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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Chapter 541 - Chapter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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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1화

“대표님, 이거 H사 올해 봄 한정 라임 그린 버킨이에요.”“전 세계에 다섯 개밖에 없다던데, 돈 있어도 구하기 힘들다잖아요. 대체 누가 이렇게 큰돈을 쓴 거예요?”애서린은 부러움에 눈을 떼지 못했다.발신인 이름도 적혀 있지 않은 택배였지만, 지나윤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이런 최고급 한정판 가방을 자신에게 보낼 사람은 단 한 명뿐이라는 사실을.“대표님, 오늘 생일이세요?”애서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맞다면 오늘 또 돈을 써야 할까 봐서였다.“아니요.”지나윤이 고개를 젓자 애서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 맞아요, 애서린. 이제 곧 월말이잖아요. 이번 달 성과급은 현물로 바꿔서 주면 어떨까요?”이에 애서린은 순간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 지 몰랐다.문화창의산업단지.블루 벤틀리가 주차장에 한참 동안 멈춰 서 있었다.이 위치에서는 사무실 건물에서 나오는 지나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운전석에 앉은 유시진은 창문을 내린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바닥에는 이미 여러 개의 꽁초가 떨어져 있었는데 모두 유시진이 피운 것이었다.유시진은 담배를 쥔 손을 창밖으로 내밀었다.연기가 자욱하게 퍼지며 단정하면서도 날카로운 얼굴선을 흐릿하게 가리고 있었다.사실 유시진은 평소에 담배를 거의 피우지 않았고, 핀다고 해도 대부분은 마음이 복잡할 때였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무엇이 그렇게 신경 쓰이는지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다.가슴 깊은 곳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기대감과 불안이 동시에 올라오고 있었다.시간이 조금씩 흘렀다.유시진이 열두 번째 담배에 불을 붙였을 때, 사무실 건물에서 직원들이 하나둘 퇴근하며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그 순간 유시진의 눈이 번뜩이더니 남자의 시선은 연기를 뚫고 곧장 앞쪽으로 향했다.단정한 정장을 입고 행동 하나하나가 절제된 여자가 시야에 들어왔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지나윤이었다.지나윤임을 확인한 유시진의 눈빛은 밝아졌다가 곧바로 식어 버렸다.지나윤이 자신이 보낸 가방을 들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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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유시진은 지나윤이 퇴근하면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지나윤의 흰색 BMW 3시리즈를 뒤따라가던 유시진은 여자가 차를 새로 오픈 한 호텔로 몰고 가는 것을 보았다.곧 유시진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고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졌다.이 밤에, 지나윤이 혼자 호텔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자 유시진은 핸들을 꽉 쥐었다.유시진은 끝까지 지나윤을 따라갔다가 한 객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유시진은 자신이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뒤쫓는 사람이 될 줄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남자는 복도에 서서 담배를 한 개비 꺼냈다가 피우지 않고 다시 집어넣었다.지나윤과 아직 이혼하지 않았다.그렇다면 객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었다고 생각했다.유시진은 빠른 걸음으로 객실 쪽으로 향했다.그때 객실 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지나윤이 혼자 안에서 나왔다.곧 유시진은 순간 가장 가까운 객실 문에 몸을 바짝 붙였고, 문 안으로 몸을 밀어 넣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러나 지나윤은 유시진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곧장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유시진은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또한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오늘 밤, 원래는 지나윤이 퇴근한 뒤 얼굴이라도 비추고, 직접 고른 가방이 마음에 드는지 물어볼 생각이었다.그런데 지나윤은 그 가방을 아무렇지 않게 비서에게 넘겨버렸다.유시진은 가슴 한켠이 저릿하게 아려오더니 또 묘하게 불안해졌다.또한 유시진은 거의 본능적으로 지나윤을 따라오고 있었다.지나윤이 호텔로 향하는 것을 확인한 순간, 더더욱 알고 싶어졌다.왜 호텔에 온 것인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유시진은 마치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지나윤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유시진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올라가는 층수를 확인했다.이 호텔의 최상층 옥상에는 최근 오픈을 한 크리스털 장식의 미슐랭 레스토랑이 있었다.지나윤이 향한 곳은 바로 그 최상층이었다.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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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지나윤은 해명할까도 생각했다.하지만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도 전에 실시간 검색어가 내려가 버렸고, 자연스럽게 해명할 기회도 사라졌다.지나윤은 백이천의 의견도 물어본 적이 있었다.백이천은 자신이 ‘불륜남’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였다.그러나 정부에서 영입한 인재라는 백이천의 신분을 생각하면, 그런 평판이 결코 좋을 리 없었다.지나윤은 결국 자신 때문에 백이천이 피해를 보았다고 여겼다.“처음에 남자친구라고 공식 발표한 것도 내 판단이었잖아. 오히려 내가 더 폐를 끼친 셈인데, 이렇게까지 이해해 줘서 고마워.”백이천은 옅게 웃었다.그리고 그 미소는 언제나처럼 부드럽고 단정했다.조금 떨어진 구석 자리에서는 유시진의 모습이 기둥에 가려 절반쯤 가려져 있었다.하지만 고개를 조금만 기울이면 지나윤이 있는 쪽을 충분히 볼 수 있었다.지나윤은 백이천을 마주 보고 앉아 있었고 식사를 하면서도 대화를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웃고 있었다.이제 유시진은 지나윤이 객실에 들어갔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지나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였다.일부러 정성껏 차려입고, 이 새로 생긴 크리스털 레스토랑까지 예약한 이유도 전부 백이천 때문이었다.유시진의 테이블 위에는 음식은 없고 오직 술만 놓여 있었다.그것도 독한 술이었다.독한 술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목구멍이 화끈하게 타올랐고, 위장도 은근히 쓰라렸다.그런데도 유시진은 순식간에 보드카 한 병을 비워 버렸다.지나윤과 백이천은 레드 와인을 주문해 마시고 있었는데 그 술은 도수가 높지 않은 술이었다.두 사람은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와인을 음미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마치 다정한 연인 같았다.“나윤아, 지금 유시진이랑 아직 이혼하지 않은 상태고, 그 사람도 더 이상 채연서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면 다시 받아들일 생각은 없어?”그 질문에 랍스터를 자르던 손이 멈추더니 고개를 들어 맞은편의 백이천을 바라보았다.백이천의 얼굴은 여전히 온화했지만 깊은 눈동자 속에는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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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지나윤의 얼굴에 떠오른 어색한 미소를 본 순간, 백이천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걸 알아차렸다.막 월급을 받은 참이라 지나윤에게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었다.마침 지나윤이 먼저 저녁 식사를 제안했고, 그래서 미리 사 두었던 선물을 가져온 것이었다.백이천이 건넨 H사 가방은 H 로고가 들어간 클래식 라인이었다.유시진이 보낸 한정판만큼 값비싼 모델은 아니었고, 백이천 역시 그 점을 알고 있었다.“내가 준 건 유시진 대표가 보낸 것만큼은 아니겠지?”말끝에 스며든 미묘한 질투를 느낀 지나윤은 곧바로 그 가방을 어깨에 걸었다.“어때? 괜찮아 보여?”“사람이 예쁘니까 뭘 들어도 잘 어울려.”백이천의 자연스러운 칭찬에 지나윤의 얼굴이 붉어졌다.지나윤은 원래 들고 있던 가방 안의 물건을 하나씩 새 가방으로 옮기며 말했다.“유시진이 준 건 애서린 씨 줬어. 이번 달 성과급 대신으로.”맞은편에 앉은 백이천의 눈이 크게 떠지더니 이내 웃음을 지었다.“애서린 씨 엄청나게 좋아했겠네.”“거의 자기 얼굴을 꼬집어 가면서 현실인지 확인하더라.”“상상이 가네.”백이천은 지나윤이 자신이 준 가방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그리고 유시진이 보낸 가방에 대한 태도와 비교하며,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구석에서 유시진은 손에 쥔 유리잔을 거의 부숴 버릴 듯 움켜쥐고 있었다.백이천도 오늘 가방을 선물했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것도 같은 브랜드였지만 두 가방에 대한 대우는 완전히 달랐다.자신이 보낸 것은 한정판에 더 비싼 모델이었다.그런데도 지나윤은 아무렇지 않게 직원에게 넘겨버렸다.반면 백이천이 준 가방은...유시진은 지나윤이 환한 얼굴로 그 가방을 어깨에 메는 모습을 바라봤다.또한 눈빛에는 당장이라도 그 가방을 찢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담겨 있었다.“거짓말쟁이...”유시진은 낮게 중얼거렸다.그 호텔 로비 매니저는 유시진을 완전히 속인 셈이었다.유시진은 다시 보드카 두 병을 주문했고, 잔도 없이 병째로 들이켰다.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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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지나윤이 직접 차를 몰아 유시진을 병원에 데려다줄 수도 있었지만, 구급차에는 응급 장비가 있어 유시진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었다.“가지 마...”유시진의 손이 지나윤의 손목을 꽉 붙잡았고, 여자는 통증에 이를 악물었다.지나윤은 유시진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위급한 상황에서 사람이 마지막 지푸라기를 붙잡듯 그렇게 쥔 것이었다.유시진의 눈은 전혀 초점이 맞지 않았고, 지나윤조차 유시진이 자신을 알아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가지 마...”손에 힘은 강했지만 목소리는 매우 약했고 숨은 끊어질 듯 가늘었다.얼굴은 보기만 해도 위태로울 만큼 창백했고, 굵은 식은땀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백이천, 좀 도와줘.”지나윤이 고개를 돌려 부르자, 그제야 백이천이 다가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유시진을 함께 붙잡았다.조금 전, 유시진이 쓰러지려던 순간 백이천은 지나윤을 붙잡으려 했다.하지만 내민 손은 결국 지나윤을 붙잡지 못했고, 백이천은 지나윤이 곧장 유시진을 부축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백이천은 지나윤을 믿고 싶었고, 더 이상 유시진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고 싶었으며, 동시에 유시진의 상태가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은 현재의 남편이든 전 남편이든, 심지어 낯선 사람이라 해도 눈앞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진 사람을 그냥 두고 갈 수 없는 일이었다.또한 지나윤은 그런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이성적으로는 지나윤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선택을 존중할 수 있었다.그러나 감정적으로는 유시진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을 때, 지나윤이 아무렇지 않게 외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설령 유시진이 급성 위출혈로 죽는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본인이 냉혈한이라고 생각했다.그 생각이 지나치게 냉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고, 지나윤이 이렇게까지 유시진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없었다.백이천의 마음속은 소용돌이처럼 뒤엉켜 있었지만 얼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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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지나윤의 곁에는 백이천이 함께 있었고, 유시진은 자신을 병원까지 데려온 사람이 지나윤과 백이천이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그러나 백이천에게 감사의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유시진의 시선은 금세 백이천에게서 벗어나 지나윤의 얼굴로 향했고, 지나윤은 옷을 갈아입은 상태였다.근데 어젯밤 입고 있던 하얀 드레스는 유시진이 토한 피로 흠뻑 젖어 더는 입을 수 없었다.지나윤과 유시진의 시선이 마주쳤고, 수술을 막 끝내 몸이 약해져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알 수 없었지만, 유시진의 눈빛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특히 자신을 바라볼 때가 그랬다.예전의 유시진의 눈은 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로웠지만, 지금은 물처럼 부드럽고 짙은 감정을 머금고 있었다.그런 눈빛은 사람을 아주 쉽게 흔들리게 만들 수 있었다.그러한 생각이 들자 지나윤은 옅게 웃었다.‘다행히 난 이미 그곳에서 빠져나왔네.’지나윤은 병원 서류를 유시진에게 건네며 말했다.“몸 잘 챙겨. 난 이만 갈게.”유시진이 서류를 받으려고 손을 뻗는 순간, 갑자기 지나윤의 손목을 붙잡자 손끝에서 힘이 풀리며 서류 몇 장이 침대 위로 흩어졌다.유시진의 손은 원래도 차가운 편이었지만 수술을 막 끝낸 지금은 더 차갑게 느껴졌다.지나윤은 곧바로 손을 뿌리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먼저 유시진의 손을 잡아 주지도 않았다.두 사람의 손은 그대로 허공에 머물렀고, 백이천과 이안영은 아무 말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둘 다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눈빛 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요동치고 있었다.“조금만 더 있어 줄 수 없어?”유시진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으며 말끝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낮은 자세가 배어 있었다.지나윤은 눈을 살짝 들어 올렸다.“이미 곁에 있는 사람이 있잖아.”지나윤이 힘을 주어 손을 빼내자 손끝에 남아 있던 온기도 함께 사라졌고, 유시진은 못내 아쉬운 듯 손가락을 움켜쥐었다가 천천히 내려놓았다.지나윤이 돌아서서 막 걸음을 떼려는 순간 병실 문이 열리며 몇 사람이 들어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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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금액은 마음대로 적어도 돼.”지나윤은 수표를 집어 들었다.요즘 시대에 수표라니, 꽤 구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장면은 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는 설정이었고 고아라는 분명 좋아할 법했다.지나윤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부회장님, 아드님이 저랑 이혼을 안 하겠다고 버티는 거예요.”말하며 휴대폰을 꺼냈다.“저는 수표는 없지만 계좌이체는 가능해요. 유시진이 저랑 이혼하게만 해주시면 금액은 얼마든지 부르세요. 그대로 보내드릴게요.”“너...”유태산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겋게 변했다.지금의 지나윤이 예전과 다르다는 건 알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돈으로 자신을 건드릴 처지는 아니었다.“지나윤, 너무 우쭐대지 마라. 유시진이 이혼을 안 하는 건 남자의 자존심 때문일 뿐이지, 진짜로 너를 사랑해서라고 생각하는 거야?”유태산은 비웃듯 말했다.하지만 지나윤의 얼굴에는 흔들리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지나윤은 태연하게 패션후루츠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 사람이 저를 사랑하든 말든 저한테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빨리 혼자가 되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부회장님이 유시진을 설득해서 놓아주게 해주시면 저도 굳이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까지 갈 필요가 없으니 감사할 뿐이죠.”지나윤의 말은 단호했고 유태산은 미간을 찌푸렸다.‘정말로 시진이가 이혼을 거부하는 건가?’그 생각에 불쾌한 듯 코웃음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병원 식당을 나갔다.지나윤은 서두르지 않고 주스를 다 마신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식당을 나서자마자 백이천이 눈에 들어왔다.백이천의 눈에 담겨 있던 걱정은 지나윤을 보는 순간 곧바로 안도와 기쁨으로 바뀌었다.“부회장님이 힘들게 하진 않았어?”백이천이 다가왔다.“빈 수표를 주면서 금액 마음대로 적으라고 하던데 안 받아온 게 조금 아쉽네.”지나윤의 말에 백이천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건 좀 아깝네.”두 사람은 나란히 걸으며 병원을 빠져나갔다.병실 안에서는 유시진이 침대에 누워 있지 못하고 있었다.조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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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유시진은 자신이 지나윤과 형식상 이혼한 뒤, 지나윤이 더 이상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실제로는 결혼 전이든 결혼 후든, 심지어 이혼 이후까지도 여러 번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이 모두 지나윤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지나윤은 말없이 많은 것을 내주고 있었다.그런데 자신은 지나윤이 납치당하고 여론의 공격을 받으며 누명을 썼을 때 어디에 있었는지 떠올릴 수 없었다.이에 유시진은 가슴을 세게 움켜쥐었다.심장이 조여 오는 통증에 숨이 막히는 듯했고, 눈앞이 점점 어두워졌다.“시진아, 여기서 뭐 하는 거냐?”뒤에서 들려온 유태산의 목소리에 유시진은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유태산의 곁을 살폈다.“지나윤은요?”“그 여자를 왜 찾아? 밖에서 다른 남자랑 붙어 다니면서 너를 망신시키는 여자야. 그런 여자가 뭐가 아쉽다고 못 놓는 거야? 아버지 말대로 빨리 이혼해.”유태산의 말은 단호했다.“저는 지나윤이랑 이혼 안 해요.”“정신 나간 거야? 지나윤이랑 이혼 안 하면 우리 집이 어떻게 이씨 집안이랑 혼인을 맺어?”유태산이 소리를 높였다.곧 유시진은 유태산의 뒤쪽을 바라봤고, 양화영과 함께 병실에서 나오는 이안영이 눈에 들어왔다.이에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처음부터 이씨 집안이랑 결혼할 생각 없었어요, 이안영을 만나러 간 것도 지나윤을 자극하려고 한 거였을 뿐이고요.”이안영의 얼굴에 떠 있던 형식적인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유태산은 그제야 뒤를 돌아봤고, 이안영의 존재를 확인하자 곧바로 양화영과 함께 이안영을 데리고 나가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복도에는 유시진 혼자 남았다.조각처럼 또렷한 얼굴에는 외로움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유시진은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지나윤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치 지나윤만이 그 공허함을 채워 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여보세요.]전화 너머로 들려온 것은 남자의 목소리자 유시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지나윤, 어디 있어요?”[나윤이는 샤워 중이에요.]전화기 너머의 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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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정장을 사자니 고아라는 고진수의 사이즈를 몰라 맞지 않을까 걱정됐다.시계나 가방을 사자니 고진수가 이미 충분히 좋은 것을 쓰고 있어 더 좋은 걸 사주고 싶었지만 그만한 가격대는 감당하기 어려웠다.또한 지나윤도 힘들게 모은 돈을 선물 하나에 쓰는 것은 반대했다.그래서 넥타이나 벨트도 한참을 둘러봤지만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지 못했다.지나윤은 고아라가 신경을 너무 쓰다 보니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진 것 같다고 느꼈다.“아라야, 진수 씨가 너한테 선물해 준 적은 있어?”갑작스러운 질문에 고아라는 눈을 깜빡였다.“없는 것 같아...”중얼거리던 고아라는 갑자기 지나윤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아니, 나도 그런 거 바라는 사람은 아니야. 그 사람이 뭘 해주든 말든 나는 그냥 선물 하나 해주고 싶은 거야.”지나윤은 얼굴이 빨개진 고아라를 보며, 고진수를 정말 아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그러면 평소에 어디서 밥 먹어?”지나윤이 다시 물었다.“우린 보통 배달시켜 먹어.”“배달?”지나윤의 놀란 표정을 보고서야 고아라는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얼굴을 붉히며 입을 가렸다.지나윤은 자연스럽게 미간을 좁혔다.고아라는 이미 성인이라 연애에 간섭할 문제는 아니었지만, 가장 가까운 친구였고, 또한 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였다.무엇보다 고진수에게서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에 지나윤은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지나윤의 시선을 피하지 못한 고아라는 부끄러움과 긴장 속에서 결국 입을 열었다.“나랑 진수 씨는 만날 때마다 바로 호텔로 가. 그래서 밥은 거의 다 배달로 해결해.”지나윤은 말을 꺼내려다 멈췄다.밤이 되자 거리에는 불빛이 하나둘 켜졌다.결국 고아라는 끝까지 선물을 고르지 못했다.그래서 지나윤은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주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비용도 부담되지 않고 정성도 느껴지며 함께 먹을 수도 있고 달콤한 음식이 피로를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였다.고아라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함께 베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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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셀레스트 매드 지사.고진수는 프런트에서 걸려 온 내선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고아라라는 여성분이 선물을 전달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예약이 없으세요.”고아라라는 이름을 듣자 고진수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가, 이내 표정을 풀었다.“들여보내.”전화를 끊은 고진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지금까지 수많은 여자를 만나 봤지만, 고아라처럼 단순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지금까지의 데이트는 전부 호텔에서 이루어졌고, 고진수는 고아라를 위해 특별히 한 일이 없이 단지 욕구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이용했을 뿐이었다.그럼에도 고아라는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고 의문조차 품지 않았으며, 고진수가 몇 마디 달콤한 말로 달래기만 하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다.고진수의 기억 속에서 고아라가 먼저 회사까지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회사 외에는 자신을 만날 곳을 몰라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진수는 고아라가 굳이 이곳까지 찾아와 무엇을 주려는지 궁금했다.똑똑.곧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들어와.”문을 연 것은 프런트 직원이었고, 그 뒤로 고아라의 모습이 보였다.봄이 되어 고아라는 더 이상 겨울처럼 두꺼운 옷을 입지 않았다.회사 안에 있는 단정한 정장 차림의 여성들 사이에서 티셔츠와 청바지, 그리고 재킷을 입은 고아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그것은 평소 고아라가 즐겨 입던 스타일로 편하고 활동하기 좋은 차림이었다.하지만 오늘 고진수를 만나기 위해 조금 더 여성스럽게 꾸밀까 고민했다.지난번 지나윤과 함께 옷을 고르며 여러 가지 화려한 원피스를 샀지만, 지나윤이 말했듯 그것들은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었고, 본인도 크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그럼에도 그런 옷을 입으면 남자에게 더 잘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예전의 고아라는 연애에 빠져 자신을 바꾸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또한 남자를 위해 자신을 잃고 상대가 좋아할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어리석다고 여겼지만, 고진수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는 그런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지나윤은 그런 변화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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