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Bab 811 - Bab 820

846 Bab

제811화

“아버지, 절대 그런 말에 넘어가시면 안 돼요!” 현명이 다급히 끼어들었다. 나름 그럴듯한 이유까지 갖다 붙였다. “누나 생일 파티를 망치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지민천은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다. “무슨 뜻이야?”“오늘 밤은 언니 생일 파티잖아요. 경찰이 오면 아래에 있는 손님들도 무슨 일이 생겼나 궁금해할 거예요.”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효정도 나섰다. “그러다 보면 괜한 말이 돌 수밖에 없고요.”“그뿐만 아니라 누나 생일 파티까지 엉망이 될 수 있어요.”현명은 정말 민하를 걱정하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말했다. “저 사람은 누나의 생일 파티를 H시 사교계의 가십거리로 만들려는 거예요.”두 사람은 번갈아 가며 말을 보탰다.방금 한 말들이 전부 사실인 것처럼 굴었다.“난 상관없어.” 민하는 강솔 옆에 서서 느긋하게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신고해.”“누나, 잘 생각해 봐.” 현명은 손바닥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주먹을 꽉 쥐었다. “경찰이 오기라도 하면 누나의 생일 파티가 H시 사교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게 뻔하잖아.”민하는 담담했다. “난 상관없어.”현명이 이를 악물었다.효정은 한참 고민한 끝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민천에게 말했다. “이건 언니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야. 우리 집안 전체와 관련된 일이고.”“누구와 관련됐든 이건 신고해야 해.”도명란은 남매의 반응만 봐도 강솔의 말이 맞다는 걸 알아차렸다. “안에 망가진 드레스만 해도 전부 합치면 수십억 원이 넘어. 적당히 넘길 일이 아니야.”“그럼 파티가 끝난 뒤에 신고하면 되잖아요.” 현명이 절충안을 내놓았다. “경찰이 오기 전까지 사람을 세워서 여길 지키게 하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돼요.”말을 마친 현명은 태연한 얼굴로 강솔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덧붙였다. “특히 저쪽 사람들은요.”“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요.” 강솔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모두의 시선이 강솔에게 향했다.강솔은 핸드폰 앨범을 열어 가장 최근에 찍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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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앞으로 1년 동안 너희가 쓸 돈은 전부 너희가 알아서 해결해.”지민천이 입을 열었다. 눈에는 여전히 엄격한 기색만 가득했다. “민하 드레스 배상금을 전부 갚는 날, 그때부터 예전처럼 다시 지원해 주겠다.”“아버지!” 현명이 불만스럽게 외쳤다.지민천이 눈길 한 번 보내자,현명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혹시 모르니 이따가 드레스 몇 벌 더 보내라고 하지.”지민천은 민하를 보며 말한 뒤 강솔에게 시선을 옮겼다. “오늘 일은 감사합니다.”“제가 괜히 나섰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면 됐습니다.” 강솔은 예의 바르게 답했다.“민하에게 생길 문제를 미리 막아 주셨는데 저희가 감사해야죠. 왜 탓하겠습니까.” 지민천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의례적인 인사말을 건넸다. “시간 나시면 민하랑 같이 집에 한번 들르세요.”“기회가 되면 찾아뵙겠습니다.” 강솔도 격식을 갖춰 대답했다.지민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도명란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남은 사람들은 강솔 일행뿐이었다.“안 나가? 사람 불러서 끌어내야 나갈 거야?”민하는 현명과 효정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자연스럽게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현명은 강솔을 매섭게 노려본 뒤 효정을 데리고 나갔다.강솔과 민하가 할 이야기가 있다는 걸 눈치챈 홍일과 신동도 자리를 비켜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는 강솔과 민하만 남았다.강솔은 방금 일을 떠올리며 화장대에 기대섰다. 망가진 드레스 앞에 선 민하를 바라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이걸로 끝이야?”“응.” 민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강솔의 미간이 가볍게 좁혀졌다. 생일 파티를 일부러 망치려고 드레스를 열 벌 넘게 잘라 놓고도, 겨우 1년 동안 경제적 지원을 끊는 것으로 끝이었다. 사과 한마디조차 없었다.“우리 집은 원래 그래.” 민하는 드레스들이 더는 손쓸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 미련 없이 시선을 거뒀다. “우리 아버지는 지현명이랑 지효정이 나한테 이런 짓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 삼지 않아. 수법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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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강솔은 그날 밤 잠깐 마주쳤던 형우를 떠올렸다. 대화는 고작 몇 분밖에 하지 않았지만 말투만으로도 시원시원하고 호방한 성격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화낼 거면 빨리 화내.” 민하는 화장대 앞 의자에 앉아 강솔을 올려다봤다. “화 다 냈으면 시간 내서 나랑 우리 본가에 한번 가자.”강솔은 시큰둥하게 받아쳤다. “나도 더 이상 누구를 상대하기 귀찮아.”“그럼 화 다 낸 걸로 생각할게.”강솔은 대꾸하지 않았다.강솔은 민하에게 호감이 있었다. 전부터 대화를 나눌 때 민하는 늘 장난스럽고 가벼웠고, 일부러 강솔을 놀리듯 들이대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거슬리지는 않았다.“이번 주는 좀 바빠. 이번 주만 지나면 네가 시간 정하는 대로 시간 낼게.” 강솔은 L시에서 가져온 2차 사업 자료를 아직 회사에 가져가지 못했다는 걸 떠올리고 먼저 말했다.민하는 여전히 능청스러웠다. “그렇게 나를 좋아해?”강솔은 말없이 쳐다봤다.민하는 한 손으로 턱을 괴었다. “나한테 이용당한 거 알면서도 도와주겠다고?”“지 대표가 예쁘고 말도 잘하고 사람 꾀는 데 재주가 있잖아.” 강솔도 민하의 말투를 따라 했다. “내가 원래 의지가 약해서 살살 달래면 홀라당 잘 넘어가거든.”민하가 웃었다.그제야 자신이 왜 강솔과 친구가 되고 싶었는지 알 것 같았다.방금도 강솔은 얼마든지 ‘계속 그렇게 말하면 서리재와 정략결혼을 하게 만들어 버릴 거야’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은커녕 그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진솔하고, 다정하고, 선량하면서도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좋아하지 않기가 더 어려웠다.“그렇게 애틋하게 쳐다보지 마.” 강솔은 민하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헛기침을 한 번 했다.“나 여자 좋아하는 취향 아니야.”“정말?” 민하가 천천히 일어서더니 몸을 기울여 강솔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강솔은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정말...”민하의 희고 매끈한 손끝이 강솔의 뺨을 스쳤다. 손가락 끝이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졌다. 민하는 나긋한 목소리로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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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그럴 필요가 없어서.” 민하는 자기 손가락을 가볍게 만지작거렸다.강솔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민하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마 꽃가루를 섞은 화장품일 거야.”강솔이 짐작하며 물었다. “꽃가루 알레르기 있어?”민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지씨 집안 사람들뿐이었다.현명과 효정이 알게 된 것도 집안 직원이 두 사람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걸 보고 알려 줬기 때문이었다.“이런 일은 처음도 아니야.”민하는 이런 정도의 일쯤은 어렵지 않게 대응할 수 있었다. “하고 싶으면 계속하라지. 여러 번 그러다 보면 아빠도 둘이 앞으로 영 가망이 없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될 테니까.”“본인이 알고 있다면 됐어.” 강솔은 그제야 조금 안심했다.“걱정하지 마. 그 둘은 뭘 해도 큰일은 못 만들어.” 민하는 애초에 둘을 제대로 된 경쟁 상대로 본 적이 없었다.강솔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 문득 뭔가가 떠오른 듯 의심스러운 눈으로 민하를 바라봤다.민하는 팔짱을 낀 채 태연하게 물었다. “왜?”“이 일...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 강솔은 소식을 들은 뒤부터 민하가 너무 침착했고 놀란 기색조차 없었다는 점을 떠올리며 대담한 추측을 내놓았다.민하의 눈에 웃음이 번졌다. “맞혀 봐.”강솔은 괜히 걱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무리 그래도 민하는 H시에서 나고 자란 재벌가 아가씨였다. 밖에서 들어온 두 사람에게 쉽게 당할 리 없었다.“기회를 조금은 줘야 실수도 하지.” 민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눈썹 사이에는 자신감과 거침없는 기세가 묻어났다. “걔들이 실수해야 아빠도 버릴 패라는 걸 알 거 아니야.”“나 간다.” 강솔이 짧게 말했다.그제야 강솔은 중현이 진씨 집안에서 자신에게 내민 시험이 공평하지 않다고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민하는 민하였다. 지민천의 계획대로라면 훗날 집안을 위해 정략결혼을 해야 할 처지라고 해도, 어릴 때부터 집안의 방식과 규칙을 몸으로 익히며 자랐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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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민하는 강솔의 반응에 어이가 없어 웃었다.“아래 내려가서 사람들한테 인사 안 해?” 강솔은 민하가 여러모로 위험하다고 느꼈다.“이 시간이면 친한 지인들도 다 왔을 것 같은데.”“나랑 친한 사람은 강 대표 하나뿐이야.” 민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강솔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뭐?”“다 그냥 안면만 있는 사이야.”민하는 그 사실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이따 마주치면 바빠서 못 봤다고 하면 돼. 굳이 따져 묻는 사람도 없어.”강솔은 자신이 봤던 자료를 떠올려 봤다.실제로 민하와 아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사람은 없었다.그렇기는 해도 민하는 강솔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오늘의 주인공은 민하였다. 이곳에 온 사람은 가족보다 민하의 지인이나 사업상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생일 파티라기보다는 대규모 사교 모임에 더 가까웠다.민하가 내려가자 강솔은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아 쉬었다.J시에서 돌아온 뒤 지금까지 제대로 쉴 틈이 없었다. 막상 한가해지자 중현에 관한 일이 또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강솔은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벌써 저녁 7시 반쯤이었다.홍일과 신동을 찾아가 할 이야기가 있어 문을 나서려던 참에, 잔뜩 화가 난 채 이쪽으로 걸어오는 현명과 효정을 마주쳤다.복도 천장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어 강솔은 두 사람이 큰일을 벌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두 사람을 무시한 채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거기 서!” 현명이 빠르게 앞을 막아섰다.강솔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현명의 배 쪽을 흘끗 봤다. 가장 차분한 목소리로 가장 아픈 말을 던졌다. “아까 맞은 걸로도 아직 정신 못 차렸어?”현명은 반사적으로 두 걸음 뒤로 물러나며 좌우를 살폈다.혹시 홍일이나 신동이 어디선가 튀어나와 또 걷어찰까 겁이 난 모양이었다.“우린 강 대표랑 싸우러 온 게 아니야.”효정이 앞으로 나섰다. 얼굴에는 진심인 척하는 표정이 가득했다. “강 대표가 지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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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그 뒤로 민하는 아래층에서 생일 파티를 이어갔고 강솔은 한쪽에 자리를 잡아 민하를 지켜봤다.민하가 할 일을 모두 끝낸 뒤에야 강솔은 먼저 가 보겠다며 인사를 건넸다.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강솔은 뒷좌석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운전하던 신동이 장난스럽게 물었다.“돈 주고 물건 받는 거래는 끝났습니까?”“아니.” 강솔이 답했다.신동이 고개를 갸웃했다.홍일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홍일은 머리를 한참 굴리다가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혹시 달라고 하기가 좀 미안하셨습니까?”“오늘 지민하 생일이잖아.” 강솔은 그런 일로 민망해할 사람이 아니었다. “새로 사귄 지인인데, 생일 선물 정도는 해 줘야지.”“아가씨.”“응?”“저도 아가씨랑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홍일이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신동도 옆에서 맞장구쳤다. “저도요.”강솔은 두 사람을 어이없이 바라봤다.홍일이 다시 물었다. “저희 지금 친하게 지내지 않습니까?”강솔은 둘의 속셈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망설임 없이 부정했다. “우리 안 친해.”“전에는 저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셨잖습니까.” 홍일은 놓쳐 버린 돈이 생각나 아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하셨네요.”“너희 대장님하고 연락은 했어?” 강솔이 화제를 돌렸다. “이틀 정도 휴가 줄까?”신동이 입을 다물었다. 홍일도 조용해졌다.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말이 나오자마자 두 사람의 기분이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돌아온 뒤로 둘은 애써 그 일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생각하지 않으면 자기들 잘못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세 사람은 집에 도착했다. 강솔은 방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지안의 방으로 향했다. 요즘 너무 바빠 아이에게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방에 들어가 보니 진환식이 지안 곁에 앉아 동화책을 읽어 주고 있었다. 강솔을 발견한 진환식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솔이 왔구나.”“외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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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강솔이 그렇게 말했지만, 지안의 불안과 걱정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며칠 연속 비슷한 꿈을 꾸다 보니 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이 시간이면 아직 안 잘 거야.”강솔은 시간을 확인한 뒤 핸드폰을 꺼내 중현과의 채팅창을 열었다.“전화해 볼래?”지안은 강솔을 바라보다가 한참 망설인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리 의젓하게 굴어도 결국 아직 어린아이였다.평소에는 어른스럽고 걱정할 것 없는 모습을 보여도 이런 문제 앞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강솔이 영상 통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기도 전에 중현이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는 차갑고 거리감이 있었다. [무슨 일이야.]“지안이 전화는 안 받으면서 며칠째 아빠가 자길 잊고 다른 아이를 낳는 꿈을 꾸게 만들어?” 강솔은 말하면서 핸드폰을 지안에게 건넸다. 두 사람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것처럼 담담한 말투였다.중현은 할 말을 잃었다.전화받기 전에 준비했던 차가운 말들이 머릿속에서 전부 사라졌다.강솔은 지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현에게 말했다. “지안이랑 얘기해.”“엄마...” 지안은 두 사람 사이의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챘다.“궁금한 것들 다 물어봐.” 강솔은 아이가 혼자 끌어안고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아빠잖아. 널 걱정하고 네 질문에 대답해 줄 책임이 있어.”지안은 화면 속 무표정한 중현을 바라봤다.강솔은 지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얘기 끝나면 핸드폰 여기 두면 돼. 엄마 일 다 하고 와서 가져갈게.”지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강솔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갔다. 나가면서 방문도 닫아 줬다.화면을 사이에 둔 부자는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전화받기 전까지만 해도 지안은 중현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왜 자기 전화를 받지 않았는지, 요즘 무슨 일을 하는지, 꿈에서 본 일이 정말 생길 수 있는지.하지만 막상 중현의 얼굴을 보자 그런 질문은 하나도 하고 싶지 않았다.지안은 화면 속에서 낯설게 느껴지는 중현을 바라보며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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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중현의 가슴이 아프게 조였다.지안은 애써 웃는 척했다. “아빠 일 잘 끝났으면 좋겠어.”[아들...]중현이 아이를 달래려 했다.“늦었어. 나 내일 학교 가야 하니까 먼저 잘게.” 지안이 말했다. “아빠도 너무 늦게까지 있지 말고 자. 건강이 제일 중요하잖아.”[그래.]중현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지안은 짧게 대답한 뒤 통화를 끊었다. 종료음이 들리자마자 이불을 끌어당겨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이불 속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른 척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지안은 아빠 중현을 이해할 수 없었다.전에는 아연 때문에 엄마 강솔과 싸웠다.이번에는 또 다른 일 때문에 자기와 엄마를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뤘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현은 강솔을 평생 사랑할 거라고 했다. 아내와 아들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도 말했다.“지안아.” 강솔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불 속에서 작게 들썩이는 아이를 본 강솔의 가슴은 커다란 돌에 눌린 듯 답답해졌다.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말을 들었을지 걱정돼 잠깐 들여다보러 왔다.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강솔은 이불을 들추지 않은 채 지안의 등을 이불 위에서 가볍게 토닥였다. “아빠가 뭐라고 했어?”지안은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동그란 눈이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지안은 그대로 강솔 품에 파고들며 서럽게 불렀다. “엄마.”강솔은 아이를 따뜻하게 안았다.지안이 엄마 품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렸다. “아빠가 변한 것 같아.”“변한 건 아니야. 아빠한테 꼭 처리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있는 거야.”강솔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달랬다. “그 일 끝나면 우리 지안이를 보러 오실 거야.”“엄마는 바보야!” 지안의 눈이 더 붉어졌다. “아빠가 저렇게 하는데도 계속 아빠 편을 들어?”강솔은 아이를 안은 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안도 사실은 다 알고 있었다. 다만 누군가가 중현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말해 주길 바랐을 뿐이다....같은 시각, 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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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하준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는 곧바로 부정했다. “말도 안 돼.”그 일은 하준호 본인 말고는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도현은 말할 것도 없고, 중현의 어머니조차 하준호가 관련돼 있다는 정도만 어렴풋이 알 뿐 구체적인 과정은 전혀 몰랐다.“형이 말해 주지 않았다면 제가 뭐 하러 이미 몇 년이나 지난 일을 다시 꺼내겠습니까?” 중현은 흔들림 없이 말했다. 감정도 아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하준호는 중현의 얼굴에서 거짓말의 흔적을 찾으려는 듯 뚫어져라 바라봤다. 하지만 중현은 너무나 침착했다.여러 생각이 뒤엉키기 시작했다.하준호의 마음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아무리 기다리셔도 형은 못 옵니다.” 중현이 다시 말했다. “그때 있었던 일을 직접 말씀하시든지, 아니면 저도 진실을 포기하고 아버지와 같이 죽어서 서씨 집안에 사죄하겠습니다.”“안 됩니다!” 임훈이 갑자기 소리쳤다.임풍과 강 비서의 표정도 무거워졌다.세 사람이 진심으로 당황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자 하준호의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서무진의 일을 하준호가 자기 입으로 도현에게 말했을 리는 없었다. 그건 자기 손으로 도현에게 칼을 쥐여 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중현의 확신에 찬 태도는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았다.생각을 거듭하던 중, 하준호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하나 떠올렸다. 자기가 실수로 입을 잘못 놀렸을 가능성이 있는 때는 도현과 술을 마시다 취했던 그날뿐이었다. 다음 날 깨어났을 때 전날 일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그때 말고는 다른 가능성이 없었다.“뭔가 떠오르신 모양이네요.” 중현은 계속 하준호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있지도 않은 일을 내가 뭘 떠올려?” 하준호는 인정하지 않았다.“그보다 네가 지금 이러는 건 아니지. 지안이 생각은 해 봤어? 걔는 너랑 강솔 사이의 하나뿐인 아이야. 네가 범죄자가 되면 그 아이 앞날에 어떤 영향이 갈지는 생각 안 해?”“아버지가 서무진 가족을 그렇게 만들고도 아무 처벌 안 받으신 것처럼요?” 중현이 되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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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중현은 대답하지 않았다.임훈은 마음이 급해 중현 곁을 오가며 말을 쏟아냈다.“본인 생각은 안 하셔도 사모님이랑 지안 도련님 생각은 하셔야죠. 진씨 집안이랑 여씨 집안도 만만한 곳이 아닌데, 사모님 혼자 그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하겠습니까.”중현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깊게 가라앉은 눈에는 무언가를 계산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보스...” 임훈이 또 말을 꺼내려 했지만 강 비서가 막았다.임훈이 의아한 눈으로 강 비서를 봤다.왜 막느냐고 묻기도 전에 강 비서가 먼저 중현의 곁으로 다가가 차분하게 물었다. “혹시 문제가 생긴 겁니까?”“우리 아버지... 좀 이상하지 않았어?” 중현의 머릿속에는 방금 대화가 계속 맴돌고 있었다. “내가 도현이 형한테 들었다는 걸 안 뒤부터 지나치게 차분해졌어.”이상할 정도로 침착했다.하준호의 평소 성격과 전혀 맞지 않는 반응이었다.강 비서는 며칠 동안의 모습을 되짚어 봤다. “확실히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화를 내 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고 그냥 포기한 거 아닐까요?” 임훈은 하준호를 잘 모르기에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동안 화도 내고 난리도 쳤는데 저희가 원하는 대로 해 주지 않았잖습니까.”“아니야.” 중현이 잘라 말했다.하준호의 성격이라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체념할 사람이 아니었다.거실로 돌아와 앉은 중현은 최근에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되짚으며 가능한 경우를 하나씩 지웠다. “몸에 연락할 수 있는 장비는 정말 없었지?”“확실합니다.” 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에 태우기 전에 핸드폰부터 회수했습니다.”중현의 미간이 좁혀졌다.핸드폰이 아니라면... 하준호는 왜 갑자기 태도가 달라졌을까?표정과 상태를 보면 머지않아 이곳에서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사람 같았다.“집 안 모든 방이랑 구석까지 전부 확인했어?” 중현이 세세하게 물었다.“전부 확인했습니다.” 임훈은 이런 일에서는 늘 빈틈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 회장님이 입고 있는 옷부터 몸에 지닌 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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