 보죠?”“딸을 잃고 힘들어할 때 이담이 나타났어요. 그때 내 심정을 알기나 해요?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요. 당신 눈에는 아들뿐이고, 아내인 나조차도 당신 집안 대를 잇기 위한 도구로 여기잖아요!”이 말을 이윤경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참아 왔다.하지만 하빈이 사고를 당하자, 이윤경도 드디어 남편한테 강하게 반박하면서 이 불공평한 결혼 생활을 제대로 돌아보게 된 것이다.심민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더 침묵했다.눈물을 닦던 이윤경은 그제야 문 앞에 있는 이담을 발견하고 천천히 일어섰다.“이...이담아?”이담은 아직도 방금 들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침착하게 맞섰다.이담은 문을 열고 들어가서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하빈이는 아직 그대로예요?”“아직이야.”정신을 차린 이윤경이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이담아, 방금 다 들은 거지?”이담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지만, 코끝이 시큰거리고 눈시울이 붉어져 고개를 끄덕였다.“들었어요. 그 덕에 그동안 궁금했던 의문도 풀렸어요.”“그동안 동생만 편애한 게, 제가 친자식이 아니라서 그런 거죠? 맞죠?”이윤경은 마음이 아팠다. 시어머니가 팔아버린 갓난아기 딸이 문득 떠오르면서, 이윤경은 얼른 이담의 두 손을 잡았다.“미안해, 이담아. 엄마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이윤경은 일부러 이담을 냉대한 게 아니다.사실 이윤경도 이담에게 관심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심씨 집안에서 그녀 역시 약자라 어쩔 수가 없었다....한편, 하성그룹.안나가 류남규 경찰서장을 데리고 사무실에 들어섰다.그 시각, 회색 폴라티를 입은 남자는 창가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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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늦은 밤.병원 복도는 무척이나 조용했다.집중 치료실에서 이윤경과 번갈아 가며 지켜보던 이담은, 이윤경이 잠들자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러고 나서 살며시 병실을 나와 문을 닫았다.밖으로 나와 고개를 돌렸더니 진혁이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걸어오고 있었다.이담은 진혁을 보자마자 경계 태세를 취했다.“뭐 하려는 거야?”경계 가득한 이담의 눈빛에 진혁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넥타이를 정리했다.“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을 테니 밤새우면서 지킬 필요 없어.”두 경호원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담에게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이담은 진혁의 호의를 받아주지 않았다.“필요 없어. 심씨 집안 일은 하 대표님과 상관없으니까.”이담이 떠나려던 찰나, 진혁이 이담의 팔을 낚아챘다.곧이어 진혁은 두 경호원에게 기다리라는 눈빛을 주고는 이담을 데리고 비상계단으로 향했다.이담은 있는 힘껏 진혁의 손을 뿌리쳤다.“하진혁, 어디서 연극이야? 설마 또 문초연을 위해 나를 괴롭힐 새로운 방법이라도 생각해 낸 거야?”“심이담.”진혁은 두 손으로 이담의 어깨를 잡더니 그녀를 벽에 밀쳤다. 그 역시 이담의 행동에 화가 나 손등에 파란 핏줄이 튀어 올라왔다.“심하빈 일은 나도 몰라. 내가 한 게 아니야.”“당신이 아니면 문초연이겠지.”“꼭 그렇게 뭐든 초연이를 의심해야겠어?”이담은 진혁을 빤히 응시했다.하빈이 사고를 당한 뒤 진혁을 마주하자, 이담은 단지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이담은 이토록 진혁한테서 벗어나길 바란 적이 없었다.그 생각은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절박해졌다.이담은 피식 웃었다.“문초연이 아니면 누군데?”“이미 조사하고 있어.”“못 믿어.”이담의 한마디에 공기는 얼음장처럼 얼어붙었다.진혁은 깊은 눈동자로 이담을 응시했다.그러다가 이담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이담의 손목을 붙잡고 품 안으로 잡아당겼다.중심을 잃은 이담은 그대로 진혁의 가슴에 부딪혔고, 두 몸은 빈틈없이 밀착되었다.“지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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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이담은 진혁과 함께 그린힐로 돌아갔다. 진혁이 결정한 일에 아무리 반박해 봤자 소용도 없으니까.진혁은 비밀번호를 누른 뒤 먼저 들어갔고, 이담은 그 뒤를 따랐다.현관 조명이 켜지자마자 진혁은 침착하게 외투와 손목시계를 벗었다. 팽팽한 분위기 속에서 진혁의 동작 하나하나는 모두 공격성이 가득한 것처럼 느껴졌고, 이담은 자기도 모르게 위험을 느꼈다.“나 손님방에서 잘게.”이담은 태도를 표명하고 남자를 가로질러 손님방으로 향했다.진혁은 객실로 들어가는 이담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이담은 맨 먼저 문을 걸어 잠갔다.사실 이담은 무서웠다.자신이 이성과 통제를 잃을까 봐 무서웠고, 남자에게 또 흔들릴까 봐 무서웠다....다음 날, 이담은 아침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 집중 치료실 밖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은 어느새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보아하니 교대하며 자리를 지키는 모양이었다.이담이 병실에 들어섰을 때 일찍 도착한 심민철이 이윤경에게 아침 식사를 건네고 있었다.이윤경은 병실에 들어온 이담을 바라봤다. 저녁에 잠을 설쳤는지, 이윤경의 정신 상태는 안 좋아 보였다.“이담아, 문밖에 있는 사람들... 하 서방 사람들이야?”이담이 대답하기도 전에 심민철이 말했다.“하 서방이 보낸 사람이 아니면 누구 사람이겠어?”심민철이 처음에 진혁을 마음에 들어 한 것도 사실 그의 가문과 배경 때문이었다.하씨 가문은 재벌가라면 모두 줄을 대고 싶어 하는 최고 명문가인 데다, 심씨 가문이 100년을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때문에 하씨 가문에 줄을 대면 심씨 가문이 명문가 반열에 오를 수 있을뿐만 아니라, 20년 정도 적게 분투해도 된다.하지만 아들이 진혁의 내연녀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게 되자, 심민철은 진혁을 언급할 때마다 마음이 복잡했다. 한쪽은 자기 아들이고 한쪽은 권력이었으니까.수술을 집도했던 류인안이 레지던트와 함께 병실에 와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뒤, 이담과 함께 병실을 나섰다.“제 동생 상태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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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이담은 고상한 척하는 게 아니다.단지 돈 문제로 이혼 진행 속도가 늦춰지는 게 싫을 뿐이었다.어쨌든 진혁은 결혼해서 지금까지 이담이 돈을 노리고 자기와 결혼했다고 여겼기에, 돈을 많이 요구하면 순순히 들어주지 않을 게 뻔했다.게다가 2억 원의 돈과 그린힐 아파트는 진혁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변호사는 이담의 단호한 태도에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이혼 합의 사항을 확인했다.이담은 모든 조항을 쭉 훑어보고는 한 마디 더 보충했다.“이혼합의서는 이번 달 말에 하진혁한테 보내주세요.”“직접 만나서 협상할 생각은 없으세요?”이담은 잠시 침묵하다가 덤덤하게 웃었다.“협상할 것도 없어요.”변호사는 이담의 요구에 응낙하고 테이블 위에 있던 자료를 정리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이담은 차가워진 손을 꼭 잡으며 아무것도 없는 약지를 멍하니 바라봤다. 반지를 꼈던 손가락에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러니 억지로 사랑을 도려낸 이담의 마음은 오죽할까?이담은 꿈에서 깨어난 듯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로 향했다.“이담아, 혼자 밥 먹으러 온 거야?”이담은 잠시 멍해 있다가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경훈이 다가오고 있었다.“경훈 선배?”경훈은 고개를 돌려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말했다.“이분 테이블 것도 제 앞으로 계산해 주세요.”이담은 난감한 듯 말했다.“선배, 그냥 차 한 잔만 마신 건데 뭐 하러 귀찮게 대신 계산해요?”“네 일인데 귀찮을 리 없잖아.”이담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선배가 교수님 부탁으로 자기를 챙겨주는 게 맞을 거라고 여겼다.이담은 경훈과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선배, 여기서 다 만나네요.”“그러게. 네가 선택한 레스토랑이 우리 가문의 사업체 중 하나거든.”“어? 여기가 선배네 레스토랑이에요?”이담은 놀란 듯 되물었다.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너 아직 대답 안 했어. 왜 혼자 밥 먹었어?”“밥 먹으러 온 게 아니에요.”이담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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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97화

이담은 미소를 머금은 채 지연을 바라봤다.“미안해도 네 오빠가 먼저 나한테 미안해해야 해.”지연도 싱긋 웃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어디서 잘난 척이야? 네가 뭣 때문에 우리 오빠랑 만나는지 너도 잘 알 거 아니야. 어디서 억울한 척해?”“심이담, 네가 몇 년 동안 우리 오빠 졸졸 따라다닌 거, 누구 협박받고 그런 거 아니잖아. 우리 오빠가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벌써 무너진 거야? 웃겨, 정말!”“다른 남자를 만나려거든 우선 우리 오빠 옆에서 떠나! 밖에서 아무 남자나 만나고 돌아와 우리 오빠한테 병 옮기지 말고...”이담의 안색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더니 두말하지 않고 지연의 뺨을 후려갈겼다.다음 순간 지연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자기 얼굴을 감싸 쥔 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지... 지금 날 때렸어?”지금껏 할머니 외에 지연을 때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때렸는데 왜? 내가 참아줄 줄 알았어?”이담은 오래전부터 참고 싶지 않았다.“하지연, 나는 함부로 말해도 상관없지만, 내 친구를 모욕하지 마. 이 세상이 누구 한 명을 둘러싸고 도는 줄 알아? 집에서 소란을 피우든 뭘 하든 상관하지 않겠지만, 밖에서는 언행을 조심해.”“심이담, 너...”“그리고, 내가 네 오빠를 상대로 바람을 피운다 한들 어쩔 건데? 나도 그저 돌려주는 것뿐이야.”이담은 경훈의 손목을 잡은 채 지연을 지나쳤다.진혁과 이담은 어느 순간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방금 전 두 사람의 대화를 경훈은 모두 귀담아들었다.걸음을 멈춘 이담은 남자의 담담한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빠, 초연 언니, 왜 이제 왔어?”지연은 억울한 듯 볼을 감싸 쥔 채로 두 사람에게 다가가더니 이담을 노려봤다.“오빠, 심이담이 방금 외간 남자 때문에 나를 때렸어. 오빠도 봤지?”초연은 우쭐거리는 눈빛을 애써 숨겼다.지연의 초대로 밥 먹으러 왔다가 이런 재밌는 구경을 하게 될 줄이야.초연은 진혁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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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심이담, 나를 자극하는 게 재밌어?”진혁이 손에 힘을 주는 바람에 이담은 팔목이 아파서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그 고통 때문에 이담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하 대표님도 자기애가 너무 심하네요. 자극? 난 그딴 거 필요 없어.”진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흔들림 없는 눈으로 이담을 바라봤다.“이거 놔! 아파!”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에 이담은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그 모습을 본 진혁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놨다.진혁의 손에서 풀려나자, 이담이 손목을 문지르면서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하진혁, 대체 뭐 하자는 거야?”이담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예전에는 아예 무시하지 않았나?’‘요즘에는 왜 그러지 않지?’“내가 말했지, 진경훈과 가까이하지 말라고.”“나도 당신과 문초연 상관 안 하는데, 당신이 뭔데 내 일에 간섭이야?”남자의 표정에서는 도저히 감정을 구분할 수가 없었다.“이건 달라.”이담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순간 마음이 서늘하게 얼어붙으면서 헛웃음이 나왔다.“하긴, 다르지. 문초연은 순결하고 깨끗한 존재고, 당신 첫사랑이니까. 누가 그런 사람과 비교할 수 있겠어? 그래서 당신은 문초연과 마음대로 가까이하고 옛사랑이 다시 불타올라서 바람을 피워도 되고. 안 그래?”이담이 속내를 까발렸다고 화낼 줄 알았지만, 진혁은 화내지도 반박하지도 않고 평온하게 말했다.“나 바람피운 적 없어.”이담은 아무 말 없이 진혁을 바라봤다. 이 순간이 그저 우습기 그지없었다.“이것도 바람피운 게 아니면 뭔데? 내가 침대에서 뒹구는 걸 현장에서 잡아야 인정할 거야?”“심이담!”진혁은 순간 표정을 굳어지더니, 깊은 눈동자에서 날카로운 빛을 내뿜었다.“함부로 우리 사이를 넘겨짚지 마. 우리 일에 문초연을 끌어들이지 마.”“그럼 하 대표님부터 나랑 경훈 선배 사이 넘겨짚지 마시죠.”이담은 진혁의 말을 그대로 돌려줬다.“우리 사이에 경훈 선배 끌어들이지 말고.”그 말을 내뱉은 뒤, 이담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차를 타고 떠나갔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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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진혁이 차에 타라는 눈빛을 보내자, 류남규는 얼른 빙 돌아서 뒷좌석 문을 열고 들어왔다.“당직하던 사람이 윤 청장님의 친척인데, 아무리 물어봐도 당직할 때 잠들었다고만 해요. 게다가 그날 그 일을 보고한 사람이 없다며 잡아떼고 있어요.”“더군다나 실내 CCTV는 그날 마침 수리한 기록이 있고, 관제실에 있던 직원 또한 사람들이 갇혀 있으니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류남규는 말하면 말할수록 자신도 말이 안 된다는 걸 느꼈는지,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갔다.경찰서에서 소홀히 관리한 탓에 용의자가 중상을 입었으니, 위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류남규도 서장 자리를 내놓아야 할지도 몰랐다.진혁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당직하던 직원은 잠들고, CCTV는 그날 마침 수리했다고요? 구치소 쪽 CCTV가 망가졌다 하더라도 24시간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을 텐데요?”진혁의 눈빛은 류남규에 대한 경멸로 가득했다.“류 서장님, 이렇게 간단한 문제도 이유를 찾아내지 못한 거예요?”류남규의 아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진혁은 비록 담담한 어투로 말하고 있었지만, 따져 물으면서 보내는 압박감이 목을 조여왔다. 이런 느낌은 류남규가 고위층 간부 앞에서만 느끼던 거였다.“윤 청장.”진혁은 이 세 글자를 몇 번 곱씹더니 다시 물었다.“윤 청장이 어디 청장이죠?”“국세청 그분입니다.”“아하, 그 인간이었네.”진혁은 평온한 눈빛으로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그럼 윤 청장 쪽 사람부터 조사해 봐요.”류남규의 셔츠는 이미 땀에 흠뻑 젖었다. 하지만 차 안에서 진혁이 발산하는 냉기에 몸을 떨었다.“하지만 하 대표님, 윤 청장 배후는 권 어르신과 관련이 있어요...”“권씨 가문이 아직 나까지 제압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에요.”류남규는 잠시 멍해 있다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다음 날.이담은 여느 때처럼 일찍 출근했다. 병원에 있으면 하빈을 돌보기도 쉬워서 요즘은 거의 병원에 붙어 있곤 했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이담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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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이담의 얼굴에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진혁을 바라봤다.“하진혁, 그게 무슨 뜻이야?”“들은 그대로야.”이담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설마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꼈나? 우리 집안을 싫어했으면서 갑자기 호의를 베푼다고?’‘아니면 하빈이를 손에 쥐고 나를 마음대로 통제하고 협박하려는 건가?’이담이 생각에 잠긴 사이, 남자는 이담의 평범한 행색을 위아래로 훑더니 덤덤하게 말했다.“타. 옷 몇 벌 사줄게.”이담이 말하기도 전에, 차에서 내린 안나가 대신 문을 열어주고는 이담의 손에 있던 박스를 대신 받았다.“심이담 씨, 타세요.”이담은 꿈쩍도 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진혁을 바라봤다.“할 말 있으면 해. 빙빙 돌리지 말고.”손목시계를 만지작거리던 진혁이 동작을 멈추고 눈을 들어 이담을 바라봤다.“아버지가 귀국했어. 오늘 저녁 본가에 식사하러 가야 해.”‘이것 때문이었네...’진혁의 아버지는 업무 때문에 1년에 집에 돌아오는 횟수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매번 오기만 하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곤 했다.이담은 꽉 쥔 주먹을 풀면서, 말없이 차에 올랐다....진혁은 이담을 데리고 하성그룹 산하에 있는 가장 큰 쇼핑몰인 ‘성천 국제 쇼핑센터’로 향했다.예전에도 이담은 진혁과 함께 이 쇼핑센터에 온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비서’의 신분으로 함께한 것이다.패션 매장에 있던 두 점원이 진혁을 보자마자 공손히 맞이했다.“하 대표님, 어서 오세요.”인사를 마친 점원은 진혁의 뒤에 서 있는 이담을 보자마자 멈칫했다.진혁은 덤덤한 어조로 분부했다.“옷 몇 벌 골라 줘요.”“네, 대표님.”점원 한 명이 이담에게 다가와 다정하게 말했다.“이쪽으로 오세요.”이담은 말없이 점원을 따라 안쪽으로 향했다.얼마 뒤, 두 직원은 가게에 갓 입고된 신상들을 이담의 앞에 쫙 진열했다. 점원들이 고른 옷은 족히 30벌도 더 되었고, 매 벌당 가격이 수백만 원에 달했다.이담은 옷을 고를 인내심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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