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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봄 옷을 벗다: Capítulo 31 - Capítul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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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육명천이 이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모를까, 조씨는 아들의 말에 더욱 화를 내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던졌다.“나가거라, 나가! 조만간 너 때문에 화병이 도져 죽을 것 같다.”육명천은 조씨 부인에게 작별을 고하고 아들을 데리고 방을 나섰다.저녁 무렵, 하진은 여느 때와 같이 안채로 가서 육 노부인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식사를 마친 후 하인들이 상을 치웠고, 하진은 노부인과 담소를 나누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났다.그러나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안채로 막 들어온 육완아와 마주쳤다. 사미정은 그림자처럼 육완아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하진을 발견한 육완아는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하진 역시 육완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육완아의 이목구비는 특별히 빼어나지 않았으나, 명문가에서 금지옥엽으로 자라, 고귀한 기운이 있었고, 그 기운은 그녀의 외모가 특별히 뛰어나지 않아도 아름답게 보이게 했다. 육완아는 천천히 하진의 곁으로 다가서서,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며칠간 편히 지내셨지요? 내가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 아가씨를 손볼 겁니다.”말을 마친 육완아는 몸을 비켜 안채에 들어갔고, 방 안에서 이내 소녀의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와 육 노부인의 온화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규안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하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육완아의 눈엣가시가 될 것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육완아가 말한 본인이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 그녀를 손볼 것이라고 말한 것은, 하진의 고모인 대만여를 뜻하는 것이리라.하진은 나뭇가지 끝에 걸린 초승달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죽는 것은 한순간이나, 사는 것은 참으로 어렵구나.’하진과 규안은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육완아는 육 노부인의 옆에 기대어 앉아, 오늘 저택 밖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이야기했다. 재미있는 부분은 종달새처럼 지저귀면서 말했고, 중요한 부분을 말할 때는 현악기처럼 목소리를 살짝 조여, 별 재미가 없는 이야기도 아주 생생하게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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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육 노부인이 다시 말했다. “사 도령이랑 혼약을 맺었던 그 아이가 무엇 때문에 파혼했는지 네가 잘 알지 않느냐? 그 아이에게 오히려 더 잘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육완아는 부끄러우면서도 짜증이 났다. 하진에게 혼인을 양보받은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사람의 심보는 참으로 간사한 것이다. 득을 보게 해주면 당연하다고 여기고, 오히려 양보한 사람을 원망하기 때문이다. 가까이할수록 해가 되는 사람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육완아가 바로 그러한 부류였다.안채를 나선 육완아는 사미정에게 먼저 별채로 돌아가게 한 후, 몇 명의 몸종을 데리고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육완아가 육 노부인에게 꾸짖음을 당한 것을 본 사미정은, 그녀가 사람들을 이끌고 난월거로 가서 하진에게 따질 것이라고 짐작했다. 육완아를 따라 구경할 생각이었으나, 육완아가 반대하는 바람에 함께 갈 수 없었기에 육만여도 부를 수 없었다. 사미정의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난월거로 향하던 육완아는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는지, 발걸음을 돌려 앞마당으로 향했다. 부친에게 하진을 고발할 생각이었다. 하진을 감싸고 도는 육 노부인에게 내쫓으라고 할 수 없었던 육완아는 부친에게 말해 상황을 바꿀 생각이었다. ‘아버지께선 이 집안의 가장이니, 그분의 말씀에 따르지 않을 사람은 없다. 아버지 말씀 한마디면 할머니께서도 아무 말씀 못 하실 것이고, 하진도 제 발로 이 집을 나갈 것이야.’마당은 고요했고, 방 안에는 등불이 켜져 있었다. “아저씨, 아버지께서 안에 계신가요?”장안은 문 앞에 서서 평소와 같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가씨, 주인 어르신께서는 서재에 계십니다.”“안에 들어가 제가 왔다고 전해주세요.”장안이 안으로 들어가 이 소식을 알렸고, 잠시 후 나왔다. “마당에서 조용히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정무를 처리하신 후에 뵈겠답니다.”육완아는 놀라지 않았다. 육명장은 공무를 처리할 때 방해받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다.그녀는 마당의 나무 밑으로 가서, 무성한 가지와 잎 사이로 맺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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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육완아가 서재에 들어섰지만, 육명장은 여전히 손에 여러 두루마리의 공문서를 들고 있었다.“이 시간에 어쩐 일로 왔느냐?”육완아는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육명장은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앉아서 말하거라.”육완아는 오른쪽에 놓인 의자에 앉아, 상석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버지, 집에 나쁜 사람이 들어왔는데, 관리하시지 않으실 건가요?”“나쁜 사람이라니? 누가 나쁜 사람이라는 것이냐?” 육명장이 물었다.“할머니께서 얼마 전 사씨 가문의 자매들을 집에 불러 묶게 하셨습니다. 할머니께선 호의를 베푸신 것이었으나, 물의를 범한 자를 집에 들이셨습니다.”육명장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팔걸이에 두 손을 얹은 채, 별다른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이에 육완아는 눈물 몇 방울을 억지로 짜냈다. “아버지께서 집안이 화목해야 만사가 흥한다고 하셨지요. 외인 한 명 때문에 집 안이 불안해졌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잠재적인 화근을 들인 것이 아니겠습니까?”육명장이 말했다. “네가 말하는 외인이 사씨 가문 자매들이냐?”“미정 아가씨는 그나마 괜찮습니다. 문제는 하진 아가씨입니다.” 육완아는 한숨을 쉬었다. “원래 하진 아가씨의 용모가 단정하고 아름답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속이 이렇게 간사할 줄 몰랐습니다. 감히…”“뭐라더냐?”육완아는 낮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실제 상황과 완전히 달랐다.“미정 아가씨와 정원을 산책하던 중에 마침, 하진 아가씨와 희아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나가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우리 집의 손님이라고 생각했기에, 상인 신분도 개의치 않고 호의로 대했습니다. 서로 마음을 나누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겉은 알아도 속은 알 수 없다는 말이 무엇인지 딱 알게 되었습니다.”육완아는 손가락으로 뺨의 눈물을 닦아냈다. “하진 아가씨는 앞에서 공손하게 굴더니, 돌아서서는 희아에게 제게는 이 집안의 피가 흐르지 않는다고 말했답니다. 게다가 희아를 부추겨 저와 한바탕 다투게 했습니다. 저는 억울했지만,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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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또 무엇이냐, 다 말하거라.”“낮에 정원에서 있었던 일을 마음에 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적반하장으로 할머니 앞에 가서 제가 무례하고 몰상식하며, 손님 대접에 예의를 다하지 않았다고 험담하더군요. 할머니께서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시고 저를 한참 훈계하셨습니다. 억울해서 이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처럼 시비 걸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할머니 곁에 두는 것은 호랑이를 키워 화를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할머니께서는 귀가 얇으신데, 이런 사람을 어찌 집에 둘 수 있겠습니까?”육완아는 두 눈을 붉히며 한창 감정을 섞어 말하는데, 육명장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내가 말한 것이다.”육완아는 놀란 얼굴로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인지요?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육명장이 오른쪽 팔걸이에 팔을 기대고 어깨를 내리며 또렷하게 말했다. “내가 어머님께 말한 것이다. 내가 고자질한 것인데, 이것도 안 되느냐?”육완아는 아무 반응도 못 한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목구멍에 무엇이 걸린 듯 한마디도 말할 수 없었다.“무례하고 몰상식하며, 이치에 맞지 않는 일에도 억지를 부리고, 괴팍하고 각박하며, 손님을 대접하는 예의와 체통이 조금도 없구나.”육명장이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육완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제 두 가지를 더 추가해야겠군. 옳고 그름도 판단 못 하고, 품성이 단정치 못하구나!”육완아는 마음이 흔들렸지만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분명 간사한 인간들이 아버지께 헛소리를 지껄인 것일 겁니다.”“네 아비가 직접 귀로 듣고 눈으로 보았는데,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겠느냐? 네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노부인께서 몇 마디 일러주신 것인데, 도리어 내게 고자질을 하러 와?”육명장이 다시 말했다. “어릴 때 이 집에 들어온 이후로, 나는 물론이고 네 할머니도 네게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 나이가 찬 뒤에는, 특별히 여선생과 예절 선생을 모셔 와 널 가르치게 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좋은 것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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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물러가거라.”육완아는 대답하며 물러났다.육완아가 물러가자, 육명장이 탁자 뒤에서 일어나 방문을 나섰고, 장안이 등불을 들고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포도나무 앞으로 걸어갔다.“얼마 전에 덩굴을 정리했습니다.” 장안이 말했다.육명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으로 푸른 가지와 어린잎을 살피더니 오른손을 내밀었다. 옆에서 시중드는 예쁘장한 몸종이 재빨리 가위를 건넸다.육명장은 가위를 받아 들고, 남아 있던 몇 가닥의 덩굴을 잘라냈다.“이 말려 올라가는 덩굴 같은 것이 양분을 가장 잘 흡수한다. 한 번 자라나면 반드시 잘라내야 한다.”“네.” 장안은 고개를 숙여 말했다. “사씨 가문의 그 아가씨는 적당한 구실을 잡아 댁에서 내보낼까요?”낮에 하진은 분명히 이간질하려는 뜻을 보였었다.육명장은 계속해서 덩굴 속을 살피며, 솟아나는 덩굴 이파리를 바로 잘라냈다. 두 개의 날카로운 칼날 사이에서 잘려 나는 가느다란 줄기, 갓 돋아난 푸른빛은 자신의 명이 곧 끝날 것을 아는 것처럼 아스러지게 떨어졌다.그날 밤의 상황이 육명장의 머릿속에 스쳐 지났다. 그녀에게 사사로이 공물을 고치면 참수당한다고 알려주었을 때, 그녀는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더듬더듬 말했었다,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그냥 두거라.” 육명장이 말을 마치고는 손에 든 가위를 몸종이 들고 있는 쟁반에 내려놓고, 젖은 수건을 건네받아 손을 닦았다.장안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놀랐다. ‘하진 아가씨와 관련된 일이라면, 나리께서 조금 달라지는 것 같구나. 지난번에도 아가씨께 공물에 관한 규정을 설명하느라 입이 닳으셨지. 나리께서 어떤 분이신가? 대연 왕조 전체의 군사 동원권을 총괄하며, 중서문하(中書門下:최고 정무 기관)와 함께 이부(二府:두 기관)라 불렸다. 하나는 군사를, 하나는 정사를 맡았다.얼마나 많은 이들이 온갖 수를 써서 그의 앞에서 한 번 얼굴을 비추려 하는지 모른다. 그의 말을 한마디라도 듣기 위해 애썼고, 영광으로 여겼으며, 얼마나 많은 편의를 누리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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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육완아가 아낙들을 시켜 자신에게 손을 댈 것이라 예상했던 하진은 육완아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육완아가 돌연 무릎을 굽히더니 몸을 숙여 두 손을 앞으로 모았기 때문이다.“지난번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아가씨,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여기서 사죄드리겠습니다.”하진은 멍하니 굳어서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기분이 들었다. 마비되었던 손끝에 감각이 돌아왔다. 하진뿐만이 아니었다. 사미정은 물론이고, 난월거의 하인들까지 깜짝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 하진은 육완아에게 예의를 차리기도 싫었고, 그녀를 상대하기도 싫었으나, 손님으로 와서 사심을 품고 있었고, 육 노부인을 통해 자신에게 일말의 전환점을 얻고자 했기에, 부득이하게 위선적으로 대처해야 했다.이에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아가씨, 무슨 말이세요, 어제 일은 원래 마음에 두지 않았어요. 그저 여인 간의 말다툼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찾아오다니요. 이러지 마세요.”육완아는 하진이 조금은 사리 분별을 한다고 여기고, 미소를 거두고 마당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리고 다시 하진을 훑어보더니 몸을 돌렸다. 뒤따르던 아낙과 몸종들이 즉시 길을 비켜주었고, 육완아가 떠나자, 몸종과 아낙들도 다 같이 떠났다.“아가씨, 완아 아가씨께서 왜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었을까요?” 규안이 물었다.하진은 멀어지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턱으로 가리켰다. “저 모습이 마음을 고쳐먹은 것 같으냐?”“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임무를 완수하러 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잠시라도 더 머물기 싫어하는 것 같았습니다.”하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가서 알아보거라.”“네.”육부에서 돈만 쓰면 사소한 일은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었다.반나절쯤 지나자, 규안이 하진에게 소식을 전했다.“노부인을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노부인께서 호되게 꾸짖으셨답니다.”하진은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노부인의 몇 마디 훈계 때문에 내게 달려와 사과할 리가 없다.”규안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완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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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저녁 무렵, 몸종들이 안채에 식사를 차리기 시작했다.노부인이 중앙에 앉고, 양쪽에 손아랫사람들이 차례로 앉았으며, 하 부인과 요 부인이 옆에서 음식을 나르고 젓가락을 건넸다.음식이 모두 차려지자, 두 부인은 육 노부인 곁에서 음식을 덜어 육 노부인에게 건넸다. 둘째 댁의 노부인은 돌아가신 지 오래되었고, 셋째 댁의 노부인은 아직 살아 계시지만, 몸이 허약해 저녁을 안채보다 훨씬 일찍 들었다.그래서 요 부인은 시어머니 시중을 들자마자, 서둘러 안채로 와서 육 노부인의 시중을 들었다.“여기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그만 나가라.” 육 노부인의 말에, 두 부인은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났다.두 부인은 육 노부인의 눈에 들기 위해 매일 같이 안채에 들었다. 그들이 물러가자, 석류가 육 노부인 곁에 섰다.식탁 위의 모든 사람이 식사하기 시작했다.식사가 끝나자, 몸종들이 상을 치우기 시작했고, 어린 몸종들이 맑은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와 주인들의 손을 씻겼다.옆에서 시중드는 몸종들은 주인들의 팔찌를 벗기고, 수건을 건네고, 향기로운 연고를 발라주었다. 각자의 전속 몸종들이 맑은 차를 건네 입을 헹구도록 했다.방 안에는 옷깃이 스치는 소리, 분주한 발소리, 그리고 물건들이 부딪히는 작은 소리가 가득했다.하인들이 물러가자, 육완아는 육 노부인의 왼쪽에 기대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고, 하진은 육 노부인의 오른쪽에 앉아 시종일관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육완아가 육 노부인과 이야기할 때, 하진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듣고 있었고, 노부인이 자신을 쳐다볼 때면 한두 마디 응답했다.“할머니께서는 어떤 화등이 좋으신가요? 화등절날 사다 드릴게요.”육 노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 텐데, 길을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할머니도 참, 전 어린아이가 아니랍니다. 게다가 호위 무사들도 있잖아요.”육완아가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호위 무사들을 많이 데려가야 한다.” 육 노부인은 조용히 앉아 있던 하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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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육 노부인은 훗날 기회가 된다면, 하진을 돕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육 노부인은 자기 손녀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이야기를 나누던 중 육완아는 졸린 듯 입을 가리고 하품을 했다. 이에 육 노부인은 육완아, 사미정 그리고 육희아를 물러가게 했다.“모두 물러갔으니, 너도 거처로 돌아가 쉬거라.” 육 노부인의 말에 하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이릅니다. 좀 더 곁을 지키겠습니다.”하진은 말하면서 바깥쪽을 살폈다. 그녀는 사실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육명장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일찍 일어났겠지만, 오늘은 그를 만나려고 일부러 남아 있었다. 하진은 노부인 곁에서 불경 한 편을 외웠다. ‘왜 아직도 안 오시는 거지?'그가 계속 오지 않는다면, 무슨 구실로 안채에서 계속 남아있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하진의 평온하고 길게 이어지는 소리 속에서, 노부인은 눈을 반쯤 감고, 손으로 머리를 괴고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노부인이 졸려 하시는 듯해 보이자, 그녀는 더 머물기 어려워,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바로 그때, 문밖에서 몸종이 들어와 주인어른이 오셨음을 알렸다.하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문발이 걷히고 관복 차림의 육명장이 걸어 들어왔다. 막 집에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안채로 온 모양이었다.“공무가 바쁜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또 무슨 일로 달려왔느냐?” 육 노부인은 비록 다그치듯 말했지만, 말투는 애틋했다.육명장은 절을 올린 후, 자리에 앉아 말했다. “어머니께 인사를 드려야 마음이 편안합니다.”육 노부인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하진은 틈을 타 일어나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육명장에게 예의를 갖추었다. “나리, 오셨습니까?”육명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격식을 차릴 필요 없다. 앉거라.”하진은 노부인의 곁으로 물러났다.육 노부인은 아들을 보자 기분 좋게 물었다. “저녁 식사는 했느냐?”“아직 못 했습니다.”육 노부인은 즉시 몸종들에게 다시 밥을 데워 상에 올리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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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육명장은 식사를 마치고 노부인과 잠시 이야기한 후 물러갔고, 하진도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났다.육 노부인은 나이가 들었던 탓에, 밤에는 기력이 쇠해져서 이 무렵에는 다소 피곤해했다. 등불이 흐릿한 가운데, 육 노부인은 눈을 반쯤 감고 두 사람이 떠나는 것을 바라보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해도 머릿속이 텅 비어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한편, 안채를 나선 하진은 육명장의 옆에서 걸었다. 미리 생각해 두었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녀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나리.”육명장이 걸음을 멈추고 옆으로 그녀를 보았다.하진은 말을 이어갔다. “나리께 잘못을 인정하고자 합니다.”육명장은 여전히 말이 없었고, 그녀가 계속 말하기를 기다렸다.“어제 완아 아가씨를 만나 사소한 일로 다투었는데, 결국 노부인께서 아시고는 아가씨를 꾸짖으셨어요. 마음이 편치 않아 나리께 솔직히 말씀드리는 것이 옳다고 여겼습니다. 저로 인해 노부인께서 아가씨를 안 좋게 보시면, 정말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하진은 말꼬리를 길게 늘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차라리 무엇이냐?” 육명장이 물었다.“차라리 제가 떠나겠습니다.”하진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육명장의 짙은 푸른색 옷자락에 시선을 두었다.육명장이 적당한 구실을 찾아 그녀를 내쫓는 것보다, 그녀가 먼저 입을 열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떠나겠다고 청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이렇게 하면 도리가 없는 것은 그일 것이다.따지고 보면 이것은 여인 간의 사소한 일이다. 그녀가 모든 것을 털어놓았으니, 육명장은 의례적인 말을 몇 마디 하고 이 일을 넘길 것 같았다.그러나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육명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이 뻣뻣해질 때쯤, 육명장이 입을 열었다.“정말 떠나고 싶다면, 나에게 말할 것이 아니라 노부인께 작별 인사를 하면 된다.”하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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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육명장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그가 떠난 후에야 하진은 등 뒤가 땀으로 흠뻑 젖은 것을 알아차렸다. 밤바람이 불어오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난월거로 돌아오자, 공씨가 일찌감치 뜨거운 물을 준비해 두었다.목욕하는 동안 수증기가 피어올랐고, 사람 키만 한 나무 욕조 안에는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수면 위에는 꽃잎이 떠다녔고, 실처럼 가는 김이 피어올랐다.규안은 그녀의 옷을 벗기고 욕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부축했다. 막 들어가자, 물이 넘쳐흘러 바닥을 적셨다.하진은 욕조 가장자리에 기대어 앉았고, 물은 불룩 솟아오른 가슴 위로 아슬아슬하게 넘실거렸다. 일렁이는 물결 속에서 생명을 얻은 듯, 물의 율동을 따라 움직였다.촛불의 노란빛이 휘장 밖으로 새어 나와 더욱 희미하게 보였다.얇은 비단 같은 옅은 빛이 방 전체에 떠다녔고, 물 위에 드러난 살결은 비단보다도 하얬다. 비단 아래 덮인 하얀 눈 같은 살결이었다. 천으로 가려져도 그 본래의 색을 가릴 수 없었다.하진은 용모가 뛰어났을 뿐 아니라 하인들에게도 늘 따뜻하게 대했고, 총명하여 장사 수완도 탁월했으며 장부 관리에도 능해 그 누구도 그녀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다만 하진의 출신은 관리 집안 규수들보다 못했다.대만창이 여식을 조금이라도 중히 여긴다면, 아무리 상인 집안 여식이라고 해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만창은 하진이 여식이라는 이유로 가업을 물려받을 수 없다고 했다.하여 첩들이 아들을 낳아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을 낳을 수 있었다면 진작에 낳았을 것이다. 규안은 물을 떠 하진의 머리를 적시고, 윤기 나는 검은 머리를 비비면서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바로 그때, 바깥의 공씨가 들어와서, 하진이 늦게 돌아온 것에 대해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아가씨는 오늘 어찌 이리 늦게 돌아오셨습니까? 춥지는 않으나, 이슬이 내려 쌀쌀합니다. 보십시오, 얇은 웃옷이 이렇게 젖지 않았습니까?” 공씨는 손에 든 옷을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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