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주를 다시 찾고 나니까 그러는 거예요? 시집도 잘 가고 강씨 가문 손녀이기까지 하니까... 그런데 나는 사람도, 귀신도 아닌 몰골이라 이제 싫으신 거죠?”양홍철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랬다면, 진작에 관여하지도 않았다! 이나야, 제발 아빠 말 들어, 우리 자수하자.”하지만 양이나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텅 빈 골목에 울려 퍼진 그 웃음소리는, 스쳐 지나가는 찬 바람과 뒤섞여 섬뜩하고 기괴하게 번져갔다.“나보고 죽으라는 거예요?”“널 살리려는 거다!”양홍철은 그녀의 팔을 붙잡고, 애타게 설득했다.“이나야, 아빠 말 좀 들어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싫어요!”양이나는 있는 힘껏 그를 밀쳐냈고, 힘이 너무 들어간 탓에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양홍철은 벽에 뒤통수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그의 몸은 그대로 벽을 타고 천천히 미끄러져 내렸고, 벽에는 선명한 핏자국이 남았다.몸이 반쯤 풀린 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잠시 멈칫하던 양이나는 양홍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목도리를 벗으며 말했다.“아빠, 저 원망하지 마요. 다 아빠가 날 이렇게 만든 거예요.”양홍철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사이, 양이나는 목도리로 그의 얼굴을 덮었다.뒤통수에서 밀려오는 통증 때문에 그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눈앞은 캄캄했고, 그저 누군가가 입과 코를 틀어막고 있다는 것만 느껴졌다.살아남으려는 본능에 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설마 딸이 자신을 죽이려 들 줄은 몰랐다.“아빠, 외할아버지는 제가 죽인 거예요. 엄마도 제가 미치게 만들었죠.”그녀의 목소리는 음산하게 내려앉았다.“전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어요.”그 순간, 양홍철은 저항을 멈췄다.머릿속에 강여진과 노설연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그때 노설연과 깔끔하게 정리하고 강여진과 함께했더라면, 혹은 아예 강여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의 운명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두 아이 모두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 누구보다 빛나는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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