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 부인은 부군을 따라 경성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것이 없었다. 조정의 일은 시랑이 처리했지만, 조정 밖의 일 또한 나름의 가치가 있었다. 특히 경성 귀족 사회의 비밀은, 공식적으로는 입밖에 올릴 수 없으나, 사적으로 은밀히 퍼지는 이야기를 뜻한다. 시랑 부인은 아예 자주색 옷의 부인에게 마차에 함께 타자고 청하며 더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 했다. “어째서 서른이 넘도록 독신이신가요? 그 댁 아가씨는 수양딸인가요?” 시랑 부인은 말을 마치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급히 입을 가리며 나지막이 외쳤다. “혹 나리께서 남색은 아니시겠죠?” 마차에 올라타자 자주색 옷의 부인은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런 말씀은 함부로 하시면 안 됩니다. 육 추밀사께서는 중요한 기밀을 다루시고 공무에 매우 근면하시며, 그 심성과 행동은 위엄 있는 분입니다.” 시랑 부인은 의아했다. “권문세가 출신으로,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출세하셨고, 별다른 특이한 취향도 없으신데, 어째서 안채를 비우시는 겁니까? 첩을 두지 않더라도, 정신부인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래야 아랫것들을 통솔하고 가규를 바로잡으며, 살림을 꾸려나가지요.” “그렇지요, 사대부 자제는 말할 것도 없고, 보통 명문가 자제들은 일찍이 혼약을 맺지요. 열네다섯에 부인을 맞는 것도 예사고, 첩 하나 두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러게요.” 자주색 옷의 부인이 이어 말했다. “젊으셨을 때 부인을 맞이했거나 첩을 두셨다면 지금쯤 자식들도 꽤 컸을 것입니다. 대체 무슨 일 때문에….” 자주색 옷의 부인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육 추밀사께서 스무 살이 채 안 되던 해에, 한창 혈기 왕성하던 시절, 집안에서 혼사를 정해주었습니다. 여자 쪽 집안도 괜찮았는데, 혼사가 정해진 지 얼마 안 되어, 죽었습니다.”“죽었다고요?” 시랑 부인은 한숨을 쉬었다. “박복한 명을 지녔군요. 살았더라면 얼마나 존귀했을까요.” 자주색 옷의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제 말을 계속 들어보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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