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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81 - チャプター 190

388 チャプター

제181화

권지헌과 허설아는 싸우지 않았다.허설아는 권지헌 앞에서 절대 화를 내지 않았고 권지헌도 허설아 앞에서 자기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권지헌은 자신이 회피형 인간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눈을 감은 권지헌은 오늘 밤 이 쿠션이 정말 허설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네가 싫으면 왜 그렇게 오래 사귀었겠어. 내가 미친 놈도 아니고."허설아의 심장이 갑자기 쿵쾅거렸다. 권지헌이 정말 열이 난 건 아닌지 만져보고 싶었다.손가락을 뻗는데 권지헌이 잡아서 입술 가까이 갖다 대고 키스하고 손끝을 입에 물었다.허설아는 손끝이 저렸다.손을 빼려 했지만 권지헌이 잡고 있어서 움직이기 힘들었다.허리에 놓인 다른 손도 놓을 생각이 없었다.허설아는 권지헌의 팔을 탁탁 쳤다."놔주세요.""싫어. 놓으면 또 멀리 가버릴 거잖아, 내가 찾지 못하게."마치 엄청 억울하다는 말투였다. 허설아는 할 수 없이 꾹 참고 목소리를 낮췄다."안 갈게요, 일단 놔요."권지헌은 말이 없었다. 움직이지도 않았다.허설아는 권지헌의 팔을 탁 치고 입술을 깨물며 다시 불렀다. "지헌아, 일단 놔줘." 지헌이라는 호칭을 들은 권지헌은 정말로 손을 놨다.권지헌은 갑자기 대학 다닐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권지헌 몸에서 일어나 앉은 허설아는 약속대로 떠나지 않았다.약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물 한 컵을 따라 권지헌한테 건넸다."먹어요."권지헌이 허설아를 바라봤다."먹여줘."허설아는 슬슬 성질이 났다.아픈 건 권지헌이지 허설아가 아니었다.허설아는 권지헌의 입을 벌려 약을 한꺼번에 쑤셔 넣고 물컵을 권지헌 손에 쥐여줬다.권지헌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그냥 약 겉면의 코팅이 녹아서 입안에 쓴맛이 퍼지고 약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우자 권지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도 고집스럽게 계속 눈앞에 서 있는 허설아만 쳐다봤다.허설아는 보기만 해도 쓴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이 인간 성격이 왜 이렇게 고약해!허설아는 할 수 없이 물컵을 들어 권지헌 입가에 갖다 댔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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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과거의 장면들이 늘 허설아 꿈속에서 되풀이되곤 했다.허설아는 스스로 이미 완전히 내려놓았다고 자주 착각했다.하지만 권지헌이 귓가에 좋아한다고 속삭이는 걸 들으니 마음이 씁쓸해졌다.눈가가 시큰거리더니 구슬 같은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예전의 허설아는 정말 걱정 없는 공주님이었다.좋아하는 게 있으면 거침없이 쫓아갔고 다른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권지헌과 함께할 때도 그랬다.허설아가 했던 모든 것이 권지헌의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였다. 몇 년 전에 권지헌이 이렇게 말했다면 허설아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그때가 아니었다.지금의 허설아도 과거의 허설아가 아니었다.아빠도 떠났고 할머니도 떠났다.한때 허설아는 영원히 공주님 같은 삶일 거라고 생각했다.심지어 졸업 후 권지헌과 결혼할 생각까지 했었다.권지헌이 열심히 노력하고 뛰어나기에 아빠는 절대 반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집안이 좋지 않아도 아빠가 자신의 안목을 무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모든 게 변했다.권지헌 생일날부터.세상이 뒤집어진 것 같았고 허설아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이 진흙탕에 처박힌 것 같았다. 아빠도 불치병에 걸렸다.아주 일찍 발견해서 부모님이 계속 병원을 찾아다니면서도 허설아한테는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허설아는 눈만 감으면 권지헌 생일날이 떠올랐다.연동근이 집에서 직접 밥을 차려놓고 같이 저녁을 먹지 않을 건지 물었었다.하지만 허설아는 거절했다.그리고 권지헌 생일 파티에 가서 두 사람이 언젠가는 헤어질 거라는 권지헌의 말을 듣게 되었다.집에 돌아왔을 때 아빠는 이미 중환자실로 실려가서 집에 없었다.허설아는 넋이 나간 채 병원으로 달려갔다.그제야 아빠가 오래전부터 아팠고 회사도 곧 파산 위기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때 음식들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울면서 몇 젓가락 먹던 허설아는 식탁에서 목 놓아 울었다.어떻게 해야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까.용서할 수 없었다.어쩌면 그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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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아니나 다를까 아까보다 몇 배는 더 거친 키스가 허설아를 완전히 집어삼켰다.허설아는 권지헌 몸에서 나는 술 냄새에 따라 취한 거라 생각했다. 혹은 어쩌면 한 번쯤 더 권지헌한테 순종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이번이 지나면 권지헌도 더 이상 허설아를 귀찮게 하지 않겠지.남자들은 늘 손에 넣으면 잡초처럼 버리는 생물이니까.허설아 귀에 마음의 소리가 들렸고 권지헌도 역시도 들은 듯했다. 마치 허락을 받은 야수처럼 미친 듯이 쏟아지는 키스에 허설아는 숨이 막혔다.서랍을 열자 호텔에는 모든 것이 충분하게 구비되어 있었는데 사이즈도 여러가지였다.남자의 손가락이 플라스틱 케이스 하나를 집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딸기 맛 괜찮아?"권지헌한테 맞는 사이즈엔 허설아가 좋아하는 맛이 없었다.허설아가 좋아하는 맛은 큰 사이즈였기에 권지헌이 쓰기엔 불편했다.허설아는 고개를 돌리고 애매모호하게 응하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 그런 질문에 답할 정신이 어디 있어.뭐든 괜찮았다. 안 써도 상관없었다.연희를 낳을 때 아이가 조산이었고 허설아도 몸이 안 좋아서 의사가 나중에 임신하기 좀 어려울 거라고 했었다.마침 허설아도 아이를 더 낳고 싶지 않았다.연희만 있으면 충분했다.허설아는 이런 말들을 권지헌한테 하지 않았다.이럴 때 권지헌은 늘 인내심이 있었는데 허설아 표정이 조금이라도 불편해 보이면 바로 멈췄다.허설아가 완전히 자기 몸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렸다.허설아는 입술을 깨물었다."아픈 거 아니었어요?""영향 없어."허설아는 할 말이 없었다.그렇겠지.권지헌이 요즘 이렇게 허설아한테 달라붙은 건 결국 이런 것 때문이었다. 당연히 아무 영향도 없겠지.남자의 손바닥이 허설아의 아랫배에 놓였다.배에는 붉은색 흉터가 옅게 있었다.아이를 낳을 때 생긴 흉터였는데 지금은 거의 회복되어서 아주 옅은 흔적만 남았다.창밖으로 밝은 달이 자취를 감추고 햇빛이 차광 커튼 틈새로 들어올 때쯤 방 안의 움직임이 멈췄다.허설아는 몸을 일으켜 옷을 입었다.바닥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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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허설아는 연희를 데리고 일어나 작별 인사를 했다.이틀 동안 연희는 박희수한테 찰싹 붙어서 정말 신나했다.연희가 가는 걸 보자 박희수는 아쉬움이 가득했다.박희수는 머리가 아직 완전히 희지 않은반백이었는데 한 올 한 올 빗질이 완벽했다.평소엔 진주 목걸이도 하고 우아하게 꾸미는 편이었다.그런데 지금은 머리에 알록달록한 나비 머리핀이 가득했다.팔에는 어린이 스티커도 붙어 있었다.박희수만 그런 게 아니라 권정우도 피하지 못했다.왠지 좀 우스꽝스러워 보였다.두 사람 모두 연희를 너무 예뻐한 나머지 연희가 하고 싶다는 건 다 해주었다.박희수는 허설아를 보며 눈을 깜빡이고 입술까지 삐죽 내밀었다."연희야, 언제 또 할머니 보러 올래?"연희는 허설아 몸에서 내려왔다.박희수 무릎에 안기더니 작은 손으로 박희수 얼굴을 어루만졌다. "큰곰 할머니, 작은곰 할머니랑 같이 저 보러 오면 돼요."박희수 집에 같이 있는 고유민과 구별하기 위해 연희는 박희수를 큰곰 할머니, 고유민을 작은곰 할머니라고 불렀다.두 아이가 함께 의논해서 정한 거였다.처음에 전서준은 자기처럼 이모 할머니와 외할머니라고 부르면 된다고 했다.하지만 연희는 자기도 외할머니가 있으니 함부로 외할머니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전서준은 큰곰과 작음 곰이라 부르자며 결정했다.유혜원은 대머리인 권정우를 보고 웃음을 참느라 애썼다.이러다간 권씨 가문이 곰마을로 이름이 바꿔야 할 판이었다. 겨우겨우 두 아이를 설득해서 이름을 바꾸게 했다.박희수는 연희한테 놀러 가겠다고 약속하고 허설아를 보며 물었다. "방해하는 거 아니죠?"허설아는 고개를 저었다.박희수가 이렇게 연희를 좋아할 줄은 허설아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혈연관계란 참 신기했다.연희도 박희수한테 친근하게 다가갔다.허설아는 데려다주겠다는 유혜원의 말을 거절하고 연희를 안고 권씨 가문을 나섰다."예약한 택시가 문 앞에 와 있어요. 다음에 봐요."허설아의 여리여리한 뒷모습이 사라지는 걸 보던 유혜원은 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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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내 애가 아니어도 책임질 거야."아이 일에 대해서 권지헌도 의심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다만 권지헌이 조사하는 일에 아직 확실한 답이 안 나왔을 뿐이었다.유혜원은 의아했다."그럼 너 이건……"권지헌은 라이터를 눌르자 타오른 불꽃이 권지헌 얼굴을 비추었다. 권지헌은 연희가 누구 아이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권지헌이 알고 싶은 건 단 하나였다.헤어진 후에 허설아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 적이 있는지.어젯밤 권지헌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아주 선명하게 기억했다.허설아가 먼저 불을 지펴놓고 끝나자마자 매정하게 바로 떠나버렸다.마치 권지헌이야말로 허설아가 순간 외로워서 불러들인 하룻밤 상대 같았다.끝나고 나서 말도 할 필요 없는 그런 존재 같았다. 권지헌도 자존심이 있었다. 권지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허설아는 내가 책임지는 걸 원하지 않는데 어떻게 책임져? 아이를 빼앗아 와?"유혜원은 할 말이 없었다.솔직히 말하면 전남편이 전서준을 데려가려 하면 유혜원도 목숨 걸고 싸울 것이다."그래도 다르지. 연희가 정말 네 애면 최소한 양육비는 줘야 하지 않아?"유혜원이 알기론 허설아 모녀는 좀 빠듯하게 살고 있었다.하지만 권씨 가문 아이라면 생활 수준도 교육 자원도 전부 달라질 텐데.허설아가 그런 것들이 다 필요 없다는 건가?권지헌은 고개를 숙여 유혜원을 보았다."내 애가 아니어도 키울 거야."중요한 건 연희가 권지헌 아이인지 아닌지가 아니었다.하지만 만약 권지헌 아이라면 허설아로 하여금 권지헌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카드가 될 수도 있었다.권지헌은 마음속에 피어나는 비열한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지퍼백을 꽉 쥐고 성큼성큼 위층으로 올라갔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유혜원한테 지퍼백을 흔들어 보였다."이건 내가 가져갈게. 다른 건 신경 쓰지 마."-허민정은 입원한 지 보름 만에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옆에서 사과를 깎고 있는 허설아를 보며 허민정이 말했다."설아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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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연민규는 연씨 집안 이 세대에서 유일한 아들이었다.허설아는 여자인 데다 외부성이었다.값 나가는 것들을 전부 허설아에게 주다니 할머니인 김정희도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허민정은 천천히 뜨거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서서히 입을 열었다. "집은 안 팔았어요. 등기부등본은 은행 금고에 있어요. 보고 싶으면 은행 매니저한테 부탁해서 보여드릴게요."연중근은 의자에 털썩 앉아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등기부등본 보면 뭐해?"전에도 등기부등본을 가져다가 집을 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다.그런데 등기부등본에 허설아 이름이 적혀 있었다!김정희가 언제 몰래 가서 집을 허설아한테 넘겼는지 몰랐다.김정희는 평생 둘째네만 편애했다.왜 자기 아들은 뭐 하나 얻지 못하고 전부 허설아한테 넘겨준 걸까?연중근은 생각만 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민규 아내가 임신했는데 애 낳고 나면 아이한테 줄 뭔가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 그 집 팔아서 남은 돈을 전부 젊은 사람들한테 나눠주면 안 될까?"허민정도 한숨을 쉬었다.결국 그 집이 화근이었다.계속 그곳에 있으면 연중근 부부가 밤낮으로 생각할 것이다."팔아도 돼요. 하지만 똑같이 나눠야죠."집은 김정희가 허설아한테 남긴 것이었다.김정희가 말년에 돌봐주는 건 쭉 연동근이 해왔기에 정선주는 불만이었다."왜? 허설아는 외성인데 왜 우리 연씨 집안 걸 나눠 가져? 설아 애한테 한 몫 챙겨주면 다행이지! 아빠도 없는 애잖아! 허설아가 밖에서 어떻게 몸 굴리다가 낳은 애인지 누가 알아!"연민규가 급히 정선주를 잡아당겼다."엄마! 입 좀 다물어!"허설아는 싸늘하게 웃었다. "제가 외성이긴 하지만 지금 그 집 주인은 허씨예요. 연씨 집안 사람들이 왜 우리 허씨 집안 물건을 나눠 가져요?"방금 과일 깎던 작은 칼을 들고 있어서 칼날의 빛이 허설아 얼굴에 반사되었다.그 순간 무표정한 허설아의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집을 원해요? 안 팔 거예요. 꿈 깨요."허민정의 마지노선은 똑같이 나누는 거였다.하지만 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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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언쟁이 점점 격렬해졌다.김정희가 무슨 말을 해도 허민정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이내 김정희 방에서 나갔다.연민규는 그날 발코니에서 혼자 오랫동안 앉아 있던 김정희를 본 적 있었다. 그 집에 허설아 이름 하나만 적혀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세 사람이라는 걸 연민규는 알고 잇었다.허설아, 허민정, 그리고 허민정 뱃속에 있다가 고부 갈등 때문에 태어나지 못한 아이까지.연민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돈을 다투지 않을 것이다.허민정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 네가 매일 네 부모님이 이런 말 하는 거 듣느라 힘들었겠다."연민규가 순박하게 웃었다."괜찮아요. 전 이제 익숙해요."허설아가 연민규를 배웅하다 물었다."민규 오빠, 저번에 수영이 일은 어떻게 된 거야?""부모님이 수영이가 보고 싶다고 나한테도 말 안 하고 데리러 가셔서 아이를 빼앗으려는 줄 알고 지혜가 깜짝 놀랐대. 부모님은 수영이 성을 바꿔서 우리 집안에 데려오고 싶어하는데 현서가……"말하지 않아도 허설아는 알았다.현서가 분명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현서는 고사하고 안지혜 본인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연민규의 모든 결점은 다 감정적인 것이었다. 쓰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허설아도 더 묻지 않았다. 그저 다음에 안지혜를 만나면 살짝 귀띔해야겠다고 생각했다.병실 밖에서 격렬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연중근이 고함을 질렀다."미친놈 아냐! 내가 허설아 욕 몇 마디 한 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주먹이 날아오더니 연중근의 반쪽 얼굴이 바로 부어올랐다.허설아와 연민규가 급히 병실 문을 열고 나갔다.훤칠한 남자가 마치 쥐 잡듯이 연중근 옷깃을 잡고 있었다. 주먹이 연중근 허리와 배에 내리꽂히자 연중근은 으악으악 소리만 질러댔다.정선주는 무서워 죽을 것 같았다!계속 사람 죽는다며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허설아가 달려가서 권지헌 손목을 잡았다."그만 놔요. 권지헌 씨, 정신 차려요!"권지헌은 손을 놓지 않고 연중근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방금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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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복도에는 원래 구경꾼들도 있었다.달려온 경비원이 사람들을 돌려보냈다.경비원이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상황을 파악했고 허설아를 곤란하게 하진 않았다.권지헌을 보며 경비원이 미간을 찌푸렸다."이 집안 남자 식구예요? 그럼 친척들 와서 소란 못 피우게 해요, 환자가 쉬는 데방해되잖아요."권지헌은 반박하지 않고 허설아 어깨를 감싸 안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경비원이 떠나고 구경꾼들도 각자 병실로 돌아갔다.허설아가 권지헌 손을 잡고 쳐다보았다."손 다쳤네요. 약 바를래요?"권지헌 손가락 마디가 좀 까져 있었다. 아까 연중근을 때릴 때 옷의 금속 단추에 긁힌 모양이었다.권지헌이 고개를 숙여 앞에 있는 허설아를 보았다.허설아는 권지헌 손을 잡고 어디 또 다친 데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다.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걸 권지헌이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내가 도자기 인형 아니고 무슨 약을 발라."아까 연중근이 한 말들은 권지헌의 귀에도 거슬렸다.허설아가 오히려 권지헌을 막으며 연중근을 못 때리게 했다.권지헌이 보기엔 허설아의 성질머리도 겉으로만 요란하고 속은 연약하다고 생각했다."아까 왜 화 안 냈어?"병원 복도는 센서 조명이 달려 있었다. 둘의 말소리가 작아지자 머리 위 조명도 꺼졌다.백열등의 환한 빛이 사라지니 허설아 얼굴에도 그림자가 졌다.속눈썹이 얼굴을 가렸다.방금 허설아의 모든 주의력은 전부 권지헌한테 쏠려 있었다.권지헌이 화를 내니 허설아는 오히려 화나지 않았다.연중근한테 집중하지도 않았다. 허설아는 마치 껍질 벗겨진 바나나처럼 볼품 없어보였다. 그런데 하필 적나라하고 보잘것없는 모습을 권지헌한테 보인 것이다. "여기서 싸우다가 잡혀갈까 봐요."복도엔 cctv도 많았다.권지헌이 허설아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허설아는 어찌나 하얀지 가까이 다가가면 눈가의 작은 붉은 점까지 보일 정도였다.긴 속눈썹이 드리워져 얼굴 표정을 가렸다.권지헌이 씩 웃었다.허설아가 뭘 보는지도 모르고 계속 손을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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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복도 끝에서.어느 환자가 검사를 거부했는지 환자 보호자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사람을 찾아다녔다.환자를 찾아와서는 병실로 끌고 돌아갔다."난 네 아빠야, 널 해칠 리가 있겠어? 우리 제대로 치료하고 집에 가자."환자는 중년 남자에게 잡힌 채 어깨를 들썩이며 병실로 돌아갔다.허설아의 시선이 계속 그들에게 머물렀다.예전에 허설아가 아플 때 연동근도 그랬었다.넋이 나간 채 멍하니 보던 허설아는 잠시 후 눈가의 물기를 닦아냈다.허설아는 고개를 돌리고 허민정을 보러 병실로 돌아갔다."엄마, 나 볼일이 좀 있어서 나중에 다시 올게요."허민정도 방금 병실 밖에서의 소란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하고 의사가 침대에서 내려오지 말라고 해서 그저 침대에서 애만 태웠을 뿐이었다.밖에서 누군가 딸을 위해 나서준 것 같아서 허민정은 그제야 걱정스럽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래, 가봐. 나 괜찮아. 앞으로 우리 저 사람들 만나지 말자."전에는 자기가 세상 떠난 뒤 딸이 의지할 사람이 있길 바라는 마음에 허민정이 억지를 부린 거였다. 하지만 연중근 부부는 결국 믿을 수 없는 인간들이었다.허민정은 모래를 삼키는 것 같았다. 떠나려는 허설아를 불러세우고 입을 열었다. "설아야, 엄마가 잘못했어."허설아를 신경 쓰지 못한 것이었다. 연중근이 이렇게 거북한 말들을 하는지 전에는 몰랐었다. 허설아가 웃으며 가슴 앞에 늘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병실 안으로 들어가 허리를 숙여 허민정을 안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용서할게요."투병생활로 많이 야윈 허민정의 등을 두드렸다.자리에서 일어난 허설아는 간병인한테 몇 가지 부탁하고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옆 병실 조 여사는 허설아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조 여사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아이고, 정말 좋은 아가씨인데 우리 승현이가 잡지를 못했네……""언니, 저 총각 괜찮아 보여요."허민정은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마음속 안도감을 억누르고 고개를 저었다."설아 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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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차 안에 조용해졌다.허설아는 지도 위치를 보다가 가는 길에서 벗어난 애완동물 가게를 가리켰다."여기서 좀 세워줄 수 있어요?"허설아는 연환이가 좋아하는 걸 사야 했다.언니로서 빈손으로 동생 보러 갈 수는 없었다.권지헌이 굳은 표정으로 짧게 답했다.차 내비게이션이 이미 원래 경로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로를 다시 안내한다는 안내했다.안내음이 왠지 허설아 귀에 남다르게 들렸다.허설아와 권지헌의 그 시절은 어쩌면 처음부터 정상적인 경로에 있지 않았을지도 몰랐다.허설아가 혼자 일방적으로 고집 부리며 자기가 최소한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이다.하지만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허설아는 혼자 씁쓸하게 웃었다."말했으면 뭐가 달라져요? 당신이 직접 우린 결국 헤어질 거고 나를 안 좋아한다는 말 들으라고요? 거기에 한 마디 더 보태서 나를 안 좋아할 뿐만 아니라 내 아이도 안 좋아한다고 할 거였어요?"허설아 얼굴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이런 표정이 권지헌으로 하여금 목에 모래가 걸린 듯 괴롭게 했다.허설아가 평온하게 말했다."권지헌 씨, 당신이 내가가 전에 당신 좋아했다고 해서 나를 사람 취급도 안 하면 안 되잖아요."가슴에 숨이 턱 막혀 들이쉴 수도 내쉴 수도 없었다. 허설아도, 권지헌도 마찬가지였다.권지헌은 핸들을 꽉 쥐었다.목소리가 잠겨 듣기 싫은 소리가 났고 목에서 비린 피맛이 났다."나……"변명은 이 순간 너무 무력했다.권지헌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과거에 자기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들을 했는지.해명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나……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일부러 그랬으면 당신 인품이 저질이라는 거죠."권지헌은 고개를 저으며 차를 애완동물 가게 앞에 세웠다.권지헌도 차 문을 열고 내려 옆에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허설아는 권지헌을 신경 쓰지 않았다.알아서 애완동물 간식과 장난감을 좀 샀다.연환이가 보면 분명 좋아할 것이다.계산하고 나온 허설아가 고개를 들자 꽃다발과 박스 몇 개를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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