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심이담은 이혼하기 석 달 전, 전근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혼하기 한 달 전, 하진혁에게 이혼 합의서를 보냈으며. 이혼하기 사흘 전, 자신의 모든 물건을 정리하고 신혼집을 나가 버렸다. ... 진혁이 첫사랑과 그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 아이더러 “아빠”라고 부르게 한 순간, 이담은 6년 간의 감정에서 깨어났다. 남편이 첫사랑과 그 아들을 위해 자신을 홀대하고 ‘내연녀’로 취급 하니, 차라리 혼인을 끝내고 남편과 그 첫사랑을 축복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담이 진혁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순간, 그는 미쳐버렸다. 남편은 곧 첫사랑과 결혼할 거라 모두가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큰 권력을 쥔 그 남자가 언론 앞에서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사랑을 구걸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제가 바람 피운 적도 없고, 사생아는 더더욱 없습니다. 믿어줘요… 이담아. 제발 떠나지 마요. 너무 보고 싶습니다.”
Lihat lebih banyak한편.간호사가 평소처럼 초연에게 식사를 가져다주었다. 배식구를 열고 침대에 누워 있는 초연을 향해 그녀가 소리쳤다.“식사하세요.”하지만 침대 위의 사람은 미동도 없이 아무 대답이 없었다.간호사가 두어 번 더 불렀지만 여전히 기척이 없자, 미세하게 표정이 굳어진 간호사가 다급하게 열쇠로 바깥쪽 문을 열었다.‘환자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야!’침대 곁으로 다가가 초연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침대 위의 초연이 갑자기 주사기를 간호사의 목에 꽂아 넣고 약물을 주입했다.간호사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당신...”미처 말을 끝맺기도 전에 간호사는 순식간에 의식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침대에서 내려온 초연은 비틀거리며 다가가 문을 걸어 잠갔다.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 쓴 주사기를 구석으로 차버린 뒤, 재빨리 간호사의 옷으로 갈아입었다.모든 준비를 마친 초연은 남은 힘을 쥐어짜서, 간호사를 침대 위로 끌어올려 자신처럼 보이게 위장했다.힘을 줄 때마다 제멋대로 덜덜 떨리는 오른손을 내려다보는 초연의 두 눈에 독기 어린 원한이 가득 차올랐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길 빠져나가야 해!’...점심 무렵, 이담은 두 차례의 수술에 들어갔지만 모두 어시스트 역할이었다. 수술은 오후 2시 반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이번 수술의 집도의는 같은 병원의 도혁수 교수였다. 그가 직접 메스를 잡은 건 오랜만의 일이었고, 이담 역시 그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뇌에 기생충이 감염된 8살짜리 어린아이 환자라 상황이 꽤 까다롭지 않았다면, 은퇴한 도혁수도 굳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고 교수님 제자라고 들었네. 젊은 나이에 집도의까지 맡을 정도면 꽤 실력이 뛰어난가 보군.”도혁수는 오래전 수술실을 떠나 조기 은퇴를 했음에도 병원 내부 일들을 꽤나 잘 알고 있었다.시선을 내리깔며 웃은 이담이 대답했다.“어릴 적부터 이런 쪽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소꿉장난할 때도 늘 의사 역할을 맡곤 했는데, 제가 진짜 의대에 진학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그게 다 타
문득 이담 역시 심씨 집안의 수양딸일 뿐 따지고 보면 고아나 다름없는 처지라는 사실이 떠오르자, 은호는 진심으로 가슴이 아려왔다.손을 뻗어 이담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은호가 말했다.“친동생을 찾게 되더라도 넌 영원히 내 동생이야.”이담은 말없이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은호와 헤어진 뒤, 이담은 택시를 타고 서원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담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복도에 마주 선 지훈과 진혁을 발견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기류가 심상치 않았다.진혁이 지훈의 멱살을 쥐고 있는 걸 보자, 다급히 다가간 이담이 떼어내며 소리쳤다.“하진혁, 지금 뭐 하는 거야?”구겨진 옷깃을 탁탁 털어낸 지훈이 비아냥거렸다.“그러게요. 하 대표님 성질 참 대단하시네요.”어금니를 악문 진혁이 싸늘하게 쏘아붙였다.“고지훈 씨가 먼저 주제넘게 몰아붙이지 않았습니까?”지훈이 여유롭게 맞받아쳤다.“그냥 질문 좀 한 걸 가지고 몰아붙였다고 하시면 섭섭하죠.”진혁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그쪽이 물어볼 자격이나 됩니까?”지훈은 지지 않았다.“하 대표님은 대답하기 싫은 겁니까, 아니면 찔리는 겁니까?”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은 이담이 쏘아붙였다.“그만해요! 둘이 싸우려거든 내려가서 싸워요. 내 집 앞에서 시끄럽게 굴지 말고!”그제야 두 사람은 입을 다물고 실랑이를 멈췄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려던 순간, 등 뒤로 들리는 부산스러운 기척에 이담이 고개를 돌렸다. 두 남자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문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려던 참이었다.‘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기가 막힌다는 듯 이담이 따져 물었다.“두 사람 뭐 하는 거예요?”이담을 힐끗 본 지훈이 대답했다.“손도 불편한데, 밥 차려 주려고요.”진혁이 코웃음을 치며 받아쳤다.“이담이에겐 내가 있는데 당신이 왜 밥을 차려요?”지훈이 비꼬았다.“하 대표님이 제대로 챙겨 주셨다면, 전 여친이 심 선생님을 해코지할 기회도 없었겠죠.”진혁 역시 살벌하게 반격했다.“어머니가 문초연한테 놀아날
비상구 창가로 다가가 담배에 불을 붙인 진혁의 얼굴은 어두컴컴한 그늘에 가려졌다.“문초연이 한 말, 그다지 믿음이 안 가.”수화기 너머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하지만 당시 납치당했던 아이들이 대표님 말고도 몇 명 더 있었잖습니까?] [그 여자아이의 인적 사항도 전부 일치하고, 부모 쪽에서도 딸이 납치당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담배를 물고 있던 진혁의 움직임이 멈칫했지만, 이내 말없이 담뱃재만 툭툭 털어낼 뿐이었다.[대표님, 그 여자아이를 한번 만나보시겠습니까?]잠시 후 조심스레 묻는 상대방의 말에, 진혁이 선을 그었다.“필요 없어. 백지수표나 한 장 주고, 얼마를 원하는지 생각이 정리되면 그때 찾아오라고 해.”과거의 기억이 온전치 않은 진혁으로서는, 설령 자신을 구해준 여자아이가 진짜로 존재한다 해도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었다....일주일을 더 쉬고 다친 지 보름 정도가 지나자, 이담은 간신히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쥘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다.마침 강성시에 도착했다며 은호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외출해서 은호를 만난 이담은 귀여운 도자기 인형이 담긴 선물을 받았다.선물 상자를 받아 들고 빙그레 웃으면서 이담이 물었다.“어머니께서 보내신 거죠?”흠칫 놀란 은호가 되물었다.“어떻게 알았어?”정신이 온전치 않은 와중에도 김미영이 정성을 다해 직접 고른 선물이었다.이담 자신도 어떻게 맞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직감이 그랬을 뿐이다.이담이 장난스레 말을 받았다.“텔레파시라도 통했나 보죠.”커피잔을 들어 올리던 은호가 멈칫하더니,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럴지도 모르겠네.”“오빠가 강성시로 오면 어머니는 어떡하고요?”“아버지가 곁에 계시니 별일 없을 거야.”깜짝 놀란 이담이 되물었다.“아버님도 경성시에 오셨어요?”무언가 떠오른 듯 입술을 달싹거린 이담이 말을 이었다.“하씨 가문과의 혼사 때문인가요? 진짜 하지연이랑 결혼하는 거예요? 함정에 빠진 게 분명한데...”“그날은
문득 6년 전 초연이 처음 귀국하던 날이 떠올랐다.경성시 타임스퀘어 상공에서 무려 두 시간 동안 펼쳐졌던 드론 불꽃놀이 쇼는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었다. 당시 사람들은 진혁이 얼마나 로맨틱한지 찬사를 쏟아냈다. 바로 그날, 이담은 진혁의 첫사랑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때 무슨 생각을 했지?’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자신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던 모습이었으니까.이담의 눈에 서서히 슬픔이 번져 나갔다.그 모습을 눈치채고 미간을 찌푸린 지훈이 뭔가 말하려던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진혁이 안나와 함께 나왔다.이담의 집 앞에 서 있는 지훈을 확인하자, 안나의 긴장했던 얼굴이 그제야 풀어졌다.‘같이 사는 게 아니었네. 어쩐지 대표님이 평소처럼 미쳐서 날뛰지 않더라니.’입안을 물로 헹군 지훈이 툭 내뱉었다.“하씨 가문은 원래 이렇게 돈을 쏟아붓는 걸 좋아합니까?”진혁이 차갑게 맞받아쳤다.“고지훈 씨는 남의 집 문 앞에서 양치질하는 게 취미인가 봐요?”지훈은 평온하게 대꾸했다.“관리소 직원이 시끄럽게 구는 바람에, 무슨 구경거리라도 났나 싶어서 나온 겁니다.”“구경은 실컷 했나요?”“충분히 했습니다.”가볍게 한숨을 내쉰 지훈이 덧붙였다.“그냥 대충 산 집이 갑자기 하성그룹 소유가 되어버리니, 참 적응이 안 되네요.”가볍게 웃으면서 진혁이 대답했다.“앞으로 차차 적응하게 될 겁니다.”지훈이 말을 이으려고 하자, 다가온 안나가 뼈 있는 말을 건넸다.“고지훈 씨, 부부 사이에 더 끼어들지 않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대답 대신 무표정하게 진혁을 응시하는 지훈과, 그를 빤히 마주 보는 진혁의 시선이 얽혔다. 두 사람 사이에는 겉보기와 달리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갔다.결국 지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문 안으로 물러났다.그제야 시선을 거둔 진혁이 이담의 앞에 서서 물었다.“아침은 먹었어?”막 대답하려던 때,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택배 기사가 두리번거리다 이담을 발견하곤 반갑게 말을 걸었다.“안녕하세요, 주문하신 배
이담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내가 무안을 줬다고?”‘그러니까 지금 문초연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문초연은 네 상사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주면 안 되지.”진혁은 업무를 처리하는 듯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부부의 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담은 쓰라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피식 웃었다.“집도의가 나라는 거 잊지 마. 나한테 그럴 권리도 없어?”“그러는 너야말로 잊었나 본데.”진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집도의를 교체
진혁은 이담이 이혼을 언급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이혼은 안 돼.”이담은 잠시 멍해졌다.‘이혼하기 싫어하는 게 설마...’미처 희망을 품기도 전에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할머니도 동의 안 하실 거야.”곧이어 쾅 하는 문소리가 이담을 현실로 끌어당겼다.이담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 순간 솜뭉치가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이 답답했고, 자기 생각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하진혁이 나 때문에 이혼을 거절할 리 없지...’진혁은 단지 마동순이 동의하지 않을까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던 마동순이 이담과 눈을 마주쳤다.“애초에 나와 거래할 때 이런 말은 없었잖니. 왜? 후회하는 거니?”맞다. 이담은 후회하는 중이다.이담은 시큰거리는 눈을 내리깔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제가 실망을 안겨드렸어요.”마동순은 깊은 눈동자로 이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해. 난 기회를 줬어. 네가 진혁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니, 이제 하씨 가문은 너한테 빚진 거 없다.”순간 처연한 미소를 지은 이담이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그
“심 선생,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정말 강성병원으로 가려고?”병원장 주원식은 심이담의 전근 신청서를 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 순간 이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이미 결정했어요.”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한 이담을 보자, 주원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전근 신청서에 사인했다.병원장 사무실에서 나오기 무섭게, 이담은 하진혁과 의사 가운을 입은 문초연 모자를 발견하고 걸음을 우뚝 멈췄다.세 사람은 마치 화기애애한 가족 같았다.초연은 어린 남자애의 손을 잡고 진혁과 나란히 걷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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