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달빛은 모래시계처럼 은은히 흘러내렸다.강정한은 시곗바늘이 흘러가는 걸 바라보며, 점점 더 찌푸린 미간을 풀지 못했다.방주헌은 진짜 대담하네?할아버지, 아버지가 모두 경성에 계신데, 감히 고모와 밤은 보내려 하고 있었다.요즘 세상에 혼전 관계를 갖는 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어르신들의 생각은 여전히 보수적이다.할아버지에게 다리가 부러지게 맞을려고 작정한 모양이다.하지만 실제 대담했던 쪽은 방주헌이 아니라 강희진이라는 것을 강정한은 미처 몰랐다.두 사람은 파티장을 나와 거리를 따라 산책했다. 기온이 점점 떨어지면서 원래는 따뜻한 실내로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하늬 사건 이후 두 사람은 나름 유명 인사가 되었기에, 어디를 가도 시선이 집중되었다.그래서 방주헌이 자기 집 근처에 그가 머무는 거처가 있는데 그곳은 어떠냐고 제안했다.잠시 망설이던 강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넓은 평수의 아파트였는데 사람이 자주 머문 느낌은 아니었다.창가의 화초들은 시들었지만, 내부는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작은 노래방에 영화관까지 마련되어 있었고 천장은 별을 수놓은 밤하늘 같았다. “영화 볼래요?” 강희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뭐 먹고 싶어요? 슈퍼 가서 사 올게요.” 방주헌은 요즘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이곳에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었고 냉장고 맥주만 들어 있을 뿐이다.“저는 상관없어요.”편의점에 도착한 방주헌은 대충 간식거리 몇 개를 집어 들었고 계산 대 앞에 다다르자, 가지런히 놓인 다양한 콘돔들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혈기 왕성한 나이의 평범한 남자가 좋아하는 사람과 단둘이 있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의식의 흐름이었다.계산대에 있는 아줌마는 40~50대 정도로, 방주헌을 알지 못했지만, 그가 진열대를 계속 쳐다보는 걸 보고 곧바로 물었다.“젊은이, 하나 살래요?”“저….”“세일 중이라 하나 사면 하나 더 드려요, 하나 가져가요.”“세일도 해요?” 방주헌은 이해하지 못했다.“네, 아주 저렴해요. 아이를 원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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