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841 - Chapter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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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1화

“너도 많이 변했네.” 단아는 최대한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말했다.태휘가 막 입을 열려던 참이었다.“나도 마찬가지야.” 단아가 말을 이었다. “지금 우리는 몇 년 전과는 달라졌어. 나도 이제 네가 좋아했던 그 어린 단아가 아니고.”“그래도 넌 너야.” 태휘가 단아의 말을 바로잡았다.“내가 왜 좋아?” 단아는 진지하게 물었다. 태휘의 고백은 분명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 보니, 이 고백은 지나치게 성급하고 충동적으로 느껴졌다.두 사람은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하고 지냈다.마지막으로 마주했던 날에도 싸우고 헤어졌다.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난 첫날부터 고백이라니.“네가 지금 나한테 느끼는 감정이 5년 전에 있었던 미련이 남아서인지, 아니면 지금의 나를 정말 좋아하는 건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어?” 단아는 이 문제를 가볍게 넘길 생각이 없었다.“구분 못 해.” 태휘는 솔직하게 답했다. 적어도 감정 문제로 거짓말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냥 네가 안 보이면 걱정되고 계속 생각나. 네가 눈앞에 있으면 여기가 내 뜻대로 안 될 만큼 세게 뛰어.”태휘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심장을 가리키며 말했다.“네 동생 일은 이미 사람 보내서 처리하게 했어.” 태휘가 덧붙였다. “이제 하도현한테 휘둘릴 일 없어.”“고마워.” 단아의 인사는 진심이었다.태휘는 단아를 가만히 바라봤다.단아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고 싶었다.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단아는 더 말하지 않았다.“너...” 태휘가 다시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나 곧 촬영 들어가야 해.” 단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부러 거리를 두고 선을 긋는 태도였다. “별일 없으면 진 대표님은 먼저 가.”“단아야.” 태휘는 단아가 대체 무엇을 망설이는지 알 수 없었다.단아가 눈을 들어 태휘를 바라봤다.그 눈에는 낯섦과 거리감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조금 전 스쳐 지나갔던 놀라움과 복잡한 감정마저 태휘가 잘못 본 것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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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단아는 처음엔 그 일을 태휘에게 털어놓으려 했다. 하지만 태휘가 교수와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돼 당분간 연락하기 어렵다고 하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전부 삼켰다.그 이후,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 끝에 단아의 멘탈은 결국 버티지 못할 만큼 무너졌다.태휘의 어머니는 다시 단아를 찾아와 선을 그었다. 계층의 벽은 단아가 올라갈 수도, 태휘가 내려올 수도 있는 게 아니며, 진씨 집안이 시골에서 자란 단아 같은 아이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일은 없다고 했다.태휘가 결혼할 나이가 되면 집안에 맞는 맞선 상대를 따로 정해 줄 거라고도 했다.태휘를 발판으로 삼아 신분 상승할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몰아붙였고, 계속 헤어지지 않으면 대학도 다니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단아는 감히 모험할 수 없었다. 그동안 태휘의 어머니가 벌인 일들은 단아에게 돈과 권력에 대한 두려움을 깊이 새겨 놓았다. 태휘를 좋아하는 마음도 중요했지만 공부 역시 포기할 수 없었다. 대학에 가야만 자신을 옥죄던 집안에서 벗어나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다.결국 단아는 굴복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었다. 단아 역시 마지막 한 번의 승부를 걸고 있었다.태휘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는지 믿어 보고 싶었다. 자신이 먼저 헤어지자고 해도 태휘만은 끝까지 마음을 놓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하지만 단아는 어린 태휘의 자존심을 너무 얕봤다. 태휘의 어머니가 시킨 대로 모진 말을 내뱉자 태휘는 화를 내며 분노했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느냐며 상처받았다.단아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그날부터 정말 태휘를 놓고 학업에만 집중하기로 했다.밤새 대학 지원서를 다시 고쳐 지원 지역을 J시로 바꿨다. 그래도 태휘는 여전히 단아의 마음속에서 아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사춘기 내내 가장 버티기 힘든 시기를 함께 지나 준 사람이 태휘였다. 부모가 몇 번이나 자퇴를 강요하고 학교까지 찾아가 소란을 피울 때마다 단아가 버틸 수 있도록 붙잡아준 사람도 태휘였다.단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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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단아는 도현이 조사해도 문제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다행히 태휘가 찾아갈 거라고 강솔이 미리 알려 줬다. 단아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관련된 일을 먼저 알아봐 둔 상태였다.여주인공은 JX그룹 계열 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였다.회사에서 한창 밀어주는 인기 배우였고, JX그룹의 여러 브랜드 광고도 도맡고 있었다.서브 남주를 맡은 배우는 재력가 집안의 아들이었다.며칠 전 함께 찍은 장면을 계기로 여주인공에게 호감을 느꼈고,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들이대며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 마찰이 생겼다.도현이 직접 조사하더라도 단아가 한 말에는 딱히 트집 잡을 게 없었다.실제 상황도 단아의 예상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그날 밤, 도현의 비서는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확인한 뒤 자료로 정리해 도현 앞에 올려놓았다.도현은 손에 든 자료를 천천히 쓸어 보았다.“진태휘가 이 배우랑 따로 엮인 게 있어?” 도현이 하나 더 물었다.비서가 답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건 없습니다.”도현은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어느 정도 검토를 마친 도현은, 차라리 헛수고하더라도 가능성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진태휘랑 단아가 예전에 알던 사이였는지도 확인해. 단아가 대학에 들어가기 전 시기부터.”태휘는 줄곧 H시에 있었고 J시에 온 적이 없었다.단아 역시 J시에 자리 잡은 뒤 H시에 간 적이 없었다.둘 사이에 과거가 있다면 단아가 J시에 오기 전일 가능성이 컸다.“네, 확인하겠습니다.” 비서는 바로 지시를 받아들였다.“소아연 쪽은 어떻게 됐어?” 도현은 화제를 바꾸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처리는 끝났습니다. 언제든 데려올 수 있습니다.” 일 처리가 빠른 비서였지만 한 가지 걱정은 짚고 넘어갔다. “다만 저희가 둘째 도련님의 고소 절차를 중간에서 막은 걸 나중에 아시면...”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풀린 건 중현이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강 비서를 비롯한 측근들까지 감시받으며 움직이지 못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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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기억은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서 익숙한 사람들을 보다 보면 서서히 돌아올 수 있다는 의사의 조언이 있었다.” 도현은 태연하게 설명했다. “조급해하지 마.”“응.”중현은 짧게 답했다.“일단 쉬어.” 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첫 단계가 예상대로 흘러가는 게 만족스러웠다. “나랑 아버지는 의사랑 얘기 좀 하고 올게.”말을 마친 도현이 하준호에게 밖으로 나가자는 눈짓을 보냈다.하준호도 수상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따라 나갈 수밖에 없었다.방에 혼자 남은 중현은, 곧 침대에서 내려와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방 안을 살피고 창밖도 내다보던 중 책상 위에 지갑과 핸드폰이 놓여 있는 걸 발견하자 자연스럽게 집어 들었다.지갑 안에는 주민등록증과 카드 몇 장, 한 여자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중현은 아연의 사진을 한동안 바라봤다. 심리 암시로 심어 둔 기억이 자극되면서, 이 여자가 현재 자신의 여자 친구이자 첫사랑이라는 흐릿한 인식이 떠올랐다.그런데 이유도 모르게... 중현의 미간이 좁혀졌다.그 기억 자체를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듯했다.같은 시각 도현의 서재. 문이 닫히자마자 하준호가 도현을 몰아세웠다. “넌 분명 내가 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만들고, 내 말이라면 다 듣게 해 준다고 했잖아?”“네.”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하준호가 따졌다. “그런데 방금 저 반응은 뭐야?”“정상입니다. 심준 교수님이 할 수 있는 건 기억의 바탕을 깔아 두는 정도예요. 특정 사람을 봤을 때 미리 심어 둔 첫인상이 떠오르게 만드는 거죠.” 도현은 차분하게 설명했다. “중현이 아버지를 보면 좋은 아버지라는 인식부터 떠올리게 해 둔 겁니다. 그 뒤 중현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버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고요.”하준호는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중현 성격이라면 자신에게 대놓고 반항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어릴 때부터 고집도 세고 제멋대로였는데, 다 큰 지금은 오죽할까?“설마 심준 교수님이 사람 머릿속에 구체적인 기억까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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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도현이 물었다. “왜?”“내가 그렇게 잘 속게 보여?” 중현의 검은 눈은 속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었다.도현이 눈꼬리를 살짝 올렸다.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거짓말 같아.” 중현은 사진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말투는 여전히 느긋하고 차분했다. “난 충동적으로 헤어질 사람도 아니고, 홧김에 결혼할 사람도 아니야. 더구나 전 여자 친구 때문에 현재 배우자를 저버릴 사람은 더더욱 아니고.”“평소의 넌 그렇지. 감정에 휩쓸렸을 땐 얘기가 달라.” 도현은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못 믿겠으면 직접 확인해 봐.”도현이 너무 확신에 차 있으니 중현도 조금 망설여졌다.‘내가 정말 그런 쓰레기 같은 짓을 했다고?’“나랑 결혼했던 사람은 지금 어디 있어?”“부모가 H시로 데려갔어.” 도현은 사실과 거짓을 반씩 섞었다.중현은 기억을 더듬어 보려 했지만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 결국 눈앞의 형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름은?”도현과 중현의 시선이 마주쳤다.도현은 잠깐 망설였다.‘강솔’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기가 꺼려졌다. 그 두 글자가 중현의 깊은 기억 속에서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심준은 보름 동안은 중현을 자극하지 말라고 했다. 잘못 건드리면 과거의 강한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었다. 강솔이 중현의 마음속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인지 도현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네가 천천히 떠올려.” 도현은 직접 답하지 않았다. “그 여자한테 평생 미움받기 싫으면 당분간 찾아가서 건드리지 말고.”중현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도현이 물었다. “더 궁금한 거 있어?”“많아.”“궁금한 게 많은 걸 보니 머리는 멀쩡하네.” 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중현 앞으로 갔다. 형답게 동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래도 기억은 서두른다고 돌아오는 게 아니야. 지금은 잘 쉬는 게 먼저야.”중현은 자신에게 별다른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 않았다.하지만 형이라고 하는 사람이 문제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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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강솔은 이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 전에 중현을 찾아갔다가 차갑게 거절당한 뒤로는 중현 쪽 일에는 일부러 아무 관심도 두지 않았다.대신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 일에 쏟았다. 투자와 금융 공부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마침 오늘도 새로 두 회사에 투자를 끝낸 참이었다.투자금을 집행한 뒤 강솔은 자료가 담긴 태블릿을 들고 강정숙을 찾아갔다. “엄마, 이 두 회사 전망은 어떻게 보세요? 투자할 만해 보여요?”“그런 건 아빠도 잘해.” 여윤재가 냉큼 끼어들었다. 강솔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훤했다. “아빠가 한번 봐 줄까?”강솔은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강정숙도 입을 열지 않았다.여윤재의 말은 아주 자연스럽게 허공으로 흩어졌다.여윤재는 곧바로 강정숙에게 시선을 돌렸다. “정숙아, 너 오늘 하루 종일 일해서 피곤하잖아. 이런 건 내가 솔이한테 해 줄게.”“내 딸 일에는 한 번도 사소했던 적 없어.”강정숙은 강솔에게 받은 태블릿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솔과 함께 정원을 벗어나며 말을 이었다. “솔이 일이라면 뭐든 내가 제대로 봐 줘야지.”“엄마, 사랑해요.” 강솔이 강정숙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여윤재는 말문이 턱 막혔다.아내에게 잘 보이려다가 이런 식으로 또 다른 함정에 빠질 줄은 몰랐다.방금 잘못한 말을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두 사람을 따라가려던 여윤재 앞을 진환식이 막아섰다. “내가 정숙이한테는 겉으로만 잘하는 거 안 통한다고 했지?”“그렇습니까?” 여윤재가 되물었다.“내 딸인데 내가 모르겠어?” 진환식은 모처럼 여윤재를 상대로 한 점 따서 이긴 듯 의기양양했다.여윤재는 진환식을 바라봤다. 부르는 말은 공손했지만 내용은 전혀 봐주지 않았다. “그렇게 잘 아시는데 정숙이는 왜 아직 회장님한테 아버지라고 안 합니까?”진환식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이 자식이.’‘역시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정숙이 아직 나한테 아버지라고는 안 해도, 솔이는 나한테 외할아버지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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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계속 이런 식이면 이 집 문턱도 못 넘게 할 거야.”강정숙은 강솔보다 훨씬 단호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윤재는 바로 태세를 바꿨다. 강정숙은 한번 말하면 정말 그대로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반대로 진환식의 기분은 좋아졌다.강정숙이 아직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른 건 아니지만, 방금만큼은 자기편을 들어준 셈이었다.“안 그럴게. 화내지 마.”요즘의 여윤재는 예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강정숙이 다시 자신을 받아들이도록 하려고 체면 같은 건 진작 내려놨다. “너희 투자 얘기하던 거 아니었어? 어떻게 됐어?”“필요한 물건 있어서 가지러 내려온 거야.” 강정숙은 짧게 답하고 필요한 것을 챙겨 강솔과 함께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이전보다 한층 더 명확히 선을 긋는 강정숙의 뒷모습을 보며 여윤재는 자신이 일을 망쳤다는 걸 알았다.진환식은 그런 여윤재를 보다가 결국 한마디했다. “정숙이는 평생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압니다.” 여윤재의 태도도 진지해졌다. 그 사실만큼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진환식은 조금 의외라는 눈으로 여윤재를 봤다.“그때 제가 정숙이한테 잘못했습니다. 정숙이가 애쓴 것도 전부 저버렸고, 태중에 있던 솔이까지 지우라고 몰아붙였습니다.” 이제 여윤재는 과거의 잘못만큼은 명확하게 보고 인정하고 있었다.“정숙이 저를 용서하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강정숙이 여윤재에게 빚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와 미래를 지키려고 끝까지 애쓴 쪽은 강정숙이었다.당시 여윤재는 자기 집안이 강정숙을 해칠까 두려워 다른 길을 택했다. 결국 강정숙의 능력과 의지를 충분히 믿지 못했고, 두 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서 집안에 맞서 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자기 잘못이었다.“지금은 그냥 정숙이 곁에 있고 싶습니다.” 여윤재는 드물게 속마음을 솔직히 꺼냈다. “무슨 관계로 남든 상관없습니다.”“그걸 알면서 아까는 왜 그렇게까지 따졌어?” 진환식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아는 것과 바라는 건 다르니까요.”여윤재는 그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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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강정숙의 찌푸린 미간에 걱정이 어렸다.강솔이 물었다. “왜 그러세요?”“진무천이랑 진우찬 성격이면 네가 무사히 끝내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분명 뭔가 건드려서 이슈를 만들 거다.” 강정숙은 두 오빠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앞으로 더 조심해.”평가 과제에 다른 사람이 개입할 수만 있었다면,강정숙은 딸이 혼자서 이 모든 어려움을 감당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알고 있어요. 계속 신경 쓰고 있으니까 엄마는 걱정하지 마세요.”이야기를 마친 강솔은 신동과 홍일을 찾아갔다. 두 사람은 대장님을 만나러 가겠다더니 여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대체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강솔이 갔을 때도 둘은 여전히 머리를 맞대고 의논 중이었다.홍일이 말했다. “그냥 가지 말까? 별일도 없잖아.”신동이 맞받았다. “여기 임무 진행 상황이 궁금하면 대장님이 우리를 찾아와야지. 우리가 찾아갈 이유는 없잖아.”“일리 있네.”“그럼 안 가?”“그래.”“나중에 대장님이 왜 안 왔냐고 물으면 네가 가기 싫어서 그랬다고 해.” 신동은 책임을 미루는 데 능숙했다. “내가 먼저 말 꺼냈다고 하면 안 돼.”홍일이 어이없다는 듯 신동을 봤다.원래 정직한 홍일은 이런 문제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네가 먼저 말 꺼낸 거 맞잖아.”“난 물어봤을 뿐이고, 결정은 네가 했지.” 신동은 말꼬리를 잡으며 빠져나가려 했다.두 사람이 곧 말다툼이라도 할 분위기가 되자 강솔이 앞으로 걸어와 의견을 냈다. “미룰 것 없이 오늘 가. 방금 레미한테 물어봤는데 저녁에 별일 없대.”신동은 할 말을 잃었다.홍일도 마찬가지였다.“아가씨, 남의 대화를 엿듣는 건 좀 그렇지 않습니까.” 신동이 화제를 돌리려 했다.“일부러 들으라고 크게 떠든 거 아니야?” 강솔은 요즘 판단도 빨라지고 눈치도 훨씬 좋아졌다. “너희 실력에 내가 온 걸 몰랐다고?”“이제 아가씨는 정말 못 속이겠네요.” 홍일은 포기한 듯 순순히 인정했다.신동도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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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차가 레미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8시가 넘었다. 강솔 일행이 들어섰을 무렵 레미와 신동, 홍일의 대장은 저녁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강솔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레미 옆에 앉아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단정하게 자른 짧은 머리, 맑고 선명한 눈매. 몸 전체에서 레미와 닮은 느긋하고 거리낌없는 분위기가 흘렀다.강솔이 여자를 바라보는 동안 고한비 역시 강솔을 살피고 있었다.한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눈썹을 가볍게 치켜세우며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강솔 씨?”“대장님?” 강솔이 되물었다.“한비라고 해도 되고, 한비 씨라고 불러도 돼.”한비는 강솔이 상상했던 엄격하고 날 선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친근하고 편안한 인상이 강했고, 겉모습과 분위기만 봐서는 군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짐작하기 어려웠다.“한비?”“한비 씨?”강솔이 입을 열기도 전에 신동과 홍일이 먼저 반응했다.평소와 완전히 다른 한비의 모습에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가득했다.한비가 눈꼬리를 살짝 올리며 아주 부드럽게 물었다. “문제 있어?”홍일은 입을 다물었다.신동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협박이다.’‘저건 분명 협박이야!’“문제 없습니다. 대장님 말씀이 맞죠.” 신동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홍일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얼른 한비의 말에 맞장구쳤다.홍일도 짧게 말했다. “맞습니다.”“대장님이 시킨 그 일, 저희 아직 아가씨한테 말 안 했어요.”신동은 자리에 앉자 강솔이 레미와 이야기하는 틈을 타 목소리를 낮추고 한비의 귀에 빠르게 속삭였다. “이따 얘기하다가 실수로라도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한비가 태연하게 물었다. “무슨 일?”신동이 이를 악물었다. “대장님, 연기 좀 그만해요.”한비는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신동은 어금니를 꾹 깨물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짜 모르는 척 연기 죽이네.’“내가 솔이랑 얘기 좀 하고 올게.” 레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 사람에게 거실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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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강솔은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잠시 말이 없던 강솔은 곧 답했다. “잘됐네.”레미는 난간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깔끔하게 자른 짧은 머리가 시원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정말 잘됐다고 생각해?”“응.”중현이 기억을 잃으면 강솔의 생활도 다시 평온해진다.서로 각자의 삶을 살면서 아무 일 없이 지내면 됐다.“시후가 전화해서 중현이 기억 되찾는 걸 도와 달라고 하면?” 레미와 강솔은 이제 서로 돌려 말할 사이가 아니었다. “해 줄 거야, 말 거야?”“안 해.” 강솔은 고민도 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찾아갔을 때 분명히 말했어. 그때 나더러 가라고 하면 그 뒤로는 중현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고.”중현이 죽지만 않고, 지안에게 아빠로 남아 있기만 하면 됐다.멀쩡하게 살든 몸을 다치든, 자유롭게 지내든 어디에 갇혀 지내든 이제 강솔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지안이 중현을 만나는 건 막지 않겠지만, 자신이 먼저 애써 다가갔다가 무시당하는 일도 다시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럼 됐어.” 레미는 안도하며 강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시후 전화를 받았을 때는 네가 또 당황하고 정신없이 흔들릴까 봐 조금 걱정했어.”“이제 안 그래.” 강솔은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마음을 정리했다.“중현이 자기 고집대로 선택해서 만든 결과니까, 그 결과도 본인이 알아서 책임져야지.”레미에게는 처음 만났을 때 보였던 거리낌 없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다시 돌아와 있었다. “할 말은 다 했고, 말려 볼 만큼도 말렸어. 우리도 할 만큼 했잖아.”강솔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레미.”레미가 끝 음을 살짝 올렸다. “응?”“너 서무진 씨랑 많이 가까웠지?” 강솔은 얼마 전 레미가 보였던 이상할 정도의 차분한 반응을 떠올리며 짐작한 것을 말했다.레미는 잠깐 굳었다가 작게 웃었다. “응.”무진은 레미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좋아했던 사람이었다.무진이 세상을 떠난 날, 레미의 삶은 다시 깊은 어둠 속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무진은 중현에게 정신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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