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Chapter 261 - Chapter 270

289 Chapters

제261화

“하씨 집안이 세상을 쥐락펴락하는데, 네 힘으로 벗어나는 게 쉬울 것 같아? 하진혁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찾아낼 거야!”흥분한 경훈이 다짜고짜 이담의 손목을 콱 틀어쥐었다.놀란 이담이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경훈은 오히려 손에 힘을 더 주었다.“하진혁이 널 포기하게 만들 방법이 있어!”“경훈 선배, 일단 이것 좀 놔요!”자신이 흥분했다는 걸 깨달은 경훈이 그제야 손을 놓았다.이담은 손목을 문지르며 오늘따라 경훈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지만,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는 알 수 없었다.“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경훈이 꽉 쥐었던 주먹을 천천히 풀며 씁쓸하게 웃었다.“그렇겠지.”차를 다 마신 이담은 머리가 어지럽더니 걷잡을 수 없는 졸음이 밀려왔다.“왜 그래?”경훈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지만 눈꺼풀은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이담은 미처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테이블 위로 쓰러졌다.예상했던 일이었다.경훈의 굳게 다문 입술이 겨우 열렸다. 마치 이담에게 속삭이는 듯했다.“미안해...”경훈도 진심으로 이담을 돕고 싶을 뿐이었다.‘이담이 나와 잤다는 거짓 상황을 만들면 하진혁도 포기하겠지.’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이담에게 다가간 경훈이 막 그녀를 안아 올리려던 순간, 갑자기 룸 문이 거칠게 열렸다.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뛰어들어온 남자가 경훈의 얼굴에 거세게 주먹을 날렸다.중심을 잃은 경훈이 테이블 위로 넘어지며 그릇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입가의 피를 대충 닦아낸 경훈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지훈이 서 있었다.“형이 어떻게...”“진경훈, 너 미쳤어?”지훈이 경훈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지훈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당연히 알지!” 경훈은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난 이담이를 돕고 있는 거야. 하진혁한테서 벗어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지훈의 안색이 차갑게 굳어졌다.“이게 돕는 거라고? 넌 이담이를 망치고 있는 거야!”“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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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지훈이 방금 대화를 들었다고 생각한 명월은 민망함에 얼굴을 붉히더니, 곧바로 핑계를 대면서 얼른 병실을 나갔다.문가에 기대선 지훈이 팔짱을 낀 채 물었다.“몸은 좀 어떻습니까?”“많이 좋아졌어요.”이담이 물었다.“고 교수님이 절 병원으로 데려오셨다고 들었어요.”“그럼 누구인 줄 알았습니까?”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걷은 지훈이 대꾸했다. “그런 상태인 사람을 병원에 안 데려오고 집으로 데려갈 순 없잖습니까?”이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경훈이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몰래 마취제를 써서 쓰러뜨린 다음, 무슨 짓을 할 생각이었던 걸까?’‘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겠지?’이담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눈치챈 듯, 창틀에 가볍게 기댄 지훈이 입을 열었다.“우리 과 의사 말로는, 진경훈이 심한 불면증을 핑계로 미다졸람을 구해갔다고 하더군요.” “심 선생님도 알다시피 미다졸람은 수면 진정 효과가 강한 약물이고, 가루로 만들어 복용하면 약효가 훨씬 더 세지죠.”“내가 그 자식을 잘 아는데, 감기 걸려도 약 하나 안 먹는 놈입니다. 그런 놈이 불면증 때문에 미다졸람을 달라고 할 리가 없죠.”이담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오늘 일은 정말 감사합니다.”“고마워할 필요 없습니다.”고개를 숙여 손목시계를 확인한 지훈이 덧붙였다.“나한테 밥 한 끼 빚진 거 잊지 마시고요.”이담이 흠칫하며 물었다.“그럼 오늘 저녁에 제가 살까요?”“제가 시간 날 때 다시 얘기하죠.”“...”...이담이 금산 요양센터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저녁 8시였다.방문을 열고 들어선 이담이 멈칫했다. 창가 쪽 소파에 기대앉은 진혁이 손에 든 사진 한 장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둠에 잠긴 그의 표정은 속을 가늠할 수 없게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이담이 미간을 찌푸렸다.“왜 내 방에 있는 건데?”“기다렸어.”이담이 시선을 피했다.“기다렸다니?”진혁이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늘 별일 없었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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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하진혁!” 진혁의 옷깃을 꽉 쥔 이담이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약속이랑 다르잖아!”“심이담.” 진혁이 이담을 응시하며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네 일에 끼어들지 않는 건, 네가 내 말을 들을 때뿐이야.”숨을 들이마시던 이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담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진혁이 덧붙였다.“네가 나한테 어떻게 굴든 다 참아줄 수 있어. 하지만 다른 남자를 선택하는 건 절대 용납 못 해.”진혁이 몸을 돌려 방을 나서려 하자, 다급히 손을 뻗은 이담이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하진혁, 나 내일 병원 가야 해. 나한테 이러면 안 돼...”하지만 진혁은 이담의 손을 매정하게 떼어냈다.“병가를 내든 휴직을 하든, 핑계는 내가 알아서 만들어줄 테니까.”이담은 넋을 잃은 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진혁이 나가기가 무섭게 들어온 안나가 이담의 옷과 핸드폰을 모조리 챙겨 나갔다.굳게 닫힌 방 안에서 이담은 울지도 소리치지도 않았다. 그저 핏기 없는 얼굴로 침대 머리맡에 기댄 채 창밖의 화려한 야경만 내려다볼 뿐이었다....이담이 침실에 갇힌 지 꼬박 이틀이 지났다. 간병인과 안나가 가져다준 음식에는 입도 대지 않았다.복도로 나온 안나가 진혁에게 보고를 올렸다.“대표님, 사모님이 이틀 내내 물 한 모금 안 드셨습니다. 이러다간 정말 큰일 납니다.”아무 말도 없이 담배만 피우던 진혁은, 안나가 더 말을 잇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마침 레스토랑 매니저가 사건 당일의 전체 CCTV 영상을 진혁의 앞에 틀어두고 있었다.“하 대표님, 그날 상황입니다. 진 대표님이 레스토랑을 통째로 대관해서 사모님을 만났습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사모님이 누군가에게 안겨 나오셨을 때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당시 직원 말로는 룸 안에서 꽤 큰 소란이 있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룸에서 나온 진 대표님 얼굴에 상처가 있었던 걸 보면, 안에서 주먹다짐을 한 것 같습니다.”매니저의 말은 귓등으로도 들어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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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미쳤어?”“너만큼 미쳤을까?” 실소를 터뜨린 이담이 덧붙였다.“날 가둔다며. 그래서 원하는 대로 해주는 거잖아.”이담이 가까이 다가오자, 진혁의 몸이 돌처럼 굳어졌다. 아무 반응도 못 하던 진혁이 이담을 밀어내려고 하다가, 이내 그녀의 두 손을 잡고 그대로 꽉 끌어안아 버렸다.“그만해.”이담이 힘없이 말했다.“다짜고짜 날 가둬놓고 옷조차 못 입게 한 건 너야. 그래놓고 이제 와서 그만하라고?”진혁의 가슴이 거칠게 들썩거렸다. 품에 안은 이담을 조심스레 떼어낸 그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뱉었다.“죽 다시 가져오라고 할게.”고개를 돌린 이담은 대답은커녕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방을 나선 진혁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얼마 후 안나가 모락모락 김이 나는 죽을 들고 들어왔다.이담이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않자, 탁자 위에 죽을 내려놓은 안나가 입을 열었다.“대표님은 그저 사모님이 순순히 져주시는 모습이 보고 싶으신 겁니다. 진심이든 거짓이든, 굳이 고집을 부리시며 몸을 상하게 하진 마세요.”“사모님이 그렇게 경계하실수록 대표님은 더 포기하지 않으실 겁니다. 오히려 예전처럼 져주시는 편이 사모님께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고개를 든 이담이 안나를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그 말만 남긴 채 방을 나선 뒤였다. 텅 빈 방에서 한참을 침묵하던 이담의 시선이 천천히 죽 그릇으로 향했다....이담은 사흘 동안 병원에 출근하지 않았다.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사흘 내내 이담을 보지 못한 정우가 결국 지훈의 진료실로 찾아왔다.“심 과장님 왜 출근 안 하셔? 어디 아프신 거야?”지훈의 손이 잠시 멈췄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유는 짐작하고 있었다.“야, 말 좀 해봐. 며칠 전에 네가 심 과장님 안고 응급실로 왔다며!”지훈이 무심하게 시선을 들어 올렸다.“내가 어떻게 알아.”정우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진짜 걱정도 안 되는 거야?”“남편이 있는데 내가 걱정을 왜 해?”맞은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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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이담이 소매를 붙잡게 내버려 둔 채 진혁이 물었다.“거짓말 아니지?”이담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아니야.”“경매장 같이 갈래?”의아한 눈빛으로 진혁을 쳐다보던 이담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이담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방 안에만 며칠째 갇혀 있다 보니 미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저녁이 되자, 안나를 일반석으로 보낸 진혁은 이담을 데리고 곧장 VIP 룸으로 향했다.안나는 일반석으로 갔고, 진혁은 이담을 데리고 VIP 룸으로 향했다.보통 유명 인사들은 굳이 경매장 1층에 앉지 않았다. VIP 룸에는 경매장의 대형 스크린과 연결된 모니터가 있어서, 방 안에서도 모든 출품작과 입찰가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하 대표님, 사모님과 함께 경매에 오셨군요.”마침 2층 복도에서 소준우 회장 부부와 마주친 진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우연이네요.”소준우의 아내 신유리의 시선이 진혁의 팔짱을 낀 이담에게 머물렀다. 뛰어난 외모뿐만 아니라 기품 있는 태도까지 단번에 눈길을 끌었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이담이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곧 이담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낯익은 사람을 발견했다.고지훈이었다.이담이 멈칫했다.슈트 차림은 처음이었지만 아주 단정하게 잘 어울렸다.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과 지훈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때 이쪽으로 시선을 돌린 지훈을 향해 진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이담을 한 번 보곤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거둔 지훈이, 곁의 사람들에게 뭐라고 일러둔 뒤 두 사람 쪽으로 걸어왔다.“고 교수님도 경매에 오신 겁니까?”소준우가 놀란 듯 물었다.‘고씨 가문의 장남은 이런 자리에 통 관심이 없지 않았나?’“그냥 구경하러 왔습니다.” 이담을 지나쳐 진혁과 시선을 맞춘 지훈이 덧붙였다. “하 대표님이 강성시에 오신 지 꽤 되셨을 텐데, 아직 정식으로 인사도 못 드렸네요.”가볍게 웃어 보인 진혁이 받아쳤다.“고 교수님이 워낙 바쁘셔서 이해합니다.”이내 이담에게 고개를 돌린 지훈이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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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문초연이 그렇게 부를 땐 좋아했잖아.”초연의 이름이 나오자, 진혁은 이담의 손을 더욱 세게 움켜쥐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를 깨물었다.목덜미에 통증을 느낀 이담은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며 소리쳤다.“이거 놔!”이담을 놓아준 진혁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난 여보라고 부르는 게 더 좋아.”잠시 몸을 굳힌 이담이 이내 싸늘하게 실소를 터뜨렸다.“좋아하는 줄은 몰랐네. 그럼 예전에 불렀을 땐 왜 그딴 태도를 보인 건데?”진혁의 표정이 굳어졌다.마침 대형 스크린에 경매품들이 올라왔다. 시선을 돌린 진혁은 이담의 어깨를 감싸안고 소파로 이끌었다.“마음에 드는 거 있어?”이담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없어.”진혁은 말없이 웃었다.다음으로 나온 경매품은 루비 목걸이였다. 루비와 다이아몬드가 번갈아 장식된 목걸이가 조명 아래서 영롱한 빛을 내뿜었다.시작가는 20억이었다.진혁은 안나에게 전화를 걸어 40억에 낙찰 받으라고 지시했다.안나가 40억으로 입찰가를 올리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60억을 제시했다.경매장에는 두 사람만 남아 입찰 경쟁을 벌였다. 누군가 안나가 진혁의 비서라는 것을 알아봤지만, 맞은편 경매석에 앉은 남자는 낯선 얼굴이었다. 아마 그 역시 누군가의 비서일 터였다.객석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누가 하 대표랑 경쟁하는 거지?”“글쎄요. 대체 얼마나 돈이 많길래 하씨 집안이랑 맞붙는 걸까요?”“...”소파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면서 대형 스크린을 주시하던 진혁의 귓가에, 전화기 너머 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더 올릴까요?]“무조건 낙찰 받아.”안나가 당황한 듯 물었다.[대표님, 정말로...]“해.”진혁의 단호한 태도에 안나도 뜻을 알아차렸다.경매사가 막 낙찰 망치를 두드리려는 순간, 안나가 신호를 보내자 장내는 순식간에 술렁였다.진혁이 재력가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돈을 쏟아붓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무조건 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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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멈칫한 이담이 안나를 돌아보았다. 지훈을 힐끗 쳐다본 안나가 이담에게 다가왔다.“화장실 가신다고 하셨잖습니까? 대표님께서 모시고 오라고 하셨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이담이 지훈에게 인사를 건넸다.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훈이 생각에 잠겼다.그때 남자 화장실에서 나온 한 남자가 지훈의 곁에 멈춰 서며 불렀다.“도련님.”표정을 바꾸고 돌아선 지훈이 대답했다.“가자.”...안나와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가자, 진혁은 이미 차 안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타기가 무섭게 진혁이 갑자기 몸을 숙이며 다가왔다. 숨이 막힐 듯한 순간, 목덜미에 차가운 감촉이 스쳤다.새빨간 루비 목걸이가 이담의 하얀 목에 걸려 있었다.미소를 지은 진혁이 입을 열었다.“이 색이 너한테 잘 어울릴 줄 알았어.”이담이 물었다.“핸드폰 언제 줄 거야?”미소를 거둔 진혁이 이담의 쇄골을 손끝으로 쓸어내렸다.“쓰던 건 낡았잖아. 새 걸로 사줄게.”“쓰던 게 편해.”이담은 진혁의 손을 쳐내려고 했지만, 그는 도리어 이담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이담아, 날 밀어내지 마.”이담이 애써 외면하고 덮어두려 했던 예전의 감정들이 불쑥 솟구쳤다.‘지금껏 내가 거절당한 게 몇 번인데...’진혁의 손을 거칠게 빼낸 이담이 쏘아붙였다.“예전에 문초연이 달라는 건 다 줬으니까, 여자라면 다 보석이나 명품만 좋아하고 새것만 찾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진혁의 몸이 흠칫하며 굳어졌다.“그런 뜻이 아니야.”“쓰던 게 편하다고 했잖아. 새 건 필요 없어. 하진혁, 나한테 진짜 미안해서 보상하고 싶다면, 내가 싫어하는 걸 억지로 떠넘기지 마.”이담은 진혁의 반응을 무시한 채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앞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차 안엔 한참 동안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의외로 진혁은 순순히 대답했다.“알았어. 그럼 네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나한테 말해줘.”멈칫한 이담이 창밖을 향해 뒤통수를 보인 채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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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진혁에게 다가온 안나가 물었다.“대표님, 괜찮으십니까?”담배를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인 진혁이 지시했다.“심씨네 집을 누가 사 갔는지 알아보고 매수자한테 연락해. 돈은 더 줘도 좋으니 무조건 그 집을 다시 사들여.”심민철 부부의 죽음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지만 하빈만큼은 어떻게든 살려낼 생각이었다. 심씨 집안이 원래 갖고 있던 것들도 모두 되찾아 줄 작정이었다. 이담이 예전의 집에 살고 싶어 한다면, 자신도 그곳에 들어가 함께 살면 그만이었다. 심씨 집안 친척들이 다시 이담을 괴롭힌다면, 그땐 자신이 나서서 전부 치워버리면 될 일이었다....아들이 강성시에서 맞아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온 진무열 부부는, 비행기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경훈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경훈아!”병실 문을 연 진무열이 아내 홍미선과 함께 침대 곁으로 다가가며 아들을 불렀다.두 사람을 쳐다본 경훈이 물었다.“아버지, 어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머리에 붕대를 감은 경훈을 본 진무열은 화가 나면서도 속이 상했다.“너 이 자식... 네가 얻어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가만히 있어?”경훈이 아무 말도 않자, 진무열이 캐물었다.“대체 어떤 놈이 때린 거야!”경훈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누가 그랬는지가 뭐가 중요해요? 아버지가 안다고 한들 저 대신 따지실 수나 있어요?”진무열이 되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네, 하진혁이 그랬어요.”진무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씨 집안이라는 말에 홍미선의 표정도 싸늘하게 굳었다.잠시 갈등하던 진무열이 이내 소리쳤다.“따져야지! 당연히 따져야지! 하씨 집안의 어르신을 직접 찾아가서 따져야겠어!”“어르신을 찾아가서 무슨 소용이에요?”주먹을 꽉 쥔 홍미선이 쏘아붙였다.“자기 손자만 감싸고도는 노인네가 우리 집안 편을 들어주기나 한대요?”“어르신은 원래 사리분별이 확실하신 분이라 핏줄이라고 무조건 감싸진 않아...”“그래서 어쩌자고요? 하씨 집안에 우리 체면 좀 살려달라고 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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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전데요.”차분하게 돌아선 이담이 되물었다.“누구시죠?”홍미선이 이담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난 경훈이 엄마야. 우리 애가 아가씨 때문에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어.” “대체 어떤 대단한 여자길래 우리 애를 그렇게 만들었나 보러 왔더니. 얼굴 하나는 꽤 반반하게 생겼네.”‘진경훈이 다쳐서 입원했다고?’미간을 찌푸린 이담이 대답했다.“사모님, 전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홍미선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모르면 다야? 우리 아들이 너 때문에 하진혁이랑 싸웠는데, 네가 원흉이 아니면 누구야?”“하진혁하고 싸운 거면 하진혁한테 가셔야지, 왜 저한테 오셨어요?”정곡을 찔린 홍미선이 말문이 막힌 듯 얼굴이 굳어졌다.“하진혁이 우리 아들 건드린 건 내가 알아서 따질 거야. 하지만 너 같은 여자는 앞으로 우리 아들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제가 먼저 들러붙은 적도 없는데 억지 부리지 마세요.”더 이상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서 이담은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홍미선은 끈질기게 이담의 팔을 잡아챘다.“들러붙은 게 아니면 왜 피해? 젊은 애가 할 일이 없어서 남자나 꼬시고 다니고. 네 엄마는 주제 좀 알고 살라고도 안 가르쳤어?”거칠게 홍미선의 손을 뿌리친 이담이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로 쏘아붙였다.“저희 어머니 돌아가셨는데 사모님이 대신 가르쳐 주시게요?”홍미선이 멈칫했다.평생 대접만 받으며 살아온 자신이 저런 계집애한테 무시를 당하다니,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마침 간호사가 의료용 카트를 밀면서 옆을 지나가자, 홍미선은 카트 위에 있던 물건을 닥치는 대로 집어 들어 이담을 향해 던졌다.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간호사도, 곁에 있던 명월도 미처 말릴 틈이 없었다. 이담 역시 마찬가지였다.퍽-수혈 팩이 누군가의 몸에 부딪힌 뒤 바닥으로 떨어졌다.하지만 이담은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퍼뜩 고개를 들자,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지훈의 하얀 의사 가운은 터진 수혈 팩의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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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셔츠 단추를 채우며 지훈이 덤덤하게 대꾸했다.“그땐 아무 생각도 없었어.”“하긴, 네가...”지훈의 가슴팍에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리는 시늉을 하면서 정우가 놀려댔다.“드디어 사랑에라도 빠진 거냐?”“고 선생님, 계세요?”문을 열고 들어서던 이담이 마침 그 묘한 장면을 목격했다.순간 몸이 굳어진 이담이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죄송해요, 방해했네요. 먼저 나갈게요.”화들짝 놀란 정우가 지훈을 밀쳐내고 부리나케 뒤쫓아 나갔다.“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그런 사이 절대 아닙니다!”복도에서 정우에게 붙잡힌 이담은 한참 동안 해명을 들어야만 했다. 병실에서 지훈이 나오자, 정우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두 분 대화 나누세요, 전 이만 가볼게요!”멀어지는 정우의 뒷모습을 보며 이담이 뜬금없이 물었다.“최 선생님은 매일 저렇게 활기차신가요?”“원래 성격이 저렇습니다.”이담을 마주 본 지훈이 본론을 꺼냈다.“무슨 일로 절 찾으셨습니까?”“괜찮으세요?”결벽증 환자의 심정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아까 지훈의 표정이 몹시 안 좋았던 건 사실이었다.“괜찮습니다.”“저, 아까는 죄송했어요. 원래 제가 맞았어야 했는데 괜히 저 때문에...”“대신 맞아준 거 아닙니다.”잠시 뜸을 들이던 지훈이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덧붙였다.“미처 걸음을 못 멈춰서 그런 겁니다.”이담이 민망한 듯 웃어 보였다.“그래도 정말 죄송해요.”“죄송하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습니까?”“감사합니다.”“...”지훈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됐습니다. 다음에 또 저렇게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멀리 피하세요.”물끄러미 지훈을 쳐다보던 이담은, 강성시에 와서 그를 알게 된 지 겨우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왠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겉은 차가워 보여도 속은 꽤 따뜻한 사람이네.’“저기, 제가 오늘 밥 살까요?”고개를 돌려 이담을 쳐다본 지훈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웃음을 터뜨렸다.“이혼하고 나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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