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동생 일은 어떻게...” 이담이 멈칫하더니 물었다. “어제 다 들었어요?”“원래 들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지훈이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남편분이 하진혁일 줄은 몰랐네요.”이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가 돕겠습니다.”“도와준다고요?” 이담이 되물었다. “한 번 도와주는 건 몰라도 계속 도와줄 순 없잖아요? 게다가 교수님 제자라는 것 말고는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닌데, 왜 저 때문에 하진혁이랑 척을 지려고 하는데요?”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냥 하진혁이 꼴 보기 싫어서 그럽니다. 됐습니까?”“그건 고 선생님 사정이고,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이담이 캐리어 손잡이를 뽑아 들곤 지훈을 쳐다봤다. “그런 말 해준 건 고맙지만, 전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또렷하거든요.”이담은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안나가 이담을 발견하자 다가와서 짐을 받아들었다.이담은 말 없이 차 문을 열고 뒷좌석에 탔다.발코니에 서 있던 지훈은 차가 오피스텔 단지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봤다.그때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렸다. 꺼내서 화면을 보니 진경훈이었다.그 시각, 이담은 안나의 안내를 받아 금산 요양센터 꼭대기 층에 위치한 호텔식 VIP 병실로 향했다.하룻밤 입원비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이곳은, 고위 공직자나 재계 인사들, 유명 연예인들이 요양이나 산후조리를 위해 찾는 최고급 호텔형 병실이었다.병원이라기보다는 완벽한 고급 리조트에 가까웠다.침실 여섯 개와 욕실, 거실만 해도 네 개나 됐고, 대형 발코니와 서재, 접견실까지 갖춰져 있었다.안나가 도어록에 이담의 지문을 등록하며 말했다. “사모님 지문이 등록됐으니 지내시는 동안에는 자유롭게 출입하시면 됩니다.”이담은 짧게 대답한 뒤 안으로 들어섰다.화려한 거실에서는 간병인 여럿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안나를 발견한 간병인들이 ‘안 비서님’이라고 하며 인사했다.“이분은 심하빈 환자의 보호자이신 사모님입니다.”나이가 지긋한 간병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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