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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비밀의 결혼: Capítulo 81 - Capítulo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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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이러지 말아요!”“난 원래 이런 식으로 일해. 내 기분만 좋으면 당신네 회사 디자인 시안? 손 하나 안 대도 통과시켜 줄 수 있어. 근데 내가 기분이 상하면 그 프로젝트는 꿈도 꾸지 마.”송시운의 얼굴이 순간 파랗게 질리더니 이내 벌겋게 달아올랐다.“당신 지금 나를 뭐로 보는 거야?”“뭐로 보긴. 남자로 보니까 만지는 거지. 아니었으면 내가 네 몸에 손을 대긴 왜 대?”여자는 거리낌 하나 없이 말하더니 이번엔 송시운의 몸에 다시 한번 손을 슬쩍 얹었다.그 장면은 말 그대로 눈 뜨고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저 여자는 돈만 사기 치는 게 아니었어. 먹고 마시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색까지 탐하다니...’임설희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 고개를 내밀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발소리에 화들짝 놀라 탈의실 반대편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그리고 곧 박연우가 환하게 웃으며 탈의실 쪽으로 걸어왔다. 그런데 안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목소리에 그녀는 걸음을 멈췄고 여자의 노골적인 음담패설이 귀에 들어오자 그 환한 얼굴은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내 남편한테 손대지 마!”그녀는 고함을 지르며 문을 박차고 들어갔고 안에 있던 여 사기꾼과 곧장 언성이 오가기 시작했다.“네 남편? 걔는 유부남이야. 넌 고작해야 불륜녀겠지.”“우린 혼인신고까지 했다고! 내가 정식 아내야! 감히 우리 남편한테 손을 대? 내가 가만있을 줄 알아?”“나한테 손끝 하나라도 대 봐. 너희 회사, 우리랑 협력은 물 건너간 줄 알아!”“퉤! 늙다리 같으니라고!”“뭐? 지금 나 늙었다고 한 거야?!”탈의실 안에서는 고성과 쾅쾅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안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머리채 잡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임설희가 다시 살짝 고개를 내밀었을 때, 둘은 이미 머리채를 부여잡고 서로 얼굴을 틀어잡은 채 바닥을 굴러 나오고 있었다.그 소란은 금세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어느새 주변에는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송시운은 그 꼴을 더 이상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지 탈의실 안에서 부랴부랴 옷만 갈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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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목적을 달성한 임설희는 오후 첫 배를 타고 운성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반면, 성준은 업무를 마치는 시간이 늦어 마지막 배를 탈 수밖에 없었다.“그럼 제가 성 대표님을 기다릴게요.”물론,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인사였다.“그래요.”그런데 성준은 전혀 그 말에 예의를 갖출 생각조차 없어 보였고 임설희는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려 멋쩍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바꿨다.“생각해 보니 여기서 성 대표님을 방해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요. 전 먼저 가서 제안서 준비부터 하겠습니다.”성준은 흘긋 그녀를 바라보더니 비꼬는 듯한 말투로 한마디를 툭 던졌다.“이젠 날 그냥 협력사 대표로 대하려는 모양인데 다음번에 내가 옷 갈아입는 도중에 또 들어오면 경찰 부를 거니까 각오하세요.”“그럼 남편으로 보면요?”“그래도 자제해줬으면 좋겠어요.”성준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내가 무슨 남색을 밝히는 여자도 아니고, 자제를 하라니...’속으로 투덜거리던 임설희는 말은 삼켰다. 성준은 마지막 단추를 채운 뒤 문턱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아, 맞다. 약 꼭 챙겨 먹어요.”그가 떠나자 임설희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가 이내 침대 위로 폴짝 뛰어올라 몇 번이나 데굴데굴 구르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러다 이 좋은 소식을 혼자만 알고 있을 수 없어서 곧장 서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임 팀장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분 입에서 ‘오케이’란 말이 나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세요? 회장님도 몇 번이나 퇴짜 맞으셨다니까요.”“그래요? 저는 그래도 아버지인 김 회장님 체면은 좀 봐주지 않을까 싶었는데요.”“성 대표님은 일할 때 사적인 감정 절대 안 섞어요. 철저하게 원칙주의자죠.”“그래요...”‘그렇다면 오늘 성 대표 마음을 움직인 건 내가 그의 약혼녀여서가 아니라 순전히 ‘5분짜리 프레젠테이션’ 때문이었다는 뜻이겠네.’임설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넘기고 이내 프로젝트팀과의 협업 방식에 대한 논의로 화제를 돌렸다. 당분간 얼굴을 직접 드러내진 않겠지만 팀원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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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한바탕 망신을 당하고 나니 박연우는 괜한 잡념은 접고 오직 디자인 시안 수정에만 몰두하기로 했다.늦은 오후, 임설희는 흐릿해진 정신을 깨우기 위해 주방으로 나가 커피를 내렸다. 따뜻한 머그잔을 손에 들고 다시 서재로 들어서던 순간, 뜻밖에도 그곳엔 박연우가 있었다.그녀는 임설희의 디자인 시안을 들고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그거, 당장 내려놔.”그동안의 도발은 장난처럼 넘겼을지 몰라도 일에 있어선 철저하게 선을 긋는 임설희였다. 박연우는 그녀의 단호하고 차가운 반응에 다소 당황한 듯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결국 얌전히 시안을 내려놓았다.“요 며칠 계속 서재에 틀어박혀 있던데 이거 하느라 그런 거야? 근데 너 지금 일 안 하고 있잖아? 혹시 다른 회사에 취직한 거야?”“그건 네가 알 바 아니야.”임설희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단호히 말을 잘랐다.“얘, 우리 사이에야 이런저런 오해도 있었지만 난 널 여전히 제일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 그런데 이렇게까지 벽을 치면 안 되지. 네가 어디서 일하든 적어도 나한텐 숨기진 말아야 하는 거 아니야?”“지금 너랑 얘기할 시간 없어. 나가 줘.”임설희는 눈길조차 피하지 않고 냉정한 어조로 단호히 내쫓았다.“임설희.”“여기가 누구 집인지 잊었어? 내가 너까지 내쫓아야 정신 차릴래?”마지막 한마디는 거의 쏘아붙이듯 감정 없는 냉기로 뱉어졌다. 말끝이 매서웠던 탓에 박연우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콧소리 섞인 짧은 숨을 내쉬고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임설희는 길게 숨을 내쉰 뒤 그 어지러운 감정들과 박연우의 잔상까지 머릿속에서 밀어냈다. 그리고 다시 집중을 다 해 시안을 다듬기 시작했다.그날 밤도 결국 서재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고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뒤척이다가, 아침부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억지로 눈을 떴다.“설희야, 나야.”업계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유현아였다.“너, 진우 그룹에서 해고당했다며? 그것도 프로젝트 기획안을 경쟁사에 유출한 죄로.”“현아 선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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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결국, 그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그토록 돌려 말하던 이유를 이제야 입 밖에 꺼낸 것이다.“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이 집안에서 쫓겨나야 한다라...”‘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말을 그렇게 당당하게 내뱉을 수 있지?’“내가 아이를 못 낳게 된 건 송시운 씨를 구하려다...”“그만해!”임설희의 말을 가로막은 건 최현숙이었다. 얼굴엔 분노가 가득 서려 있었고 목소리는 비수처럼 날카로웠다.“그 일로 우리 집을 붙잡아두려는 수작인 거 다 알아! 누가 알아, 네가 그때 무슨 목적이었는지. 시운이를 구한 것도 그걸 핑계로 우리 집안 재산 노리고 결혼하려던 거였을지 모르지!”“지금 뭐라고 하셨어요?”“네가 시운이를 구한 목적이 순수하지 않았단 얘기야. 속셈은 뻔하지. 결국 그 사고로 아이를 못 갖게 된 건 네가 지은 죗값을 받은 거지.”“송시운.”임설희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가며 그녀는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입이 있으면 뭐라도 말해봐. 내가 당신한테 뭘 탐낼 게 있었는지!”그는 자신이 진우 그룹의 후계자란 사실을 철저히 감춘 채 그녀 곁에 있었고 그녀는 그 어떤 계산도 없이 오직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위험 속에서 자신을 던졌었다.하지만 지금 그가 보여주는 표정은 건조하기 짝이 없었다.“임설희, 그땐 내가 너더러 구해달라고 한 적 없어.”그 한마디에 마음속의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졌다.심장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듯했고 그 말은 그녀의 뼛속까지 무참히 파고들었다.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아직도 송시운을 마음 한편에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6년이란 시간 동안, 죽음 앞에서도 자신을 던져가며 지켜낸 감정은 그만큼이나 진심이었지만 동시에, 그 사랑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도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아들, 당장 이혼해!”그 틈을 놓치지 않고 최현숙이 날을 세워 말했다.“엄마, 그건 제가 알아서 결정할게요.”송시운은 얼굴을 찌푸리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시운아.”이번엔 송영석까지 나섰다.“네 감정 문제에 관여하지 않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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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이번 디자인 시안, 지난번보다 더 엉망이에요. 상상이나 돼요?”임설희는 조용히 웃음을 흘렸다.박연우의 그림 실력이 어떤 수준인지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기에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고 오히려 예상했던 대로였다.“임 팀장님, 그럼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반려하고 수정할 포인트 몇 군데 짚어서 다시 보낼까요?”임설희의 눈동자에 서늘한 기운이 서렸다.“아니요, 이번엔 그럴 필요 없어요. 대신 그쪽 팀에 전해주세요. 내가 그들 ‘가족 전원’을 식사 자리에 초대한다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박연우까지 포함해서요.”“무슨 생각이세요?”“말 그대로예요. 식사 대접을 하려고요. 진심으로.”전화를 끊은 임설희는 그 일은 잠시 접어두고 다시 서재로 돌아가 하루 종일 업무에 몰두했다. 해가 지고 허기가 밀려오자 배달 음식을 시킬까 고민하던 찰나 맞은편에서 익숙한 고함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송씨 가문의 대문 앞에 각종 물건들이 마구잡이로 내던져져 있었다.옷가지며 구두, 장식품, 책까지 모두 그녀의 물건들이었다.“이런 쓰레기 같은 걸 우리 집 앞에 왜 둬? 여긴 쓰레기장이 아니거든!”“아직도 우리가 다시 받아줄 거란 착각을 하나 본데 천만에! 어림도 없지!”“자기 꼬락서니도 모르고 다시 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웃기지도 않아. 우리가 버린 걸 누가 주워가든 말든 이제부터는 상관도 안 해!”임설희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대로 현관문을 박차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구두는 한 짝씩 뿔뿔이 흩어져 있었고 옷은 밟혀 더럽혀졌으며 책은 흙먼지에 엉망이 되어 너덜너덜 찢겨 있었다.‘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순간, 분노가 폭발한 그녀는 주저 없이 뛰어 들어가 최현숙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고, 있는 힘껏 뒤로 잡아당겼다.“뭐야, 임설희! 너 미쳤어? 감히 날 건드려?”최현숙의 괴성이 끝나기도 전에 임설희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후려치려 했으나 바로 옆에서 송시운이 달려들며 그녀를 밀쳐냈다.“임설희, 네가 어떻게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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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저녁 자리는 송시운과 박연우가 결혼 3주년을 기념하며 함께 식사했던 바로 그 정원 레스토랑으로 예약되었다.다음 날, 임설희가 외출하려고 현관문을 열던 순간, 마침 송씨 가족도 동시에 문을 나서는 중이었다.이번 저녁 식사에 꽤 신경을 쓴 듯 모두 정장을 갖춰 입고 단정하게 꾸민 상태였다.“어서 이 쓰레기들 좀 치워! 우리 집 문 앞 막지 말라고!”최현숙은 거드름을 피우며 바닥에 떨어진 책 한 권을 발끝으로 툭 차기까지 했다.임설희는 그런 그녀를 묵묵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좋아. 오늘 저녁, 저 책들을 네 손으로 다시 하나하나 주워 담게 해줄게.’‘기대해. 당신이 밟아놓은 그 책들 네 입으로 핥아서라도 깨끗하게 만들어야 할 테니까.’“설희야, 설마 너도 그 저녁 식사에 참석하려는 건 아니지?”박연우가 그녀의 옷차림을 힐끔 훑으며 의심 가득한 눈빛을 던졌다.“어머, 그러고 보니 진짜네. 정장 드레스에다가 화장도 진하게 하고 어딜 그렇게 멋 부리고 가는 거야? 꼭 남자 하나 꼬시러 나가는 여우 같잖아.”최현숙은 입을 삐죽이며 비웃음을 감추지도 않았다.“됐어. 시간 아깝게 저런 애랑 말 섞지 마.”송영석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한마디 툭 내뱉었고 그제야 최현숙도 고개를 홱 돌려 박연우의 팔짱을 끼고 먼저 차로 향했다.마지막까지 뒤처진 건 송시운이었다.그는 떠나기 직전까지도 끝내 임설희를 노려보며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마도 그녀가 사과하거나 매달리거나 뭐라도 말해주길 바랐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듣지 못하자 그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 갔다.임설희는 그들이 모두 떠나고 나서야 조용히 차에 올랐다.“기사님, 천천히 가주세요. 우리는 서두를 필요 없어요.”레스토랑엔 송영석 일행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그들은 한껏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금원 측 관계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들었지? 이번에 새로 임명된 여자 책임자, 꽤 신비주의라더군. 프로젝트팀이랑도 화상회의로만 소통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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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서준호는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럼 제가 정식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은 임설희 씨, 저희 금원 프로젝트 부서의 새 책임자입니다. 앞으로 쇼핑몰 프로젝트는 이분께서 총괄하게 됩니다.”그 말이 끝나자마자 송가 사람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어졌다.충격과 혼란이 뒤섞인 시선이 테이블 위를 오갔고 그들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 틈을 타 서준호는 아주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저희 회장님께서는 임설희 씨의 능력을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진우 그룹에서 흔쾌히 사람을 내주신 덕분에 저희 금원이 이분을 모셔 올 수 있었죠. 이제는 금원의 중심축이 되어줄 분입니다.”“이거... 무슨 농담 같네요.”박연우는 애써 웃어 보였지만 그 웃음은 점점 힘을 잃었고 입꼬리는 어색하게 떨렸다.“설희야, 서 부장님 하신 말씀이 다 사실이야?”송시운은 목이 턱 막힌 듯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최현숙은 이미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얼어붙었고 송영석은 얼굴이 붉어졌다가 하얗게 질리기를 반복하며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그들의 반응을 차분히 바라보던 임설희는 조용히 그러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서준호와 함께 송가 사람들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다 아는 사이잖아요. 너무 불편해하지 말고 편하게들 앉으세요.”결국 송시운만 빼고 모두 자리에 앉았다.그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비틀거리듯 의자에 와서 털썩 주저앉았다.“오늘 이렇게 여러분을 모신 건 뭐랄까...”임설희는 말을 잠시 멈추고 그들의 시선을 모두 끌어모은 뒤 입꼬리를 비틀며 다시 입을 열었다.“이 레스토랑, 음식이 꽤 괜찮더라고요. 다들 한 번쯤 맛보시라고요.”“설희는 업무에 있어 언제나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죠. 그런 점에서 난 설희를 정말 높이 평가합니다.”송영석은 억지로 웃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이마엔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손끝까지 긴장한 채였다.“양사 간 이해관계가 걸린 중요한 자리인 만큼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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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임설희가 잔을 들어 올리자 송씨네 일가도 황급히 따라 잔을 들었다.하지만 ‘깊고도 뜨거운 애정’이라는 말이 떨어지는 순간, 그들 모두는 이유 모를 찔림과 불안함에 숨을 고르지 못했다.임설희는 가장 먼저 송영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먼저 송 회장님께 한 잔 드려야죠. 만약 회장님이 제 프로젝트를 강제로 빼앗아 가지 않았다면, 또 절 회사에서 내쫓지 않았다면 저는 금원에 입사하지도 않았을 거고 지금처럼 이 자리에 책임자로 앉는 일도 없었겠죠. 그러니 감사드릴 수밖에요.”그 말에 송영석의 얼굴이 단숨에 굳었다.“그건 오해야. 난, 난 그저 너를 생각해서...”“업계에서 절 퇴출한 것도 절 위한 배려였나요?”“그건...”“그래서 제가 이렇게 감사드리는 겁니다.”임설희의 말에 담긴 냉소는 송영석의 손끝을 떨리게 만들었고 그가 들고 있던 잔까지 가볍게 흔들렸다.“그리고 최 여사님.”이번엔 임설희의 시선이 최현숙에게로 향했다.최현숙은 여전히 체면을 놓지 않으려 목에 힘을 주었다.“얘는 어머님이라 불러야지!”“오전까지 저보고 이혼하라고 닦달하셨던 분을 제가 왜요?”“아직 이혼 안 했잖아.”“하지만 절 며느리로 생각해 주신 적은 단 한 번도 없으시잖아요.”“그건...”“그래도 잔은 올려야죠. 지난 3년 동안 저에게 퍼부으신 불평, 독설, 모욕들 그리고 절 운성에서 쫓아내겠다던 그 말까지. 감사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요. 물론 그럴 능력이 있으신지는 의문이지만요.”“임설희! 그래도 내가 시어머니인데 말버릇이...”“그 입 다물어!”버럭 소리를 지른 건 송영석이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최현숙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임설희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이번엔 박연우를 바라봤다.박연우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설희야... 우린 제일 친한 친구였잖아. 전에 안 좋은 일들이 좀 있었지만 네가 그런 걸 다 마음에 담아둘 사람은 아니잖아. 그렇지?”“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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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쨍그랑!산산조각 난 유리잔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갑작스러운 소리에 나머지 세 사람은 놀라 뒷걸음질 쳤다.“도대체 설계안을 어떻게 만든 거야? 현장 조사는 제대로 한 거냐고! 차량 진입이 금지된 보행자 거리 한가운데에 지하 주차장 입구를 내겠다고? 네 머릿속엔 도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거야!”송영석이 박연우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분노를 쏟아냈다.“아니, 당신은 왜 애한테 화를 내고 그래요! 내가 보기엔 임설희가 괜히 꼬투리 잡고 늘어진 것 같은데. 욕하려면 걔한테 가서 하라고요!”최현숙이 다가와 남편을 말리려 했지만 송영석은 분이 풀리지 않은 채 그대로 그녀를 밀쳐버렸다.“당신 정말!”휘청이며 넘어질 뻔한 최현숙을 다급히 붙잡은 건 송시운이었다.그런데 그 순간, 송영석의 손바닥이 그대로 그의 뺨을 내리쳤다.짝!“쓸모없는 놈! 하나같이 다 쓸모가 없어! 금원 프로젝트를 놓치기라도 하면 너희 전부 다 집에서 당장 내쫓아버릴 거야!”‘쓸모없는 놈’이라는 말은 뺨보다 훨씬 더 아프게 더 깊게 그를 후려쳤다.하지만 프로젝트를 망친 게 사실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알고 있었기에 그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 채 고개만 떨굴 수밖에 없었다.“아버지, 출입구 하나 정도야 큰 문제는 아니에요. 제가 가서 설희를 잘 달래서 수정 좀 해달라고 하면 계약도 무리 없이 성사될 수 있을 거예요.”“넌 오늘 그 여자의 눈빛을 못 봤어? 완전히 작정하고 덤빈 거였다고!”“그래도 제가 잘 설득하면 설희도 마음을 풀 거예요. 그럼 그때 다시 계약 얘기를 꺼내면 되죠.”송시운은 스스로 그렇게 되뇌듯 말하며 점점 자신감을 되찾는 표정이었다.그때 최현숙이 못마땅한 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우리 회사가 그 프로젝트 하나 없다고 당장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비굴하게 굴어야 돼?”“당신이 뭘 알아!”송영석은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천명 리조트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얼마나 손해 본 줄 알아? 지금 회사는 새로운 사업이 절실한 상황이야! 금원 프로젝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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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역시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그 잘난 최현숙도 이제서야 임설희가 고등어를 좋아한다는 걸 기억해 낸 모양이었다.“지금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에요?”임설희가 자신을 가리키며 묻자 최현숙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아유, 이 애는 또 왜 이래. 당연히 너한테 하는 말이지.”“마음만 받을게요. 근데 아직 이 ‘고물들’ 정리를 마치지 못해서요.”임설희는 그렇게 말하며 윤미정의 손을 슬쩍 밀쳐내고는 다시 허리를 굽혀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최현숙은 문가에 기대선 채 여유로운 어조로 말했다.“급할 거 없잖아. 천천히 정리해. 이따 같이 먹으면 되지.”‘비위를 맞추고는 싶지만 체면은 또 못 내려놓겠다는 건가.’임설희는 고개를 숙인 채 정리를 계속하면서 한 손으론 살며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현아 선배. 저예요.”“아이고, 설희야! 나 방금 너한테 전화하려던 참이었는데 혹시 부담 가질까 봐 못 했지 뭐야.”“그럴 리가요.”“너 금원에 입사했다며? 게다가 그 쇼핑몰 프로젝트도 맡았다던데?”“맞아요. 그 프로젝트, 전에 보니까 선배네 회사에서도 관심 있는 것 같더라고요.”“지금도 너무 하고 싶지! 너만 허락해 준다면 내가 직접 달려가서 너한테 절이라도 할 판이야.”“그래요? 우리도 이제 진우 그룹이랑 계약이 엎어져서요...”“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최현숙은 임설희가 바닥을 기어다니며 ‘고물’들을 치우는 모습을 구경하던 중, 갑작스러운 말에 온몸이 굳어졌다.“정말이야? 우리 이러지 말고 만나서 얘기하자! 오늘 저녁, 내가 살게!”유현아는 반색하며 말했다.“안 돼요. 집에서 고등어를 굽는다길래...”“아유, 뭔 고등어야. 나와! 언니가 맛있는 거 사줄게!”“게다가 지금 ‘잡동사니’ 정리 중이라.”“뭔들 못 해! 내가 다 도와줄게!”“그럼 주소 보낼게요.”“그래그래!”전화를 끊자마자 최현숙은 바짝 다가섰다.눈빛엔 날이 서 있었지만 임설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폰을 열어 위치를 보낼 준비를 했다.“너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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