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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비밀의 결혼: Capítulo 71 - Capítulo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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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임설희는 당황한 채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잠시 후, 기척이 멈춘 것 같아 손가락 사이를 살짝 벌려보니 성준이 두 팔을 느긋하게 교차한 채,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속았다는 걸 깨달은 임설희는 민망함에 급히 손을 내렸다.“이... 이런 장난 치지 마요! 나, 나한텐 약혼자가 있다고요!”성준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약혼자? 그게 설마 나를 말하는 건가?’“왜 웃어요? 난 약혼자한테 절대 배신 같은 거 안 해요! 당신이... 당신이 설령 나한테 관심 있다 해도 난 절대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요!”성준의 미소는 점점 짙어졌다.앞선 몇 번의 만남에서도 그녀가 자신이 ‘그 약혼자’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걸 눈치채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도 모른다는 건, 감각이 둔해도 너무 둔한 거 아닌가 싶었다.“정말 나 혼자 오해하고 있는 게 맞아요? 여기까지 날 따라 들어온 건 당신인데.”그 말에 임설희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그리고 한 박자 늦게야 여기가 탈의실이라는 걸 알아챘다.“탈의실인 줄 몰랐어요... 당신이 좀 알려줬으면 됐잖아요!”“그럼 지금은요?”성준이 미간을 살짝 좁히며 묻자 임설희는 한 발짝 물러났다가 망설이듯 걸음을 멈췄다.나가는 게 맞다는 건 알았지만 지금 나가버리면 그 ‘5분’의 기회를 영영 놓쳐버릴 것만 같았다.애초에 이 사람이 공사 시작 전부터 도망치듯 청화포까지 내려온 걸 보면 정말로 시간을 줄 마음은 없었던 거다.“흠, 여기도... 꽤 괜찮은 자리네요.”“뭔 소리예요, 그게.”“지금 이 타이밍에 우리 프로젝트 협업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구요. 사실 금원 쪽이랑 손잡는 게 성종그룹엔 훨씬 이득이거든요...”본격적으로 말을 이어가려던 순간, 성준이 갑자기 그녀 앞으로 한 걸음 바짝 다가섰다. 한 손은 그녀 등 뒤 사물함에 가볍게 짚고 상체를 숙이자 장난스러운 눈빛과 함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젖은 머리칼이 이마를 타고 내려와 턱선에서 물방울로 흘러 떨어졌고 뽀얀 피부와 높고 단정한 콧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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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성준은 커튼 뒤에서 눈빛을 피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임설희를 힐끔 쳐다보더니 곧 커튼 틈 사이로 자신의 비서가 들어오는 걸 보고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이 여자는 지금까지 자기 약혼자가 내 비서인 줄 알고 있었던 거야?’“당신 설마...”“쉬! 제발 말 좀 하지 마요! 그 사람 오해한다고요!”“나 그냥...”“조용히 하라니까요! 성 대표님, 이 자리에서 간통남 되고 싶어요?”성준은 이건 어이가 없어서 화도 안 날 정도였다그래도 ‘간통남’ 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그는 아무 말 없이 커튼을 쳐내고 태연하게 밖으로 걸어 나갔다.임설희는 온몸이 긴장으로 굳은 채 커튼 틈으로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그가 나서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끝났어... 이번엔 진짜 망했어.’“대표님, 10분 뒤에 회의 시작입니다.”하정민은 커튼 뒤에서 성준이 나오는 걸 보고 잠시 놀란 기색을 보였지만 노련한 비서답게 그런 감정은 겉으로 내비치지 않았다.“먼저 가서 준비해.”“네.”하정민이 자리를 비우자 성준은 아까 임설희가 막아섰던 사물함 문을 열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가 옷을 다 갈아입는 동안, 커튼 뒤에 숨어 있던 그녀는 미동도 없이 버티고 있었다.“계속 거기 숨어 있어도 돼요. 근데 누가 와서 여자 변태로 오해해서 끌어내기라도 하면 난 책임 못 져요.”장난스럽고도 여유로운 그의 목소리에 커튼 안쪽이 잠시 조용하더니 이내 쭈뼛대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그래서, 당신이 진짜 김 회장님의 아들이라는 거예요?”“네.”“하지만... 어떻게...”“왜요, 안 믿겨요?”“솔직히 둘이 별로 안 닮았거든요.”“엄마 닮으면 안 돼요?”“아, 아뇨! 당연히 되죠. 그... 성 대표님 먼저 가보세요. 저는 아직...”임설희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나름대로 얼굴 두껍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지금 이 상황은 도저히 감당이 안 됐다.그때 발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런데 점점 멀어지는 게 아니라 더 가까워졌다.“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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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방이 하나도 없다고요?”“지금은 관광 성수기인 데다 주말이라 모든 객실이 이미 예약 완료되었습니다.”임설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다른 호텔로 가야겠네요.”“다른 호텔도 사정은 비슷할 겁니다.”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늘 밤 잘 곳도 없는 상황인데 어디든 직접 가서 확인해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섬 안의 호텔들을 하나씩 찾아다녔지만 정말 단 하나의 빈방도 남아 있지 않았다.결국 처음 호텔 앞으로 되돌아온 그녀는 로비 앞 벤치에 털썩 앉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았다.그때, 송시운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내 침대 반쪽은 비어 있어. 너한테 내줄게.]임설희는 이를 꽉 물었다.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그녀의 예약을 취소하게 만든 뒤, 어쩔 수 없이 자기 방으로 오게 하려는 수작이었다. 그리고 그 방에 들어가는 순간 이후의 상황은 불 보듯 뻔했다.‘비열한 자식!’더는 당할 수 없었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벌떡 일어난 그녀는 호텔 로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런데 막 일어서자마자 멀찍이서 나란히 걸어 나오는 송시운과 박연우가 눈에 들어왔고 둘은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그녀를 전혀 보지 못한 채 호텔을 빠져나가는 중이었다.임설희가 다가가서 따지려던 그 순간, 옆쪽 문에서 청소 담당 직원 두 명이 나와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어머, 저기 저 둘이야!”한 아주머니가 송시운과 박연우를 가리키며 말했다.다른 아주머니가 고개를 돌려 그쪽을 보더니 낮게 물었다.“진짜야? 진짜 그 일이 있었다고?”“진짜지! 우리 객실부 사람들이 몇 명이나 봤다니까. 아마 3년 전이었을 거야. 저 남자가 신혼여행으로 새 신부랑 이 섬에 왔었거든. 우리 호텔에 묵었는데 셋이서 왔지. 남자, 신부, 그리고 저 여자. 신부 친구라더라.”임설희의 손끝이 서늘해졌다.“신혼여행 첫날 밤에 말이야, 둘이 짜고 신부를 만취하게 만들어서 침대에 눕힌 다음 바로 옆에서 둘이 엉겨 붙었다니까. 내가 그날 숙취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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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끝난 줄 알았어? 천만에.’임설희는 도저히 이대로 끝낼 수 없었다.송시운의 얼굴에 와인을 끼얹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그대로 남은 와인을 전부 그의 머리 위에 들이부었다. 박연우가 비명을 지르며 막아서려 했지만 그 바람에 그녀에게까지 와인이 튀었다.“임설희, 미쳤어? 그만 좀 해!”박연우가 놀라 외쳤고 잠시 멍하니 있던 송시운도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벌떡 일어섰다.“임설희,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그는 험한 얼굴로 그녀의 손에서 와인병을 빼앗으려 들었지만 이미 병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오히려 임설희는 병목을 꽉 움켜쥐고 그대로 식탁 위에 병을 내리쳤다.퍽!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가까이 있던 송시운과 박연우의 얼굴에 몇 조각이 튀어 작은 상처를 냈다.하지만 그건 그녀가 정확히 계산한 결과였다. 주변 테이블과의 거리는 충분했고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할 의도는 처음부터 없었다. 이건 오로지 그 둘만을 향한 응징이었다.그녀의 강렬한 분노에 눌려 송시운과 박연우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임설희는 그들을 노려보았다.처음엔 조롱이라도 하며 분풀이만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이제는 다르다.이제는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고 그들을 무릎 꿇게 만들고 참회하게 만들 것이다.‘기다려. 너희가 내 앞에서 울면서 용서를 구하는 그날까지 난 절대 멈추지 않을 거야.’이를 악문 채 돌아선 그녀는 곧장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근처에 있던 작은 편의점으로 들어가 눈에 띄는 술병 하나를 집어 들고 계산을 마친 뒤 호텔 앞 벤치에 털썩 앉았다.병째로 연거푸 몇 모금을 털어 넣고 나서야 속에서 치밀어 오르던 분노가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괜찮아, 임설희. 넌 이제야 그들이 어떤 인간인지 제대로 본 거야. 다시는 속지 마. 그들을 미워해도 괜찮아. 하지만 너 자신을 망가뜨리진 마. 넌 아무 잘못도 없어.’‘복수하고 싶다면 제대로 확실하게 해.’스스로에게 되뇌며 또 한 모금, 또 한 모금을 넘겼고 병이 거의 비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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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사실, 억지스러울 것도 없었다. 어차피 아이를 가질 계획이라면 이런 일쯤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니까.“눈 감아요.”성준이 낮고 유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네?”“계속 보고 있으면 나만 손해잖아요.”임설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울컥한 감정이 치밀어 올라 성준의 손을 툭 하고 쳐냈다.“당신 지금...”“걱정하지 말아요.”성준은 그녀의 말을 도중에 끊고 담담한 어조로 이어갔다.“나는 헛수고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 그러니까 당신이 약 먹는 이 석 달 동안은 절대 손대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은 집어넣어요.”‘헛수고?’순간 말뜻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 임설희는 술기운에 흐릿해진 머릿속을 더듬어 생각을 굴리기 시작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다.성준이 그녀와 몸을 섞으려는 목적은 단 하나, 아이를 갖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몸을 회복 중이라 임신이 어려운 상태였고 그런 지금 스킨십을 해봤자 그에겐 말 그대로 ‘헛수고’인 셈이었다.이해가 닿자 임설희는 피식 웃으며 입꼬리를 비꼬듯 올렸다.“말은 그럴듯하네요... 설마 진짜 그쪽이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뭐라고?”성준의 눈썹이 꿈틀하며 움직였다. 그러자 임설희는 일부러 그의 아래쪽을 흘끔 내려다보며 도발하듯 말을 이었다.“내가 보기엔 약은 당신이 먹어야 할 것 같은데요? 괜히 나만 고생하게 만들지 말고요.”그 말에 성준의 눈빛이 스르륵 가늘어지더니 곧장 그녀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거리를 좁혀왔다.“지금, 나한테 하는 소리예요?”“아니면 약을 왜 먹겠어요?”임설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받아쳤다.“누가 내가 약 먹는다고 했죠?”“그날 그 한의사 할아버지가...”그 말을 하던 임설희는 퍼뜩 깨달았다. 그날 성준이 진료를 받으러 간 게 아니라 그녀가 임신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하러 갔던 것이었다.성준은 코웃음을 치며 비웃듯 말했다.“이제야 눈치챈 모양이네요?”임설희는 비로소 모든 걸 이해 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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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단정한 단발머리의 여인은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풍기며 다리를 꼬고 의자에 살짝 기대앉아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진우 그룹, 확실히 실력 있는 회사죠.”그 말에 박연우의 눈이 반짝 빛났다.“임 팀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든든하네요. 덕분에 마음이 놓여요.”여자는 휴대폰 화면을 잠깐 들여다보더니 다시 시선을 들며 말을 이었다.“다만 디자인 시안은 조금 손봐야 할 것 같아요. 꼭 필요한 수정이니 괜히 트집 잡는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절대요! 오히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알려주시면 저희도 빠르게 수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박연우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연락처를 교환하려 했고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그럼 이따가 제가 정리해서 보내드릴게요. 수정만 잘 되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기쁨을 감추지 못한 박연우는 활짝 웃으며 송시운과 눈을 맞췄고 이어 가방에서 두툼한 종이봉투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굳이 열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이 갔다.“저희 마음입니다. 꼭 받아주세요.”여자는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저었다.“이건 곤란한데요. 누가 보기라도 하면...”“절대 입 밖에 안 낼게요. 게다가 저희가 이걸 드리는 건 그저 임 팀장님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요.”박연우가 웃으며 말끝을 흐리자 송시운도 진우 그룹의 후계자답게 여유로운 미소로 거들었다.“작은 성의일 뿐입니다. 의미 두실 필요는 없어요. 편하게 받아주세요.”여자는 난처한 듯 한동안 망설이다가 박연우가 거듭 권하자 마침내 봉투를 재빠르게 자신의 가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그럼 앞으로 좋은 협업이 되길 기대할게요.”그녀가 와인잔을 들어 올리자 박연우도 황급히 잔을 들었고 송시운은 여유롭게 잔을 들어 가볍게 기울이며 두 사람과 잔을 부딪쳤다.여자가 자리를 뜨고 객실로 돌아가자마자 박연우는 들뜬 얼굴로 송시운의 팔을 붙잡았다.“임 팀장 표정 봤지? 우리 시안, 이거 무조건 통과야! 이번 프로젝트 진짜 성사된 거라고!”송시운도 긴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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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그래?”임설희는 간신히 터질 듯한 웃음을 삼키며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한마디 조언하자면 더 이상 고집부리지 말고 얼른 아버님, 어머님께 사과해. 시운 씨한테도 솔직하게 잘못 인정하고. 그러면 혹시라도 그분들이 널 용서해 줄지도 모르지 않겠어?”“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박연우는 실망감에 찬 눈빛으로 눈썹을 찌푸리며 못마땅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큰 잘못을 했지. 시부모님께 효도하고 그분들을 최우선에 두며 남편에게 순종하고 하늘처럼 섬기는 것, 그게 제대로 된 아내의 태도야.”그 말을 들은 임설희는 참다못해 헛웃음을 터뜨렸다.“와, 대체 어느 시대에서 타임슬립이라도 하고 오신 거예요? 수백 년간 여성들이 목숨 걸고 깨부순 족쇄를 넌 스스로 기꺼이 다시 차고 있네?”“너랑은 진짜 말이 안 통해.”박연우는 입술을 꾹 다문 채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송시운을 밀며 말했다.“이런 사람이랑은 말 섞을 필요도 없어요. 우리 그냥 프로젝트부터 잘 마무리하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후회할 날이 오겠죠.”두 사람이 자리를 뜨고 나서 잠시 후, 임설희의 휴대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조금 전 그녀가 몰래 찍어 보낸 여성 임원의 사진을 받은 서준호가 바로 답장을 보내온 것이었다.[그 사람, 우리 회사에서 이미 해고됐어요. 협력업체랑 사적으로 접촉하다 금품 수수한 게 들통났거든요.]“아하, 그래서 금원 프로젝트 얘기를 그렇게 잘 알고 있었던 거구나.”임설희는 피식 웃으며 혼잣말했다.“송시운, 박연우.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한심할 수 있어?”“그렇게 성의껏 선물까지 건넬 거면 최소한 그 여자가 누군지는 제대로 확인이나 했어야지. 어떻게 이렇게까지 속을 수 있냐고...”그렇게 중얼거리며 방으로 막 들어섰을 무렵,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하 비서입니다.”바로 그 임설희가 예전에 약혼자라고 착각했던 성준의 비서였다.그는 성 대표가 중요한 서류를 방에 두고 나왔고 곧 회의가 시작될 예정이니 급히 가져다줄 수 있느냐고 정중히 부탁했다.임설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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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임설희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이 남자, 또 무슨 수작이야?’“지금 뭐 하는...”“한 분이 나를 사위로 들이고 싶어 하시더라고.”성준이 무심한 듯 담담하게 말을 잇자 임설희는 눈을 깜빡였다.“네?”그 말뜻을 이해하느라 머리가 잠깐 멈춰 섰다.“정중하게 거절하긴 좀 그래서 하 비서한테 당신을 데려오라고 했어요.”그 순간, 임설희 머릿속에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중요한 문서를 방에 두고 나왔다는 건 전부 핑계였고 결국은 이 어이없는 연극을 보여주려고 날 여기까지 부른 거였네.’“그냥 말로 하지. 굳이 이런 식으로 날 속일 필요는 없잖아요.”“내가 말했으면 당신이 왔겠어요?”“당연히 왔죠. 대신, 성 대표님이 제 제안서 진지하게 들어준다는 조건이라면요.”“그럴 줄 알았어요.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그렇게 말하며 그는 그녀의 어깨를 놓아주었고 임설희는 그 틈을 타 고개를 돌려 뒤를 힐끗 살폈다.아니나 다를까, 나이 지긋한 남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를 떠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로 그 사람 앞에서 보여주기 위한 철저한 연출이었다.다시 성준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주머니를 뒤적이고 있었다.임설희는 자신의 가방에서 라이터를 꺼내 들며 활짝 웃어 보였다.“저, 그냥 방패 역할만 하는 줄 알았죠? 사실 여러모로 케어도 가능하답니다.”성준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얼굴을 돌려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깊게 들이마신 뒤, 피식 웃었다.“모든 고객사에 이렇게 전방위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예요?”“당연하죠. 고객은 곧 하늘이니까요.”“그럼 나도 한번 제대로 대접받아 볼까요?”성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임설희는 눈동자를 슬며시 굴리더니 그의 넥타이를 살짝 잡아당겼다.“그럼 오늘 밤, 침대에서 정성껏 불러드릴까요? 우리 고객님.”성준은 그녀를 흘긋 바라보다 담배를 깊게 빨았다.“내가 손해 보는 것 같은데요.”임설희는 못마땅하다는 듯 눈을 흘기며 입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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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임설희는 눈을 치켜떴다.‘아니, 애초에 내가 먼저 와 있었거든?’“설희야, 설마 너 여기 점심 먹으러 온 거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박연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비웃었다.“아닌데? 나 여기 점심 먹으러 왔는데.”임설희는 시치미를 뚝 떼고 대꾸했다.“여기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식당이 아닌 거 너도 알지 않아?”박연우는 마치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뻔뻔하게 말했다.그러자 송시운이 깊게 숨을 내쉬며 참다못한 듯 끼어들었다.“제발 여기서 창피하게 굴지 마.”“내가 창피하게 굴든 말든 당신이 뭔 상관인데?”임설희의 눈빛에는 단 한 점의 굴욕도 없이 당당했다.그 말에 송시운은 정색하며 쏘아붙였다.“이 프로젝트는 이제 다시 네 손에 돌아올 가능성 없어. 왜냐고? 간단해. 넌 애초에 그럴 능력이 없으니까.”임설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맞아. 나 너희 둘 같은 능력은 없어.”‘사기꾼한테 속는 재주라면 나한텐 그런 재능 없어도 되거든.’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여자가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송 대표님, 이분은?”송시운이 한 박자 느리게 대답했다.“아... 제, 제 아내입니다.”그 말에 여자는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 전 여기 이분이 아내인 줄 알았네요. 두 분이 너무 잘 어울려 보여서요.”여자는 장난스럽게 말을 덧붙였고 임설희는 참지 못하고 여자를 향해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속은 뻔히 보이는 사기꾼일지 몰라도 눈썰미 하나는 확실하네.’송시운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마침내 소리쳤다.“임설희, 당장 나가!”“싫은데?”“정말 직원 불러서 끌려 나가고 싶어?”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침 레스토랑 직원이 다가왔다.“실례합니다, 고객님. 혹시 예약하셨을까요?”“예약 안 했어요. 그냥 내보내 주세요.”송시운이 먼저 나서서 급히 말했다.직원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공손히 말했다.“예약이 없으시다면 죄송하지만 오늘은 자리가 모두 찼습니다.”박연우는 비웃음을 담아 입꼬리를 스윽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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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이 레스토랑은 풍경만 좋은 게 아니었다. 음식 맛도 훌륭했고 서비스까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게다가 공짜로 한 편의 쇼까지 감상하고 나니 임설희는 식당을 나설 때 기분이 제법 상쾌했다.그런데 막 문을 나서려는 순간 송시운이 급히 뒤쫓아왔다.“308.”“뭐라고?”“내 방 번호야. 오늘 밤, 거기로 와.”그 말투는 꼭 뭔가 대단한 시혜라도 베풀어주는 것처럼 들렸다.임설희는 허탈한 웃음을 흘리고는 그를 쳐다보는 것조차 아까운 듯 고개를 돌렸다.“설희야, 난 널 사랑해. 너를 위해서라면 내 자존심도 내 원칙도 다 내려놓을 수 있어. 네가 그동안 한 못된 짓들도 다 참아줬잖아...”‘꺼져, 이 미친놈아.’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욕설을 간신히 참으며 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금원 그룹 프로젝트, 당신도 봤잖아. 계약 확정까지 거의 다 왔어! 난 원래 말한 건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야. 정말 나랑 이혼하고 싶어?”‘이혼? 웃기고 있네.’“오늘 밤 내 방에 와. 그러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어. 이건 내가 너한테 주는 마지막 기회야.”그 말에 임설희는 더는 참지 못하고 걸음을 멈췄다. 두 주먹이 저절로 말아쥐어졌다.송시운은 그녀가 멈춰 선 걸 보며 드디어 마음이 움직인 줄 알고 두 손을 느긋하게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너도 날 사랑하는 거 알아. 사랑하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거지. 나 같은 남자, 놓치면 다시는 못 만나. 물론 우리 부모님한텐 사과해야 해. 대신 내가 옆에서 같이 있어줄게.”‘그래, 참을 만큼 참았다. 임설희.’임설희는 주저 없이 그의 앞으로 다가가 그대로 송시운의 턱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예상치 못한 일격에 송시운은 휘청거리며 두세 걸음 물러섰고 이내 이를 갈며 고함쳤다.“임설희, 미쳤어? 너, 이혼 서류 받을 준비나 해!”“부디 빨리 보내줘.”임설희는 콧방귀를 뀌듯 말하며 기분이 다 풀린 듯 가볍게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임설희, 잘 들어! 앞으로 무릎 꿇고 빌어도 난 널 절대 용서 안 해!”“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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