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그 프로젝트가 전에 중단됐던 건 자금 흐름과 기술 모두 준비가 안 돼서였어요.""이번엔 프랑스 쪽 투자를 유치할 자신이 있어요. 기술 쪽으로도 현지에서 엔지니어를 파견해 준다고 했고요."권지헌의 눈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기색이 역력했다."뭘 가지고 유치할 건데?"권지민이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아빠가 곧 프랑스에 영화 촬영하러 가시는데 저도 일주일 휴가 내서 같이 가려고요. 촬영지가 바로 투자사가 있는 곳이거든요."예술 영화를 찍는 권정민은 각 나라를 돌아다니며 촬영했다.상도 꽤 탔지만 번 돈도 거의 다 영화에 쏟아부었다. 권율 그룹에서 매년 배당금이 나와도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그 영화들에 고스란히 들어갔다. 전에 권지헌도 찾아서 본 적이 있었다.영화 리뷰 댓글 중에 이런 게 있었다."지금 너무 정신이 멀쩡해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이해 못 하겠다, 취하고 나서 다시 봐야지."권지헌도 공감했다.권정민이 프랑스로 촬영하러 간다는 건 권지헌도 알고 있었다.영화의 여주인공이 리틀 고연정, 고아현이라는 것도 알았다.권지헌이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삼촌이랑 같이 가겠다고?""네."권지민이 같이 간다는 건 하루 종일 권정민과 고아현과 함께 부대껴야 한다는 뜻이었다. 따지고 보면 권지민과 고아현은 명목상 남매였다.하지만 머지않아 자칫하면 이상하게 꼬인 관계의 새엄마와 의붓아들이 될 수도 있었다.권지민 본인도 아직 고아현의 정체를 모를 것이었다.하지만 고연정을 빼닮은 얼굴인 건 누가 봐도 명확했다.권지민이 불편하지 않다면 권지헌도 굳이 뭐라고 할 이유는 없었다."가봐. 투자 받아오면 외근으로 처리하고 못 받으면 개인 휴가로 처리할게.""알겠어요, 고마워요, 형. 그럼 형, 형수님 먼저 나가볼게요."권지민이 나간 뒤 권지헌이 한숨을 내쉬었다.잔을 들어 커피를 마시려는데 허설아가 말했다. "커피 너무 많이 마시지 마."권지헌이 자리에서 일어나 체념한 듯 잔을 씻으러 갔다.허설아가 뒤를 따라 휴게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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