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규는 속도를 높여 빠르게 앞 차를 따돌렸다. 코너를 도는 순간, 뒤차 운전자가 앞을 바라보았다. 눈을 살짝 내리깐 차 안 여자의 얼굴을 휴대폰 빛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반듯하고 세련된 옆모습에 뒤로 느슨하게 묶은 머리, 옆에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이 새하얀 목을 더 돋보이게 했다. 가로등 불빛이 허설아의 옆모습을 눈부실 정도로 하얗게 비추었다.휴대폰에 메시지가 온 건지 허설아가 생긋 웃었다. 그 순간, 권지민은 허설아의 볼에 얕게 패인 보조개를 보게 되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차는 금세 지나쳐버렸다.허설아의 시선은 단 한 순간도 뒤에 있는 차로 향하지 않았다.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권지민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라이터를 켰다. 불꽃이 담배 끝을 태우며 차 안에 연기가 피어올랐다.조금 전, 대표 사무실 앞을 지나다 야근 중인 권지헌을 보게 되었다. 권지헌은 모니터를 주시하며 허설아에게 연락 중이었다.다정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말투였다."자기야, 나 오늘 야근이야. 조 비서한테 데리러 가라고 했으니 오늘 밤 나 기다리지 말고 자. 자기 전에 작은 냉장고 안에 약 꼭 챙겨 먹어. 오메가3랑 칼슘제도 다 소분해서 넣어뒀어."끝도 없이 꼼꼼하게 챙겼다. 자기 전에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하는지까지 일러뒀다.연희한테도 마찬가지였다.허설아와 통화를 마친 권지헌은 연희 키즈 워치로 또 전화를 걸었다.다정하고 인내심 있게 엄마가 약 먹는 거 잘 챙겨보라고 당부까지 했다.권지헌 목소리가 크지 않았고 사무실에도 비서팀 직원 몇 명뿐이었다.다들 묵묵히 자기 일에 집중했다.마치 이 모든 게 이제는 익숙한 듯했다.권지민은 대표 사무실을 지나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들린 권지헌의 목소리에서 따뜻하고 행복한 세 식구의 모습을 엿보게 된 것이다.권지민은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것이었다.신분이 애매해서 권지호만이 신경 써줄 뿐이었다. 같은 신분인 연희는 저렇게 많은 걸 소유할 수 있는데 왜 권지민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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