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강지연은 권지헌을 보러 건영대에 자주 들락날락했다. 매번 갈 때마다 오빠인 강시우를 만나러 왔다는 핑계를 대곤 했다. 그때 권지헌 곁에 늘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여자를 종종 보곤 했다. 키가 크고 몸매도 좋고 화려한 옷차림에 한낮의 태양처럼 찬란하고 눈부신 여자는 누가 봐도 귀하게 자란 티가 났다. 강지연은 강시우를 통해 그 여자가 바로 권지헌 여자친구이자 미대생인 허설아라는 걸 알게 되었다. 차갑고 고고하고 기품 넘치는 권지헌이 보기만 해도 속물 같고 제멋대로인 재벌 집 딸과 사귈 줄은 아무도 몰랐다. 강시우는 권지헌이 가난하긴 하지만 허설아가 돈을 펑펑 쓰면서 만나는 거라 했고 강지연은 그 말을 믿었다. 그러다 언젠가 협력하면서 권지헌이 사실은 권씨 가문 장손이고 미래 권율 가문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지연은 권지헌과 허설아가 잠깐 즐기는 사이일 뿐이라고 확신했다. 나중에 권지헌에게서 그런 얘기도 들었지만 웬일인지 강지연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권지헌이 고개를 들고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강지연은 몸서리를 쳤다. 권지헌이 젓가락을 탁 내려놓고 일어나며 말했다. "올라갈게요. 앞으로 꽃 선물할 거면 내 핑계 대지 마요." 박희수는 언짢은 기색으로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지연이에게 꽃 좀 선물한 게 뭐가 그렇게 못마땅해?"권지헌은 이미 위층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강지연의 눈에는 미련이 가득했다. 박희수가 강지연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지연아, 방금 네가 말한 허설아라는 사람 누구야?" 박희수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강지연은 방금 말실수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모처럼 권지헌을 만났는데 화나게 한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래전 동창이에요. 어머님, 방금 지헌 오빠에게 권율 그룹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싶다는 말 못 했는데 혹시 반대하는 건 아니겠죠?" "그게 뭐 어렵다고 그래. 이따가 내가 말해줄게." "고마워요, 이모." -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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