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421 - Chapter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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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허설아가 권지헌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앉아 있어, 내가 문 열게."이렇게 계속 쉬지도 못하고 일하다간 몸이 버텨내지 못할 것 같았다.문을 여니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권정민이 문 앞에 서 있었다. 허설아를 보고 크게 놀란 눈치였다.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권정민이 손에 들고 있던 크라프트 봉투를 허설아에게 건넸다."전에 약속했던 신혼 선물, 미리 주는 거야. 지헌이 푹 쉬게 해줘. 오늘 밤 벨기에로 갈 거야, 남은 일은 내가 처리할게."허설아가 봉투를 받았다.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입장이 아니었다. 어차피 권씨네 핏줄도 아니고 손아랫사람이기도 했다.권정민이 마음을 읽은 듯 장난치듯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 이 영화 일은 아니야. 지헌이한테 촬영 안 한다고 약속했으니 더 이상 촬영 안 해. 벨기에에 내가 잘 아는 투자자들이 있어서 먼저 얘기해 보려고."방 안에서 권지헌의 피곤에 찌든 목소리가 들렸다."알겠어요."권정민이 떠난 뒤, 허설아가 문을 닫고 들어갔다.크라프트 봉투를 권지헌에게 건네며 물었다. "자, 직접 열어봐."권지헌이 봉투를 열었다. 권정민의 지분 양도 증서였다. 각종 공증을 거쳐 권지헌 명의로 변경한 것이었다. 날짜를 보니 한 달 전부터 권정민이 준비한 듯했다. 신혼 선물이라고 했지만 진작 마음먹고 준비해 둔 걸 핑계 삼아 건넨 것이었다.권지헌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할아버지는 원래 그걸 다시 가져가서 자기 손에 쥐고 있으려 했었어."그걸로 권지헌을 쥐락펴락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런데 권정민이 자기 지분을 전부 권지헌에게 넘길 줄이야. 권지헌이 허설아의 허리를 끌어당겨 함께 누웠다.권지헌이 허설아를 안고 폭신한 이불 속으로 파묻혔다. 구름에 폭 싸인 것 같았다."나랑 같이 좀 자자."허설아는 열세 시간 비행 동안 비행기 안에서 제대로 쉴 수도 없었기에 그냥 일을 했다.그래서 지금 온몸이 다 뻐근했다.마침 잘 됐다 싶었던 참에 같이 잠을 잤다. -밤이 깊어지고, 강 위로 한없이 찬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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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프랑스에서 며칠 머물다가 건영시에 돌아온 허설아는 온몸이 편안해졌다.역시 집이 최고였다.권지헌은 새로운 지분을 얻은 데다 권정민이 투자자를 찾는 데 성공하면서 돌아오자마자 또 며칠째 얼굴을 볼 수 없었다.허설아 회사 쪽에도 문제가 터졌다."대표님, 물건이 도난당했어요. 창고 전수 조사했더니 입고는 분명히 됐는데 아침에 와보니 없어요!"허설아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그토록 경계하고 대비했는데도 결국 막지 못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권지헌이 연결해 준 전문 경호 팀은 어젯밤 밤늦게부터 배치됐다.이른 저녁에는 경호팀이 가져온 장비가 아직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 사이에 사고가 난 것이다. 회사에 도착해서 모든 CCTV를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비서가 벌벌 떨면서 말했다."대표님, 그날 밤 민지강 씨가 경비실에 있었는데 오늘 출근을 안 했어요. 어머니가 입원하셨다면서요. 어떻게……"허설아가 미간을 가볍게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저렇게 많은 물건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는 없어요. 일단 신고 먼저 해요. 증거도 없는데 멋대로 추측하지 말고요."근거도 없이 그 누구든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증거만이 용의자를 지목할 기준이 될 수 있었다.송원영이 사무실로 들어왔다."신고는 제가 이미 했어요. 근데 도난당한 그 원자재를 다시 만들어주겠다는 공장이 없어요."잃어버린 물건은 다시 되찾을 수 있으면 제일 좋았다. 하지만 우선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같은 물건을 새로 만들어줄 공장을 찾아야 첫 번째 주얼리 납기를 맞출 수 있었다. 탈피 시리즈에는 어떤 흠도 허용할 수 없었다.송원영도 표정이 굳어 있었다."전에 발주한 물건들 단가가 높고 불량품은 하나도 안 받겠다고 했더니 이번에 그 공장에서 요구가 너무 높다고 거래를 안 하겠대요. 다른 공장들도 몇 군데 찾아봤는데 다 똑같은 답이에요."타이밍도 절묘하고 물건도 사라지고 공장도 나 몰라라 하다니. 우연이라고 하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다. 송원영도 수상하다는 걸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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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알겠습니다."오후가 되자, 경찰 쪽에서 CCTV 분석을 통해 원자재를 훔친 사람들을 특정했다. 한 명이 아니라 공장 직원 여러 명이었다.흔적을 남기지 않은 이유는 사람들이 몸에 직접 숨겨서 나갔기 때문이었다.개미가 먹이 나르듯 조금씩 빼돌리다 보니 금세 구멍이 났다.경찰이 현장에 있던 해당 직원들을 찾아갔더니 바로 잘못을 자백했다.누군가 돈을 많이 줄 테니 원자재를 빼돌려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다들 공장 라인에서 일하다 보니 원자재 부품 몇 개 없어져도 티가 안 난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제시한 돈이 너무 거액이었다. 조금씩 빼내다 보니 구멍도 점점 커진 것이다.허설아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원자재를 잃어버린 것보다 경쟁사가 제품의 디자인과 원자재를 알게 됐다는 게 더 치명적이었다.다행히 잃어버린 건 작은 부품들뿐이었다.허설아는 심신이 지치는 기분이었다.연루된 직원들을 경찰에 넘기고 절도 가격에 따라 처리하도록 했다. 창고에 남아 있는 원자재를 전수조사하고 나서 공장을 나설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공장을 나서는데 앞이 많이 어두웠다.강한 손전등 불빛이 앞을 비추더니 민지강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머리에는 온통 땀이었다."대표님, 물건 도난당했어요?"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찾긴 했는데 쓸 수는 없게 됐어요. 어머니는 어때요?""우리 엄마 오래된 병이라 입원했어요. 아내가 곁을 지키고 있어요. 공장에 일이 생겼다는 말 듣고 바로 달려왔어요!"경찰이 특정한 직원들 명단에 민지강은 없었다.허설아는 민지강과 나란히 공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도난 얘기를 하던 민지강이 갑자기 무언가 번뜩 떠오른 듯 말했다."생각났어요, 전에 어떤 사람이 저를 찾아와서 안 바쁠 때 공장 내부와 대표님 사무실 같은 데 찍어달라고 했어요. 정신 나간 사람인가 싶어서 그냥 무시했어요."민지강은 그런 복잡한 속셈 따위를 알아챌 사람이 아니었다.사무직도 아니고 경비 일을 하는 자기가 하릴없이 허설아 사무실에 들어가서 뭐하나 싶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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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차에 올랐을 때는 새벽 세 시 반이었다.건영시의 겨울밤은 길었다.한창 깊은 밤인 이 시간엔 도로에 안개가 깔려 가로등 빛이 무색할 정도로 시야가 흐릿했다. 차 라이트가 앞을 환하게 비췄다.이 시간에 권지헌이 온 게 허설아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 너무 늦긴 했다.아무리 야근이라도 밤 열 시를 넘기는 일은 드물었는데 오늘은 밤을 거의 통째로 새버렸다. "창고에서 일이 생겼어?""응. 첫 번째 물건 모든 부품들이 다 몇 개씩 도난당했어. 그래도 흔하게 쓰이는 주얼리 부품이라 가져가봤자 우리가 어떤 제품을 만들려는지는 알 수 없을 거야."탈피 시리즈 전체 도안을 본 사람은 지금까지 심윤산 장인 한 분뿐이었다.아무리 꿍꿍이가 있어도 이번에 내놓을 주얼리가 어떤 모습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을 거라 허설아는 믿고 있었다. 심윤산 장인이 발설할 리는 없고 권서진과 허설아도 당연히 유출할 리 없었다.허설아는 민지강이 말했던 사람 얘기를 권지헌에게 전했다.그런 사람이 기억나지 않았다.기억 못 했을 리는 없었다. 어릴 때 데생을 배운 이후로 허설아는 주변 사람 얼굴을 의식적으로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당장 생각이 안 나더라도 어딘가에서 봤다면 인상이라도 남을 텐데 전혀 기억이 없었다.권지헌이 말했다."생각하지 마. 내일 조 비서한테 알아보라고 할 테니 일단 집에 가서 쉬어. 나보고 워커홀릭이라더니, 이렇게 밤을 새우다가는 나중에 우리 둘 다 같이 입원하고 말 거야."나쁘지 않네. 같은 병실에 있으면 연희가 병문안 오기 편하잖아."집에 도착했을 때는 4시 15분이었다.둘째네 별채를 지나다 힐끗 쳐다본 허설아는 2층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발견했다. 이 시간에도 잠을 안 자다니, 권씨 집안 자식들은 강철로 만들기라도 한 거야?아니면 아예 잠이 필요 없는 사람들로 진화한 거야? "권지헌, 너희 집안 사람들은 다 이렇게 독하게 살아?"권지헌이 무심하게 쳐다보더니 시선을 거두며 코웃음을 쳤다."다른 남자는 신경 쓰지 마."허설아가 눈썹을 치켜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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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권정민이나 권정열처럼 굴었다간 권씨 집안에서 완전히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권지민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기야말로 권정민의 아들인데 왜 갖고 있는 지분을 전부 권지헌한테 넘겨버린 거야!이번에 프랑스까지 따라간 건 투자 문제이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권정민이 고아현과 결혼하기 위해 자기 지분을 전부 내놓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권호성이나 권지호가 아니면 자기한테 줄 거라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일전 한 푼도 받지 않고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권지헌한테 양도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권지민은 가슴속에 뒤틀린 채 치밀어 오르는 비참함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서재 거울에 권지민의 모습이 비쳤다.거울 속 안색이 창백한 남자는 긴 앞머리로 이마에 난 흉터를 가리고 있었다.어릴 때 권지혁과 함께 놀다가 실수로 넘어져서 생긴 자국이었다.권지민은 얼굴에 있는 모든 흔적을 필사적으로 감추려 했다. 자신에게 오점이 더 늘어나는 걸 결코 허용할 수 없었다. 하물며 눈에 차지도 않는 여자는 오점이 될 자격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라면.권지민의 머릿속에 그날 밤 차 안에서 스치듯 보았던 허설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도 모르게 호흡이 거칠어졌다.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졌다.-다음 날, 권지헌 사무실.조민규가 입을 열었다. "대표님, 사모님 말씀대로 조사해 봤는데 그런 사람은 찾지 못했어요. 공장 근처에 버젓이 나타났는데 경찰이 CCTV에서도 확인하지 못한 걸 보면 나타날 때 변장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직원들한테 건넨 돈도 전부 현금이었고요."이렇게 빈틈없이 움직인 걸 보면 처음부터 작정한 것이 분명했다. 허설아 공장을 아예 없애버리려는 게 목적이었다.권지헌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눈빛이 싸늘해졌다. "계속 알아봐요.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어요. 반드시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알겠습니다."조민규가 잠시 머뭇거리다 허설아와 같이 점심 먹던 날 들었던 얘기를 꺼냈다.권지헌의 눈을 치켜뜨더니 싸늘하게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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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일주일이 지났다.송원영이 새로 제작한 부품들을 가지고 돌아왔고 권서진과 김지유도 건영시로 돌아왔다.권서진이 허설아 사무실에 앉아 등에 메고 있던 마대자루에서 신선한 송이버섯 한 봉지를 꺼내 허설아 앞에 내밀었다.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언니, 내가 직접 캔 거예요! 나무 밑에 숨어 있는 버섯 처음 봤어요!"허설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이렇게 많이 캐왔어요?""지유 씨가 이게 비싸대요. 예쁘게 생긴 것들도 있었는데 캐려고 하니까 못 캐게 하더라고요."김지유가 옆에서 말했다."그거 캐왔으면 이미 어디 찬곳에 누워 있겠죠." 산에서는 예쁘게 생긴 버섯일수록 독이 있었다.처음 산에 들어갔을 때 흙길이 익숙하지 않았던 권서진은 하마터면 다른 산으로 미끄러질 뻔했다.반대로 김지유는 아주 안정적으로 걸었다. 권서진에게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신발을 벗고 빨간 고무 장화를 신으라고 했다. 강창희 장인은 처음에 두 사람을 보고 산 토박이라고 생각했다. 얘기를 나누고 나서야 권서진이 권씨 집안 딸이라는 걸 알았다.스스로를 시골 아낙처럼 만든 것이었다.그런데 꾸밈없고 소박한 모습이 오히려 강창희 장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장인이 도안을 꺼내보라고 했다. 온몸이 흙투성이에 옷도 찢어졌지만 도안만큼은 구김 하나 없이 깨끗했다.탈피 시리즈 디자인을 본 강창희 눈에도 감출 수 없는 놀라움이 스쳤다.이렇게 영감이 넘치는 디자인은 오랜만이었다.심윤산 영감이 병상에 누워서도 직접 꼭 보라고 했던 이유가 있었다.도안을 본 강창희는 권서진과 며칠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송원영이 물었다."강 장인님이 동의했어요?"며칠 동안 권서진과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전화를 해도 신호가 좋지 않아 말이 뚝뚝 끊겼다.김지유가 산에서 자란 덕분이 아니면 나오는 길도 못 찾았을 것이다.권서진이 싱글벙글 웃었다."하신다고 했어요!"권서진은 항상 스스로를 주얼리 디자인 문외한이라고 생각해왔다.주얼리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성숙한 주얼리 브랜드를 자기 힘으로 운영해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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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후속 업무를 정리하고 사람들은 허설아 사무실을 나갔다.허설아의 비서가 노크하고 들어왔다."대표님,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 중에 몇 명이 선처해 주실 수 있냐고 묻네요." 허설아가 잠깐 멈칫하더니 비서가 내민 명단을 받아 들었다.몇 명은 전에 연동근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며 다시 돌아와 일하고 싶다던 직원들이었다.전에 허민정이 물었을 때, 허설아는 지켜보다가 적당한 일자리에 배정하겠다고만 했었다.마음속에 응어리가 있었던 것이다.연동근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나서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자기 몸 지키는 게 틀린 건 아니지만 힘들 때는 외면하다가 괜찮아지니까 득달같이 몰려오는 꼴이 영 마음에 걸렸다.명단을 보니 역시나였다. 허설아는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설아가 명단을 비서에게 돌려주며 거절했다."안 돼요. 법은 사사로운 감정으로 휘둘리는 게 아니에요.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 우리 허준 그룹에는 이런 직원들 필요 없어요.""알겠습니다."이번 일 이후, 민지강처럼 정식으로 허준 그룹에 입사하는 직원들도 생겼다.반면 일부는 안타깝게도 구속되고 말았다. -저녁에 허설아가 퇴근해서 회사를 나서는데 앞에 차 한 대가 서 있었다.송원영이 회사 건물을 나오자 운전석에 있던 남자가 차에서 내려 차 문을 열어줬다.허설아가 눈썹을 슬쩍 올렸다.송원영은 허설아를 보고 잠깐 멈칫하더니 서은석을 끌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서은석이 말했다."지헌이 마중 안 왔어요?""직접 운전해서 갈 거예요. 매번 오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그러면 우리 차 타요. 먼저 데려다줄게요."허설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나도 운전 실력이 나름 괜찮아요. 두 사람 데이트 방해하지 않을게요."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걸 봤는데 굳이 끼어들 필요가 없었다.권서진은 요 며칠 전의가 넘쳐서 집에도 안 가고 회사에서 야근하고 있었다.별채로 돌아오니 박시연이 연희와 모래상자 놀이를 하고 있었다.아이가 너무 어려서 모래상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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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약혼식은 설 연휴 직전으로 정해졌다.장소는 권율 그룹 계열 호텔이었다.권정민은 그날 촬영이 있어서 시간이 없다며 권지민과 한예린에게 백년해로 하라는 축하만 전했다. 권정우는 아들 약혼식에 아버지가 참석하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한참을 타일렀다. 여자 집안에서 권씨 집안이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오해하면 큰일이었다. 그런데 권정민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다들 알 텐데 꾸역꾸역 약혼식에 참석해 봤자 여자 집안이 더 불편할 거라고 했다. 전화를 끊은 권정우는 물을 몇 잔이나 벌컥벌컥 마시고 나서야 겨우 화가 가라앉았다."다 변명이지. 한씨 집안이 정민이가 밖에서 벌인 일을 모르겠어? 그래도 결혼을 시키겠다는 건 신경 안 쓴다는 거잖아."박희수가 한숨을 쉬며 등을 두드려줬다."한씨 집안도 스캔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잖아? 진짜 따져보면 누가 누굴 욕할 처지가 아니야. 그리고 둘째가 고아현을 데리고 온다고 생각해 봐, 약혼식을 할 수나 있겠어?"권정우가 생각해 보니 그 말도 맞았다.권정민이 고아현을 데리고 권지민과 한예린 약혼식에 나타난다면...... 참석한 권씨 집안 친척들 중에 가까운 사람들은 고아현 얼굴을 보는 순간 고연정과 얼마나 닮았는지 바로 알아챌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니 오지 않는 게 맞았다. 고연정은 참석할지 말지 계속 아무 답이 없었다.권정우도 신경 쓰기 귀찮았다.박희수가 내려놓은 듯 말했다. "어차피 아버님이 직접 추진한 약혼이니까 아버님만 오시면 되는 거야."권정우가 한숨을 쉬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권정민이 지금 뭘 한다고 형인 권정우가 관여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박희수가 권정우가 매일 먹는 고혈압 약을 챙겨왔다. "아버님은 원래 여자 보는 눈이 없었으니까 두고 봐. 그 아가씨가 들어오면 집 안이 시끄러워질 거야."그나마 진작 분가를 해서 다행이었다.시끄러워져도 둘째네 별채에서 끝날 일이고 본채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하면 되었다. 권정우가 약을 먹으며 피식 웃었다."그것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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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권지민은 잘 알지 못하는 여자였다. 첫 만남에서 한예린은 권지민한테는 별 관심이 없고 오히려 틈만 나면 권지헌에 대해 물어봤다.권지민이 차분하게 말했다."나한테 관심 없으면 큰형 직접 찾아가 봐. 근데 형은 자기 결혼 생활 망가뜨리는 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한예린이 멈칫했다.고개를 돌려 뒤에 앉아 있는 권지민을 빤히 쳐다봤다.비교해 보면 권지민과 권지헌은 차이가 너무 컸다.아니.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한예린이 권지민과 결혼하겠다고 한 건 더 좋은 신분으로 권지헌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였다.권지헌한테 아내가 있는 건 상관없었다. 어차피 권지헌도 한예린이 제수라는 걸 개의치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속내를 드러낼 수는 없었다.한예린이 웃으며 말했다."결혼한 남자한테는 관심 없어. 너랑 약혼하기로 했으면 너를 선택한 거지."권지민이 시선을 올렸다. 권지민은 눈이 권정민을 닮아서 약간 삼백안이었다. 눈을 위로 들어 쳐다볼 때 한예린은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잠시 후 권지민이 시선을 거두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면 됐어.""나 못 믿어?""믿기야 하지. 다만 우리가 곧 약혼을 하는 만큼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았으면 해서. 약혼식 기다리지 말고 요즘 바로 들어와서 같이 살아."한예린의 얼굴에 기쁜 기색이 돌았다.권지민이 시선을 내려 어두워진 눈빛을 감췄다.한예린한테 진심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건 권지민 본인도 마찬가지였다.-일주일 후, 권지민과 한예린의 약혼식이 예정대로 진행됐다.아이가 너무 어렸기에 권지헌은 연희를 데려가지 않고 전서준을 집으로 불러 연희와 같이 놀게 했다.출발 전에 권지헌이 박시연 팀에게 꼼꼼하게 당부했다.박시연은 당부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권지헌은 연희한테 쏟는 정성이 대단했다.허설아도 미처 신경 못 쓰는 부분이 있는데 권지헌은 시간이 날 때면 연희 옷 소매 단추 하나가 떨어진 것도 놓치지 않았다.박시연이 권지헌의 당부 사항을 다시 한번 복창했다.아이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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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거리낌없이 훑어보는 고연정의 눈빛은 약간 노골적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허설아를 살펴보고 있었다. 몸매도 좋고 얼굴도 볼수록 매력이 있었다. 특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을 끄는 힘이 있는 눈빛에 고연정은 흥미가 생겼다.권지헌을 휘어잡을 수 있는 여자라...... 뭔가 남다른 구석이 있을 거라는 건 고연정도 인정했다.허설아는 고연정이 쳐다보는 눈빛이 불편했다.그 자리에서 바로 고개를 저었다."작은어머니, 저는 신부나 지민 도련님과 모두 잘 알지 못해서 사양할게요. 저희 어머님한테 여쭤보실래요?" 고연정은 멈칫하고 말았다.허설아가 호텔 입구에서 호의를 이렇게 바로 거절할 줄은 예상치 못한 듯했다. 권지헌이 씩 웃으며 팔짱을 끼고 있던 허설아의 팔을 내려 손깍지를 꼈다. "저희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엄마가 뒤에 차로 오고 계시니까 같이 신부 보러 가시면 될 것 같아요."말을 마친 권지헌은 고연정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설아를 데리고 들어갔다.고연정이 미간을 찌푸린 채 두 사람을 바라봤다. "야"하고 불렀지만 부부는 돌아볼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뒤따르던 차가 멈춰 서더니 차 문이 열렸다.박희수는 고연정을 보고 반가워했다."어떻게 왔어? 안 오는 줄 알았는데.""그래도 친아들 약혼식인데 어떻게 안 오겠어요."고연정이 어색하게 웃었다.안 오려 한 게 아니라 요즘 얼굴이 처져서 주사도 맞고 시술을 받아서야 겨우 조금 나아진 것이었다. 하지만 금방 주사를 맞은 탓에 표정을 자유롭게 짓기가 어려웠다.박희수의 환한 안색을 저도 모르게 더 눈길이 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박희수는 얼굴에 바늘 자국이 하나도 없었다.고연정이 물었다."형님은 피부 관리 따로 안 해요?""안 해. 그 시간에 잘 먹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는 게 어떤 시술보다 나아."거기다 박희수는 요즘 기분이 좋았다.사람은 좋은 일이 생기면 표가 나는 법이었다. 박희수는 십 년 전보다도 안색이 좋고 세월의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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