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621 - Chapter 628

628 Chapters

제621화

이후 육강민과 서은주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식당에 들렀다가 놀이공원까지 다녀온 모습이 목격됐다. 그 장면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많은 이들이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이게 바로 사랑이지.][솔로는 오늘도 달달한 장면에 눈물 흘립니다.]처음엔 댓글들이 평범했는데, 누군가 흐름을 이상하게 틀어버려 화제가 느닷없이 방주헌 쪽으로 튀었다.[트렁크에 가득한 장미라니, 이건 육강민이 압승 아닌가? 방주헌은 좀 많이 밀리네.][방주헌 씨, 더 분발하셔야겠어요.][육강민은 애가 벌써 저렇게 컸는데, 방주헌은 언제 결혼함?]방주헌은 어이가 없었다.이 사람들, 진짜 쓸데없는 걱정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육강민이 애정 과시에 불똥이 왜 그한테 튀는 건지 알 수 없었다.예전엔 인터뷰 한 번 잡는 것도, 방송에 얼굴 비추는 것도 그렇게 어렵던 사람이었다.작년 성세 그룹 창립 기념식 아니었으면 육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랑 타령이라 너무 꼴불견이었다.*양씨 집안.양이나는 침실 화장대 앞에 있었다.제대로 된 관리도 못 받은 피부는 늘어지고 누렇게 변해 있었고, 성형 부작용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필러 때문에 양쪽 얼굴은 울퉁불퉁, 마치 깊게 파인 골짜기처럼 패여 있었다.코에는 여전히 거즈가 감겨 있었다.오뚝하고 예쁘던 콧대가 사라진 이 모양을 과연 얼굴이라고 할 수 있을까?정말로, 사람도 귀신도 아닌 몰골이 되어 있었다.앞에 놓인 휴대폰 화면에는 육강민과 서은주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이 떠 있었다.사진 속 서은주는 여전히 아름다웠다.아니, 예전보다 더 눈부셨고 어딘가 성숙한 분위기까지 더해져 있었다.양이나의 눈빛이 서서히 차갑게 식어갔다.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갔더니, 양홍철은 선물을 포장하고 있었다.정성스럽게 포장된 그 물건들은 전부 그 ‘여자’와, 그 여자의 ‘아이’에게 줄 것들이었다.“아빠, 겨우 돌잔치인데 이렇게까지 준비할 필요 있어요?”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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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양홍철은 오로지 서은주에게 보상해 줄 생각뿐이라, 양이나의 이상한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서은주가 그때 그 여자라고?말도 안 돼! 양이나는 치료를 받으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몰래 서은주를 뒤쫓았다.그녀가 정말 그때 그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다.하지만 시험도 끝나 육강민은 서은주와 두 아이를 데리고 경성 근교의 한 온천 리조트로 향하는 바람에 양이나는 감히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씁쓸하게 발걸음을 돌렸다.육강민이 아이들을 재우러 간 사이 시간이 난 서은주는 잠시 온천에 몸을 담갔다.온천에 너무 오래 있으면 어지러워 그녀는 목욕가운을 여미고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하자만 막 코너를 돌아서는 순간, 갑자기 뻗어 나온 손이 그녀의 팔을 붙잡아 그대로 방 안으로 확 끌어당겼다.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본능적으로 몸을 비틀며 발을 들어 차려는 순간,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벅지를 눌렀다.“나야.”익숙한 목소리에 그제야 서은주의 긴장이 풀렸다.“갑자기 그러니까…”지금 둘의 자세가 얼마나 위험한지 의식하지 못한 채 서은주는 놀란 숨을 고르고 있었다.“깜짝 놀랐잖아요…”몸이 밀착된 상태에서, 그녀의 한쪽 다리는 들린 채 그의 손에 받쳐져 있었다.육강민 역시 막 온천에서 나온 참이라, 두 사람 몸에는 아직 식지 않은 열기가 남아 있어 은근하면서도 뜨겁게 번져갔다.“겁쟁이네.”육강민이 낮게 웃었다.방 안은 불이 꺼져 있어 서은주는 그의 얼굴 윤곽과 차갑게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만 희미하게 보였다. 그 시선은 어둠 속에서 사람을 홀릴 듯한 짙은 빛을 띠고 있었다.여전히 그녀의 다리를 단단히 붙잡고 있던 그 손은 그대로 천천히 끌어올려 허리 위에 걸쳐놓았다.차마 말로는 형용하기 민망한 자세였다.살결을 타고 번지는 뜨거운 열기에 서은주는 정신이 아득해졌다.거칠고도 단단한 손이 살을 스칠 때마다 힘이 쭉쭉 빠져 서은주는 몸을 가눌 길이 없었다.“민찬이와 수린이는요?”“이미 꿈나라야. 걔들 말고, 지금은 나부터 좀 신경 써줘.”서은주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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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서툰 손길로 어른들 흉내를 내며 육수린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분유도 타서 작은 손에 쥐여줬다.덕분에 잔꽃 무늬 우주복을 입은 아이는 젖병을 꼭 끌어안고 쪽쪽 빨아먹고 있었다.동생을 챙기고, 육민찬은 스스로 세수를 하고 이를 닦은 다음, 조식까지 시켰다.잠에서 깬 서은주가 아이들 방으로 가보니 남매는 이미 신나게 놀고 있었다.“엄마, 오빠… 우유…”작은 손을 흔들며 젖병을 가리켰다.“오빠가 분유 타 줬어?”서은주는 단번에 아이의 뜻을 알아차렸다.아이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서은주는 웃으며 육민찬의 머리를 쓰다듬고,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우리 민찬이, 너무 잘했네.”육민찬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엄마, 아빠 드시라고 아침도 시켜놨어요. 근데 좀 식었을 수도 있어요.”“괜찮아, 데우면 되지.”서은주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일어났는데 왜 엄마 안 깨웠어?”“어제 늦게까지 바쁘셨잖아요. 좀 더 주무시게 해드리려고요.”“……”서은주는 순간 멘붕이 왔다.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아빠랑 아기 만든 거예요?”“누가 그런 말 했어?”서은주는 헛기침을 하며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할머니가 엄마랑 아빠가 침대에서 싸우는 건 아기 만들려고 그런 거래요.”육민찬은 아주 진지한 얼굴이었다.“이번엔 남동생인가요? 아니면 또 여동생이에요?”서은주는 그저 입꼬리만 올릴 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육강민이 깨어나 보니, 서은주가 자신을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어제 내가 부족했나?*온천에서 돌아오니, 마침, 손리정의 첫 검진 날이라 서은주는 아이 둘을 데리고 그녀를 찾아갔다.육지성은 회사 일로 바빴고, 손리정의 부모님도 이미 강성으로 돌아간 상태여서 혼자 있는 손리정이 걱정돼 종종 들르곤 했다.그날은 근처 작은 공원을 함께 산책하고 있었고, 황금자가 두 아이를 살피고 있었다.육민찬은 또 소시지를 들고 강아지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늘 먹으러 오는 새끼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는데, 육민찬은 행복이라는 이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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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서은주도 자신이 겪은 이 지옥 같은 기분을 똑같이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하지만 서은주는 홀로 외출하는 일이 거의 없었고, 아이들 역시 늘 도우미가 옆에서 챙기고 있어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어려웠다. 심지어 전에는 미행하다가 들킬 뻔한 적도 있었다.그래서 양이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일전에 카페에서, 기절한 척하면서 서은주에게 누명을 씌울 수도 있었는데, 되레 손리정에게 뺨을 두 대나 맞았다.그 일은 지금까지도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다.서은주라면 몰라도 손리정은 무슨 자격으로 감히 그녀에게 손을 대느냔 말이다!며칠째 손리정을 지켜본 양이나는 그녀가 임신 중이라는 것도 알아냈다.생활 패턴 역시 단순했다.거의 학교와 집만 오갔고 가끔 육지성이 데리러 오는 정도였다.‘다 네가 자초한 거니까. 누굴 원망하지 마. 서은주의 친구가 된 게 문제였을 뿐이야.’*날씨가 부쩍 쌀쌀해져, 겨우 다섯 시를 조금 넘겼을 뿐인데 벌써 어둠이 내려앉았다.손리정이 학교를 나서자마자 육지성에게서 연락이 왔고, 만두국이 먹고 싶다고 했더니, 지금 사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매서운 추위 때문인지 길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손리정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손을 비비며 몸을 한껏 움츠렸다.차가운 바람이 마른 가지를 흔들며 사각거렸고, 가로등 사이로 드리운 나무 그림자들이 바닥을 어지럽히고 있어 괜히 음산한 기분이 들었다. 걸음을 재촉하던 손리정은 코너를 돌던 순간, 누군가와 부딪힐 뻔했다.그 사람은 두툼하게 부풀어 오른 패딩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죄송합니다.”손리정은 미소 지으며 몸을 틀어 지나가려 했다.“부딪쳐놓고 사과만 하면 끝이야?”갈라진 목소리는 살짝 거칠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고 심지어 사람이 맞는 건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손리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가진 돈 전부 내놔!”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사람은 주머니에서 과도를 꺼내더니 그대로 휘둘렀다.가로등 불빛이 칼날에 스치며 번뜩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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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몰려왔을 때, 손리정은 아직도 놀란 기색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육지성이 만둣국을 사 들고 왔을 때는, 이미 아파트 입구에 경찰차가 서 있었다. 손리정이 강도의 피습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육지성은 깜짝 놀랐다.경찰들이 한창 상황을 묻고 있었다.“저는 괜찮아요. 그냥 좀 놀란 것뿐이에요.”손리정이 그를 보며 애써 웃어 보였다.“상대 얼굴은 못 보셨습니까?”경찰이 다시 물었다.“네, 못 봤어요.”“혹시라도 기억나는 게 있으면 꼭 연락 주세요.”경찰은 주변 CCTV를 확인했지만 뚜렷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손리정은 고개를 끄덕였고 경찰이 떠난 뒤에야 육지성에게 상황을 설명했다.자신을 구해준 건 아파트 단지를 떠돌던 개들인데 그중 검정색을 띤 강아지가 다리를 다친 것 같다며 아마 육민찬이 자주 먹이를 주던 그 녀석일 가라고 했다.그녀는 육지성에게 그 강아지를 찾아달라고 했지만, 이미 밤은 깊었고 검정색을 띄고 있어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육지성이 단지를 한 바퀴 돌아봤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서은주는 다음 날이 되어서야 손리정이 사고를 당할 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찬가지로 크게 놀랐다.그리고 그 검정색 강아지는, 다음 날 저녁 육민찬이 겨우 찾아냈다.마른 풀더미 속에 웅크린 채 거의 숨만 붙어 있는 녀석을 육민찬이 안아 들고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다.수의사는 한쪽 다리가 부러졌고, 체내 출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아빠… 행복이 죽어요?”육민찬은 눈시울이 붉어졌다.“행복이?”잠시 멈칫하던 육강민이 고개를 저었다.“안 죽어.”“그럼, 제가 키워도 돼요?”“……”육수린은 아직 너무 어려 면역력이 약했다.육강민은 허락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들이 눈을 붉힌 채 간절하게 바라보며 자신의 용돈으로 키우겠다고까지 하자,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아이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그렇게 검정색 강아지, 행복이는 결국 육씨 가문에 입양되었다.예방접종도 하고 구충도 마쳤지만, 돌아올 때는 뒷다리에 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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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육수린의 돌잔치는 주말이었고 팅주 호텔의 룸을 잡고 세 테이블 정도의 손님만 초대해 조촐하게 치렀다.강지택을 비롯한 식구들은 직접 오지는 못했지만, 강정한을 통해 선물을 보냈다.강지택은 손수 디자인을 해서 금방울 팔찌를 제작했고,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울리는 딸랑딸랑 소리에 육수린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다.강희진은 아기 옷을 몇 벌 보냈다.방주헌은 현금을 건네며 돈이 가장 실속 있다고 했다.“용돈을 주시면 안 되죠.”육민찬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왜?”“저 어릴 때 받은 용돈은 다 아빠랑 할머니가 맡아준다며 가져갔는데 한 번도 돌려주지 않았거든요! 동생 용돈도 분명 엄마가 다 챙길걸요. 어른들은 왜 애들 용돈에 그리 눈독 들이는 걸까요?”서은주는 말문이 막혔다.원래도 방주헌을 잘 따랐던 육민찬은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얘기를 꺼내며 더 신이 나 있었다.행복이가 사람을 구한 이야기가 나오자, 더욱 들떠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행복이를 히어로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한편,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서은주는 문득 양홍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선물을 한가득 내려놓고는 곧바로 떠나려 했다.서은주가 다가가 술이라도 한잔하고 가라며 붙잡자, 양홍철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구석 자리에 앉았다.하지만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았다.그러다 육민찬이 방주헌에게 신나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우리 행복이 얼마나 용감한지 아세요? 그 나쁜 놈 팔을 용감하게 물어버려서 리정 이모가 무사한 거라고요!”그 말을 듣는 순간, 잠시 멈칫하던 양홍철은 얼굴빛이 순식간에 바뀌었고 벌떡 일어나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호텔을 나서자마자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양이나, 너 어디야?”“아빠, 왜요?”“지금 바로 갈 테니, 꼼짝 말고 집에 있어.”전화를 끊은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휴대폰을 열어 112를 눌렀다.신고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등 뒤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나 찾았어요?”숨이 턱 막힌 양홍철은 깜짝 놀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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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서은주를 다시 찾고 나니까 그러는 거예요? 시집도 잘 가고 강씨 가문 손녀이기까지 하니까... 그런데 나는 사람도, 귀신도 아닌 몰골이라 이제 싫으신 거죠?”양홍철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랬다면, 진작에 관여하지도 않았다! 이나야, 제발 아빠 말 들어, 우리 자수하자.”하지만 양이나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텅 빈 골목에 울려 퍼진 그 웃음소리는, 스쳐 지나가는 찬 바람과 뒤섞여 섬뜩하고 기괴하게 번져갔다.“나보고 죽으라는 거예요?”“널 살리려는 거다!”양홍철은 그녀의 팔을 붙잡고, 애타게 설득했다.“이나야, 아빠 말 좀 들어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싫어요!”양이나는 있는 힘껏 그를 밀쳐냈고, 힘이 너무 들어간 탓에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양홍철은 벽에 뒤통수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그의 몸은 그대로 벽을 타고 천천히 미끄러져 내렸고, 벽에는 선명한 핏자국이 남았다.몸이 반쯤 풀린 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잠시 멈칫하던 양이나는 양홍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목도리를 벗으며 말했다.“아빠, 저 원망하지 마요. 다 아빠가 날 이렇게 만든 거예요.”양홍철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사이, 양이나는 목도리로 그의 얼굴을 덮었다.뒤통수에서 밀려오는 통증 때문에 그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눈앞은 캄캄했고, 그저 누군가가 입과 코를 틀어막고 있다는 것만 느껴졌다.살아남으려는 본능에 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설마 딸이 자신을 죽이려 들 줄은 몰랐다.“아빠, 외할아버지는 제가 죽인 거예요. 엄마도 제가 미치게 만들었죠.”그녀의 목소리는 음산하게 내려앉았다.“전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어요.”그 순간, 양홍철은 저항을 멈췄다.머릿속에 강여진과 노설연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그때 노설연과 깔끔하게 정리하고 강여진과 함께했더라면, 혹은 아예 강여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의 운명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두 아이 모두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 누구보다 빛나는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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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섬뜩할 정도로 고요한 골목은 마치 모든 것을 삼킬 듯한 블랙홀 같았다.육강민은 양홍철 곁으로 다가가 무릎을 굽혔다.휴대폰 플래시 기능을 켜고 손을 내밀어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불빛이 스치는 순간, 벽에 선명하게 남은 핏자국이 보였다.상황을 보아하니 뒤통수를 벽에 부딪힌 모양이다.워낙 눈썰미가 좋았던 육강민은 단번에 뭔가 이상함을 알아챘다.그때 분명, 다른 누군가와 함께였던 게 틀림없었다.*육강민이 다시 룸으로 돌아왔을 때, 방주헌이 소리쳤다.“형은 대체 어디 갔었던 거야! 왜 이렇게 늦었어! 얼른 와, 촛불 켜고 케이크 자를 준비해야지.”“잠깐 화장실에.”육강민의 대답에 방주헌은 슬쩍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변비야?”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육강민의 차가운 시선이 그대로 꽂혔고, 순간 방주헌은 움찔하며 급히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바로 후회했다.‘아, 진짜! 내가 왜 쫄았지?’이제 곧 이모부로 서열이 바뀔 예정이라 겁낼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허리를 곧게 폈지만 어릴 적부터 그에게 ‘괴롭힘’ 당해 온 지라, 육강민의 시선만으로도 괜히 등골이 서늘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 같은 거라 방주헌으로선 통제할 수 없는 것이었다.생일 축하 노래가 흘러나오고, 서은주가 육강민에게 다가왔다.“찾았어요?”“이따 얘기해.”서은주는 그의 말에 숨은 의미가 있음을 느꼈지만 더 묻지 않았고 그저 손뼉 치며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렸다.육수린은 생일 모자를 쓰고 해맑게 웃으며 즐거워했다.생일잔치는 모두가 즐거웠지만, 아무도 모르는 사이 육강민의 눈빛만은 깊게 가라앉아 서늘하게 번뜩였다.*그 시각, 양이나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허둥지둥 도망쳐 집으로 돌아온 양이나는 순간, 목에 감긴 검은 목도리가 눈에 들어왔다.마치 아버지의 마지막 숨결이 그녀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그녀는 목도리를 거칠게 풀어 헤치고 미친 사람처럼 가위를 집어 들어 갈기갈기 잘라버렸다.“아빠, 날 원망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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