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디자인 시안, 지난번보다 더 엉망이에요. 상상이나 돼요?”임설희는 조용히 웃음을 흘렸다.박연우의 그림 실력이 어떤 수준인지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기에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고 오히려 예상했던 대로였다.“임 팀장님, 그럼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반려하고 수정할 포인트 몇 군데 짚어서 다시 보낼까요?”임설희의 눈동자에 서늘한 기운이 서렸다.“아니요, 이번엔 그럴 필요 없어요. 대신 그쪽 팀에 전해주세요. 내가 그들 ‘가족 전원’을 식사 자리에 초대한다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박연우까지 포함해서요.”“무슨 생각이세요?”“말 그대로예요. 식사 대접을 하려고요. 진심으로.”전화를 끊은 임설희는 그 일은 잠시 접어두고 다시 서재로 돌아가 하루 종일 업무에 몰두했다. 해가 지고 허기가 밀려오자 배달 음식을 시킬까 고민하던 찰나 맞은편에서 익숙한 고함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송씨 가문의 대문 앞에 각종 물건들이 마구잡이로 내던져져 있었다.옷가지며 구두, 장식품, 책까지 모두 그녀의 물건들이었다.“이런 쓰레기 같은 걸 우리 집 앞에 왜 둬? 여긴 쓰레기장이 아니거든!”“아직도 우리가 다시 받아줄 거란 착각을 하나 본데 천만에! 어림도 없지!”“자기 꼬락서니도 모르고 다시 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웃기지도 않아. 우리가 버린 걸 누가 주워가든 말든 이제부터는 상관도 안 해!”임설희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대로 현관문을 박차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구두는 한 짝씩 뿔뿔이 흩어져 있었고 옷은 밟혀 더럽혀졌으며 책은 흙먼지에 엉망이 되어 너덜너덜 찢겨 있었다.‘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순간, 분노가 폭발한 그녀는 주저 없이 뛰어 들어가 최현숙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고, 있는 힘껏 뒤로 잡아당겼다.“뭐야, 임설희! 너 미쳤어? 감히 날 건드려?”최현숙의 괴성이 끝나기도 전에 임설희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후려치려 했으나 바로 옆에서 송시운이 달려들며 그녀를 밀쳐냈다.“임설희, 네가 어떻게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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