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Chapter 541 - Chapter 550

636 Chapters

제541화

개인전 홍보는 그야말로 불이 붙은 듯했다.M 디자인 스튜디오는 거액을 쏟아부어 판을 키웠고, 하늬를 디자인 업계의 ‘스타’로 만들어냈다. 외모도 제법 빼어난 편이라, 어느새 팬덤까지 생겼다.게다가 경성의 명문가와 각계 유명 인사들에게도 초대장을 대거 발송했다. 육씨 가문, 방씨 가문 모두 초대장을 받았고, 강정한에게까지 초대장이 도착했다. 원래 방주헌의 부모는 이런 일에 관심이 없었는데 방주헌이 중얼거리듯 한마디 던졌다. “꼭 공개적으로 크게 창피를 당해봐야, 자기 분수를 안다니까요!” 그는 소매를 걷어붙이며 씩씩거렸다.당장이라도 누구 하나 패러 갈 기세였다.대체 누구를 벼르고 있는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져 결국 개인전에 가보기로 했다.*한편, 육강민은 한 경제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내와 함께 개인전에 방문할 계획이라고 살짝 흘렸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들은 강지택과 강준석 부부도 경성에 도착한 모습을 포착했다.서은주의 결혼식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으니, 결혼식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고 아마 하늬의 개인전을 겨냥한 행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강지택은 딸을 잃은 뒤, 좀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가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개인전의 파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었다.그 덕에 불길에 기름 붓듯, 화려함이 한층 더 빛을 발했다.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기분에 하늬는 점점 들뜨기 시작했다.특히 강희진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을 때, 말투에는 어딘가 타협의 기색이 묻어 있었다.“현장에서 우리 사이의 일을 끝내죠.”개인전이 가까워질수록, 온라인에서 강희진을 향한 욕설이 끊임없이 쏟아졌고, 하늬도 댓글 부대를 추가로 고용해 일부러 더 흙탕물을 튀겼다.아마 버티기 힘들었던 강희진이 그래서 공개적으로 사과하려는 줄 알았다.하늬는 몹시 흡족해하며 특별히 거금을 들여 맞춤 드레스를 구입했고, 피부 관리와 뷰티 시술은 물론, 톱 스타일리스트까지 불러 메이크업과 헤어를 완성했다.인생 최고의 순간을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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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밖에서 너 욕하느라 난리인 거 알면서도 웃음이 나오는구나.”아버지의 말에 강희진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하지만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저를 걱정해 주고 심지어 아무 조건 없이 믿어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걸 몰랐을 거잖아요.”강지택은 콧방귀를 뀌며 그녀를 입만 살았다고 타박했다.마흔을 넘겨 입양한 딸이라 더 애틋했다.강희진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본 뒤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아빠, 그리고 오빠, 하늬 일 정리되면, 보여드리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눈치 빠른 사람들이라 바로 남자 친구를 데려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서은주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기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지만, 강정한은 눈이 휘둥그레졌다.한 지붕 아래 사는 내가 왜 몰랐지?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설마 온라인에서 만났어요?”강희진이 이를 악물었다.“그런 거 아니거든!”“그럼, 다행이에요. 요즘 인터넷에는 사기꾼들이 많거든요.”강희진은 당장이라도 그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요즘 자꾸 몰래 나가더니, 설마 남자 친구 만나러 간 거예요?”강정한이 다시 추궁했다.강희진은 부정하지 않자, 강정한은 멘붕에 빠졌다.표절 사건 때문에 모두가 분통 터져 하고 있을 때, 몰래 연애를 하고 있었다는 말에 강정한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서열에서 밀렸기에 대놓고 뭐라 하지는 못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강정한은 자신 주변에서 입 모아 멍청이라는 방주헌보다 더 바보 같았다.아직 어린 육민찬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서은주를 바라봤다.“엄마, 이모할머니가 누구 데려온다는 거예요?”“나중에 네 이모할아버지 될 분 말하는 거야.”“와! 나 이모할아버지 생기는 거예요?”유난히 들뜬 아이의 모습에 서은주가 웃으며 말했다.“왜 이렇게 신났어?”“저 예뻐해 주는 사람 한 명 더 생기는 거잖아요!”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지만, 강지택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았다.강여진이 떠올라 강희진이 사람을 잘못 만나 상처 입을까 봐 늘 걱정이었다.그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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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개인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강지택은 줄곧 육씨 가문에 머물렀다.서은주와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아이들과도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였다.개인전 전날 밤, 방주헌은 육강민과 일 때문에 만났다가, 육씨 가문을 방문했다.마당에 들어서자, 공기를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뼛속까지 파고드는 섬뜩한 소리에 방주헌은 흠칫 놀랐다.“형, 이게 무슨 소리야?”“할아버지께서 채찍 휘두르시는 중이야.”“강지택 어르신이요?”“며칠 전에 이모가 개인전 끝나면 남자 친구 데려오겠다고 해서 몸을 단련해서 기선 제압할 거라고 했어.”사실 육강민 역시 강희진의 남자 친구가 궁금했다.하지만 자신은 어디까지나 손아랫사람이라 그녀의 사적인 일에 간섭할 입장은 아니었다.방주헌은 멍해졌다.굳이 이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방주헌은 겁이 나 들어가지 못했다.심지어 보험을 몇 개 더 들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다.그날 밤, 방주헌은 꿈속에서 나무에 매달린 채 채찍으로 얻어맞는 꿈까지 꾸었다.*다음 날, 하늬의 개인전이 열렸다.장소는 경성 최대 규모의 전시관으로 정해졌다.이번 전시는 관심이 워낙 뜨거워, 인원 통제를 위해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입장이 가능했다.전시가 시작되는 시각은 오전 열 시 였지만, 여덟 시쯤부터 외부에는 이미 수많은 기자들과 입장 자경은 없지만 구경이라도 해보려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홉 시부터 초대받은 인사들이 하나둘 입장했고, 하늬는 이태석과 함께 입구에 서서 손님을 맞이했다.잠시 후 육씨 가문 사람들도 도착했다.육강민, 서은주 부부는 물론, 육남혁, 은퇴 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육진국 부부까지 참석했다.그야말로 ‘급’이 다른 존재감이었다.“하늬 씨, 축하해요. 이번 전시, 무사히 잘 마무리되길 바라요.”서은주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하늬는 한껏 들떠 있어 몸마저 달아올랐고 긴장한 탓에 손바닥은 어느새 땀으로 흥건했다.그리고 이어 방씨 가문도 도착했다.오늘 방주헌은 몸에 딱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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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이 작품은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오늘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강희진 씨도 현장에 와 있습니다. 그녀가 표절 논란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이 일에 마침표를 찍을 예정입니다.”강희진이 온다는 사실을 몰랐던 이들은 술렁였다.그녀가 무대에 오르자, 객석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진짜 왔네.”“사과하려는 거겠지?”“그러겠지. 하지만 사과하면 디자이너 인생은 끝일 텐데...”*강희진은 수수한 차림이었다.하지만 타고난 분위기와 기품 덕에, 화려하게 치장한 하늬 옆에 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하늬가 마이크를 건네며 눈짓했다.말조심하라는 신호였다.강희진은 마이크를 들고 객석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사람들은 놀랐다.공개적으로 표절을 인정하는 건가?“먼저, 제 개인적인 일로 공적인 자리를 많이 차지하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 저와 하늬 씨 사이의 일은 다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발표한 모든 디자인은…”객석이 숨을 죽였다.하늬는 강희진의 사과를 기다리며 승자의 자세로 서 있었다.그런데 강희진이 말을 돌렸다.“제 작품은 모두 제 창작입니다. 저는 누구의 것도 표절한 적이 없습니다. 작품을 베낀 자는 하늬입니다.”그 한마디에 전시장은 순식간에 술렁였고 하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강희진이 사과하러 온 줄 알고 무대에 오르게 한 것이다.그게 아니었다면, 강희진은 전시장 문턱도 못 넘었을 것이다.이건 스스로 초래한 참사였다.“강, 강희진! 미쳤어? 무슨 헛소리야!”하늬는 너무 당황했다.상황이 전혀 예상과 달리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남의 디자인을 베껴 상 받고, 개인전까지 열다니.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요.”“그 입 닥치지 못해!”하늬의 심장이 쿠쾅거렸다.“강희진, 네가 뉘우치고 사과하겠다기에 들여보낸 거야! 그런데 공개적으로 나를 모욕하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 난 그동안 널 많이 참아줬어. 같은 여자니까, 네가 사과만 하면 더는 문제 삼지 않으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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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사람들이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니, 강씨 가문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섰다.강씨 가문 사람들 특유의 분위기,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기세가 흐르고 있었다.앞장선 강지택은 매서운 독수리 눈빛을 하고 있었다.몸은 다소 마른 편이었지만, 이목구비는 또렷하고 냉엄했고,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지나온 얼굴은 강한 압박감을 주었다.그 곁에는 강준석과 강정한이 함께 서 있었다.삼대가 나란히 기세가 살벌했다.누가 봐도 한바탕 하러 온 분위기였다.경비가 막아서려 했지만, 강지택의 차가운 눈빛 한 번에 얼어붙었다.“비켜라!”이태석이 얼른 다가갔다.“강지택 회장님이시죠? 처음 뵙겠습니다.”강씨 가문은 업계의 정점이었기에 강지택의 위상은 설명이 필요 없었다.그는 허리를 굽히며 웃었다.“여긴 어쩐 일로 직접 오셨습니까?”“나를 알아?”강지택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이 업계에서 회장님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내가 너무 오래 안 나왔더니, 죽은 사람 취급하며 우리 강씨 가문을 얕봤던 게 아닌가 싶었지! 아니면 내가 늙어서 칼도 못 들 거라 생각했나?”“아,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강지택은 무대를 힐끗 바라봤다.“옳고 그름도 가리기 전에 사람부터 끌어내리겠다고? 언제부터 이 바닥이 한 사람 말만 듣고 여럿이서 어린 아가씨 하나를 몰아붙이는 곳이 됐지?”“회장님, 방금 저 강희진 씨가 먼저 손찌검을 했습니다. 저희가 일부러 괴롭히는 게 아니라, 너무 거만하게 굴어서요.”“거만?”강지택의 눈이 가늘어졌다.“예, 대체 누굴 믿고 장소도 가리지 않고 날뛰는 건지 모르겠습니다.”이태석은 강희진과 방주헌의 관계가 걸렸지만, 방주헌은 조금 전 경비가 강희진을 끌어내리려 할 때도 나서지 않았다.이제 보니, 방주헌에게 강희진은 잠깐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불과한 모양이라 조금 안심하게 되었다.그 말에 강지택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내 딸이니, 당연히 나를 믿고 그러는 거지.”그 한마디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었다.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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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서은주의 결혼식에서, 이모의 디자인을 착용하는 것쯤이야 당연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다들 나 보지 말고, 무대 위를 보십시오. 오늘 나는 그저 평범한 아버지로서 왔을 뿐입니다. 내 딸이 남을 괴롭힌 건지, 아니면 괴롭힘을 당한 건지 직접 보러 왔을 뿐이죠.”어르신이 한 번 움직이기만 해도 디자인 업계가 들썩일 텐데, 평범한 아버지라니요? 그 말을 믿으라고 하시는 겁니까?강가가 이렇게까지 공개적으로 강희진을 받쳐주고 있다면, 체면 구길 각오도 되어 있다는 뜻이다.그렇다면, 표절 사건이 아직 뒤집힐 여지가 있다는 건가?귀신을 본 듯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하늬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강희진을 노려봤다.“너, 너랑 강씨 가문… 그럴 리 없어. 말도 안 돼!”하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지만 강희진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나에 대해 조사했는데 이건 안 나오죠?”하늬는 이를 악물었다.부정하지 못하는 침묵이었다.“당신이 알아낸 건, 내가 보여준 것뿐이고 내가 원하지 않으면, 당신은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죠.”너무나도 오만한 문장이었지만 강씨 가문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강희진이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다른 신분으로 위장할 수 있었다.“내가 당신 축하 파티를 망쳤다고 했죠? 그럼, 그 일부터 짚어보죠.”강희진이 빙긋 웃었다.“마침, 당신한테 할 말이 많은 친구가 한 명 있어요.”그 말을 듣는 순간, 하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리고 익숙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하늬의 조수 루시였다.조수였던 만큼, 루시는 하늬의 추잡한 일들을 알고 있었다.둘 사이가 틀어진 뒤, 하늬는 입을 함부로 놀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강씨 가문이라는 커다란 힘 앞에서 하늬의 협박 따위는 한없이 초라했다.바보가 아닌 이상, 어느 편에 서야 할지는 뻔하지 너무나 명확했다.앞서 축하 파티에서 벌어진 ‘도둑 소동’은 이미 업계에 널려 루시를 알아본 이들도 적지 않아 왜 이 자리에 나타났는지 의아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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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루시의 말은, 잔잔히 일렁이던 바다 위에 폭탄 하나를 던진 격으로 순식간에 현장이 폭발하듯 들끓었다.“진짜로 하늬가 표절하고 덮어씌운 거야? 사실이면 저 여자 너무 무서운데?”“루시는 몇 년이나 조수로 일했잖아. 모르는 게 없을 텐데, 말에 신빙성 있지.”“아직 섣불리 편 들지 말고 좀 더 지켜보기로 하죠.”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하늬는 억지로 마음을 다잡았다.“헛소리하지 마!” 그녀가 곧장 반박했다.“강희진이 너한테 얼마를 줬길래 나를 모함하는 거야! 도둑질한 것 때문에 스튜디오에서 잘려선 나한테 도와달라고 매달렸지만, 내가 힘이 되어 주지 못한다고 하니 앙심을 품은 거야? 그건 대표님 결정이었고, 나도 월급 받는 직원일 뿐이라 어쩔 수 없었어. 축하 파티에서 잃어버린 물건은 네 몸에서 떨어졌어. 너무나 확실한 현행범이었는데도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 경찰에 넘기지 않았는데 강희진에게 붙어서 날 물어뜯을 줄은 몰랐네.”하늬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그리고 객석을 향해 외쳤다.“여러분은 도둑 말을 믿으실 건가요?”그때 루시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저에게 영상이 있다면요?”하늬의 동공이 흔들렸다.맞은편의 강희진은 지나치게 태연했고, 루시 역시 확신에 찬 얼굴이었다.설마 그날 정말 녹화 해둔 건가?하늬는 축하 파티에서 꾸민 누명 씌우기가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루시는 오랜 시간 하늬 곁에 있던 사람이라 경계하지 않았고 언젠가 등을 돌릴 거라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다.하늬의 신경이 한순간에 팽팽히 조여들었다.그 사이 루시는 고개를 숙인 채 영상을 틀 준비를 하고 있었고 사람들 역시 숨을 죽인 채 그녀의 휴대폰을 뚫어지게 바라봤다.하늬의 신경은 이미 한계까지 치달았다.맞은편의 두 사람을 노려보는 눈빛은 증오로 서늘해졌다.당장이라고 피를 말리고 살을 파고 뼈를 씹어 삼킬 듯한 기세였다.하늬는 여기까지 올라오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그렇게 드디어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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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대체 어떻게 해야 이 판을 뒤집을 수 있을까?“강희진, 이런 조잡한 수법 쓰지 말고 확실한 증거를 내놔! 내가 표절하고도 너한테 누명 씌웠다는 물증 말이야!”하늬는 이를 갈며 쏘아붙였다.강희진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이렇게 초조해하는 모습 보니까 꽤 재밌네. 안 그래요?”나른하게 휘어진 눈매에 웃음에 어렸다.강희진의 재밌다는 말이 하늬의 신경을 제대로 건드렸다.“강희진, 대체 뭘 하자는 거야! 내가 심심하면 가지고 노는 강아지인 줄 알아?”그러자 강희진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강아지가 얼마나 사랑스러운데, 감히 비교하려 들어? 그건 강아지들에게 예의가 아니지.”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강아지보다도 못하다는 뜻이었다.차라리 사람 축에도 못 낀다고 대놓고 말하는 게 나을 지경이었다.오늘은 하늬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순간이어야 했는데 강희진에게 뺨을 얻어맞고, 이렇게까지 농락당하고 있었다.이걸 어떻게 참을 수 있단 말인가!울컥 치밀어 오른 분노가 이성을 삼켜버렸다. 하늬는 그대로 강희진에게 달려들었다.얼굴을 할퀴어 그 웃음을 지워버리고 싶었다.그러나 또다시 따귀를 맞고 말았다.짝!맑고도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며 반대편 뺨이 돌아갔다.양쪽 얼굴에 선명하게 남은 붉은 손자국이 기묘할 만큼 대칭을 이루었다.무거운 드레스가 움직임을 제약하고 있어 다시 팔을 휘두르려는 순간, 강희진에게 단단히 잡히고 말았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하늬의 손목을 쥔 손이 점점 더 세게 조여와 빠져나올 수 없었다.그것은 뼈가 으스러질 듯한 압박이었다.“지금 나한테 손이라도 대려는 거예요?”강희진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되도록이면 얌전히 있는 게 좋은 거예요.”“증거가 있으면 내놓으라니까!”“그렇게 원한다면야 보여줄게요.”강희진은 그녀의 손을 탁 놓아버리고 객석에 앉아 있던 강정한에게 눈짓했다.그는 곧바로 USB를 들고 무대 뒤편으로 가 컴퓨터에 연결했고, 스크린에 화면을 띄웠다.하늬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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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하늬 씨, 말씀 좀 하시죠. 다들 기다리고 있잖아요!”루시가 노골적으로 불을 지폈다.“가짜야! 저거 다 조작이야!”하늬가 스크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강씨 가문은 돈도 있고 힘도 있으니, 집안 사람들끼리 짜고 치는 거란 말이야!” 강희진이 피식 웃었다.“가짜? 얼마든지 감정 받아 볼 수 있어요. 아니면 차리리 경찰에게 맡겨 보든가요.”“경찰도 너희랑 한통속일지 누가 알아!”“우리 가문이 아무리 막강한 힘을 가졌다고 해도 경찰을 좌지우지하진 못하죠. 혹은 네티즌들한테 맡겨도 돼요. 난 전혀 상관 없는데 당신이 감당할 수 있을 지 걱정이네요.”강희진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하늬를 바라봤다.하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등골이 서늘해졌다.몸 전체가 절망의 진흙탕 속으로 가라앉은 느낌이라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머릿속마저 새하얗게 비어 버렸다.객석에 앉아 있던 이태석이 재촉했다.“증거 내놓지 않고 뭐 하는 거예요! 하늬 씨 디자인이 더 먼저였다는 걸 보여주라고요!”이번 개인전을 위해 스튜디오는 모든 걸 걸었다.하늬가 스타가 되면, 스튜디오도 함께 치고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객석에서는 어느새 조소를 흘리고 있었다.“못 내놓는 거 보면 없는 거지.”“지금 몸 떨고 있잖아. 누가 봐도 답 나온 거 아니야?”“남 작품 베껴 상 받고 개인전까지 열어? 얼굴 철판이네.”며칠 전까지만 해도 들떠 있던 하늬는, 지금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그녀는 그저 화려하게 치장된 광대에 불과했다.“디자인 업계 망신이다! 당장 내려가!”“아직도 거기 서 있을 거야? 꺼져!”사방에서 쏟아지는 비난이 그녀를 끝없는 심연으로 밀어 넣었다.몸이 사시나무 떨듯 흔들리는 와중에도 하늬는 강희진을 노려봤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나를 완전히 망가뜨리려는 거야? 너 진짜 독한 년이었구나!”강희진이 낮게 코웃음을 흘렸다.“여기까지 왔는데도, 표절 인정하지 않네요?”“난 아니야! 베끼지 않았다고!”하늬는 목소리를 키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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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아… 아… 왕 대표님, 정말 굉장하네요… 더 해줘요…”화면 속에서 하늬는 교태를 부리며 한 중년 남성의 위에 올라타 있었다.“왕 대표님, 사모님이 좋아요? 제가 좋아요?”“당연히 너지!”남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그럼, 이번 투자 건은…”“자기가 목숨 달라 해도 줄 거야. 정말 넌 사람 미치게 하는 거 같아.”영상 속 여자의 야릇한 신음이 점점 높아졌다.하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정교하게 올린 화장도 창백해진 얼굴을 가리지 못했고,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푸흡—”물을 마시던 방주헌이 그대로 사레가 들려 물을 뿜어내며 욕설을 내뱉었다.“제길, 대체 뭘 틀어놓은 거야!”예상치 못한 장면에 모두가 충격을 받아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보고 있던 서은주도 낯 뜨거워져 고개를 푹 숙였다.“꺼! 당장 끄라고!”하늬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스크린 앞으로 달려가 몸으로 화면을 가리려 했다.영상 속 두 사람의 위치가 바뀌며 노골적으로 웃고 있던 여자의 얼굴이 또렷하게 드러났다.그 얼굴은 하늬였다.자신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마치 공중으로 내던져졌다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힌 기분이었다. 얼굴의 핏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그때 영상이 갑자기 끊겼다.전시장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졌다.늘 재능을 자부하며 도도한 이미지로 군림하던 하늬였다.그러나 영상 속 대화를 통해 드러난 건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몸을 이용했다는 것이다.화면 속 장면은 웬만한 성인 영상 못지않게 노골적이었다. 게다가 상대 남성은 유부남이었다.결국,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불륜 관계였던 셈이다.하늬는 완전히 무너졌다.발끝에서부터 차가운 기운이 치솟아 사지를 얼려버린 듯했다.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떨리는 목소리로 루시를 노려봤다.“네가 감히 나를 망치려드러?”하지만 루시는 차갑게 비웃었다.“애초에 그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죠. 몇 년을 조수로 일했는데, 내가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당신 시키는 대로 강희진을 모함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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