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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봄 옷을 벗다: Capítulo 41 - Capítul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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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하진은 전생에 공씨가 떠날 때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그 눈빛에는 아쉬움, 근심, 그리고 뭔가 더 복잡한 감정이 얽혀있었다.공씨는 하진이 앞으로 걷게 될 길이 험난하리라 짐작했지만, 곁에서 함께할 수는 없었다.‘전생에 유모가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분명 슬퍼했을 거야.’ 그러나 두 번의 삶을 경험한 하진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공씨가 그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집에서 쫓겨난 공씨는 평곡 대씨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고, 경성에 남아 막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사실 공씨의 능력으로 괜찮은 가문의 몸종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유를 잃게 되니, 하진의 심부름에 언제든 응할 수 없었고, 그녀의 소식을 알기에도 어려웠다.공씨는 하진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의 고된 노동과 부실한 식사로 인해, 예전에 살집이 있던 몸은 빠르게 말라갔다.어느 날, 길거리에 새벽 시장 상인들이 아직 나오지도 않았을 때, 일을 마친 공씨는 거리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바로 그때 마차 한 대가 안갯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희미하게 빛이 새어 나와 하늘이 하얗게 물들 때가 되어서야, 인적이 드문 거리에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길바닥에 쓰러진 공씨를 발견했다.하지만 이 일을 하진이 알 리 없었다. 전생이든 현생이든 그녀는 공씨가 평곡의 친정으로 돌아간 줄로만 알았다.그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하진은 더 이상 곁에 있는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반드시 자기 사람들을 지켜낼 것이다.예전에는 듣기도 싫었던 공씨의 잔소리가,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좋아, 유모 말에 따를게. 유모가 하라는 대로 다 할게.” 하진이 웃으며 말했다.공씨는 갑자기 말을 잘 듣는 하진을 의아해하며, 더 이상 잔소리하지 않고 곧바로 이부자리를 펴고 향을 피우기 시작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야 방을 나섰다.하진은 나무통에 기대앉아 규안이 머리를 감겨주는 것을 기다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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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하진은 팔꿈치를 난간에 기대고 얼굴을 손바닥에 기댄 채 눈을 내리깔고, 손가락 끝으로 창틀에 무의식적으로 그림을 그렸다.깊은 생각에 잠겼을 때 무의식으로 이런 동작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육완아와 사준영의 혼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육씨 가문은 묵인하는 눈치다. 세상은 사람들의 외모를 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고, 사준영도 외모가 준수해. 게다가 재능 또한 뛰어나 많은 이점이 있지. 육완아는 사준영에게 깊은 애정을 보였어. 그리고 이 안에는 분명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 거야.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이미 은밀히 정을 통했을 수도 있고, 육씨 가문이 체면을 지키기 위해 이 혼사를 따를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지. 별다른 일이 없다면, 조만간 두 사람의 혼사가 진행될 거야. 육완아는 사준영에게 시집가기를 간절히 바랐고, 사준영 역시 육씨 가문의 세력을 빌려 관직을 얻으려 하니, 육완아와 서둘러 혼인하고자 할 거야.’화등절 전날, 저잣거리에는 가판대를 차린 상인들이 화등을 걸어 팔고 있었다. 빨강, 초록, 노랑, 그리고 알록달록한 색깔로 다양했다.하지만 화등절 전날이었기에 기쁨이 덜할 수밖에 없었다. 화등절 당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빛을 발할 것이다.육부의 하인들도 날이 밝기도 전에 분주하게 움직였다.하진은 잠결에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눈을 떴고, 잠시 정신을 차린 후 몸을 일으켰다.“아가씨, 일어나셨습니까?” 규안의 목소리가 방 밖에서 들려왔다.“그래.”방문이 열리고 규안이 웃는 얼굴로 들어와, 창문을 열면서 말했다. “화등절이라 집에 화등이 많이 걸려 있습니다.”하진은 침상에서 내려와 창밖을 보았다. 날이 완전히 밝아있었다. 마당의 나뭇가지에는 작은 과일 모양의 등이 몇 개 걸려 있었다. 등 갓에 색깔이 입혀져 있어 새롭고 흥미로워 보였고, 불이 켜지면 더욱 아름다울 것 같았다.귓가에 규안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오늘은 화려하게 입으시겠습니까?” ‘아가씨께서 병을 앓더니, 성격이 많이 변하셨다. 예전에 좋아하던 화려한 옷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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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그녀의 옷은 정교하게 재단된 듯, 몸매의 곡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가느다란 허리와 옷깃 사이로 보이는 길고 가는 목선이 유난히 돋보였다.꾸미지 않았을 때는 비 온 뒤의 꽃처럼 물을 머금은 것처럼 청순했지만, 꾸미고 나니, 화려하게 조각된 꽃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매혹적이면서도 우아했고 교태로우면서도 빼어난 아름다움도 있었다.그녀는 남들과 달리, 특별했다.하진은 어제까지만 해도 안채에 가지 않았다. 늦은 밤, 육명장에게 놀라서 식은땀을 흘린 탓에, 고뿔에 걸렸고, 목소리가 갈라져 방에서 요양을 했다.“너희 아가씨 일어났느냐?” 문밖에서 사람 소리가 들려왔다.“식사 중입니다.” 규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얼굴에 웃음을 띤 채 들어온 사람은 육 노부인 몸종, 석류였다. 그녀는 하진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들어와서 앉게, 식사를 하지 않았으면 같이 들겠나?” 하진이 하인들에게 식기를 더 놓으라고 시켰다.석류가 급히 만류했다. “아닙니다, 진작 식사를 마쳤습니다. 노부인께서 아가씨를 찾으십니다. 한창 즐거운데, 아가씨만 빠졌습니다.”하진이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다들 거기로 갔는가?”석류는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둘째 댁과 셋째 댁 사람들도 와 있고, 심지어 별채의 도련님도 왔습니다. 저희 도련님들만 공무 때문에 참석하지 않으셨습니다.”하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육명장에게 훈계받은 후, 그녀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육완아가 육명장에게 고발을 했으나, 육명장은 하진의 속셈까지 간파하고 있었고,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육명장이 자리에 없다는 것을 들은 하진은 마음이 놓였다. 그래서 규안에게 새 차를 끓이고 다과 두 접시를 가져오게 했다.석류는 옆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고 다과 두 조각을 집어먹었다.“오래 앉아 있을 수 없으니, 이만 가겠습니다. 식사 마치고 오십시오. 노부인께서 아가씨를 여러 번 찾으셨습니다.”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바로 가겠네.”석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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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하진이 아이를 바라보자, 아이도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손가락 하나를 내밀어 입가를 가리켰고, 육승호는 눈을 깜박이며 그녀를 쳐다보다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하진이 멍하니 있자, 옆에 있던 육희아가 말했다. “승호는 작은 삼촌의 아이인데,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아 낯을 좀 가립니다.”하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옆으로 돌려 무의식적으로 아이의 옆모습을 다시 바라보았다. 통통한 작은 얼굴은 귀 끝까지 발그레하게 붉어져 있었고, 입가에는 아직도 먹다 남은 음식 자국이 남아 있었다.“내일 다시 먹으려고 입가에 남겨 둔 거니?” 하진이 아이 곁으로 다가가 앉으며,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육승호의 등은 뻣뻣해졌고, 손을 들어 아무렇지 않은 듯 입을 닦았다. 그리고 얼굴을 하진 쪽으로 돌려 입을 옆으로 쭉 내밀며, 그녀에게 확인하라는 듯 몸짓을 했다.하진은 고개를 저었고, 육승호는 다시 단정하게 앉았다.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두 손은 무릎 위에 놓고 있었다. 어린아이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대여섯 살밖에 되지 않아 의자에 앉으면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데도, 행동만큼은 어른스러웠다.아이는 그 나이에 걸맞은 순수함이 보이지 않았다.고개를 돌린 하진은 맞은편의 육완아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진과 시선이 닿자, 육완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사람들은 앉아서 차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다가, 정원으로 가기 위해 일어났다.육 노부인과 원 노부인이 가장 앞에서 걸었고, 그 주위를 둘째 하 부인, 셋째 요 부인, 그리고 하인들과 아낙들이 따랐다.육완아와 사미정이 그 뒤를 따랐고, 두 사람은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 명은 심성이 악했고, 한 명은 속이 좁고 허영심이 많아, 각자 꿍꿍이를 품고 있었다.생각에 잠긴 하진의 옷소매를 누군가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내려다보니, 이 집안의 어린 도령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승호야, 왜 그러니?”아이는 작은 입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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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육희아는 이런 구차한 과거사를 얼버무려 말했고, 듣는 이도 눈치로 알아들을 수 있었으니 굳이 다 말할 필요는 없었다. 하진은 고개를 숙여 대답을 기다리는 아이를 바라보았다.아이는 맑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입술을 살짝 벌린 채 긴장과 기대를 하고 있었다. 작은 손은 여전히 그녀의 넓은 소맷자락을 잡고 있었다.하진은 잔뜩 기대에 찬 아이를 차마 거절할 수 없었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녀가 망설이는 사이, 소매가 풀리며 아이의 작은 손이 내려갔다. 맑았던 눈은 어두워졌고, 잿빛 그림자에 휩싸인 듯 풀이 죽어 있었다.그 모습을 본 그녀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자신 역시 이 집안의 손님으로 온 것이니 남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그녀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다. “승호야, 이따가 네 아버님께 여쭤보렴. 아버님께서 허락하시면, 같이 나가서 화등을 구경하자.”아이의 동그란 눈이 다시 반짝였고, 입가에는 보조개가 두 개 또렷하게 패였다.하진은 아이에게 연민을 느꼈다. ‘이렇게 착한 아이를!’육승호는 손을 내밀었다가 다시 움츠렸고, 결국 다시 하진의 소매를 잡았다. 아이는 매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 이름을 아세요?”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방금 네 이름을 부르지 않았느냐?”육승호의 걸음은 한결 가벼워졌고, 더 빨리 걸으면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아버지께 말씀드려 볼게요, 분명 허락해 주실 겁니다. 밖에 나갈 때 저를 잊지 말고, 꼭 데려가야 합니다. 제가 어디 있는지 모르면, 하인들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알았지요?”하진은 마음이 녹아내렸다. “좋아. 네 아버지께서 허락하시면, 내 너를 데리고 나가마.”“그럼,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해요.”승호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고, 하진도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걸었다.육희아가 옆에서 보고 놀리듯 말했다. “승호야, 네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으면, 이 약속은 헛수고가 되는 거 아니니?”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다시 조용해졌다. 다시 시무룩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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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오늘 밤 우리 둘만 나가서 구경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못하잖아요.” 육희아는 화가 난 듯 발을 동동 굴렀다.하진도 경성의 북적거림을 구경하고 싶었기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왜 안 됩니까? 오늘 외출을 못 하나요?”육희아는 손수건을 쥐고 세게 비틀며 말했다. “외출은 할 수 있으나, 육완아와 같이 가야 합니다. 집에서 내보내 주는 호위 무사 수가 한정적이거든요.”육희아가 흥분한 듯 말했다.“완아와 같이 가면, 그 아이 마음대로 할 것 아닙니까? 우리는 그저 들러리가 되는 거지요.”하진은 잠시 생각했다. 오늘 밤 경성은 분명 거리마다 인파로 가득할 것이고, 곳곳에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육명장은 문관이어서 군을 지휘할 수는 있어도 군권을 장악하고 있지는 않았다. 군권은 삼아(三衙:군을 지휘하는 세 기관)의 손에 있었다. 이것이 제도였다. 육명장이 실제로 군권을 쥐고 있든 아니든, 겨우 화등절 하나 때문에 군을 동원하여 가족들을 호위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호위 무사를 한정적으로 부릴 수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이치야 그렇지만, 하진은 육희아보다 육완아와 함께 외출하는 것을 더 꺼렸다.육완아는 말썽을 잘 일으키는 성격이었고, 게다가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무슨 수작이라도 부린다면, 사람이 많고 붐비는 곳에서 하진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다.하진은 오늘 밤은 거리에 나가지 않고, 그냥 집 안에 머물기로 했다.오후가 되자, 사람들은 각자의 거처로 돌아가 낮잠을 잤다. 날이 조금 어두워지자 정원에는 형형색색의 등이 켜졌다.하진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반나절 동안 정원을 구경하느라 피곤했던 탓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규안은 마당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얇은 구름층이 붉은 노을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노을 아래에는 칠 층 높이의 누각이 서 있었다. 처마는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고, 누각 안은 밝게 불이 켜져 있어 사람들이 움직이는 그림자가 희미하게 보였다.“아가씨, 일어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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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그녀의 시선은 옆에 있는 육희아에게로 옮겨졌다. 육희아는 눈을 크게 뜨고, 눈꺼풀 아래의 눈동자를 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굴리고 있었다. 하진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그 방향을 보았다.그 모습을 보자마자 하진은 온몸이 불편해졌다.그녀는 처음에 자신의 옷이나 머리 장식이 잘못되어 방 안이 조용해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누군가 육 노부인의 왼쪽에 앉아 있었다. 짙은 푸른빛의 둥근 깃 도포를 입었고, 깃 앞에는 산호 단추가 박혀 있었다. 빛에 비추어 보니 옷자락에는 구름과 학 문양이 은은하게 움직이는 듯 보였고, 허리에는 금띠를 둘렀으며, 옆구리에는 양지옥 옥패가 걸려 있었다. 관모(官帽:관리가 쓰도록 정하여진 일정한 규격의 모자)를 쓰지 않은 채, 머리를 묶고 있었다.그녀는 육명장이 거기에 앉아 있는 줄도 몰랐다.하진은 방금 육 노부인께 인사를 올리고는 몸을 돌려 물러났다. 그를 아예 무시하고 지나친 것과 다름없었다.‘원래 내게 좋은 인상이 없었는데, 이제는 잔꾀를 부릴 뿐 아니라 예의범절도 모르는 사람이 되겠구나. 설마 지금 다시 방 가운데로 나가서 인사를 한 번 더 해야 하는 것일까?’하진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육명장이 육 노부인께 말했다. “뒤끝이 있네요.”죽은 듯 고요하던 주변은 육명장의 이 한마디에 점차 활기를 되찾았다.게다가 육명장의 얼굴에 희미하게나마 미소가 깃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육 노부인이 궁금해하며 말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느냐?”육명장이 몸을 기울여 노부인께 다가가더니,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속삭였다. 육 노부인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하진을 보더니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으니, 인사를 받지 못할 수밖에 없지. 하진이 실례를 범한 것이 아니구나, 네가 먼저 잘못했구나.”육명장은 그날 밤 하진을 훈계했던 말을 몇 마디 골라 노부인께 말했다.방 안의 사람들은 영문을 몰랐지만, 호기심을 품었다. 요 부인이 미소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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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능운각은 경성의 절반을 내려다볼 수 있어 시야가 탁월했다.하진은 오늘 밤 능운각에서 노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저잣거리의 화등 놀이를 구경할 생각이었고, 외출할 계획이 없었다. 그런 것을 알 리 없는 승호는 신이 나서 밤에 외출할 생각을 했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으니, 취소하면 안 됩니다.”육승호가 의자에 기어 올라앉았다.하진은 아이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미소 지었다. “좋아, 취소 안 하마.”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는 기뻐서 두 짧은 다리를 흔들었다.얼마 후, 음식이 상에 오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순서대로 자리에 앉았다.밝은 등불 아래, 식탁에는 소, 양, 닭, 오리 등 각종 신선한 고기가 찜, 튀김, 볶음 등으로 요리되어 가득 쌓여 있었고, 전에 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과일과 채소 요리도 있었다. 몸종들이 주전자를 들고 다니며 옆에서 술을 따르고 있었다.특별한 날이었던 만큼 밥상에서 말하지 않는다는 규칙은 잠시 제쳐두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남자 석의 말소리와 귀를 즐겁게 하는 관현악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왔다.잠시 식사를 하다가, 사람들은 놀이를 시작했다.하진은 술을 잘 못 마셔서 겨우 한 잔만 마셨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 또 술을 권할까 봐,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쪽으로 나갔다.난간에 기대앉아 턱을 괴고 저잣거리의 등불을 구경했다. 점처럼 빛나는 불빛들이 반딧불같이 보였다.이때, 안에서 사람들의 외침 소리가 들렸다. “불꽃놀이다, 불꽃놀이다!”방 안의 사람들은 일제히 밖으로 나왔고, 하늘에는 불꽃이 오색찬란하게 터졌다. 저잣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걸음을 멈추고 구경하며 환호성을 질렀다.하진이 넋을 잃고 구경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녀를 잡아당겼다.“밖에 나가서 구경해요.” 육승호가 하진을 잡아당겼고, 하진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육희아가 멀지 않은 곳에서 손짓하는 것이 보였고, 그녀는 육승호를 이끌고 그쪽으로 걸어갔다.“노부인께 허락을 받았으니, 외출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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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육승호는 하진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다시 고개를 들어 다른 아이들이 손에 든 봉투를 부러운 듯 바라보았다.하진이 고민 끝에 말했다. “승호야, 우리 유람선 타러 갈까?”육승호는 이 말을 듣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호숫가로 내려가 깨끗한 작은 배를 찾았다. 이 작은 배들은 손님을 태워 유람하도록 특별히 제작된 것이어서, 배 안은 깨끗하고 단정하게 꾸며져 있었다. 작은 창문이 있었고, 창문 아래에는 탁자와 긴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다.세 사람은 배에 올랐다. 배가 작았기 때문에 몇 명의 수행원만 태웠고, 나머지는 해변에 남았다.배가 호수 한가운데로 나아가자, 뱃사공이 다가와 먹을 것을 주문할 것인지 물었다.하진은 평곡에 있을 때 자주 배를 탔었기에, 배 위의 음식은 모두 미리 데워 놓은 것이라 주점에서 바로 만든 것만큼 신선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새콤달콤한 과일 절임과 다른 작은 먹거리들을 좀 가져다주고, 차도 몇 주전자 주게.”뱃사공이 대답하고 갔고, 잠시 후 상에는 과일 절임과 작은 먹거리 몇 접시, 그리고 차가 올려졌다.육승호는 창문에 엎드려 눈을 크게 뜨고 멀리 가까이 있는 배들을 보다가, 고개를 숙여 수면을 보았다. 그러고는 서둘러 유모에게 손을 씻게 하고 먹을 준비를 했다.그러나 유모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여 잔소리를 하려 했고, 하진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너무 염려하지 마라, 이 뱃사공들은 물 위에서 장사하는 이들이고, 관아에 등록되어 있어 길거리의 작은 가판대와는 다름없다. 음식도 깨끗해.”유모는 하진의 말을 듣고 더 이상 잔소리하지 못했다.하진은 규안에게 눈짓을 했고, 규안은 눈치를 채고 유모에게 웃으며 말했다. “도련님을 돌보시느라 내내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물 위에 있으니 도망칠 데도 없겠는데, 우리도 자리에 앉아 차와 다과를 먹으며 배를 채우는 것이 어떻습니까? 준비한 체면을 봐서라도 한번 드시지요.”육승호는 평범한 집 자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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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대연 왕조는 여자가 얼굴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법적인 제한이 없었다. 백성들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권세가의 여인들은 대부분 마차를 타고 다니고 하인들을 데리고 다녀,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그러나 남녀의 사적인 만남은 누구에게 알려지면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고, 어떤 집안이든 마찬가지였다.다만 화등절은 달랐다. 화등절은 만남을 가지는 날로, 많은 연인이 축제의 북적거림을 빌려 은밀히 만났다. 이런 일은 공개적이면서도 사적이었다.공개적이라는 것은 모두가 이런 행위를 묵인했기 때문이고, 사적이라는 것은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적인 만남은 여전히 피해야 했고, 일단 세상에 드러나면 크고 작은 문제가 될 수 있었다.하진은 고개를 돌리자마자 사준영을 보았고, 그 역시 그녀를 보았다. 이어서 두 배는 빠르게 엇갈렸다.하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준영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육완아를 선택했든, 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 당황함과 죄책감이 스쳐 지나갔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마치 해명하고 싶어 입을 열었지만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사준영의 모습에 그녀는 불현듯 전생을 떠올렸다. 하진을 첩으로 들인 후, 그녀의 방에서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의 손을 잡고 손가락 끝을 주무르다가 그녀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대고 따듯한 기운을 느끼게 했다.또한 한없이 다정하게 그녀와 사랑을 나누기도 했었다.그녀는 사준영의 진심을 의심한 적이 없었고, 진심이기도 했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정도 있었다.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십 년 동안, 그녀가 아이를 잃은 후에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그녀의 방에 한 발짝도 들어오지 않은 이유였다. 어떻게 그토록 냉정할 수 있었는지였다. 그녀가 싫었다면, 그녀가 떠나겠다고 했을 때 놓아줘야 했다. 그녀의 몸이 차갑게 식어갈 때가 되어서야, 사준영은 그녀를 안고 무너지듯 울부짖었다. “하진 아가씨.”육희아가 부르는 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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