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61 - Chapitre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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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권지헌이 얼굴을 허설아 얼굴에 비볐다.허설아는 권지헌이 많이 취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앞으로 집에서 현관문 안쪽에 열쇠 꽂아두면 아무도 못 들어와."권지헌이 허설아네 문을 안 열었으면 허설아도 놀라서 깰 일이 없었을 텐데."왜 온 거예요?""네가 내 전화 안 받아서."원망 같기도 하고 또 서운함 같기도 한 목소리였다. 허설아는 잠이 깊게 들지 않아서 전화가 오면 쉽게 깼다.깨면 또 잠들기 힘들었기에 병원에서 걸려 오는 전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엄마만 언제든 전화할 수 있게 설정해 뒀다. 다른 사람 전화는 다 무음이었다.허설아가 권지헌을 밀어내려 했다.술 취한 남자는 유독 힘이 엄청났다. 쇠집게 같은 팔로 허설아를 가둬 움직일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너무 꽉 안은 탓에 권지헌 몸의 모든 숨결이 전부 허설아 얼굴에 전해졌다. 심장 박동과 맥박 소리는 마치 밤의 교향악 같았다.허설아가 한숨을 쉬었다.술 취한 사람과 뭘 따질까."전화는 왜 한 거예요?"설마 한밤중에 돌아가서 야근하라는 건 아니겠지.권지헌이 잠시 멈칫하더니 말이 없었다. 잠든 건가 싶었을 때 권지헌이 고개를 돌려 허설아의 민감하고 연약한 귓불을 물었다.감전된 것 같은 촉감에 허설아는 온몸이 찌릿했다.권지헌이 얼버무렸다."너한테 아주 중요한 얘기 하고 싶었어.""강시우가 한 말은 틀렸어. 강시우는 다른 꿍꿍이가 있었어, 우리가 잘되는 걸 보기 싫었던 거야."권지헌은 말끝을 흐렸다. 제대로 듣지 못한 허설아가 막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물으려고 했다.고개를 돌리자 남자의 뜨겁고 알코올이 섞인 키스가 전해졌다. 입술은 부드러웠지만 손으로 꽉 안고 있는 탓에 허설아가 피하려 해도 힘없는 몸부림일 뿐이었다. 벽면의 시계가 걸려 있었다. 새벽 네 시의 건영시. 창밖엔 밝은 달이 높이 걸려 있었다.거실 안으로 쏟아지는 달빛도 현관까지는 비추지 못했다.어둠에 잠긴 현관에서 가쁜 숨소리와 흐트러진 숨결이 더 선명하게 들렸다. 허설아는 키스에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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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권지헌이 이렇게 많이 전화를 했다니.아까 권지헌이 한 말을 떠올리자 허설아는 머리가 좀 복잡했다.강시우가 한 말이 다 진짜가 아니라는 게 무슨 뜻이지?강시우가 뭐라고 했지?술 취한 사람과 논리를 따지려는 게 가장 논리 없는 일이었다.허설아가 막 휴대폰을 내려놓고 잠이 올 때까지 조금 더 잠을 청하려는데 전화가 걸려왔다.또 권지헌이었다.통화 버튼을 누르자 수화기 너머에서 권지헌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보다 더 불안정했다."5분 동안 전화 끊으면 안 돼."낮에 허설아가 약속한 것이었다.5분일 뿐이니 그렇게 길지 않았다.수화기 너머 숨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듣고 있자니 왠지 허설아 귓가도 따라 뜨거워졌다.허설아는 5분이면 권지헌도 무슨 말을 못 할 거라고 생각했다.권지헌이 말을 안 하고 침묵만 하고 있어도 허설아는 휴대폰을 던지고 싶었다.아까의 장면이 아직 허설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권지헌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짐작할 필요도 없었다.전에 게임 성우를 선택할 때 안초희가 말했다. 권지헌이 게임 남주 시나리오대로 진짜 숨가쁜 소리 몇 번만 내면 얼마나 섹시할지 모른다고 말이다. 시나리오에서 게임 남주는 플레이어 사진을 보며 혼자 해결했다.성우들은 대부분 다 뛰는 것으로 그런 분위기를 연출했다.하지만 진짜와는 차이가 있었다.허설아의 귀에 소름이 돋았다. 허설아는 전화를 끊고 싶었다.5분을 참은 뒤에야 권지헌이 됐다며 한마디 했다. 허설아가 허둥지둥 전화를 끊고 휴대폰까지 던져버렸다.곧바로 고개를 돌려 얼굴을 베개에 파묻었다.그냥 숨 막혀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러면 머릿속에 조금 전 권지헌의 목소리로 가득 차서 마음이 어지러운 일이 없을 것이다.권지헌이 술에 취해서는 괴롭혔다는 게 화도 좀 났다.아마 허설아에게 전화를 끊지 말라는 약속을 받아낼 때부터 이미 이럴 때 쓰려고 상상했을 것이다. 허설아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바로 일어나 침대 끝에서 휴대폰을 찾아내 남자의 연락처를 찾아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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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눈에 익은 동료 몇 명도 더 불렀다.안초희가 바로 허설아를 끌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이쪽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몇 없어서 붐비지도 않고 줄도 설 필요 없었다. 안 타는 사람이 바보였다.허설아도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허설아는 권지헌 뒤에 서서 안초희와 같이 인사했다.남자가 고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두 사람과 더 얘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허설아가 안도의 숨을 쉬었다.안초희는 성격이 활발했다. 집안도 좋고 남편과 사이도 좋아서 이번 생에 가장 큰 고생이라곤 제왕절개 하던 날 의사의 실수로 소변줄을 넣을 때 엄청 아팠던 거였다.속셈도 많지 않았다.안초희가 권지헌을 보고 걱정스러워하며 물었다."대표님, 목에 그건 뭐예요?"왜 긁힌 자국이 있는 거지?권지헌이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을 확인했다. 살짝 고개를 돌리자 목에 연하게 긁힌 자국이 보였다. 어젯밤 허설아가 권지헌을 밀어낼 때 손을 버둥거리다 실수로 남긴 것이었다.허설아도 발견했다.어젯밤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권지헌 목을 할퀸 줄도 몰랐다.허설아도 이제와서 좀 미안해졌다.권지헌이 고개를 숙이고 무심하게 말했다."집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화나서 실수로 할퀸 거예요."말투가 애틋하면서도 다정하고 또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안초희는 권지헌이 진짜 고양이를 키운다고 생각했다."무슨 품종이에요? 대표님이 고양이 좋아하실 줄 몰랐어요!"권지헌이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건영시 토종 고양이예요."안초희네 집에도 고양이가 있었기에 고양이 키우는 사람으로서 경험이 꽤 있었다. "언제부터 키우기 시작했어요? 토종 고양이가 제일 좋아요. 사람도 잘 따르고 활발하잖아요."권지헌은 자연스레 안초희와 얘기를 나눴다."몇 년 됐어요. 전에는 잘 따랐는데 지금은 아니에요."안초희가 깊이 공감했다."고양이가 원래 그래요. 어릴 땐 잘 따르다가 크면 도도해지거든요. 저희 집 고양이도 그래요. 하지만 괜찮아요, 일방적으로 애정 표현할 거예요!"말을 마친 안초희가 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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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김지유를 본 허설아는 낯설면서도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김지유가 당당하고 대범하게 말했다."설아 언니, 건영대 서하 캠퍼스에 있는 붉은 숲 기억나요?"건영대는 건영시의 오래된 명문대로 세계 랭킹 상위권에 드는 대학이었다.학교 많은 곳이 다 관광 명소였다.매년 방학마다 전국 각지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와 인증샷을 찍곤 했는데 명문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려는 목적이었다.붉은 숲은 유명한 호수처럼 건영대 졸업생이 아니어도 다들 알 정도로 유명한 장소였다.하지만 지금 김지유가 붉은 숲을 언급한 건 분명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허설아의 가슴속이 꿈틀했다."너였구나. 예전과... 많이 달라졌네."당시 현서가 허설아의 이름으로 괴롭히고 따돌렸던 여학생이 바로 김지유였다.그때 건영대 붉은 숲에서 허설아는 김지유를 한 번 마주친 적 있었다.허설아가 해명하려 하자 김지유는 멀리서 허설아를 바라보며 진실을 안다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황급히 떠났었다.그때의 김지유는 과묵하고 내성적이며 자신감 없는 모습이었다.지금 눈앞에 있는 밝고 자신감 넘치는 여자와는 아주 많이 달랐다.허설아가 순간 알아보지 못한 것도 당연했다.김지유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언니도 예전과 달라졌어요. 여기서 언니를 만날 줄은 몰랐네요.""저를 못 알아본 것도 당연해요, 이름을 바꿨거든요."허설아는 그제야 깨달았다김지유는 예전에 이 이름이 아니었다.이름을 바꾸면서 김지유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고 과거의 자신과 작별을 고했다.안초희가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두 사람 아는 사이야? 설아 씨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어?"안초희가 알게 된 때부터 허설아는 늘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말도 많지 않고 다른 일에도 끼어들지 않았으며 다들 가십거리에 관심을 보일 때도 허설아는 끼어들지 않아서 처음엔 회사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일만 열심히 해서 허설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누군가는 회사 스파이라고 여기기도 했다.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허설아의 깨끗한 본성이 연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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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여학생이 권지헌에게 팔아달라고 집요하게 졸랐지만 권지헌은 끝까지 거절했다.떠나던 여학생은 일부러인지 실수인지 권지헌한테 부딪쳤고 키링이 떨어지면서 두 쪽으로 부서졌다.여학생은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돌아서서 가버렸다.김지유는 권지헌이 쪼그려 앉아서 두 쪽 난 석고 인형을 주워 들고는 다른 사람한테 본드를 빌려 조심스럽게 인형을 다시 붙이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누군가 권지헌을 비웃으며 말했다."겨우 석고 인형 하나일 뿐이잖아. 네 여자 친구 미대생 아냐? 하나 더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되잖아."권지헌은 말없이 손에 든 물건만 진지하게 쳐다보았다.마치 정교한 예술품을 대하는 것 같았다."몰래 기분 나빠할 거야."같이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은 권지헌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다가와서 힐끗 쳐다보았다."몰래 기분 나빠하면 어때? 너한테 내색 안 하잖아."권지헌은 고개를 저으며 핀셋을 들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보수했다."나한테 화내야 좋은 건데 화를 너무 안 내는 게 문제야."남학생은 권지헌의 말이 어떤 충격적인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히자만 김지유는 바로 깨달았다. 권지헌은 허설아를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김지유는 전에도 권지헌 같은 사람이 어떻게 허설아와 사귈 수 있는지 궁금했었다. 설령 돈 때문이라 해도 권지헌이 매년 받는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번 돈, 그리고 각종 대회 상금을 합치면 충분히 잘 살 수 있었다.아르바이트 시간이 끝나고 권지헌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손에는 상자 하나를 들고 있었다.카페 매니저가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목걸이 비싼 거 아냐? 그거 사려고 요새 아르바이트를 이렇게 열심히 했어?"권지헌이 고개를 끄덕였다."곧 여자 친구 생일이거든요."매니저도 따라 웃었다."일한 지 몇 달째인데 매일 여자 친구 얘기야. 다음에 좀 데리고 와.""그럴게요."밖에는 아직 비가 내리고 있었고 권지헌은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김지유가 자기 우산을 빌려줄까 말까 고민하던 그때, 권지헌이 상자를 품에 숨기고 빗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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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예전에도 김지유와 허설아는 별로 친하지 않았다.인사를 나눈 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가끔 업무 내용 정도만 얘기했다.퇴근할 때쯤 김지유가 허설아한테 문서 하나를 보냈다."이 그림들 투시에 좀 문제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설아 언니, 한번 봐주세요."허설아가 그림 몇 장을 클릭했다.확실히 아주 명백한 전문가 실수였다.허설아는 포토샵을 열어 간단히 수정하고 문제점을 표시해서 김지유한테 보냈다."그쪽에서 수정하라고 해.""네."뒤의 그림을 클릭하던 허설아는 보면 볼수록 이상했다.게임 홍보 그림은 허설아 스타일이었는데 이 그림들은 허설아가 그린 게 아니었다.다시 말해서 게임 디자인팀에서 누군가 허설아의 과거 일러스트를 표절했다는 거였다. 허설아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먼저 문서를 만들어서 명백히 표절한 그림 몇 장을 모아 서풍의 그림과 대조했다.말할 것도 없이 몇 장의 그림은 표절이 아니라 아예 트레이싱이었다.허설아는 자기 스타일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많은 디테일도 전부 허설아가 직접 디자인한 거라 한눈에 알아보았다.허설아는 조민규 프로필을 클릭하여 파일을 보냈다.파일을 받은 조민규는 바로 권지헌한테 전송했다.조민규가 이유고 뭐고 없이 바로 다짜고짜 말했다. "허설아 씨 문제가 좀 심각한데 제가 처리할 권한이 없어서요. 허설아 씨더러 대표님한테 직접 보고하라고 할까요?"권지헌이 답했다."그래요."허설아 대화창을 열고 조민규가 말했다."대표님이 사무실로 오래요. 회사에서 이 문제를 아주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양쪽을 전부 정리하고 나서야 조민규는 허설아가 보낸 파일을 클릭해서 문제를 자세히 보았다.농담 아니고 조민규는 무슨 일인지도 몰랐다.어쨌든 머설아를 대표 사무실로 보내면 되었다.파일을 확인한 조민규의 머리에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다시 SNS로 가서 서풍 계정을 확인하고 나서야 업계 대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계정을 클릭하자 허설아가 정리한 대조본을 볼 것도 없이 한눈에 표절 트레이싱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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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허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제가 알기로 이 화가는 출퇴근하는 걸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권지헌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권지헌 손가락엔 전에 호텔에서 허설아 손가락에 끼워줬던 반지가 있었다.밖으로 나온 뒤 허설아가 다시 돌려준 것이었다."어젯밤 일은." 남자가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허설아가 말을 끊었다."알아요, 술 많이 마셨잖아요."권지헌이 마우스 위에 손을 올린 채 고개를 들어 허설아를 보았다.허설아는 권지헌한테서 아주 먼 곳에 서 있었다. 마치 권지헌이 허설아가 방심한 틈을 타서 늑대로 변하기라도 할까 봐 경계하는 것 같았다.권지헌은 왠지 웃음이 났다."그걸 알면서 왜 차단했어?"허설아가 숨을 길게 들이켰다.이렇게 말하니 마치 허설아 잘못인 것 같았다.권지헌이 한밤중에 허설아네 집에 쳐들어와서 허설아한테 키스를 한 것이었다. 게다가 전화로 그런 짓을 하면서 허설아한테 끊지 말라고 했다.허설아는 휴대폰을 힐끗 쳐다보았다.이미 퇴근 시간이었다."모욕감을 느껴서 차단했는데 안 되나요?"권지헌이 마우스를 내려놓고 웹페이지를 닫더니 일어나서 허설아 쪽으로 걸어갔다.허설아는 뒤로 반 발짝 물러났다.권지헌은 아랑곳하지 않고 책상 앞에 기대어 허설아와의 거리를 좁혔다."술은 많이 마셨지만 정신은 멀쩡했어."허설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술에 취한 사람들은 다들 자기가 멀쩡하다고 말했다.직선으로 걸어보라고 하면 한 명도 제대로 걷지 못하면서 말이다.따지기도 귀찮았던 허설아도 고집스럽게 말했다."차단할 때 저도 멀쩡했어요. 할 말 없으면 먼저 가볼게요."허설아는 또 연희를 데리러 가야 했다.권지헌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연희 오늘 서준이네 집에 갔는데 선생님이 말 안 했어?"허설아는 화들짝 놀랐다.출근 시간에는 휴대폰을 볼 겨를이 없었다.휴대폰을 꺼내보니 연희가 보낸 여러 통의 음성 메시지가 보였다. "엄마, 나 서준이랑 서준이네 집에 가요. 나중에 혜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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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권씨 가문.허설아와 권지헌이 집에 돌아왔을 때 연희는 박희수와 게임을 하고 있었다.박희수는 연희를 보자마자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이게 바로 박희수가 꿈에도 그리던 손녀잖아?그날 영상에서 한 번 본 뒤로 박희수 마음속엔 계속 인형 같은 그 아이가 맴돌았다.꿈을 꿨는데 꿈속에서도 여자아이가 박희수를 쫓아다니며 할머니라고 불렀다."할머니, 나랑 같이 놀아요.""할머니, 아빠가 왜 나를 안 찾아와요? 내가 싫어서 할머니네 집에 못 오게 하는 거예요?"박희수는 꿈속에서 급한 나머지 머리에 땀을 뻘뻘 흘리며 연희를 쫓아다니면서 소리쳤다."아니야, 아니야!"쫓아가 보니 여자아이는 다리 밑에 쪼그려 앉아서 쓰레기를 줍고 남이 버린 음식을 먹고 있었다.박희수는 급해서 허공에서 손발을 마구 휘저으며 여자아이를 안아오려 했다. 권정우가 박희수 손을 잡으며 공포에 빠진 박희수를 깨웠다.아직도 꿈속 일을 떠올리며 하루 종일 넋이 나간 상태였는데 오후에 하교하자마자 전서준이 꿈속의 꼬마를 데리고 온 것이다!박희수는 이게 바로 운명이 아닐까 싶었다. 심지어 유혜원 엄마인 고유민도 말했다."꼬마가 언니랑 정말 닮았네, 나랑도 닮았고."박희수와 고유민은 친자매이니 당연히 닮았다.연희가 박희수를 닮았으니 고유민도 좀 닮았을 테고 그러다 보니 유혜원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박희수는 연희를 안고는 손에서 놓지 못했다.집에 있는 장난감을 전부 꺼내서 연희한테 한 번씩 보여줬다.연희가 고개를 저으며 얌전하게 말했다."싫어요. 엄마가 갖고 싶은 거 있으면 엄마한테 말하래요. 다른 사람한테 달라고 하면 안 돼요."겨우 두 살인데 이렇게 철이 들었다니.그 말을 들은 유혜원은 밥만 축내는 전서준 엉덩이를 발로 한 대 찼다.전서준이 뒤를 돌아 유혜원을 보더니 입을 삐죽거렸다.막 울려는데 문 앞에 서 있는 허설아가 보였다.집 안에 들어서기도 전에 전서준이 허설아에게 와락 달려들어 안기며 소리쳤다"설아 이모! 너무 보고 싶었어요!"전서준은 정말 통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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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허설아는 부담감을 견디며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충분해요. 감사해요, 이모님."미희 이모는 금방 만두를 식탁에 올렸다. 권지헌이 자연스럽게 숟가락 하나를 들어 허설아한테 건넸다.권지헌은 허설아가 만두 먹을 때 젓가락보다는 숟가락 쓰는 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허설아가 숟가락을 받아 들었고 두 사람은 조용히 식사를 했다.허설아를 처음 본 박희수는 뭐라도 물어보고 싶었다. 유혜원이 눈을 깜빡이며 눈짓했다. 박희수에게 많이 묻지 말라는 뜻이었다.박희수는 권지헌과 허설아가 밥 먹는 걸 계속 지켜보았다. 권지헌은 티 나지 않게 세심하게 챙겼다.권지헌이 밥을 먹자마자 서재로 돌아가지 않는 모습은 박희수도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 자리에 앉아서 여자가 밥 먹는 걸 지켜보는 광경이라니?보기만 해도 박희수는 탄성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박희수가 품속의 아이를 보며 낮게 물었다."아가야, 네 엄마랑 아빠 아직 같이 있어?"박희수는 아들이 가정을 꾸리길 바랐다.이건 아들이 집에 데려온 첫 번째 여자였다!하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안 되었다.연희가 눈을 깜빡이더니 속삭였다."예쁜 할머니, 나 할머니 좋아하니까 할머니한테만 말해줄게요. 나 아빠 못 봤어요."못 봤다는 건 어릴 때부터 같이 생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아니면 아주 일찍 헤어졌거나 둘 중 하나였다. 너무 잘된 일이었다. 아이가 아직 어릴 때는 정을 붙이기에 제격이었다. 권씨 가문에 손녀로 삼기에 딱이었다!결혼도 했었고 아이도 낳았다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했다.하지만 그게 제일 중요한 건 아니었다.처음엔 박희수도 역시 미래의 며느릿감을 신중하게 골랐는데 집안이 서로 어울리고 성격이 얌전하고 단정한 여자를 바랐다.그러다 나중에는 권지헌이 좋아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결혼한 게 뭐 대수야. 이혼했으면 되지.''아이를 낳았다는 건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증거잖아.'시집와서 권지헌과 아이를 하나 더 낳아 대를 이으면 그만이었다.박희수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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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허설아는 현관에 서서 신발을 갈아 신고 있었다.박희수의 혼잣말을 들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며 감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못 들은 척 빠르게 신발을 갈아신었다. 조금 전 연희를 안고 있는 박희수를 본 순간 허설아는 가슴이 철렁했다.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박희수는 의심하지 않았다. 아마 박희수와 고유민 둘 다 있어서인지 몰랐다. 연희가 두 사람과 모두 닮았기 때문이다. 허설아는 잠시나마 안도했다.권지헌의 시선이 계속 자기 얼굴에 머물고 있다는 건 눈치채지 못했다.시험하듯 허설아 얼굴의 미세한 표정 하나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허설아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박희수가 한 말 때문에 마음이 흔들린 것 같지 않았다.권지헌은 실망한 건지 예상한 대로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슬쩍 시선을 거뒀다.그리고 차 키를 집어 들었다."데려다줄게.""괜찮아요. 연희랑 지하철 타고 가도 돼요."권지헌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고개를 숙여 허설아를 봤다.남자의 큰 키 때문에 그림자가 허설아 머리 위를 뒤덮으며 빛을 가렸다."제일 가까운 지하철역이 3km 밖에 있는데 정말 지하철 타러 갈 거야?"권씨 가문은 건영시에서 노른자 땅인 별장 구역에 있었다.근처에 공유 자전거도 없어서 지하철을 타려면 3km를 걸어가야 했다.심지어 연희는 체력이 약해서 안고 가야 했다.10kg가 넘는 아이를 안고 3km를 걸어 지하철역으로 가는 건 확실히 좀 무리였다.허설아도 권지헌한테 신세 지고 싶진 않았다."그럼 지하철역까지만 부탁드릴게요."권지헌이 허설아를 힐끗 보더니 자연스럽게 허설아 품에서 연희를 안아 들었다.연희도 버둥거리지 않고 오히려 손을 뻗어 권지헌의 목을 감싸안더니 쪽 하고 뺨에 뽀뽀했다.권지헌 얼굴에 순식간에 봄바람 같이 환한 미소가 번졌다.만년설도 녹을 것 같았다. 허설아는 그 모습을 보다 멈칫했다.연희는 정말 권지헌을 좋아했다.권지헌 어머니도 아주 좋아했다.이건 거짓이 아니었다.혈연 관계란 건 참 신기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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