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481 - Chapter 490

678 Chapters

제481화

“확인하시고 문제없으면 이 서류 몇 군데에 서명해 주시면 됩니다.”강 비서는 다른 위임장 몇 장을 꺼내 강솔 앞에 놓았다.“나머지 명의이전 절차는 제가 전부 처리하겠습니다.”강솔은 서류를 받아 들고 몇 줄 훑어보았다.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 망설임 없이 서명했다.강솔은 더는 중현과 이런 문제로 다투고 싶지 않았다. 중현이 굳이 주겠다고 하면 받으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이 재산들은 나중에 전부 지안 명의로 돌려놓을 생각이었다.“사모님.”강솔이 서명을 마치자 강 비서가 입을 열었다.강솔의 시선이 강 비서에게 닿았다.“네.”강 비서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입술을 눌러 물었다.“대표님께서 조금만 부탁이 하나 있다고 하셨습니다. 사모님께서 들어주실 수 있을지 여쭈라고 하셨습니다.”강솔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말씀하세요.”“대표님께서 ‘소프트 가든’에 있는 그 집을 잠시 지내는 곳으로 빌릴 수 있느냐고 하셨습니다. 월세를 내도 괜찮다고 하셨고요.”강 비서는 그 말을 꺼내면서도 표정이 조금 복잡했다.“대표님 명의로 남은 집들은 HS그룹이랑 거리가 좀 있어서 출퇴근이 불편하다고 합니다.”“지금은 괜찮아요.”강솔은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누구보다 매정해질 수 있었다.“이혼 절차가 끝난 뒤에는 안 됩니다.”강 비서는 멈칫했다.잠깐 말뜻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강 비서는 눈앞에 앉은 사람이 정말 자신이 알던 강솔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하 대표에게 이 집들을 그대로 남겨도 된다고 전해주세요.”강솔은 목록에 적힌 집들을 가리켰다.“아니면 ‘소프트 가든’에 있는 그 집을 다시 하 대표 명의로 돌려도 되고요.”“사모님께서는 대표님께 정말 마음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으십니까?”강 비서가 드물게 선을 넘는 질문을 했다.강솔의 옅은 입술이 살짝 다물렸다.‘없을 리가 없지.’강솔은 로봇이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이 됐다고 해서 지난 기억을 자동으로 정리해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강솔과 중현 사이에는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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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전에 합의서에는 강솔이 진씨 집안과 얽히게 된 뒤 강정숙이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분명히 적혀 있었다. 강정숙이 개입하는 즉시 합의는 무효가 된다는 조항까지 있었다.“알아요.”강솔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그래도 한번 해 보고 싶어요.”강솔은 엄마가 받은 압박때문에 지분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부터, 진무천이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게다가 진무천은 두 아들과 손을 잡고 강정숙을 공격했다.그 일들을 겪고 나니 강솔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살아 있는 한, 앞으로 하루하루 언제든 ‘사고’가 생길 수 있었다.그렇다면 차라리 끝까지 부딪쳐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모든 걸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어떤 수를 쓰든 전부 받아 내면 그만이었다.게다가 그 지분은 원래 엄마의 것이었다.“좋아. 네가 그렇게 정했다면 엄마가 더 말리진 않을게.”강정숙은 강솔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앞으로 밖에 나갈 땐 홍일이 데리고 다녀.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게 해.”“네.”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대화 이후 강솔은 공부에 더 매달렸다.새벽 한 시가 지나도록 서재 불이 꺼지지 않는 걸 보며, 강정숙의 마음에는 복잡한 감정이 떠올랐다.‘그때 내가 솔이가 경영이랑 금융을 배우겠다는 걸 막지 말아야 했나?’하지만 그 생각은 떠오르자마자 지워졌다.모든 결정은 그때 할 수 있었던 최선의 결정이었다. 만약 강정숙이 처음부터 강솔을 그 길로 보냈다면, 지난 세월 동안 보이는 곳에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얼마나 많은 사고와 위험이 강솔을 덮쳤을지 알 수 없었다. 진무천은 늘 음지에서 움직였다.재산 양도 서류 하나로도 강정숙을 죽이려 했던 사람이었다.강솔이 몰래 공부했든 대놓고 관련 전공을 배웠든, 진무천이 알았다면 무슨 수든 썼을 게 분명했다.실제로도 강정숙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강솔이 연회에 다녀온 뒤 집 밖으로 나오지 않자, 진무천 쪽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진무천은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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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생각할수록 진무천의 속은 뒤틀렸다.강정숙은 진무천의 마음속에 수십 년째 박혀 있는 바늘 같았다. 뽑아내고 싶어도 뽑아낼 수 없었고, 떠올릴 때마다 신경을 찔러 대는 존재였다. 진무천은 강정숙을 증오하면서도 끝내 지우지 못했다.“할아버지는 지난 세월 동안 고모 이름을 입에 올리신 적도 없고, 직접 소식을 알아보신 적도 없습니다.”태휘는 모든 일을 꽤 꿰뚫어 보고 있었다.“하지만 김 집사님 쪽에서 가끔 고모의 근황을 자연스럽게 전해 드렸습니다. 아버지께서 고모의 아이를 해치시면, 할아버지는 아버지를 용납하지 않으실 겁니다.”합의서에 강정숙의 딸이 당시 양도가로 지분을 되사갈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간 건, 진환식이 딸에게 품고 있는 미안함 때문이었다.진환식은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체면이 있었으니까.그런데 진무천이 아들로서 그 마음을 읽지 못한다면, 그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태휘야.”진무천은 매의 눈처럼 날카로운 시선으로 태휘를 노려보았다.태휘는 진무천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기세는 안정적이었고, 눈동자에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솔직히 말해 봐. 너... 정숙이 모녀를 도울 생각이냐?”진무천의 눈빛은 칼날 같았다. 태휘가 그렇다고 대답하기만 하면 그대로 찔러 버릴 듯했다.태휘는 대답 대신 되물었다.“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진무천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아니어야 할 거다.”태휘는 더 말하지 않았다.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난 네가 정숙 모녀에게 조금이라도 봐줄 마음을 품었다면, 너는 평생 네 마음에 둔 여자를 이 집안에 들이지 못할 것이다.”진무천이 경고했다.태휘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에는 아무런 흔들림도 일지 않았다.“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네가 더 잘 알겠지.”진무천이 차갑게 말했다.태휘의 눈에 옅은 의문이 스쳤다.그 반응을 본 진무천의 마음에도 의심이 피어올랐다.‘내가 잘못 짚은 건가?’‘태휘가 그 아이를 마음에 둔 게 아니라고?’‘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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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하지만 진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기한이 있었다.회사를 살려내는 데 드는 기간이 짧을수록 받을 수 있는 지분이 많았다.반대로 너무 오래 끌면, 받을 수 있는 지분은 없었다.“알았어요.”강솔은 그 내용을 기억해 둔 뒤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강솔이 이 일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며, 강정숙은 제 딸이 정말 큰일을 해낼 사람이라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됐다.큰일을 앞에 두고도 저렇게 흔들림 없이 버티는 마음가짐은 누구나 타고나는 것이 아니었다.“내가 그 돈을 네 명의로 옮기기 시작하면, 진씨 집안 쪽에서도 정식으로 이 문제를 꺼낼 거야.”강정숙이 강솔에게 말했다.“그때 거의 문 닫기 직전인 회사 하나를 네게 맡길 거고.”그동안 이 일을 말하지 않은 건, 세월이 이렇게 흘렀으니 그 규칙도 이미 흐지부지됐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그런데 그 규칙은 아직도 건재했다.강솔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준비됐다고 생각되면 엄마한테 말해.”강솔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다음 주에 협의이혼 절차 마무리하고 나면 바로 시작해도 돼요.”“그렇게 빨리?”강정숙은 걱정이 앞섰다.강솔이 정식으로 이런 일들을 접한 건 고작 한 달 남짓이었다.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쏟고 있다고 해도,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오래 끌수록 이것저것 따지다가 발목 잡히기 쉬워요. 차라리 이혼 절차 끝나자마자 시작하는 게 나아요.”강솔은 자신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세상에 완벽하게 준비를 끝내고 시작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잖아요.”어떤 일은 충동에 기대어 시작해야 했다.어떤 일은 정해진 기한에 떠밀려 움직여야 했다.백 퍼센트 모든 준비를 마친 뒤에야 이어 갈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그래.”강정숙은 강솔의 모든 결정을 존중했다.그 뒤 며칠 동안 강솔은 더 치열하게 공부했다.그사이 영재가 강솔에게 연락한 적이 있었다.처음에는 강솔도 굳이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그런데 영재는 메일을 몇 통이나 보내왔다.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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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소담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다. 강솔도 한동안은 걱정했다.숙려기간 동안, 강솔은 매일 밤 잠들기 전마다 다음 날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 불안했다. 다만 낮 동안 너무 지쳐 있었던 탓에 그런 생각들은 오래 머물지 못하고 깊은 잠 속으로 가라앉았다.강솔은 누구보다도 이번만큼은 중현이 약속을 지키길 바랐다.하지만 중현의 그런 행동이 일종의 병적인 집착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내일 우리 엄마가 중요한 거래처 사람 만나라고 해서, 아마 너랑 J시까지 같이 가긴 어려울 것 같아.]소담이 말했다.[토니 그 자식이라도 같이 보내 줄까?]강솔은 바로 거절했다.“괜찮아. 홍일이 같이 가면 돼.”소담은 수긍했다.[그래. 네 그 어린 경호원, 꽤 믿음직하긴 하더라.]“응.”강솔은 창밖을 한 번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서는 홍일이 서 있는 곳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홍일이 얼마나 빈틈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는 어렵지 않게 그려졌다.[솔아.]“응?”[내일 별일 없이 잘 끝내고 와.]“응.”두 사람은 그렇게 통화를 마쳤다.강솔은 책상 위 일정표에 그어 놓은 날짜를 바라보다가, 한참 생각한 끝에 지안이 있는 놀이 공간으로 향했다.강솔과 중현이 내일 협의이혼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사실은 지안도 알아야 했다.강솔은 그곳에서 지안과 함께 30분쯤 놀아 주었다.어떻게 말해야 덜 갑작스럽게 들릴지 고민하고 있을 때, 지안이 몰두하던 퍼즐 판에서 작은 머리를 들고 강솔을 바라보았다.“엄마, 나한테 할 말 있지?”강솔은 조금 놀랐다.“어떻게 알았어?”“엄마가 30분 동안 나를 20번 넘게 봤어.”지안의 목소리는 또랑또랑했고, 묘하게 귀여웠다.“보통은 그렇게 자주 안 봐.”강솔은 토니가 했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지안에게는 타고난 수사 감각이 있었다.“엄마, 아빠랑 이혼하는 거지?”지안은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꺼내듯 물었다. 작은 얼굴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강솔은 잠시 말을 잃었다.‘이것도 알고 있었어?’“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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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강솔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알았어.]중현은 화면 위에 뜬 그 무심한 한마디를 바라보았다. 눈빛이 조금씩 깊어졌다. 강솔이 그 한마디를 보낼 때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을지, 중현은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강 비서가 중현 곁에 서 있었다.“대표님.”“말해.”“사모님은 내일 오전 8시 20분에 J시에 도착하십니다. 9시 조금 넘으면 가정법원에 도착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강 비서가 일정을 보고했다.“대표님도 이제 들어가서 쉬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야 내일 사모님을 뵐 때도 덜 지쳐 보이실 겁니다.”“누가 알아보라고 했어?”중현은 강솔에게 약속한 이상, 겉으로든 몰래든 강솔을 캐묻거나 지키려 들 생각이 없었다.“제가 했습니다.”“이런 일... 두 번은 없었으면 좋겠어.”“알겠습니다.”강 비서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로는 포기하지 않았다.중현은 강솔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해서 그녀에 관한 일을 알아보면 안 된다고 했지만, 강 비서 생각하기엔, 자신이 말을 듣지 않고 따로 움직이는 것까지 중현이도 막을 수는 없었다.중현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업무에 몰두했다.“안 들어가십니까?”강 비서는 중현의 모습을 보고 조심스레 물었다.중현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준비하라고 한 집은?”“준비해 뒀습니다. 회사에서 차로 10분 거리입니다.”강 비서의 일 처리는 늘 확실했다.“대표님 쓰시는 생활용품도 전부 옮겨 두었습니다.”중현은 사인펜을 쥔 손을 잠시 멈췄다.강 비서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중현이 회사와의 거리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여긴 강 비서가 곧바로 설명을 덧붙였다.“더 가까운 곳은 대부분 일반 아파트라 동 간 간격이 좁고, 유동 인구도 많은 편입니다.”“자네는 일찍 들어가. 내일 지안 엄마 데리러 가는 거 잊지 말고.”중현은 더 말하지 않았다.강 비서가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강 비서는 한 번 더 중현을 설득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솔의 말이 아니면 중현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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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한 시간쯤 지나, 강솔 일행은 HS그룹 계열 재단이 운영하는 병원 VIP 병동에 도착했다.병실 문을 열고 들어선 강솔은 병상에 누워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현을 보았다. 완벽하던 이목구비에는 과도한 업무와 밤샘의 흔적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고, 몸도 전보다 눈에 띄게 수척했다.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사모님.”임훈이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의사는 뭐래요?”강솔이 짧게 물었다.“검사는 방금 끝났고, 결과는 아직 안 나왔습니다.”임훈은 강솔과 중현이 오늘 협의이혼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난 일을 떠올린 임훈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제가 염치없는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강솔이 임훈을 바라보았다.“말씀하세요.”임훈은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는 중현을 한 번 보고 말했다.“대표님이 일부러 사모님과 이혼을 미루려고 그러신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대표님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네.”임훈의 눈이 살짝 밝아졌다.“정말입니까?”강솔은 확실하게 대답했다.“정말이에요.”임훈은 두 손을 모아 쥐었다.“오늘부터 사모님도 제 보스나 마찬가지입니다. 사모님이 뭐든 지시하시면 저는 그대로 따르겠습니다.”강솔은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5분쯤 뒤.주승현이 검사 결과를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주승현에게 향했다. 강 비서가 먼저 다가가 물었다.“대표님 상태가 어떻습니까?”“과로에, 식사를 제대로 못 해서 생긴 실신입니다.”주승현은 상태를 설명한 뒤 강 비서에게 덧붙였다.“아무리 일이 바빠도 옆에서 식사는 챙기게 해야죠. 몸이 버텨야 일도 합니다.”강 비서는 잠시 말을 잃었다.“대표님은 하루 세 끼 전부 제때 드셨습니다. 식사를 제대로 못 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중현이 새벽까지 야근할 때면 강 비서는 따로 야식까지 주문했다. 업무량이 많으니 배가 꺼질까 봐 일부러 챙긴 것이었다.주승현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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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강솔은 한참 생각한 끝에 대답했다.“하 대표를 위해서입니다.”임풍은 ‘대표님을 위한 일이라 해도 남의 비밀을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곧 강솔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깨닫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이렇게 보면 대표님은 꽤 오래전부터 먹고 나서 토하는 일이 반복됐던 것 같습니다.”주승현이 결론을 내렸다.“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원인은 뭡니까?”임훈은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검사로 알 수 있습니까?”“머리나 위장 쪽 기질적 원인을 제외하면,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큰 탓일 수도 있고 심리적인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주승현이 말했다.“정확한 이유는 대표님 본인이 가장 잘 알 겁니다.”강 비서는 무심코 강솔을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아직 위에 손상이 온 정도는 아니어서 심각한 단계는 아닙니다.”주승현은 중현의 건강 상태를 꽤 신경 쓰고 있었다.“앞으로 옆에서 식사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시고,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만 하면 조금씩 회복될 겁니다.”“알겠습니다.”강 비서가 대답했다.결국 수석비서인 자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었다.이렇게 큰일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다니.“다들 할 말 있으면 밖에서 하세요. 대표님은 몸도 정신도 긴장 상태가 너무 길어서 이제는 휴식이 필요합니다.”주승현은 병실에 들어올 때 들었던 임훈과 임풍의 대화를 떠올리며 당부했다.“깨어나신 뒤에 이야기하셔도 늦지 않습니다.”임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임풍도 따라 말했다.“알겠습니다.”주승현은 고개를 끄덕인 뒤, 시선을 강솔에게로 돌렸다.“사모님은 편하신 대로 하시면 됩니다.”그때 강 비서가 입을 열었다.“주 선생님.”주승현이 강 비서를 바라보았다.강 비서는 강솔이 오늘 J시에 온 목적을 떠올렸다.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물었다.“대표님은 대략 언제쯤 깨어나실까요?”“빨라야 오후입니다.”주승현은 강 비서의 입장을 알고 있었기에 덧붙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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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미안해. 정한 시간에 같이 가정법원에 못 가서.”중현의 목소리는 낮게 잠겨 있었다.그는 아침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귀가 먹먹해졌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강솔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핸드폰을 집어 든 직후 몸이 제멋대로 바닥으로 무너졌다. 의식이 지금 막 돌아온 것이다.강솔이 말했다.“괜찮아. 조금 더 있다가 가도 똑같아.”중현은 낮게 대답했다.“응.”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강솔은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에는 일부러 만들어 낸 담담함과 거리감이 얹혀 있었다.“주승현 선생님이랑 강 비서한테 당신 깨어났다고 말하고 올게.”“안 가면 안 돼?”중현이 끝내 참지 못하고 강솔의 손목을 붙잡았다.강솔은 옆모습을 보인 채 멈춰 섰다.중현의 시선이 강솔에게 머물렀다. 붙잡은 손을 놓기가 아까웠다.“잠깐이면 돼.”강솔은 눈에 맺힌 감정을 가라앉힌 뒤 중현을 바라보았다. 다시 마주한 눈에는 끝 모를 거리감만 남아 있었다.“H시에서 약속한 거, 당신이 지켜 줬으면 해.”그 말은 칼날처럼 중현의 가슴을 파고들었다.강솔의 손목을 붙잡고 있던 중현의 손에서 조금씩 힘이 빠졌다. 끝내 손은 허공에서 맥없이 떨어졌다.강솔은 더는 중현을 보지 않고 병실을 나섰다. 강 비서와 주승현에게 중현이 깨어났다는 사실을 전했다.사람들이 모두 병실로 들어왔다.주승현은 중현의 몸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했다.중현은 질문에 답하면서도, 시선은 사람들 너머 맨 끝에 서 있는 강솔에게 가 있었다. 강솔은 정말 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눈동자 어디에서도 예전의 감정을 찾을 수 없었다.“큰 이상은 없습니다. 다만 쉬셔야 합니다.”주승현이 중현에게 말했다.중현의 눈빛은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주승현은 이어서 주의할 점들을 설명했다.“그리고 하루 세 끼는 반드시...”“강 비서.”중현이 말을 끊었다.강 비서가 바로 앞으로 나섰다.“네, 대표님.”“퇴원 수속 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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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누구도 이런 분위기에서 괜히 먼저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임풍만 빼고.임풍은 성큼성큼 중현 앞으로 걸어갔다. 병실을 짓누르는 싸늘한 공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 같았다.“대표님, 식사 꼭 제대로 하셔야 합니다.”중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조금 전 강솔이 보였던 차가운 태도만 가득했다.강 비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임풍 씨가 그러시더군요. 대표님께서 예전에 식사 후 속이 좋지 않아 드신 걸 거의 토하셨다고요.”강 비서는 최대한 말을 순화했다.“사실입니까?”중현의 눈이 천천히 들렸다.임풍이 눈을 크게 떴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강 비서를 바라보았다.“제가 말한 거 아닙니다.”강 비서는 중요한 때에는 망설임 없이 동료를 팔았다.“임풍 씨가 말씀 안 하셨으면 저희가 어떻게 알겠습니까?”임훈도 바로 거들었다.“맞아요.”주승현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사모님한테 말하라고 한 건 당신들이잖아요. 사모님이 말한 겁니다.”임풍은 재빨리 자신을 변호했다. 중현이 자신을 비밀도 못 지키는 사람으로 볼까 봐 마음이 급했다.“저랑은 상관없습니다.”중현의 눈에 옅은 파문이 스쳤다.강 비서는 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대표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조금은 드셔야 합니다. 위는 몸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중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 비서는 곧바로 밀어붙였다.“대답이 없으시면 허락하신 걸로 알겠습니다.”강 비서는 머리 회전이 빨랐다.“임훈 씨, 차 준비해 주십시오. 저는 식당 예약하겠습니다.”임훈이 바로 움직였다.“알겠습니다.”...30분 뒤.중현 일행은 강솔과 홍일이 있는 식당에 나타났다.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자, 홍일은 조금의 체면도 봐주지 않고 바로 짚었다.“아가씨, 저분들 분명히 아가씨 따라온 겁니다.”강솔은 담담했다.“신경 쓰지 마.”“네.”중현 일행의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강솔과 홍일은 이미 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떴다.중현은 강솔의 모습을 본 것 말고는 단 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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