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391 - Chapter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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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권 대표가 내는 거니까 아낄 필요 없어."안초희가 혀를 찼다."허설아, 진짜 사치에 찌들었네."허설아가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럼 먹지 마.""먹을 거야, 공짜 밥 안 먹으면 바보지! 이런 사치는 누려야 해! 사모님, 이렇게 잘생기고 돈도 많은 남편 만나는 방법 좀 알려줘!"허설아가 말꼬리를 늘리며 말했다."간단해. 대학교 때 강의실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 고르는 거야. 가능하면 돈이 별로 없는 사람이 좋아. 그다음엔 돈을 써가면서 예쁜 셀카 보내주면 몇 달 만에 사귈 수 있어."안초희와 김아림은 허설아가 진짜 방법을 알려줄 줄 상상도 못 했다.안초희가 말했다."아니지, 돈이 없다는 게 무슨 소리야?""권씨 집안 가훈이 검소하게 살라는 거잖아, 게시판에도 나와 있고. 그땐 지헌이가 진짜 돈 없는 줄 알았어. 몇 대째 이어온 부자인 줄 알았으면 솔직히 관심도 없었을 것 같아."허설아가 솔직하게 말했다."권씨 집안 같은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내가 넘보기도 어렵지.""근데 돈 없는 권지헌이라면, 돈이 없는 게 오히려 장점이 된 거야."권지헌이 그때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지 않았다면 허설아가 먼저 다가가지도 못했을 것이다.물론 돈 써주는 걸 권지헌이 좋아하진 않았지만 말이다.그때는 주변에선 다들 허설아가 권지헌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했다.한동안은 허설아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모텔은 항상 더치페이였고 권지헌이 알바를 시작하고 나서는 향수며 립스틱이며 선물도 자주 사줬다. 비싸진 않았지만 백화점 매장에서 직접 산 거였다.돈으로만 따지면 그때 쓴 돈은 지금 권지헌이 쓰는 것의 천 분의 일도 안 됐다.하지만 들인 마음은 비교할 수 없었다.조민규가 식당에 도착하자 허설아가 손을 흔들며 같이 먹자고 불렀다. 조민규가 사양하려는데 안초희와 김아림이 자리를 만들어줬다."비서님, 앉아요.""좀 미안한데요."조민규는 수줍게 웃으면서 사양하지 않고 앉아서 같이 먹었다."사모님, 운전면허 나왔어요? 대표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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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허설아 테이블에서는 다들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안유민 테이블에서 법무팀의 오예리가 말을 이었다."그럼 서풍한테 연락해 보지 그래요? 예전에 우리 마케팅팀 직원이었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전에 다니던 회사인데 일정만 맞으면 신경 써주지 않을까요?"안유민이 한숨을 쉬었다.말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듯 걱정 가득한 표정이었다."서풍이 연락해도 답장이 없어요. 전에 일러스트 의뢰로 연락했을 때도 읽고 무시하더라니까요. 회사 다닐 때 대표님을 자주 찾아갔던 것 같은데 나랑 몇 번 마주쳤거든요. 아마 그때 내가 미운털이 박힌 것 같아요."오예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전에 마케팅팀 팀장이었는데 대표님한테 업무 보고하러 가는 게 이상할 것도 없잖아요? 게다가 누가 할 일 없이 저승사자 같은 대표님을 찾아가요."미리 할 말을 준비했던 안유민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안유민은 시선을 떨구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도 대표님한테 다른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요.""내가 보기엔 그런 사람 아닐 것 같았어요. 그리고 애도 있잖아요, 애까지 딸린 사람이 대표님한테 다른 마음을 품겠어요?"안유민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대표님 얼굴이 잘생겼잖아요."오예리가 크림 수프를 한 모금 마시고 손을 저었다."대표님 얼굴 보면 오늘 한 시간은 더 살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입 여는 순간 수명이 세 시간은 단축되는 것 같아요."안유민이 입을 벙긋거렸다.권율 그룹에서 중고위직까지 올라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보통내기가 아니었다.대화의 흐름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남에게 이용당할 기회는 애초에 주지 않는 사람들이었다.법무팀에서 꽤 오래 일한 오예리는 늘 두 가지 원칙을 지켰다.괜히 남 기분 상할 말은 하지 않고 허황된 기대도 하지 않는다.한 이불을 덮는 가족 앞에서도 다른 사람 뒷담화는 하지 않았다.마음에 안 드는 인턴이라도 나중에 어느 분야의 고수가 될지 누가 알까.권지헌은 권율 그룹의 가장 높은 곳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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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괜찮아, 어차피 내 돈도 아니고 우리 남편 돈인데, 뭐."허설아가 뒤를 돌아보며 멍하니 있는 오예리에게 눈을 찡긋하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좀 전에 오예리는 허설아 편을 들어주려 애썼다. 허설아는 그 호의를 기억하려 했다. 안유민은 쳐다보지도 않고 식당을 나섰다.조민규가 뒤를 돌아보며 잔뜩 굳은 얼굴로 경고하듯 쏘아봤다.오예리는 마음이 좀 불안했다.원래 뒤에서 남 얘기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었다.더군다나 당사자 귀에까지 들렸으니.그런데 허설아의 미소에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한결 안도감이 들었다. 맞은편에 있던 안유민은 입맛이 싹 사라졌다. '허설아가 왜 여기 있는 거야?' 게다가 조민규까지 있었다.비서팀에서 직급이 제일 높은 조민규는 권지헌 곁에서 가장 사나운 사람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었다.방금 들은 걸 권지헌한테 전부 보고할 게 뻔했다.안유민의 이마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사무실로 돌아온 뒤, 허설아는 들고 있던 것들을 권지헌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권지헌은 창가에 서서 전화 중이었다.겉옷은 소파에 던져 두고 정교하게 재단된 하운드투스 베스트만 걸치고 있었다. 바지도 세련된 색감이라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점잖은 영국 신사 같은 분위기였다.권지헌은 매일 끝도 없이 회의하고 통화하는 것 같았다.허설아가 들어오는 걸 본 권지헌이 전화기 너머 상대에게 말했다. "삼촌, 먼저 끊을게요. 집사람이 왔네요."저쪽에서 권정민이 권지헌을 불러세웠다."조카며느리 인사라도 시켜줘, 나 아직 얼굴도 못 봤잖아!"권씨 집안 젊은이들 중에서 제일 먼저 결혼한 권지헌이었다.권지헌이 허설아에게 손짓하고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삼촌 전화야."허설아가 얌전하게 말했다."삼촌, 안녕하세요.""반가워, 결혼 축하해! 삼촌도 선물 준비해 뒀으니까 맘에 들 거야!"권지헌이 담담하게 말했다."선물은 됐어요. 가만히 계시는 게 제일 좋은 거예요."권지헌의 말은 사실 권정민이 보내준 신혼 선물이 또 이상한 물건일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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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허설아가 관심을 보였다. 권지헌이 파스타를 먹으며 권정민이 벌인 일들을 하나씩 꺼냈다.다 말하자면 끝도 없었다."내가 세 살 때, 부모님한테 애를 더 낳으라고 삼촌이 잠옷 스무 벌과 온갖 용품을 보냈어."어떤 잠옷인지 허설아는 바로 알아들었다."할머니가 돌아가신 해에는 할아버지가 너무 외로워 보인다고 리얼돌을 하나 보냈어. 쓸쓸함을 달래라면서.""내가 여덟 살 때는 배우들을 집에 데려와서 촬영했는데 열정적인 씬이었어. 심지어 삼촌과 작은 엄마의 침대 위에서 촬영한 거야. 할아버지가 혈압이 올라서 쓰러지시기 일보 직전인데 키스씬 넣어줄 수 있으니 역할 하나 맡으시겠냐고도 했어.""이런 일이 거의 매년 한 번씩은 있었어."허설아는 멍해졌다.권정민은 정말 파격적인 길을 걷는 사람이었다.너무 예술적이었다."할아버지처럼 꼰대 같으신 분이 어떻게 이런 아들 셋을 낳으셨대."권지헌이 피식 웃었다."큰삼촌과 작은삼촌은 제멋대로였지만 우리 아빠는 그럴 기회 자체가 없었어. 대학 때 엄마 만나서 나중에 군에 입대했는데 그 부대의 사단장이 외할아버지였거든."권정우가 제멋대로 행동할 싹을 잘라버린 것이다. 이후에 박희수와 결혼하고 권지헌 일로 박희수가 심한 우울증을 앓으면서 아내를 돌보는 데에만 전념했다. "아빠가 장남이라 할아버지가 더 엄하게 대하셨던 것 같아. 그러다 보니 교육은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하셔서 나한테도 지혁이네한테도 다 똑같이 하셨던 거고."권지헌이 권호성을 두둔하려는 건 아니었다.다만 아빠가 되고 나니 자식을 키우는 마음이 조금은 느껴졌다.애정이 깊기에 그만큼 엄하게 대하는 것이다.그 마음을 존중하지만 동의는 하지 않았다.-주말이 가까워지자 허설아는 권서진과 송원영을 데리고 해주시로 향했다.심윤산 장인 댁에 도착하자마자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심윤산 장인의 아들 심규현이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주얼리를 만드는 건 정신력을 너무 많이 소모했다.심규현은 아버지가 이 작업을 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팔순을 넘긴 나이에 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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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김유빈이 휴대폰을 조작하면서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처음에 권 대표님이 나 발령 보낼 땐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는데 와보니까 건영시보다 훨씬 자유롭더라."허설아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권지헌, 이 여우 같은 인간.' "권 대표님이 발령 낸 거였어요?""응, 위에서 결정한 일이기도 하고 회사에서도 진짜 나를 배려해 준 거야. 남편이 이쪽에 혼자 있어서 안쓰러웠거든. 참, 내가 간 다음에 누가 내 자리에 들어왔어?"권서진이 다가서며 말했다."저요, 그런데 저도 퇴사했어요. 지금은 허 대표님을 따라 창업했어요."김유빈이 따라 웃었다."정말 매력 있네." 허설아는 일 처리도 차분하고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지 않는 성격이었다.평소에는 성격도 좋아서 누구라도 업무 시간을 바꿔주었고 부드러우면서도 시선을 끌지 않았다. 창업을 하려면 수완과 결단력이 있어야 했다.팀까지 꾸려온 걸 보면 허설아도 충분히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었다."일단 먼저 갈게. 내 소식 기다리고 있어.""고마워요, 유빈 언니."밖에서 십여 분을 기다리자 문이 다시 열렸다.심규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들어오세요."김유빈의 남편이 딱히 다른 말을 해준 건 아니었다. 여자들이 찬 바람 맞으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거절이든 뭐든 확답이라고 줘야 빨리 돌려보낼 수 있지 않냐고 했을 뿐이었다.심규현은 그제야 마음이 움직여 문을 열어주었다. 심규현에게도 허설아 또래의 딸이 있었다.영하의 날씨에 그냥 이렇게 세워두는 건 못 할 짓이었다.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심윤산 장인을 움직이기란 쉽지 않았다.하지만 허설아가 건넨 초안을 보고 잠깐 눈빛이 흔들리더니 며칠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작품은 참 좋은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걱정이었다. 여든의 나이에 다시 일선에 나선다 해도 허설아 팀이 바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허설아 팀이 직접 만난 장인들은 다 탈피 시리즈를 만들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서 찾아온 것이었다.심윤산 장인이 진짜 수락해 준다면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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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해주시와 건영시는 멀지 않았다.하지만 지리적으로 더 북쪽이라 해주시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침에 출발할 때 건영시는 맑은 날씨였는데 말이다.작은 눈송이들이 권지헌이 입은 검은 코트 위에 내려앉았지만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허설아 옷에 쌓인 눈을 털어주고 머플러를 끌어올려 꽁꽁 감싸주고는 옆에 세워둔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길 건너편, 호텔 차가 도착해 있었다. 권서진이 건너편에서 권지헌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차에 올라탔다.권서진은 차창 너머로 권지헌이 차 문을 닫고 길가 군고구마 트럭으로 성큼성큼 달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를 사는 걸 볼 수 있었다.식을까 봐 걱정됐는지 2천 원짜리 군고구마를 수천만 원짜리 코트 안에 그냥 집어넣었다.차에 오른 권지헌이 허설아에게 군고구마를 건넸다.차가 출발하면서 권서진의 시야에서 멀어졌다.권서진이 고개를 돌리니 송원영도 멀어지는 차를 보고 있었다.따뜻한 차 안에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권서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차분하게 있으려 했지만 자꾸 올라가는 입꼬리가 속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권 대표님과 허 대표님 정말 사이가 좋네요.""새언니는 대학 개강 첫날부터 바로 오빠를 쫓아다닌 대단한 여자니까요. 그거 알아요? 우리 오빠가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저 성격 견디면서 좋아할 여자는 이 세상에 새언니 한 명뿐이에요.""맞아요."송원영이 시선을 내리며 쓴웃음을 지었다."예전에 집에서 나더러 권 대표님과 약혼하라고 했을 때 사실 정말 싫었어요. 권 대표님은 오랫동안 나의 악몽이었거든요."다른 사람을 악몽이라고 하면 권서진도 이것저것 물어봤을 것이다.하지만 그 사람이 오빠인 권지헌이라면 너무도 당연한 소리였다."이 바닥에서 결혼은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싶었어요. 밖에서 딴 여자 만나도 아내 앞에만 데리고 가지 않으면 체면 차리는 거라고들 하잖아요.""나도 권 대표님과 결혼하면 대표님 성격상 겉으로는 그 정도 체면은 지키겠다 싶었어요."하지만 송원영은 이제야 깨달았다. 권지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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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누구요? 누구 말하는 거예요?""서은석 씨요, 서진 씨 잘 챙겨주잖아요?"권서진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송원영을 봤다."날 챙겨주는 건 당연한 거죠! 은석 오빠가 어릴 때 호두 먹고 알레르기로 기절할 뻔했는데 내가 살려줬거든요!"권서진이 진지하게 말했다."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사촌과 결혼해요! 원영 씨, 아직 독립운동 전 시대에 살아요? 돌아가서 근현대사 공부 다시 해요~"송원영이 멈칫했다."사촌이요?"권서진이 설명을 덧붙였다."은석 오빠 할머니가 우리 집안이랑 아주 가까운 고모할머니예요. 원래 은석 오빠가 태어나면 권씨 성을 따르기로 했는데 서씨 집안에서 점을 봤더니 사주팔자가 너무 좋다고 이런 팔자 좋은 아이를 우리 집안 성을 따르게 할 수 없다고 동의하지 않은 거예요." "아니었으면 은석 오빠가 우리 집에서 둘째 오빠 소리 들었을 수도 있어요."때문에 서은석과 권지헌은 원래 형제나 다름없었다.권씨 집안의 다른 아이들과도 자연스럽게 가깝게 지냈다.권서진은 권씨 집안에서 유일한 딸이라 권씨 집안이든 할머니 쪽이든 다들 엄청나게 아꼈다.그러다 보니 이렇게 제멋대로에 당당한 성격으로 자란 것이다.송원영은 서은석이 권서진 얘기를 할 때 애정 가득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여동생이라서였구나.송원영은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지 본인도 알 수 없었다.어쩌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어서일지도 몰랐다.담담해지려 할수록 더 내려놓을 수 없었다.송원영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오빠랑 동생이 요즘 서진 씨 힘들게 하지는 않아요?""아뇨, 오빠는 집안에 보탬이 될 만한 수준 맞는 집안 새언니 찾느라 나한테 신경 쓸 틈도 없어요. 송민우는 어디서 뭐 하고 다니는지도 몰라요."권서진이 코웃음을 쳤다."지헌 오빠가 아직 원영 씨 오빠 답 기다리고 있는데 기껏 생각해 낸 해결책이 권씨 가문과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여자 찾아서 결혼하는 거예요? 그런 머리라면 회사를 오빠한테 물려주느니 원영 씨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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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잠이 오지 않았던 두 사람은 밤새 내일 뭘 입을지,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고 있었다. 연희가 권씨 집안에서 처음으로 맞는 생일이었다.내일 연희는 모든 지인들에게 소개되고 모든 사람이 권씨 집안에 새 식구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권정우의 장손녀이자 권지헌의 첫째 딸로서 말이다. 그 생각만 해도 박희수는 잠이 오지 않았다.너무 기뻤다!"여보, 저번에 맞춰둔 벨벳 원피스에 코트 입는 게 어때? 너무 튀지도 않잖아."말하면서 당장 드레스룸에서 옷을 가져와 갈아입어 볼 기세였다."그거 입고 복고풍 파티 나가려고?"박희수가 혀를 찼다."그것도 그렇네. 지금 새로 맞추기엔 시간이 없잖아. 아이고, 지금 나가서 사올까?"허설아가 더 이상 못 들어주겠다는 듯 끼어들었다. "어머님, 지금 시간이 몇 신데요. 두 분 밤 꼬박 새우실 거예요?"뒤에 아들 내외가 서 있는 걸 본 권정우와 박희수는 약간 머쓱해졌다."자야지, 자야지."허설아가 못 말린다는 듯 말했다."그냥 연희 세 살 생일일 뿐이에요. 너무 긴장 안 하셔도 돼요. 앞으로 생일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요, 지겨울 정도로 같이 쇨 수 있잖아요."박희수는 그 말만 들어도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허설아가 애를 몇 명만 더 낳아주면 매년 다른 건 안 하고 아이들 생일 챙기기에만 전념해도 좋을 것 같았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박희수는 그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간 채 신나서 권정우를 끌고 위층으로 올라갔다.허설아가 막 씻고 자려는데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박희수가 고개를 쏙 들이밀었다."설아야, 나 내일 이거 입으면 어때?"박희수는 옷이 너무 많아서 전부 휴대폰에 정리되어 있었다. 전문 코디네이터가 세트로 맞춰놓은 것들을 필요할 때면 휴대폰에서 골라 도우미한테 가져오게 했다.허설아가 진지하게 보더니 뒤로 몇 장 더 넘겼다."이거 입으세요. 옷깃이 연희가 내일 입을 드레스 패턴이랑 똑같아요. 손님들이 딱 보면 연희 할머니인 줄 알 거예요.""그래? 좋은 생각이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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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권지헌한테 감정이 남아 있어서이긴 했지만 예전만큼 애정이 깊지는 않았다.이미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는 건 분명 볼품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저도 모르게 자꾸 허설아의 모든 것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권지헌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자기야, 언제쯤 공개할 수 있어?""이미 공개했잖아?"결혼 상대가 누구인지만 모를 뿐 권지헌이 결혼했다는 사실은 세상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미디어 앞에서 당당하게 결혼반지를 공개했으니 모를 사람이 없었다.그 반지가 그날 입은 수트보다도 저렴한 거였는데도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처럼 애지중지했다. 권지헌이 고개를 저었다."그거랑 달라. 네가 내 아내라는 걸 공개하고 싶어.""지금은 안 돼.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허설아는 출근할 때마다 문 앞에 기자들이 몰려있는 걸 원하지 않았다.한두 번은 대처할 수 있어도 자꾸 반복되면 정말 피곤했다.게다가 권지헌의 이름을 빌려 자기 사업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권지헌의 아내라는 타이틀은 너무 눈에 띄었다.아직은 튀지 않게 있어야 할 때였다.권지헌도 허설아 마음을 이해했다.예전에는 권지헌이 여자친구라고 공개하지 않는 게 허설아 마음에 걸렸었다.지금은 권지헌이 공개하자고 쫓아다녔고 허설아가 거절하는 쪽이었다.그 순간, 권지헌은 그때의 허설아가 얼마나 불안했을지 비로소 실감했다.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조건 사귀기 시작한 첫날부터 온 세상에 알릴 것이다. 허설아가 자기 여자친구이고 나중에 그의 아내가 될 사람이라고.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다. 권지헌이 조용히 말했다."자기야,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 줘. 응?"대답이 없었다.허설아는 이미 품 안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다음 날 이른 아침.연희는 성에 사는 작은 공주님처럼 꾸며져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허민정과 박희수가 공들여 꾸민 것이었다.연희도 마음에 쏙 들어 하며 거울 앞에서 빙빙 돌았다. "마법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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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권호성은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가 아주 엄숙한 인상이었다. 과묵하고 딱딱한 데다 입꼬리가 아래로 처져 있어서 아이들이 제일 무서워할 법한 얼굴이었다.웬만한 아이들은 권호성을 보면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하지만 연희는 조용했다.잘생기진 않은 할아버지지만 놀라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권지헌과 허설아의 딸답게 연희는 부모의 장점을 많이 물려받았다.어릴 때 활발하고 씩씩했던 허설아는 아주 활동적이었다. 반대로 권지헌은 차분하고 의젓해서 감정 기복이 거의 없었다.결국 권호성이 먼저 참지 못하고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정우야, 이 아이 이름이 뭐냐?""연희예요."권정우는 간단히 이름만 말할 뿐 풀네임인지 아닌지 설명을 하지 않았다. 원래 오늘 다들 권호성을 초대할 생각이 없었다.권지민이 전화를 걸었다가 얘기를 꺼냈고 권호성이 스스로 찾아온 것이었다. 그렇다고 쫓아낼 수도 없었다.권호성이 허설아가 아이를 데리고 시집온 게 얼마나 못마땅했으면 직접 걸음까지 할 줄은 권정우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권호성도 그냥 물은 것이었다.계집아이 이름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그저 권지헌의 태도가 궁금했던 것이었다.권지헌은 지금 권씨 집안을 이끄는 사람이었다.짧은 시간 안에 권지헌을 대신할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지금 권씨 집안 손자들 중에 권지호는 착실하지만 평범한 정도였다. 크게 실수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능력인 사람이었다.권지혁은 지나치게 활발하고 어디로 튈지 몰랐다. 머리는 똑똑하지만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배짱이 없었다.권지민은 예민하고 속으로 갈등이 심했다. 권씨 집안 자식이긴 하지만 솔직히 어디 내놓긴 힘든 존재였다. 어차피 여자인 권서진은 언젠가는 시집가는 것으로 권씨 집안 사업에 도움이 되어야 했다. 권호성은 권지헌을 포기할 수 없었다.눈 달린 사람이면 다 알 수 있었다. 권호성이 이번에 생일 파티에 참석한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속셈은 화해하러 온 것이었다.권정우도 알고 있었지만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권정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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