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Bab 831 - Bab 840

846 Bab

제831화

도현은 하준호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뒤 거실을 나와 꼭대기 층 방 앞에 섰다. 유리창 너머로 심준에게 최면 치료를 받는 중현을 바라보는 도현의 가슴에는 여러 감정이 뒤섞였다.‘이 녀석이 서무진이 죽은 진짜 이유까지 알게 되면 죄책감이 더 심해지겠지.’‘차라리 기억을 잃는 게 나을지도 몰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쓸데없는 고민도 다툼도 전부 잊고, 말 잘 듣는 동생으로만 지내면 돼.’도현은 복잡한 감정을 눌러 둔 채 서재로 갔다. 전화를 한 통 걸어 상대가 받자마자 물었다.“강 비서랑 다른 사람들은 지금 어때?”[이상 없습니다.]강 비서 일행을 지키는 책임자가 대답했다. 이곳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뿐이었다.[어젯밤 도착하고 얼마 안 돼서 다들 잤고요. 아까는 화투 한 벌 달라고 하더니 안에서 고스톱 치고 있습니다.]도현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스톱?’‘이렇게 중요한 때에?’“도망치려는 움직임은 없었어?”[없습니다.]책임자가 솔직하게 답했다. [처음 끌려왔을 때만 조금 격하게 반응했고, 30분 정도 지나니 얌전히 있습니다.]도현은 미간을 눌렀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중현이 미리 시켜 둔 행동인지, 아니면 저 사람들이 원래 이렇게 걱정이 없는 건지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알았어.” 도현의 직감은 이 상황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경계 늦추지 말고 제대로 지켜.”전화를 끊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이번에는 상진에게 전화했다.상진은 집에서 여유롭게 쉬고 있었다. [성공했어?]“조금 더 걸려.”도현은 일이 틀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중현에게 기본적인 인식이 자리 잡기 전에는 어떤 변수도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고시후 쪽은 어때?”[네가 알려 준 대로 고 회장한테 얘기했어. 30분 전에 아들을 억지로 해외 출장 보내 버렸더라.]상진은 진행 상황을 모두 설명했다. 하씨 집안 형제인 도현과 중현이 다 머리가 비상하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됐다.둘 중 누구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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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저희가 괜찮다고 판단하면 바로 채용해도 된다는 말씀인가요?” 팀장 서다은이 물었다.강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보는 건 일정과 결과예요. 각자 필요한 업무를 제대로 해내고 팀원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가능합니다.”“알겠습니다.” 누구도 이견을 내지 않았다.“L시의 1차 프로젝트는 당분간 조금만 더 힘내 주세요.” 강솔이 덧붙였다. “검수 끝나고 대금까지 들어오면 회사 비용으로 열흘 동안 여행 보내 드릴게요. 장소랑 날짜는 여러분끼리 정하면 됩니다.”“대표님, 최고입니다!”“저는 바다로 가고 싶어요.”“저는 눈 보고 싶습니다.”“이 계절에 무슨 눈이야. 프로젝트 끝날 때면 거의 여름일 텐데.”“대표님, 해외도 됩니까?”“돼요.” 강솔은 선뜻 답했다. “장소만 정해 주시면 제가 사람 붙여서 일정 짜게 할게요.”예상대로 회의실에서 환호가 터졌다.회의가 끝난 뒤 강솔은 회사를 나왔다. 지금의 의강소프트웨어는 강솔이 자리를 비워도 돌아갈 정도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강솔은 프로젝트 방향과 큰 일정만 잡아 주면 됐다.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홍일은 계속 강솔을 빤히 바라봤다.“할 말 있으면 해.” 강솔은 그 시선이 영 불편했다. “계속 그렇게 보면 좀 무섭거든.”“아가씨가 점점 진짜 사장님 같아지십니다.” 홍일은 예전에 했던 말을 또 꺼냈다. “아직 성공하지도 않은 일의 보상부터 약속하시는 솜씨가 점점 자연스러워지시네요.”강솔은 황당했다. “내가 언제 빈말했는데?”홍일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대놓고 따지는 기색이 있었다. “프로젝트 검수도 안 끝났는데 벌써 여행부터 약속하셨잖습니까.”“검수는 결국 통과하고 대금도 들어올 거야.”강솔은 이런 일을 처리하는 데 갈수록 익숙해지고 있었다. “지금 미리 말해 두는 건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한테 끝나고 나면 좋은 일이 있다는 목표를 미리 만들어 주는 거고.”홍일이 짧게 대답했다. “아, 네.”강솔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안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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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세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태휘와 진환식이 보였다.강솔은 태휘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외할아버지를 보러 왔겠거니 생각하고 방해하지 않으려 했는데, 강솔이 자리를 뜨기도 전에 진환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솔이 왔네. 너희 둘이 얘기해라. 나는 정숙이한테 가 볼 테니까.”강솔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나를 보러 왔었나?’태휘는 예의를 갖춰 말했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가족끼리 그런 인사는 안 하셔도 돼요.” 강솔도 적당히 거리를 둔 예의 바른 말로 답했다.“오늘은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태휘는 핸드폰을 꺼내 화면 하나를 띄운 뒤 강솔에게 건넸다.“이 메일 주소, 하중현 대표의 개인 메일이 맞아?”강솔은 핸드폰을 받아 주소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강솔은 중현의 일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고 중현도 굳이 강솔에게 자신의 업무를 맡기지 않았지만, 중현이 어떤 메일 계정을 쓰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태휘의 눈이 조금 더 깊어졌다.“무슨 일인데요?” 사정을 모르는 강솔은 물을 수밖에 없었다. 방금 화면에서는 오전 8시 정각에 중현이 태휘에게 메일을 한 통 보냈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고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하중현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태휘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장난으로 사람을 속이거나 거짓 정보를 보내는 사람인가?”“아니요.” 강솔이 바로 답했다.중현은 속으로 여러 수를 계산하는 사람이었지만 적어도 신뢰를 저버리는 사람은 아니었다.사업 파트너로서는 확실했고, 친구에게 일이 생기면 외면하지 않았고, 아버지로서도 아들에게 다정하고 세심했다.“오늘 아침에 제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8시 정각, 정확히 그 시간에요.”태휘는 쉽게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무엇이든 먼저 확인하고 움직이는 편이었다. “내용은 임단아와 관련돼 있어.”강솔은 조금 놀랐다. 곧 머릿속에 한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아마 중현이 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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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숨겨야 할 관계를 만든 사람은 분명 도현이었다.그런데도 도현은 자기 지위를 앞세워 단아를 돈으로 붙잡아 둔 여자처럼 취급했다. 그런 말을 오랫동안 듣다 보니 단아 자신도 어느새 자신을 그렇게 여기게 됐다.사람의 인식을 조금씩 바꾸는 말과 행동은 생각보다 무서웠다.“알았어.” 태휘는 짧게 답하고 자리를 떠났다.태휘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환식이 다시 돌아왔다.강솔의 표정에 아직 생각이 남아 있는 걸 본 진환식이 호기심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태휘가 너한테 무슨 일로 왔어?”“별일 아니었어요.” 강솔은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꿨다. “엄마 보러 가신 거 아니었어요? 안 계셨어요?”“있기는 있지.” 진환식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강솔이 의아하게 바라봤다.진환식은 못마땅한 듯 밖을 한번 보고 말했다. “여윤재도 같이 있더라!”강솔은 입을 다물었다.“내가 그 인간보다 얼굴이 두꺼웠으면 정숙이 옆에 저렇게 찰싹 붙어 있게 놔뒀겠어?”진환식은 콧방귀를 뀌었다. 여윤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강솔은 웃으며 진환식의 속마음을 바로 짚었다. “외할아버지가 일부러 양보해 주신 거잖아요.”진환식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잠시 아버지로서의 자존심과 딸에 대한 솔직한 마음 사이에서 망설였지만 결국 부정하지 않았다.“예전에 둘이 헤어진 데는 내 책임도 있어. 처음부터 내가 둘이 만나는 걸 허락했으면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나중에는 허락하셨잖아요.” 강솔도 함께 지내며 엄마의 과거 이야기를 꽤 많이 알게 됐다. “엄마를 끝까지 믿지 못한 건 그분이었고요.”옛일을 꺼내자 진환식의 마음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아무리 사과하고 또 사과해도 과거에 자신이 지나치게 고집을 부렸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정숙을 몰아붙여 떠나게 한 일도 후회하고 있었다.“두 분의 관계에 대해서 외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다 하셨어요.” 강솔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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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강솔이 말을 끝낸 뒤 10초가 넘도록 단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허락도 없이 태휘 오빠한테 이런 이야기를 한 건 미안해요.” 강솔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도 단아 씨 마음에 아직 태휘 오빠가 남아 있다면 이번에는 조금 용기 내 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단아는 ‘소프트 가든’에서 태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칭찬만 했다. 예전에 아주 친했던 친구라고 말했고,자기도 모르게 요즘 태휘가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다. 잘 지낸다는 말을 듣고는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했다.그 말들만 봐도 단아의 마음속에 태휘가 남아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옆에서 보는 강솔로서는 그 감정이 이성적인 호감인지, 오래된 친구를 향한 애정인지는 단정할 수 없었다.[제가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죠.]단아의 목소리에는 전보다 푹 가라앉았다. [계속 피하기만 하고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 했던 일이 있어요.]단아는 아직 태휘에게 사과해야 할 말이 남아 있었다.아주 어렸을 때 하지 못했던 사과였다.“괜찮아요?” 강솔은 단아의 기분이 달라진 걸 바로 알아차렸다.[괜찮아요. 예전 일이 조금 떠올라서 그래요.]단아는 이미 감정을 추스르고 있었다. [방금 말한 것 말고 태휘한테 다른 이야기도 했어요?]“아니요.” 강솔은 사실대로 답했다.단아의 마음은 다시 팽팽하게 긴장했다.그렇다면 태휘는 자신을 만나러 와도 도현과의 특별한 관계까지는 모른다는 뜻이었다.그 사람은 예전부터 마음이 맑고 단순한 편이었다. 지금 자신이 이미...“단아 씨는 피해자예요. 하도현과의 관계에서 이득을 취한 사람이 아니고요.” 강솔은 단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한 듯 바로 일깨웠다. “하도현 대표가 했던 말을 계속 떠올리지 말아요. 하지도 않은 일까지 자기 잘못으로 여기지도 말고요.”[강솔 씨.]단아가 드물게 이름만 부르며 거리를 좁혔다.강솔이 대답했다. “네?”단아의 눈가에 다정한 기색이 번졌다. [강솔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강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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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단아는 촬영장 사람들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뒤에 비로소 전화받았다. 긴장과 불안이 뒤섞인 채 상대가 먼저 말하기를 기다렸다.[바빠?]도현의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웠다.단아는 감정을 가다듬으며 적당한 핑계를 댔다. “대본 보고 있어. 20분 정도 지나면 내 촬영 차례라서 한 번 더 보고 있었어.”[말해 줄 게 있어.]도현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들렸다. [오씨 집안과 이야기하던 결혼은 없던 일로 했어. 이제 정략결혼 안 해.]단아가 눈을 살짝 들었다.도현은 통유리창 앞에 서서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너도 계속 우리가 제대로 된 관계이기를 원했잖아?]단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관계를 확실히 해 달라는 말은 핑계에 불과했다.도현이 그런 말을 싫어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꺼낸 적도 있었다. 도현을 화나게 해서 자신을 내쫓게 만들고, 그 뒤로는 완전히 관계를 끊고 싶었기 때문이다.[네가 내 생일 선물 주는 날, 나도 너한테 선물 하나 할게.]도현이 말했다.단아는 그 선물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도현이 좋아하는 순하고 욕심 없는 사람을 계속 연기했다. “난 선물 같은 건 상관없어. 이 작품만 무사히 끝내고 출연료 받으면 당신 생일 선물 사 줄 수 있으면 돼.”도현은 한마디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말을 듣자 잠깐 기분이 좋아졌다.[거기 촬영은 며칠이나 더 남았어?]“나흘 정도.” 단아는 사실대로 말했다.[알았어.]도현은 더 오래 통화하지 않았다. 이쪽에는 아직 중현의 일이 남아 있었다. [돌아오기 전에 연락해. 시간 되면 내가 데리러 갈게.]“응.” 단아가 짧게 답했다.도현은 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단아가 계속 도망치고 싶어 한다는 걸 도현도 알았다. 요즘 들어 얌전하고 순종적인 모습을 보여도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과 밤에 잠들었을 때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는 습관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하지만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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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비서의 눈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도현이 계획을 갑자기 바꿀 줄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그 외에 특별히 설정할 사람이 더 있습니까?”심준이 물었다.“그 정도면 됩니다.” 도현은 강솔도, 시후도, 강 비서를 비롯한 다른 사람도 언급하지 않았다. “사람 수가 적을수록 암시 효과가 더 안정적이라고 하셨죠?”“예.”심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방금 말씀드린 대로 진행해 주세요.”지시를 마친 도현은 방에서 나왔다. 비서는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도현을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대표님, 원래는 하중현 대표가 전처를 적대하게 만들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그건 아버지 생각이었어.” 도현이 말했다.비서가 다시 물었다. “하중현 대표가 전처에게 넘긴 재산이나 권리를 돌려받으실 생각은 없으십니까?”“그것보다 나는 중현이 강솔을 정말 그렇게까지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으로 바꿔도 똑같을지가 더 궁금해.”도현이 말했다. “소아연 관련 소송부터 정리한 뒤, 소아연도 여기로 데려와.”비서는 바로 움직였다.“알겠습니다.”도현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중현이 강솔에게 넘긴 것들이나 지안의 양육권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도현이 보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자신들이 첫사랑이라고 인식하게 만든 아연이 중현 앞에 나타났을 때, 중현이 심어진 암시에 따라 계속 아연에게 설레고 좋아하게 될지 아니면 다른 반응을 보일지 확인하고 싶었다.중현은 입만 열면 강솔은 자기에게 특별하다고 말했다.마침 이번 기회에 대체 뭐가 그렇게 특별한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하준호가 다가왔다. 전날 일 때문에 도현에게 불만이 있었지만 대놓고 드러낼 수는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중현이 상태는 어때?”“이제 기본 인상을 심는 단계입니다.” 도현이 차분하게 대답했다.“나랑 네 엄마가 자기를 많이 사랑하는 부모라는 걸 꼭 알게 해. 우리 말도 잘 듣게 하고.”하준호는 그 부분을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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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도현의 미간에 복잡한 기색이 역력했다.상진이 물었다. “중현이 미리 짜 놓은 계획일까 봐 걱정하는 거야?”“가능성이 없지는 않지.”중현의 능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도현이었다.강한 사람은 쉽게 부러진다는 말이 있지만 중현은 어릴 때부터 고집이 셌다. 그 성격 때문에 손해도 많이 보고 이유 없이 매 맞는 일도 적지 않았지만, 결국 자기 길을 직접 만들어 냈다.몇 수 앞까지 계산하는 하씨 집안 둘째라는 평판도 괜히 생긴 이미지가 아니었다.“내가 보기엔 네 걱정이 투머치야.”상진이 달랬다. “아까도 말했잖아. 저 사람들만 제대로 막아 두면 기억을 잃은 하중현이 큰일을 만들 수는 없어.”도현은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그래도 계속 마음에 걸리면 중현이 깨어났을 때 나를 친구라고 알려 줘.”상진도 한참 생각한 끝에 제안했다. “그럼 내가 옆에서 봐 줄게. 어디 가든 같이 다니면서.”“너는 일이 그렇게 한가해?” 도현이 물었다.“네 동생 성격이면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타입은 아닐 테니까 괜찮아.”“고시후 쪽도 봐야 해.”“당분간 돌아오지도 못해.”상진은 관련된 일을 이미 정리해 둔 상태였다.“많아야 레미한테 연락해서 중현이 상태 좀 봐 달라고 하겠지. 전에 보니까 레미는 이 일 자체에 별 관심 없어 보이던데.”도현은 말없이 모든 상황을 머릿속에서 다시 정리했다.지금 중현 주변의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도현이 움직임을 통제하고 있었다. 중현에게 직접 영향을 줄 만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변수는 지안이었다.중현이 깨어난 뒤 전처와 아이를 한번 보고 싶다고 할 수도 있었다. 강솔이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중현의 성격상 바로 믿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아이는 달랐다.“또 뭐가 걸려?” 상진이 입술을 다문 채 도현을 바라봤다.“지안이 쪽을 어떻게 할지 생각 중이야.” 도현은 변수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자기 아이가 하는 말이면 중현도 크게 의심하지 않을 것 같아서.”“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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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상관없어.” 도현은 사람이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중현이 강솔을 그렇게 깊이 사랑한다는 것도 믿고 싶지 않았다.상진은 한 번 더 말리려 했다.하지만 도현의 표정을 보고 결국 그만뒀다.상진은 오히려 중현이 정말 강솔만 바라보는 사람이기를 바랐다. 기억을 잃든 무슨 일이 생기든 강솔에게만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기억을 되찾은 뒤 모든 사실을 알게 됐을 때 형제 사이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빠질 게 분명했다.도현은 원래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런데 왜 이 문제를 이렇게 가볍게 결정하는지 상진도 이해하기 어려웠다.“며칠은 푹 쉬면서 집에서 은하랑 시간 보내.”도현은 상진처럼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번 결정하면 바로 움직이는 편이었다.“중현이 깨어나고 상태 좀 안정되면 친한 친구인 척 와서 만나.”“그래.” 상진은 거절하지 않고 도현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였다.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걸로 두 사람의 대화는 끝났다.상진은 그곳에 30분 남짓 더 머문 뒤 돌아갔다.중현에게 주변 관계와 인상을 심는 작업은 오후 5시쯤에야 끝났다. 심준은 상태를 다시 확인한 뒤 도현을 찾아와 결과를 설명했다.“동생분의 인상 암시는 모두 끝났습니다.”“언제쯤 깨어납니까?” 도현이 물었다.심준은 시간을 확인하고 대략적인 범위를 알려 줬다.“내일 오전쯤 깨어날 가능성이 큽니다.”“알겠습니다.”심준은 이후 주의할 점도 설명했다.“보름 정도는 감정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해 주는 편이 좋습니다. 정신적으로 강한 자극을 받으면 깊이 남아 있던 과거 기억이 일부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도현은 빠짐없이 기억해 뒀다. 추가로 물으려던 때 핸드폰에 전화가 들어왔다.단아 곁에 붙여 둔 경호원의 전화였다. 도현은 미간을 아주 조금 좁혔다. 심준에게 잠깐 전화받겠다고 말한 뒤 창가로 가 전화받았다. “무슨 일이야?”[대표님.]경호원은 정해진 보고처럼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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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하도현이야?” 태휘가 짐작해 물었다.단아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뭐?”“너 원래 쉽게 긴장하거나 불안해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태휘는 단아의 표정과 핸드폰을 꽉 쥔 손을 모두 보고 있었다. “그 메시지는 좀 무서워하는 것 같아서.”“소속사에서 온 메시지야.” 단아는 적당히 둘러댔다.태휘는 말 없이 단아를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태휘의 시선이 너무 강렬해서 단아는 숨을 곳이 없는 기분이 들었다.결국 단아가 먼저 화제를 돌렸다. “나 보러 온 이유가 뭐야? 조금 있으면 촬영 들어가야 해서 오래는 못 있어.”태휘는 입술을 다물었다. 오랫동안 눌러 둔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와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정리하기 어려웠다.“별일 아니면 나 먼저 나갈게.” 단아도 태휘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일부러 묻어 둔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했던 다툼도, 단아가 일부러 모질게 내뱉었던 말도 선명했다.자기가 태휘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 기억했다. 그 말을 들은 뒤 태휘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도 잊을 수 없었다.“나 이제 돈도 있고, 힘도 있고, 내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아.”태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오래 생각한 뒤 준비한 말이라는 게 느껴졌다. “네가 원하는 안정된 생활도, 필요한 것도 다 해 줄 수 있어.”단아의 움직임이 멎었다.태휘가 이름을 불렀다. “단아야.”단아는 본능적으로 태휘를 바라봤다.단아의 시야 속에서 태휘는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태휘가 조심스럽지만 확실하게 물었다. “나 다시 좋아해 줄 수 있어?”단아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굳었다.태휘가 이렇게 곧바로 고백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예전에 알던 태휘의 성격과도 너무 달랐다.단아는 애써 마음속 평정을 유지했다. 지금의 자신은 태휘와 함께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더 어려웠다.“너...”“누가 그러더라. 좋아하면 직접 고백하라고. 상대가 알아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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