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全部章節:第 401 章 - 第 410 章

550 章節

제401화

생각만 해도 허설아는 얼굴이 화끈거렸다.전부 다 감정이 절정에 달했을 때 권지헌이 귓가에 속삭이던 것이었다. 하필이면 거부하기 힘든 애기라고 부르는 걸 들을 때마다 허설아는 또 깊이 빠져들고야 말았다.그러면 또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을 감당해야 했다.허설아가 뾰로통해서 권지헌을 한 대 쳤다."내려가."손님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권지헌이 허설아의 손을 입술 가까이 가져가 가볍게 입을 맞췄다.눈빛에 달빛 한 조각이 녹아든 것처럼 부드럽게 일렁였다."응."두 사람이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권정우는 그제야 생일 파티 시작을 알렸다."오늘은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 있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지분을 아들 권지헌에게 넘기고 앞으로는 그룹에서 공식 은퇴하여 집에서 손녀를 돌보겠습니다. 좋은 육아 방법이 있으면 아낌없이 알려주십시오."권정우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지헌이가 어릴 때 제 곁에 없었던지라 육아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연희의 앞날도 여러분들한테 신세를 져야겠습니다." 손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제 소장품 중에 조선시대 공주의 부장품으로 쓰인 금사 유리 귀걸이 한 쌍이 있는데 오늘 연희 이름으로 박물관에 기증하겠습니다."권정우는 유명한 수집가로 소장품이 셀 수 없이 많았다.이 귀걸이는 작년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한 사람이 있었는데도 권정우가 팔지 않았던 것이었다.그런데 오늘 연희 생일에 기증해버린 것이었다.손님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권정우가 품 안의 연희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기증하는 게 우리 연희를 위해 복을 쌓는 거니까요."옆에서 나지막한 대화 소리가 들렸다."이게 뭐가 복을 쌓아주는 거야, 아이의 앞날을 위해 판을 깔아주는 거지. 겨우 세 살짜리 여자애한테 뭘 이렇게까지 해?""할아버지가 해준다는데 우리가 뭐라 할 수 있어? 권 대표님 친자식이 아닌 줄 알았는데 챙겨주는 걸 보니 뛸 데 없겠어.""공주님이 할머니인 큰 사모님과 똑같이 생긴 거 못 봤어? 그런데도 친자식이 아니라고?"게다가 권씨 집안 수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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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저 여자 뭐 하는 사람이야? 애까지 딸린 여자가 어떻게 권지헌 씨와 결혼을 해?""얼굴은 반반한데 무슨 수를 써서 저 자리 꿰찼는지 모르겠네." 그중 한 여자가 비웃으며 말했다."제대로 착각한 거지. 두고 봐, 언젠가 곧 차일지도 몰라. 권씨 집안이 그렇게 쉽게 빌붙을 수 있는 곳인 줄 알아?""요즘 여자들이 다 저렇지 않아? 얼굴 좀 되면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는 줄 알잖아."안초희가 돌아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설아 씨한테 무슨 짓이야!'막 나서려는데 두 사람이 박희수 쪽으로 걸어가는 게 보였다.온몸에 두른 주얼리를 다 합치면 수억 원이 훌쩍 넘어 보이는 두 여자였다.안초희가 다시 화를 꾹 참았다.김아림이 물었다."뭐 해?""열 받아서 한마디하려 했는데 너무 화려하게 차려입어서 참았어. 잘못 건드렸다가 나중에 부모님한테 혼날 것 같아."권씨 집안 공주님 생일인지라 디자인이 전부 다른 수백만 원짜리 케이크가 여덟 개나 있었다. 연회장 곳곳이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초대받은 손님들도 보통 집안이 아니었다.안초희가 상대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허설아가 직접 해결하는 게 좋을 듯했다. '친구야, 내가 도와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상대가 안돼서 그러는 거야.' 허설아를 찾으러 가려던 안초희는 눈동자를 또르르 굴리더니 김아림을 끌고 박희수 쪽으로 걸어갔다.김아림을 본 박희수는 왠지 낯이 익었다."두 사람 설아 친구 맞죠? 성이 김씨 아니에요?"김아림이 시원시원하게 말했다."네, 저희 할아버지와 사모님 아버님께서 같은 군 출신 전우셨어요.""아, 어쩐지 낯이 익다 했어요. 할아버지는 건강하시죠?""건장하세요. 이번에 여기 온다고 했더니 대신 연희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어요."박희수가 환하게 웃었다."아이고, 어르신이 그렇게 신경 써주시다니요! 친구분도 군 출신 같은데요?""임무 중에 부상으로 전역했어요. 군에서 제공하는 일자리를 따로 받지 않아서 설아랑은 같은 직장 동료였고요."김아림은 오늘 주얼리 하나 착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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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이 여자가 안 들릴 거라고 저러는 거야?!''앞에서 대놓고 고자질하다니.' 그래도 직접 뱉은 말들이긴 했다. 박희수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내 아들 결혼 생활은 신경 쓰지 말아요. 나중에 지헌이가 진짜 이혼을 한다 해도 그건 며느리 탓이 아닐 거예요.""연희는 우리 집에서 아끼고 사랑하는 아이예요. 두 사람 집안은 딸을 귀하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우리 연희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서슬퍼런 말이었다. 부드럽고 차분한 말투였지만 박희수의 태도는 이미 차가울 대로 차가웠다.어색해하며 사과를 한 두 사람은 너무 민망하고 쪽팔렸다.안초희한테 따지고 싶었지만 조금 전 박희수가 김아림을 깍듯하게 대하는 걸 보면 두 집안이 무슨 관계가 있을지도 몰랐다. 두 사람도 집안에서 입지가 있는 건 아니었다. 사고를 쳐도 집안에서 뒤를 봐줄 리 만무했기에 그냥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박희수는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아 도우미를 불렀다. "지헌이 어디 있어?""대표님은 지금 어린이 방에서 연희 아가씨랑 다른 어린 손님들과 같이 게임하고 계십니다."도우미들도 깜짝 놀랐다.권지헌이 이토록 책임감 있고 성실한 아빠가 될 줄은 몰랐다.재벌가는 고사하고 보통 집안에서도 세상에 둘도 없을 좋은 남자라고 할 정도였다. 대표님이 사모님을 아끼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도우미들이 보기에도 뒤에서 험담한 재벌집 딸들도 그냥 질투해서였다. 박희수가 조금 전 일을 전부 권지헌에게 알리라고 당부했다. 말하고 나서도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우리 집에서 설아는 억울한 일을 당하면 안 돼요,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하라고 해요. 잘못도 없는 애를 왜 괴롭히나 몰라요."안초희가 진심으로 말했다."사모님은 정말 좋은 분이에요. 설아도 사모님 댁에서 행복할 것 같아요."박희수가 한숨을 내쉬었다."두 사람은 설아 친구잖아요. 예전에 설아가 혼자 연희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나보다 더 잘 알잖아요. 그렇게 고생하다가 우리 집에 와서도 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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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학창 시절부터 허설아는 가십 게시물을 보는 걸 좋아했다.많이 보다 보니 별의별 루머들이 다 있었다.권지헌이 결혼한 여자를 권씨 집안이 어렵게 허락한 거라는 글도 있었다.집안에서 탐탁지 않게 여기지만 권지헌에게 보상해 주려 해도 재벌가 딸 중에는 애 엄마로 시집오려는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을 택한 거라는 내용이었다.허설아는 혀를 내둘렀다. '대체 무슨 소리인 거야.'허설아는 아래쪽 게시물들을 더 넘겨봤다.그러다 조회수가 엄청난 한 게시물이 갑자기 상단으로 올라와 있었다. 박희수 품에 안긴 연희의 정면 사진을 올린 것이었다.허설아는 순간 자리에서 튀어 오르듯 벌떡 일어났다.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났다.댓글 창을 보니 전부 아이 정면 사진을 내리라는 요청이었다.가십을 즐기는 네티즌들도 아이 사생활 보호에 있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게시물 작성자는 아무 답장도 하지 않았고 연희 얼굴에 블러 처리도 하지 않고 있었다.허설아는 걱정이 됐다.아직 어린 연희 얼굴을 누군가 기억이라도 하면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다시 클릭해 보니 게시물이 신고로 삭제되었다고 떴다.휴대폰에 메시지 알림이 왔다.권지헌이었다."인터넷 게시물은 걱정 마, 이미 처리 중이야.""연희는 아직 어리고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니까 얼굴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거야.""소문 출처도 다 조사할 거야."메시지가 연달아 왔다.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기고 있었다. 허설아가 연희 문제에 얼마나 예민한지 알고 있기에 게시물 때문에 얼마나 걱정되고 화내고 있을지 예상한다는 듯한 대처였다. 권지헌의 메시지를 본 허설아는 제일 먼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권지헌은 게시물을 보자마자 가장 먼저 처리했을 것이다.허설아는 휴대폰을 들고 알겠다는 답장을 보내고 다시 옆에 내려놓았다.허설아는 오늘 해주시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권서진과 송원영이 여전히 심윤산 장인을 설득하는 중이었기에 그냥 둘만 남겨둘 수 없었다. -해주시는 건영시보다 기온이 5~6도는 낮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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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게시물 말미에는 허설아와 권지헌이 카메라를 등지고 연희가 블록 쌓는 걸 함께 바라보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언제 찍은 건지도 몰랐다.박희수는 댓글도 달았다."단란한 세 식구의 평범하고 행복한 하루일 뿐이에요. 기자님들 이미 갱년기까지 지난 늙은이로 루머 생성하지 말아주세요. 내가 지금도 아이를 낳을 수 있었으면 지헌이가 어떻게 내 딸 아빠가 될 수 있었겠어요? 꿈도 야무지죠.""소문 퍼뜨린 사람은 이번 생에는 딸이나 손녀는 없고 아들 열에 손자 스무 명 낳기를 바랄게요!"강력하면서도 유쾌한 저주였다. 권율 그룹 공식 계정은 바로 법적 대응 공지를 올렸다.권씨 집안 명성은 그룹 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만큼 법무팀 대응 속도는 늘 빨랐다.글을 보던 허설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송원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박 여사님이 이렇게 재미있는 분이에요?""큰엄마 화난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기자들이 빌미 삼아서 언니랑 연희 또 건드릴 수 있으니까 험한 말을 못 하신 거죠."하지만 해명 효과는 충분했다. 거기다 권지헌이 박희수 게시물을 실시간 검색어로 띄워주기까지 했다. 가십을 즐기던 사람들도 그제야 몇 년째 사귄 사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 세 살짜리 아이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않냐고.박희수는 그제야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소문 낸 사람한테 아들 열에 손자 스무 명 생기라니. 허설아는 보면서 계속 웃음이 났다.박희수는 눈이 안 좋아서 평소에 휴대폰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아마 음성 신식 메시지로 입력해서 올린 것 같았다.송원영은 이렇게 빠르고 의미심장하게 마무리하는 해명은 처음 봤다."권씨 집안 사람들이 다 이래요?"권서진이 바로 말했다."무슨 생각하는 거예요? 당연히 아니죠. 우리 부모님은 진짜 짜증 나는 사람들이거든요. 나중에 누가 우리 오빠랑 결혼하면 고생길 시작이에요. 세상에서 제일 짜증 나는 시어머니를 만나게 될 테니까요."송원영은 할 말을 잃었다.뭐라고 대꾸해야 할까?다행히 권서진도 개의치 않고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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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허설아가 놀란 걸 본 권서진이 달래려고 했지만 왠지 웃겨서 어색하고 민망한 웃음이 그대로 새어 나왔다"언니, 할아버지는 원래 그런 분이에요. 익숙해지면 돼요."허설아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었다.결혼이 소꿉 장난도 아니고 한 사람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큰일이었다.권호성이 자식들과 손자들 혼사를 이렇게 제멋대로 결정하니 탈이 안 날 리가 없었다.전에 권호성이 권서진에게 송민재와 맞선 보라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만약 서진 씨가 송민재 씨랑 잘 됐으면 바로 약혼시켰겠네요.""맞아요. 할아버지가 송민재를 점찍은 건 한편으로는 전에 원영 씨와 지헌 오빠가 이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송씨 집안에 보상해 주려는 거고, 다른 한편으로는 어차피 송민재가 별 능력 없으니 앞으로 말 잘 들을 거라고 생각해서예요."권서진이 어깨를 으쓱했다."남자들은 얌전하고 무능한 게 장점이 아니잖아요. 송민재처럼 보기에는 평범해 보여도 독한 사람 많이 봤어요. 삼촌이나 아빠도 송민재보단 나아요." "난 결혼에 별로 기대가 없어요. 할아버지 눈에 차고 내 마음에도 드는 사람 만나서 애나 낳으면 그만이에요. 결혼은 이혼을 위한 준비 과정이에요, 예외는 없어요. 큰아빠와 지헌 오빠 빼고는 진짜 아내한테 잘하는 남자 못 봤어요."결혼은 이혼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그 말에 허설아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권지헌과 결혼하기 전, 허설아도 그렇게 생각한 적 있었다.연희가 좀 더 크고 마음속 그 사람을 완전히 놓아버린 다음에야 결혼을 생각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이 오래갈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이혼은 흔한 일이었고 헤어지는 것 역시 서로의 선택이었다. 허설아도 권서진의 생각이 어느 정도는 이해됐다."나도 전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인생이라는 게 참 알 수 없더라고요. 지헌이가 연희랑 수영이를 지키고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걸 본 순간 너무 무섭고 후회가 됐어요.""그때 든 생각은 딱 하나였어요. 권지헌과 결혼해야겠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좋으니 결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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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알겠어요."심윤산 집을 나온 권서진도 걱정이 됐다."언니, 장인님 진짜 편찮으신 거예요?""거의 확실해요. 새 협업 상대를 찾아야 할 가능성이 커요."허설아도 솔직하게 말할지 말지 고민했었다.아닌 경우 허설아가 재수 없는 소리를 한다고 심규현이 나무랄 수도 있었다. 나이가 있는 어른들은 이런 이야기를 몹시 꺼리기도 했다.하지만 방금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전에 할머니 곁에서 누군가 미리 얘기했었다면 그렇게 빨리 떠나지 않으셨을지도 몰랐다.송원영과 권서진도 따라 한숨을 내쉬었다."다른 장인님을 찾아봐도 마찬가지예요. 심 장인님은 원래도 연세가 있으신데 몸까지 편찮으시면 이 일 못 하죠."탈피 시리즈는 모두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었다.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일말의 허술함도 용납할 수 없었다.호텔로 돌아가자마자 심규현한테서 연락이 왔다."아버지가 정말 뇌출혈 전조 증상이었어요.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허 대표님이 발견하지 않으셨으면 얼마나 후회하는 일을 겪었을지 모르겠어요."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던 터라 충격은 덜했다.허설아가 안부의 말을 전하고 끊으려는데 심규현이 말을 이었다."아버지가 여러분의 작품을 정말 좋아하셨어요. 디테일한 부분도 아버지 생각과 잘 통하는데 다만 지금 몸 상태로는 주얼리를 직접 만드실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하셨어요. 이번에 진심으로 도와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아버지께서 오랜 친구분이신 강창희 선생님을 소개해 주신대요."허설아의 눈이 번쩍 뜨였다.강창희 장인은 심윤산과 함께 한때 주얼리 업계의 레전드 거장으로 불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강창희는 일찌감치 주얼리 업계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더 이상 작품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권율 그룹조차 강창희가 지금 어디 은거해 있는지 알지 못했다.찾는 건 더 말할 것도 없었다.심규현이 말했다."아버지가 미리 강 선생님께 연락해 두실 거예요. 주소랑 연락처도 드릴게요. 하지만 선생님을 설득하는 건 여러분 몫이에요."심규현은 만감이 교차했다.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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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운전석 공간만 좁지 않았다면 권지헌은 진작 발로 걷어찼을 것이다.와이프 데리러 온 걸 따라왔다는 게 무슨 소리야.누가 봐도 서은석의 꿍꿍이는 따로 있었다.허준 그룹 사무동 불이 꺼졌다.건영시에도 눈이 내려 어젯밤 사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회사의 청소 아주머니들이 손을 비벼 가며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리고 있었다.도로가 얼어붙으면 배송 차량이 들어오기 어려웠다.건물 아래 가로등 불빛 밑으로 눈송이가 꽃잎처럼 흩날렸다.시선을 돌린 순간 가로등 아래 서 있는 허설아가 보였다. 가로등 밑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오늘은 루즈핏 핑크 니트에 회색 니트 팬츠를 입었는데 패딩은 왜 챙겨 입지도 않고 내려왔는지 서서 얘기를 나누며 패딩을 입는 중이었다.찬 바람이 다 파고들 것 같았다. 권지헌은 추위에 빨갛게 언 허설아의 목덜미에 시선이 꽂혀 서은석이 뭐라고 하는지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바로 차 문을 열고 내렸다.성큼성큼 걸어가 허설아 패딩 지퍼를 끝까지 올려주고 모자도 씌워줬다.권지헌을 본 허설아는 조금 놀란 듯했다. 사실 최근에는 권지헌도 많이 바빴다.둘 다 자기 일에 매달려 있느라 며칠째 얼굴도 못 보고 있었다. 이런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나 아직 처리할 게 있어서 잠깐만 기다려줘."허설아가 돌아서서 창고 담당자와 오늘 밤 당직을 어떻게 할지 얘기했다.이번에 들어올 물건은 원가가 비싸서 어떠한 손실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 허설아 일행이 내놓을 수 있는 개인 자산을 거의 다 쏟아부은 셈이었다. 민지강이 경비실에서 나왔다."대표님, 걱정 마세요. 오늘 밤 안 돌아가고 여기서 지킬 거예요.""집에 어머니 혼자 계셔도 괜찮아요?"민지강이 순간 멈칫했다.허설아가 일을 못 한다고 나무라거나, 전에 자기가 허설아를 다치게 할 뻔한 얘기는 꺼내지도 않을 줄 몰랐다.오히려 집에 혼자 있는 어머니 걱정을 해줬다."괜찮아요. 도와주러 온다고 하니까 엄마도 기뻐하셨어요.""그래요, 내일 아침 제가 일찍 나올 테니 추위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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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권지헌은 무표정으로 옆에 앉은 허설아를 힐끗 쳐다봤다. 예전에 허설아가 다른 남자와 맞선을 보려 했던 일이 떠오른 것 같았다.맞선 볼 거면 나랑 보라고 했지. 어차피 맞선이라면 우리 엄마한테 나가서 얘기 나눠보라고 했어." 허설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뻔뻔하기는."그때 허설아는 어색해 죽을 것 같았다. 처지도 애매한 데다 권지헌이라는 사람도 너무 이상했다. 서은석은 충격에 휩싸였다. 권지헌이 이렇게 뻔뻔하게 쫓아다닐 줄 몰랐다. 서은석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렇게 뻔뻔하게 나섰다가 나중에 후회할까 두렵지 않았어?"권지헌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제일 쓸데없는 게 체면 차리는 거야.""후회한다면 예전에 너무 체면 차린 게 후회될 뿐이지."그때 체면을 차리지 않았다면 딸이 태어나는 과정을 곁에서 볼 수 있었을 것이다.허설아가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때, 가족으로서 곁에 있어 줬을 것이다.그 시절 모든 마음을 전할 기회도 있었겠지. 지금도 말할 수는 있지만 그 순간은 지나갔고 그 마음도 달라져 있었다. 차가 교차로에 세운 권지헌이 차갑게 말했다."내려. 집 다 왔어."서은석이 꾸물거렸다."공항까지 데려다줄래?"권지헌이 미친놈 보듯 돌아봤다."신분증이랑 강성시 통행증이 다 있어?"차 안에 정적이 흘렀다.티켓은 방금 가장 빠른 걸로 끊어놨다.신분증은 지갑에 있었지만 강성시 통행증은 정말 없었다.권지헌이 말해주지 않았으면 공항에 가서야 통행증이 없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서은석이 서둘러 차 문을 열고 돌아보지도 않고 눈보라 속으로 걸어갔다.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 이어주려는 거야?""은석이도 마음이 있고 거기다 전에 내가 송원영한테 접근하라고 한 거니 끝까지 책임져야지."권지헌이 고등학교 때 얘기를 꺼냈다.허설아가 재미있다는 듯 물었다. "너 어느 고등학교였어?""건영대 부속고."허설아가 짧게 탄식했다."나는 남영고였어. 그럴 줄 알았으면 나도 부속고 갈걸. 고등학교 때 만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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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허설아가 열여덟 살이 되기 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니 그때 부속고에 오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권지헌의 말뜻을 알아챈 허설아의 귓불이 빨개졌다.'이 인간은 왜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인 거야!'하지만 고등학교 때 사귀다 보면 금단의 열매를 맛보는 학생들도 실제로 많긴 했다.권지헌이 슬며시 웃으며 허설아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넌 고등학교 때 대학 때보다 더 시끄러웠을 거잖아. 그러면 우리 둘 다 유학 갔을 거야."허설아도 따라 웃었다.공부를 잘했던 권지헌은 부속고 다닐 때 전교 1등이었다.남영고를 다녔던 허설아는 연동근도 딱히 요구하는 게 없으니 머리가 좋은 것만 믿고 공부를 하는둥 마는둥 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예체능으로 전향했다.그래도 실전에 강한 타입이라 매번 큰 시험마다 실력을 잘 발휘해서 건영대 예체능 커트라인에 딱 합격했다. 두 사람이 들어오지 않고 현관에서 이야기 나누는 걸 본 허민정이 고개를 내밀었다. 도대체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허민정이 웃으며 말했다."무슨 얘기해? 들어와서 저녁 먹어. 오늘 대게 먹었는데 너희들 것도 남겨뒀어.""설아가 고등학교 때 얼마나 시끄러웠을지 얘기하고 있었어요."허민정도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설아 고등학생 때 매일같이 남학생들이 데이트하자고 집으로 전화해서 졸라댔어. 아이고, 그 바람에 설아 아빠가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다행히 이 녀석이 연애에는 통 관심이 없고 매일 뭘 먹을지 궁리만 하더라."권지헌이 부엌에서 그릇을 챙겨 돌아보니 허설아는 손을 씻고 눈썹을 치켜올리고 권지헌을 바라보고 있었다.얼굴에 의기양양한 표정이 가득했다. "나 인기 많았지?" 라는 의미였다.권지헌은 허민정 앞이라 아무 말도 못 하고 눈썹을 씰룩이며 의미심장한 눈길로 바라봤다.그 눈빛에 허설아는 괜히 마음이 불안해졌다.'오늘 밤 그냥 회사 가서 야근할까?'요즘 대게는 속이 꽉 차서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 가득 찼다.권지헌이 소매를 걷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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