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Bab 141 - Bab 150

151 Bab

제141화

권지헌이 웃는 일이 드물었다. 큰형의 이런 표정을 보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권지혁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형, 나 불렀어?"권지헌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두 손을 무릎 위로 올렸다. 여유로운 자세였지만 권지혁은 무형의 압박감을 느꼈다."지혁아, 너 연애 많이 해봤지?"권지혁은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잘못을 인정할 뻔했다."나, 안 해봤어.""형, 그건 다 애들 소꿉장난이었어요. 그냥 가볍게 사귀어본……"권지혁은 벌써 돌이켜보기 시작했다. 어느 전 여자 친구가 큰형한테 찾아간 건 아닐까.그때 권지헌이 말했다."그럼 어떻게 하면 여자가 나한테 화내게 할 수 있는지 알아?"'응?'순간 권지혁은 잘못 들은 줄 알고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큰형한테 이런 특별한 취향이 있었나?순식간에 변하는 권지혁의 안색을 눈치채지 못한 권지헌이 혼자 말했다."그 여자가 다른 사람한테 대하는 거랑 나한테 대하는 게 달라."권지혁은 조심스러웠다."형수님…… 허설아 씨 말하는 거야? 그럼 정상이지. 좋아해야 상냥하게 대하지."게다가 허설아가 표정이 차가워보이긴 했지만 성격이 안 좋아 보이진 않았다.라이터 소리가 찰칵 울렸다.권지헌은 담배를 입에 물고 깊게 빨아들였다."난 그런 게 싫어."권지혁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했다. "형, 나도 형 앞에서랑 우리 아빠 앞에서 다르잖아. 형도 왜 그런지 몰라?"권지헌 눈빛이 흔들렸다.숨도 순간 멈추는 듯했다. 권지헌이 왜 모를까. 권지혁은 권지헌을 두려워하고 기대고 싶어하지만 권지헌 비위 거스를까 봐 무섭고 권지헌이 동생들한테 인내심이 한정되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권지헌은 그게 어떻게 똑같냐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말문이 막혀 나오지 않았다.권지헌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그 여자는 다른 사람과 아이를 낳았어."권지혁은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하지만 권지헌이 그 아이를 대하는 모습을 권지혁도 봤었다.권지헌은 아이 존재를 신경 쓰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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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월요일, 하품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허설아가 막 자리에 앉는데 연중근한테서 전화가 왔다. 허설아 큰아버지이자 연민규 아버지였다. 허설아는 복도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큰아버지.""어, 설아야. 요즘 어떻게 지내니?"허설아는 아침이면 병원에 갔다.집이 병원과 가까워서 허민정에게 매일 보러 가겠다고 약속했다.아침에 갔더니 허민정은 병원에도 아침이 있으니 굳이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입으론 투덜거리면서도 기뻐하는 게 눈에 확연히 보였다. 연중근 얘기도 했다.여전히 허설아가 연민규네 가족과 사이가 틀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허설아가 대충 대답했다."괜찮아요.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민규가 곧 결혼하잖니. 네가 참석할 수 있는지 묻고 싶어서. 현서가 네가 들러리를 서줬으면 좋겠대."허설아한테 들러리를 서달라고?또 무슨 역겨운 짓인지 몰랐다. 허설아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말했다."안 가요. 현서 들러리도 설 일 없고요. 큰아버지, 다른 일 없으시면 끊을게요.""설아야!" 연중근이 급하게 불렀다. "너희 전에 사소한 다툼은 큰아버지 체면 좀 봐서 그냥 넘어갈 수 없겠어? 지금 현서 임신도 했어. 아이도 태어나면 결국 네 친척이잖아."집안 친척들과 통화할 때마다 이미 다정함으로 감싼 채 깊은 곳에 묻어둔 살기를 자극했다. 게다가 잠도 제대로 못 잔 허설아는 인내심이 전혀 없었다.허설아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비꼬았다."큰아버지한테 무슨 체면이 있어요? 우리 아버지 장례식에서 술 먹고 난리 친 체면이요?"연중근은 말문이 막혔다.그 일은 연중근이 잘못했다."나도 네 어른인데 너도 참. 현서가 너와 제일 친한 친구라며 나보고 전화하라고 했어. 넌 왜 고마워하지도 않아?""허설아, 넌 꼭 외톨이가 되어야 행복해?"연중근도 자기가 어른이라는 논리가 허설아한테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정말 허설아를 화나게 하면 연중근도 좋을 게 없었다.연중근은 냅다 긁어대는 말을 와르르 쏟아내고 계속 중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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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아침에 대표님 봤어? 너무 멋있어!"다른 여자 동료가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무슨 미남? 난 저승사자밖에 못 봤는데."웃기는 소리하네.직장인 눈엔 아무리 최고급 미남이어도 자본의 껍데기를 하고 있으면 저승사자였다. "그렇게 말하지 마. 내가 물어봤는데 대표님 싱글이래. 주말에도 소개팅했대. 다른 부서 사람이 대표님이 그 여자 데리고 옷 사는 걸 봤다던데 아이도 있었대.""대표님이 왜 애 딸린 여자랑 소개팅해?"냉정한 여자 동료가 계속 쉬지 않고 쏘아댔다."첫째, 아이가 왜 무조건 여자 거라고 생각해? 혹시 여자가 애 딸린 대표님이랑 소개팅하는 거 아냐? 아이가 대표님 아이가 아니란 걸 어떻게 알아?""둘째, 이건 대표님 사생활이야.""셋째, 오늘 회의 있는데 여마왕 온대. 조금 더 지체하면 미남은 모르겠고 진짜 저승사자 만날 수도 있어."여자 동료가 비명을 지르며 급히 화장을 마치고 함께 화장실을 떠났다.화장실 안, 허설아는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정작 이 사태의 장본인은 여유롭게 변기에 앉아 있었다.회사 화장실 칸은 쇼핑몰만큼 넓지 않았다. 권지헌은 다리가 길어서 앉아 있는데도 무릎이 거의 문에 닿을 정도였다.허설아는 권지헌 두 다리 사이 틈에 서 있느라 중심을 잡기 힘들었다. 권지헌은 밖의 여자 동료들 대화를 듣고도 못 들은 척했다.하지만 여자 동료가 "아이가 대표님 아이가 아니란 걸 어떻게 알아?"라고 말하는 걸 들은 순간, 허설아 허리를 잡은 손에 갑자기 힘이 들어갔다.허설아는 더욱 긴장했다.권지헌은 손수건을 들어 허설아 얼굴, 턱과 목의 물기를 닦았다.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 가슴 쪽이 좀 젖어 있었다. 남자가 손수건을 잡은 손을 더 아래로 내리려 하자 허설아는 급히 권지헌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인 채 노려봤다.부끄러운 마음에 화나서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권지헌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분명 정장을 입고 있는데도 이곳에 있으니 야릇한 느낌이 더해졌다."여기서 대화하고 싶어?"허설아한테 이런 취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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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순간 두 사람의 호흡이 가빠졌다. 허설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입술 사이에 권지헌의 숨결로 가득 찼다. 밀어낼 수 없고 키스에 온몸에 힘이 풀렸다.권지헌은 허설아 허리를 잡고 훌쩍 들어 올려 대리석 테이블 위에 앉혔다.원래 허설아가 옷을 다리려던 곳이었다.권지헌 손이 허설아 뒷목의 연약한 곳을 잡자 허설아는 이유 없이 어릴 때 키우던 고양이가 생각났다. 그 고양이도 이렇게 뒷목을 잡고 들어 올리면 반항하지 않았다.허설아가 반항하는 동작도 고양이랑 아주 비슷했다.허설아는 손을 뻗어 권지헌을 밀었다.권지헌은 키스를 멈추고 손을 뻗어 넥타이를 풀더니 허설아 손을 뒤에서 묶었다.허설아를 보는 눈빛은 마치 잡아먹을 것 같은 눈빛이었다. 더욱 거센 키스가 쏟아지며 허설아 호흡을 어지럽혔다. 질식할 것 같았다.아마 아침을 안 먹어서 저혈당으로 어지러운 걸지도 몰랐다. 아니면 키스 때문에 산소가 부족해서 뇌가 이미 멈춰버린 걸지도 몰랐다.이제는 권지헌을 밀어내야 한다는 것도 잊었다.시스템 에어컨이 돌아가는 방은 온도가 좀 낮았고 대리석 판도 차가웠다.남자 손목의 시계 금속 부분도 좀 차가웠다.차가운 금속이 목에 닿자 허설아는 목을 움츠렸다. 권지헌은 손을 떼고 시곗줄을 풀더니 롤렉스 시계를 아무렇지 않게 옆에 던졌다. 계속하려는데 사무실 문을 두드리더니 조민규 목소리가 들렸다."대표님, 수박 게임 회사 담당자가 오셨는데 회의실에 안내할까요?"오늘은 아주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허설아가 맡고 있는 진행 중인 게임 프로젝트를 언제 출시할지와 관련된 거였다.좁은 휴게실 안에서 순간 서로의 소리만 들렸다.숨소리, 호흡, 심장 박동, 그리고 남자가 다가와 허설아 입가를 탐하는 소리로 가득했다."옷 다려. 난 먼저 회의 갈게.""밖에 아침 있으니 먹고 가."권지헌은 허설아 손목을 묶은 넥타이를 풀고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조민규가 또 재촉했다.권지헌은 휴게실 문을 열고 나가서 또 사무실 문을 열었다."내 허락 없이 아무도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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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설아야, 내 동생 일은 정말 미안해.""걔가 이렇게 심하게 할 줄 몰랐어. 지헌이가 이미 해고시켰어.""지금 지낼 곳 있어? 내가 빈 집이 하나 있는데 거기 살래?"이사 얘기였다.허설아는 이사 사실을 많은 사람한테 알리지 않았다. 허설아가 어디 사는지 전혀 모르는 강시우한테는 더더욱.지금 강시우가 알게 됐다는 건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었다.허설아는 뒤쪽 인턴 구역을 한번 봤다.강지연 자리엔 지금 통통하고 자그마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얼굴에 주근깨가 있고 미소가 아주 달콤했다.일을 아주 빠릿빠릿하게 해서 이번 인턴 기회를 고맙게 생각한다는 게 보였다.권지헌이 강지연을 해고했다니.아마 조승현이 회사 이름을 말할 때 강지연이 온갖 수단을 다 써서 허설아를 길거리에 나앉게 하려는 걸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강지연이 허설아를 힘들게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권지헌을 좋아해서 권지헌한테 매달리는 것만으론 부족한가?그날 밤 문을 두드렸던 사람을 생각하니 허설아는 가슴이 답답했다.더 답답한 건 며칠 동안 연달아 낯선 번호로 온 메시지였다."너 정말 계속 날 원망할 거야?""설아야, 우리 제일 친한 친구잖아.""나랑 민규 결혼하는데 네가 꼭 와줬으면 좋겠어."뒤에 호텔 이름과 위치, 결혼식 시간이 적혀 있었다.허설아는 역겨운 걸 참으며 삭제하고 차단했다.연민규한테 전화번호를 함부로 알려주지 말라고 경고하려 했지만 신혼이니 두 사람 기분 상하게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어차피 현서도 임신했으니까. 연민규는 현서와 재혼이었다.연민규가 전처와 이혼한 이유는 술만 마시면 손찌검을 했기 때문이었다.현서는 자기가 사랑을 찾아 달려간다고 생각했다.연민규는 겉으론 어린 아내를 아끼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사실은 서로의 가정이 전부 가시밭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발을 들인 뒤엔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허설아는 강시우한테 몇 마디 답하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퇴근 도장을 찍었다.-대표 사무실.하루 종일 회의를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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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밤이 깊은 시간. 컴퓨터와 타블렛을 밤새 뚫어져라 쳐다보며 일러스트 의뢰를 몇 개 마무리했다.파일을 뽑아서 의뢰인에게 보내니 다행히 전부 순조로웠다.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밤 열한 시였다.그동안 연희가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허설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채 뻐근한 목을 주물러가며 밖으로 나갔다.나가보니 권지헌이 연희를 안고 소파에 누워 있었다.중개인 말로는 이 소파가 집주인이 새로 산 거라고 했다.길이가 권지헌 키에 딱 맞았다.전에 살던 집 소파처럼 다리도 제대로 못 펴는 일은 없었다.연희는 권지헌 가슴에 엎드려 자며 침을 주르륵 흘려 비싼 셔츠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남자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한 손으론 연희를 안아 떨어지지 않게 하고 다른 손으론 휴대폰을 들고 업무 메시지를 처리하는 것 같았다.허설아가 권지헌을 뚫어지게 노려봤다.하고 싶은 말이 굴뚝 같았지만 딸을 깨울까 봐 전부 꾹꾹 삼킨 채 원망 섞인 눈초리만 보냈다. 권지헌은 턱짓으로 허설아더러 직접 휴대폰을 보라고 했다.딸과 권지헌이 나눈 대화 기록을 본 허설아는 입을 다물었다.연희가 권지헌을 부른 거였다.아이가 한 장난 같은 말을 진짜로 받아들인 거야?권지헌이 영상으로 연희에게 주소 보내는 법까지 가르쳐준 것도 어린애 장난이란 말인가?두 살짜리 아이가 오라고 하니까 진짜로 온 거였다.허설아는 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었다.권지헌은 몸을 일으켜 연희를 꼭 껴안고 고개를 숙여 허설아를 내려다봤다.그리고 뻔히 알면서 물었다."침실이 어디야?"허설아가 안으려고 하자 권지헌은 고개를 저었다."깨우지 마."허설아는 원래 잠투정도 심한 연희가 왜 권지헌만 만나면 이렇게 스르륵 잠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권지헌이 몸에 수면제라도 발라논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권지헌을 방으로 데려간 허설아는 조심조심 연희를 침대에 눕히고 작은 이불을 살포시 덮어주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발을 들어 권지헌 종아리를 톡 걷어찼다."언제 갈 건데요?"권지헌은 쫓아내려는 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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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아이의 초대는 다른 마음을 먹은 어른에게 취약한 핑계를 가져다준 거였다.권지헌은 응하고 낮게 소리를 냈다.허스키한 목소리가 낮고 섹시하게 들렸다.거기에 즐거운 보이기도 했다. 이 방은 불을 안 켜서 어두컴컴했기에 남자의 눈에 비친 탐욕에 가까운 빛을 볼 수 없었다."설아야, 남자는 다 나쁜 놈이라는 말 못 들어봤어?"전 세계에 좋은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권지헌도 아니었다.너무 솔직한 말에 오히려 허설아는 할 말이 없었다.다행히 권지헌은 허설아를 잠깐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했다.팔에 힘을 주어 벽의 전등을 탁 켜더니 바로 방 안 의자로 가서 앉았다."이렇게 그려. 언제 그릴 건데?"권지헌 하의는 벨트가 반쯤 풀린 채 헐렁하게 늘어져 있어서 심지어 속옷 가장자리와 브랜드 로고까지 보였다.섹시한 근육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상반신에는 넥타이 하나만 남아있었다.낮에 허설아 손목을 묶었던 바로 그 넥타이였다.넥타이를 보자 허설아는 손목이 저릿저릿했다."오늘 밤은 못 그려요."오늘은 벌써 업무량이 초과했다.목도 아프고 손도 아팠다.이러다간 손목 염증이 재발할 것 같았다."그럼 언제 그릴 수 있어?""꼭 당장 그려야 해요? 사진 찍어 놓으면 안 돼요?"권지헌은 고개를 저었다."안 돼."그림을 이렇게 오래 그리면서 꼭 당장 그려야 한다는 사람은 처음 봤다.권지헌은 천천히 말했다."내 사진 찍어서 밖에 퍼뜨릴까 봐."허설아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저번에도 많이 찍었는데 그땐 왜 걱정 안 했어요?""저번엔 얼굴 안 찍었잖아."이번엔 권지헌 얼굴을 보고 권지헌의 초상화를 그려야 했다.허설아는 이제 알겠다 싶었다.권지헌이 오늘 밤 일부러 이러는 거였다.맞은편 방으로 간 허설아는 권지헌 옷을 들고와서 품에 밀어 넣었다. "주말에나 돼요. 평일엔 시간 없어요."허설아는 잠옷을 입고 있어서 목이 깊게 파였다.하얀 피부 위의 빨간 자국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권지헌 마음속에서 낮에 중단됐던 불길이 또 타오르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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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허설아는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이었다. 연민규는 허설아가 일부러 결혼식에 참석하러 온 거라 생각했다.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설아야, 올 거면 미리 말하지. 내가 사람 보내서 데려올 텐데. 자자, 위로 올라가자."결혼식 장소는 위층 연회장이었다.연씨 집안은 한 층을 통째로 빌렸다.현서는 건영시에 친척도 없고 집도 없어서 옆 호텔에 신부에서 신부를 맞이했기에 복잡한 절차는 생략했다.이제 막 신부를 데려온 참이었다.현서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가슴이 드러나는 스타일에 머메이드 치마로 몸매가 날씬해 보이고 아름다웠다.치맛자락은 연민규가 손에 들고 있었다.얇은 면사포 너머의 현서는 원래 허설아를 알아보지 못했었다. 정면으로 봐도 알아보지 못했을 거였다.그때는 열정 넘치던 허씨 집안 따님이었다. 기숙사에 들어온 첫날 허설아는 처음 기숙사 생활을 해서 룸메이트와 잘 지낼 수 있을지 두렵다며 모두에게 선물을 줬다.현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명품 향수였다.막 시골에서 올라온 수험생인 현서는 짐을 전부 천으로 된 짐가방에 담아왔다.그래서 하늘과 땅 차이인 허설아 앞에서 주눅 들고 불안했다.허씨 집안이 파산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현서는 줄곧 허설아를 만나고 싶었다.현서 마음속엔 계속 한 가닥 동아줄이 남아 있었다. 한때 잘나가던 허씨 집안 딸이 나락으로 추락한 뒤에도 예전처럼 으스대는지 똑똑히 보고 싶었다.허설아에게 부딪힌 건 현서 쪽 친척이었다.현서 부모가 억지로 데려온 화동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호텔에서 마구 뛰어다니기만 했다.아이는 허설아에게 쿵 부딪히고는 집에서 배운 대로 다짜고짜 손을 내밀어 돈을 달라고 했다."봉투 주세요. 큰 봉투 줘야 해요!"연민규는 급히 아이를 확 끌어당겼다.화동이 신랑 쪽 친척에게 봉투를 달라니 말이 안 되었다. 그런데 아이는 잡아당기자 화가 난다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와앙 울기 시작했다.꼭 허설아에게 봉투를 받겠다고 난리였다.허설아를 안고 고개도 돌리지 않던 권지헌이 이때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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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권지헌의 시선이 신혼 부부를 쓱 훑었다. 권지헌이 옆을 지나칠 때 현서는 좀 긴장했다.권지헌 시선이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사양할게요. 저와 설아는 아직 볼일이 있어서요. 오늘은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어요."허설아는 몰래 안도의 숨을 쉬었다.뒤에 정말 업무가 더 있든 아니면 권지헌이 허설아가 여기 오래 있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아챘든 거절해줘서 너무 고마웠다.현서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설아야, 왔으면 나에게 한마디라도 하지. 왔는데 위로 올라가지도 않을 거야?""수연이가 너에게 부딪힌 건 잘못했지만 너도 어쨌든 내 뱃속 아이 고모잖아. 봉투 안 주는 건 말이 안 되지."수연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허설아는 현서를 빤히 쳐다봤다.오늘 신부는 화려하고 우아했다. 얼굴 화장도 티끌 하나 없이 완벽했다.허설아는 사무실에서 나와 공장까지 갔다 오느라 먼지투성이었다. 얼굴에도 화장기 하나 없었다. 대비되는 모습에 허설아가 입꼬리를 쓱 끌어올리며 가볍게 웃었다."가기 싫은데. 축의금은 저희 집안 규칙 상 초혼만 줘."저번에 연민규가 결혼할 때 연동근이 축의금을 2천만 원이나 줬었다.이번엔 일전 한푼도 안 줄 것이다.연동근이 살아 있어도 현서가 허설아를 괴롭혔던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 이 결혼식엔 오지 않았을 것이다.허설아는 연민규를 망신 주고 싶지 않았다."민규 오빠, 신혼 축하해. 난 아직 처리할 업무가 있어서 올라가지는 않을게."현서의 얼굴이 굳어갔다.오늘 연민규와 결혼하는데 허설아가 체면도 안 세워준다니.연씨 집안 친척들은 현서와 허설아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오히려 현서가 잘못했다고 지적했다.게다가, 허설아가 저 지경이 됐는데도 권지헌과 얽혀 있다니!왜?!현서는 온갖 수단을 다 써서야 연씨 집안에 무시까지 당하며 연민규와 결혼할 수 있었는데!권지헌은 왜 허설아 같은 비열하고 더러운 여자를 만나는 거지?권지헌을 빤히 보던 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본인조차 낯설면서도 후련하게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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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분위기가 싸해졌다.허설아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민규 오빠, 이쪽은 우리 회사 임원이야. 난 정말 업무가 있어서 먼저 가야 돼."말을 마친 허설아는 권지헌을 끌고 떠났다.더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았다.허설아는 또 성질을 못 참고 마음속에 숨겨둔 살기를 죄다 폭발시킬까 봐 두려웠다.허설아와 권지헌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던 연민규는 가슴이 두근거렸다.허설아 회사 임원인데 성이 권 씨라고?그럼 권율 그룹에 낙하산으로 온 그 대표 아닌가?연민규는 순간 뜨거운 숨을 내뿜으며 돌아서더니 현서 뺨을 찰싹 갈겼다!연민규는 현서네 친척들을 진작부터 참고 있었다.게다가 방금 현서가 권율 그룹 대표 앞에서 자기 여동생을 모욕했다."오늘 체면 봐준 거야.""네가 임신 안 했으면 이렇게 좋게 넘어가지 못했어."연민규는 현서를 쳐다보지도 않고 돌아서서 위로 올라갔다.연씨 집안 친척들도 전부 현서네 가족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봤고 얼굴에는 혐오감이 넘실거렸다. "시골에서 온 사람들은 다 저렇지 뭐.""역시 설아가 출세했지. 저 청년 봐, 조건 엄청 좋더라.""설아가 어쨌든 우리 집안에서 나고 자란 아가씨인데 시골 사람과 같겠어?"현서 옆을 지나가던 연씨 집안 사람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수군거렸다. 연민규도 갔는데 누가 억지로 들러붙은 신부를 신경이나 써줄까?현서는 억울한 듯 얼굴을 감쌌다. 수치심과 창피함에 마음 속에서 허설아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이대로 떠나버리고 싶었지만 현서 부모가 길을 막고 귀를 확 비틀었다."뭐 해? 위로 올라가서 결혼해! 말썽 피우지 마!""결혼하고 빨리 예단 돈 내 카드로 보내, 들었어?"현서는 어쩔 수 없이 자존심이 짓밟히는 기분을 꾹 참으며 위로 올라가 결혼식을 이어갔다.호텔 밖으로 나오자 직원이 이미 권지헌 차를 가져왔다. 차 안 에어컨 온도가 적당하게 맞춰져 있었다. 차에 탄 허설아는 운전석의 권지헌을 바라보았다."방금 저 대신 나서줘서 고마워요."허설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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