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솔은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잠시 말이 없던 강솔은 곧 답했다. “잘됐네.”레미는 난간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깔끔하게 자른 짧은 머리가 시원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정말 잘됐다고 생각해?”“응.”중현이 기억을 잃으면 강솔의 생활도 다시 평온해진다.서로 각자의 삶을 살면서 아무 일 없이 지내면 됐다.“시후가 전화해서 중현이 기억 되찾는 걸 도와 달라고 하면?” 레미와 강솔은 이제 서로 돌려 말할 사이가 아니었다. “해 줄 거야, 말 거야?”“안 해.” 강솔은 고민도 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찾아갔을 때 분명히 말했어. 그때 나더러 가라고 하면 그 뒤로는 중현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고.”중현이 죽지만 않고, 지안에게 아빠로 남아 있기만 하면 됐다.멀쩡하게 살든 몸을 다치든, 자유롭게 지내든 어디에 갇혀 지내든 이제 강솔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지안이 중현을 만나는 건 막지 않겠지만, 자신이 먼저 애써 다가갔다가 무시당하는 일도 다시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럼 됐어.” 레미는 안도하며 강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시후 전화를 받았을 때는 네가 또 당황하고 정신없이 흔들릴까 봐 조금 걱정했어.”“이제 안 그래.” 강솔은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마음을 정리했다.“중현이 자기 고집대로 선택해서 만든 결과니까, 그 결과도 본인이 알아서 책임져야지.”레미에게는 처음 만났을 때 보였던 거리낌 없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다시 돌아와 있었다. “할 말은 다 했고, 말려 볼 만큼도 말렸어. 우리도 할 만큼 했잖아.”강솔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레미.”레미가 끝 음을 살짝 올렸다. “응?”“너 서무진 씨랑 많이 가까웠지?” 강솔은 얼마 전 레미가 보였던 이상할 정도의 차분한 반응을 떠올리며 짐작한 것을 말했다.레미는 잠깐 굳었다가 작게 웃었다. “응.”무진은 레미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좋아했던 사람이었다.무진이 세상을 떠난 날, 레미의 삶은 다시 깊은 어둠 속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무진은 중현에게 정신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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