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심이담은 이혼하기 석 달 전, 전근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혼하기 한 달 전, 하진혁에게 이혼 합의서를 보냈으며. 이혼하기 사흘 전, 자신의 모든 물건을 정리하고 신혼집을 나가 버렸다. ... 진혁이 첫사랑과 그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 아이더러 “아빠”라고 부르게 한 순간, 이담은 6년 간의 감정에서 깨어났다. 남편이 첫사랑과 그 아들을 위해 자신을 홀대하고 ‘내연녀’로 취급 하니, 차라리 혼인을 끝내고 남편과 그 첫사랑을 축복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담이 진혁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순간, 그는 미쳐버렸다. 남편은 곧 첫사랑과 결혼할 거라 모두가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큰 권력을 쥔 그 남자가 언론 앞에서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사랑을 구걸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제가 바람 피운 적도 없고, 사생아는 더더욱 없습니다. 믿어줘요… 이담아. 제발 떠나지 마요. 너무 보고 싶습니다.”
view more이담은 보석함을 열었다.안에는 터키석 크리스마스 로즈 컬렉션의 팔찌가 들어 있었다.이 컬렉션은 몇 년 전 이미 판매가 중단된 제품이었다.전 세계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이담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이것도 살 수 있어요?”“사고 싶으면 살 방법이야 있지.”권은석이 으쓱하며 웃었다.“다른 집안 아가씨들이 가지고 있는 건 내 딸도 가져야지.”이담은 팔찌를 손목에 대보았다.크지도 작지도 않고 딱 맞았다.“고마워요, 아빠.”그때 초인종이 울렸다.고용인이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이담이 문밖을 바라보자, 이내 손을 흔들고 있는 민아가 보였다.“친구니?”권은석이 물었다.이담은 웃으며 대답했다.“그게... 이씨 집안 아가씨예요.”“어느 이씨 집안?”“여주시 이씨 집안이요.”여주시 이씨 집안이라는 말에 권은석도 그제야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 집안이구나.”민아는 얌전히 안으로 들어와서 권은석에게 인사를 건넸다.“아저씨, 안녕하세요. 저는 이민아예요!”권은석은 밝고 활발한 민아가 마음에 들었는지 웃으며 물었다.“밥은 먹었니?”“감사해요, 아저씨. 저 방금 배불리 먹었어요. 그게...”민아가 이담을 바라봤다.“이담 언니 만나러 왔어요.”“그렇구나. 오늘이 크리스마스니까 밖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겠지?”권은석이 이담을 바라보며 말했다.“친구랑 나가서 바람도 쐬고 그러는 것도 좋지.”민아도 고개를 들고 맞장구쳤다.“맞아요. 오는 길에 보니까 사람이 진짜 많더라고요. 특히 쇼핑몰 근처는 엄청 붐볐어요!”이담은 민아의 성화에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함께 나가기로 했다.밤 8시.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거리 곳곳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득했고, 사람들 사이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적지 않았다.민아는 이담의 손을 잡고 사람들 사이를 누볐다.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눈앞에 펼쳐진 모든 풍경을 신기해했다.“여주시에도 이런 야시장 있지 않아요?”“있죠. 그래도 여기는 달라요.”
“엄청난 우연인 거죠.”민아는 제멋대로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지훈을 힐끗 바라본 뒤 말을 이었다.“저도 근처에 있었는데 마침 두 분이 보여서요!”민아가 샤브샤브를 바라봤다.“맛있겠다. 저도 같이 먹어도 되죠?”이담은 어색하게 웃으며 지훈을 바라봤다.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이담 씨가 사는 거니까, 이담 씨가 결정해요.”“그럼, 뭐...”“새언니 정말 최고에요!”민아는 웃으며 이담의 옆자리에 앉았다.식사를 하던 중 이담이 화장실에 가면서 두 사람만 남게 됐다.민아는 눈빛 하나 숨기지 않고 지훈을 도발했다.“제가 분위기 다 망쳐놔서 기분 나쁘시죠?”지훈이 피식 웃었다.“기분이 나쁘긴요? 오히려 그 사람이 더 속상하겠죠. 그러니까 당신더러 파리처럼 이담 씨 주변을 맴돌게 한 거 아니겠어요?”“내가 파리면 당신은 뭐예요? 두꺼...”민아가 지훈의 얼굴을 바라봤다.아무리 봐도 두꺼비 모습은 아니었다.민아는 곧바로 말을 바꿨다.“끈질긴 뱀! 껌딱지!”“그 두 가지는 하진혁 씨한테 잘 어울리겠네요.”“당신 진짜...”민아가 지훈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하지만 지훈은 조금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민아는 이를 악물었다.그러다 손을 거두고는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식사에 집중했다.한편 식당 화장실이 쇼핑몰 안에 있는 탓에, 이담은 화장실에서 나온 뒤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그때 앞쪽에서 사복 차림의 임용우와 한 남자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남자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 이담의 눈에 들어왔다.그 얼굴은 잠깐 스쳐 지나간 것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익숙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남자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임용우는 문 앞에 선 채 남자가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닫힘 버튼을 눌렀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순간, 이담은 다급하게 그쪽으로 달려갔다.임용우가 몸을 돌리다 이담을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담 씨?”“방금 그 사람 하진혁 맞죠
민아가 화를 내며 말했다.“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지훈의 눈빛은 평온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내가 아는 건 하나뿐이에요. 그런 선택을 했다면, 그냥 얌전히 죽은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당신...”지훈은 더는 반박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성큼성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3일 후.소연이 병원으로 돌아왔다.이담은 소연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서야 가슴 졸이던 마음을 놓았다.“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소연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표정이었다.“사실 제가 끌려가던 날, 누군가 저를 구해줬어요. 원래 심 선생님한테 말하려고 했는데, 핸드폰을 잃어버렸어요. 그 사람이 며칠 동안 숨어 있다가 돌아오라고 해서... 죄송해요. 심 선생님을 걱정하게 만들었네요.”이담은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도 소연을 구해준 사람이 누구인지는 묻지 않았다.그저 살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무사하기만 하면 됐어요.”“그런데 심 선생님이 저를 찾으시다가 하마터면...”소연의 얼굴에 짙은 죄책감이 묻어났다.이담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독였다.“우리는 친구잖아요. 게다가 소연 씨가 위험에 처한 것도 나 때문이었고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모른 척하겠어요.”소연은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끝내 울음을 참았다.이담의 위로를 받은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소연이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지훈이 문밖에 서 있었다.그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이담이 고개를 들어 문가를 바라보다가 잠시 멈칫했다.“고 선생님.”지훈은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그의 시선이 책상 위에 어지럽게 널린 서류를 훑었다.“정말 오랫동안 서원에 돌아오지 않으시네요.”이담은 책상 위를 정리하며 대답했다.“아버지가 지금 강성시에 머물면서 저랑 같이 지내고 계세요. 그래서 요즘은 밖에서 아버지랑 지내고 있고요.”지훈이 가볍게 웃었다.“다음에 권 회
“당시 그 아이가 경찰에 신고했던 전화를 제가 받았거든요.”임용우의 말에 이담은 순간 멍해졌다.그제야 기억이 떠올랐다.인신매매범에게 끌려간 뒤 약을 사러 나왔다가 몰래 숨어서 경찰에 신고했던 아이.하지만 아이는 돌아온 뒤 인신매매범에게 심하게 맞아서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고, 결국 약을 먹어야 할 시간을 놓치면서 목숨을 잃었다.아이에게는 인신매매범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몰래 숨어서 신고하는 방법밖에 없었다.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편의점 주인이 전화를 끊으면서 아이의 위치가 드러나고 말았다.당시 임용우도 서른을 갓 넘긴 젊은 나이였다.아이의 말이 정확하지 않았던 탓에 중요한 정보를 놓쳤고, 그 전화가 납치 사건과 관련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하지만 사건의 전말이 세상에 드러난 뒤, 그 아이의 참혹한 모습을 직접 보게 됐다.그날의 일은 이후에도 임용우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악몽으로 남았다.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담이 무슨 말이라도 건네려던 순간, 임용우의 핸드폰이 울렸다.상대방의 말을 들은 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병실을 나서기 전에도 임용우는 잊지 않고 말했다.“이담 씨, 몸부터 잘 추스르세요. 친구 분은 소식이 있으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이담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이틀 뒤, 이담은 퇴원했다.그리고 은호와 함께 송지현의 장례식에 참석했다.하지만 장례식장을 찾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권은석과 은호, 그리고 송지현의 비서 외에는 김씨 집안 사람들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장례 비용은 권은석이 부담했다. 원래 사람은 죽으면 고향으로 돌아가 묻히는 게 도리라고 했지만, 어쩐 일인지 권은석은 송지현을 강성시 묘지에 묻었다.장례를 마친 뒤 이담은 권은석, 은호와 함께 묘지를 빠져나왔다.강준은 먼저 차로 다가가 뒷좌석 문을 열었다.권은석이 이담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담아, 네가 우리 곁에서 자란 게 아니다 보니 우리한테 폐 끼치기
이담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내가 무안을 줬다고?”‘그러니까 지금 문초연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문초연은 네 상사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주면 안 되지.”진혁은 업무를 처리하는 듯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부부의 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담은 쓰라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피식 웃었다.“집도의가 나라는 거 잊지 마. 나한테 그럴 권리도 없어?”“그러는 너야말로 잊었나 본데.”진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집도의를 교체
진혁은 이담이 이혼을 언급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이혼은 안 돼.”이담은 잠시 멍해졌다.‘이혼하기 싫어하는 게 설마...’미처 희망을 품기도 전에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할머니도 동의 안 하실 거야.”곧이어 쾅 하는 문소리가 이담을 현실로 끌어당겼다.이담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 순간 솜뭉치가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이 답답했고, 자기 생각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하진혁이 나 때문에 이혼을 거절할 리 없지...’진혁은 단지 마동순이 동의하지 않을까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던 마동순이 이담과 눈을 마주쳤다.“애초에 나와 거래할 때 이런 말은 없었잖니. 왜? 후회하는 거니?”맞다. 이담은 후회하는 중이다.이담은 시큰거리는 눈을 내리깔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제가 실망을 안겨드렸어요.”마동순은 깊은 눈동자로 이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해. 난 기회를 줬어. 네가 진혁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니, 이제 하씨 가문은 너한테 빚진 거 없다.”순간 처연한 미소를 지은 이담이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그
“심 선생,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정말 강성병원으로 가려고?”병원장 주원식은 심이담의 전근 신청서를 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 순간 이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이미 결정했어요.”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한 이담을 보자, 주원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전근 신청서에 사인했다.병원장 사무실에서 나오기 무섭게, 이담은 하진혁과 의사 가운을 입은 문초연 모자를 발견하고 걸음을 우뚝 멈췄다.세 사람은 마치 화기애애한 가족 같았다.초연은 어린 남자애의 손을 잡고 진혁과 나란히 걷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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