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全部章節:第 581 章 - 第 590 章

754 章節

제581화

허설아도 다 알고 있었다.그동안 표적이 되고 함정에 빠졌던 게 결국은 허설아와 권서진 모두 권씨 가문 사람이기 때문이었다.특히 권서진이었다.누군가는 권서진이 주얼리 분야에서 자리 잡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àl'aube라는 브랜드를 망가뜨리려 한 것이다.허설아가 진지하게 말했다."나는 서진 씨가 필요하고 서진 씨한테도 àl'aube가 필요해. 내가 서진 씨랑 손잡는 건 필연적인 일이야. 우리가 결혼하지 않았어도 서진 씨랑 손잡았을 거야. 이 모든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거 알겠어? 권지헌 씨."권지헌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고 허설아를 끌어안았다."그냥 네가 대학교 때랑 좀 다른 것 같아서 그래."허설아가 잠시 멈칫했다.학생 때와 지금이 다른 건 사실이었다.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만큼 걱정도 없었다.지금은 달랐다. 자기 사업이 있고 아내이자 엄마로서 눈을 뜨면 아이를 챙기고 잠들기 전에는 머릿속에 온통 회사 일이었고 또 시시각각 권지헌 생각을 했다."너도 예전이랑 달라.""어떻게 달라? 잠자리에서?"허설아는 말문이 막혔다.솔직히 말하면 학생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야 얼마든지 꼽을 수 있었다. 다만 유독 그것 만큼은 전혀 달라지 않은 건 물론이고 오히려 더 집요해졌다. 권지헌은 허설아가 이유를 말할 때까지 놔주지 않으려 했다.허설아가 손을 들어 권지헌 뺨을 가볍게 한 대 쳤다."사인 다 했으면 집에 가자!"그리고 일어나 휴게실로 들어가 부족한 게 없는지 살폈다.밖에서 손가락으로 뺨을 만지막거리던 권지헌은 잠시 후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권지헌 머릿속에 문득 전에 권지민을 보러 갔을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낮에 권지헌은 권지민 병원에 들렀다. 권지민에게 왜 허설아 공장에 있었는지 따졌다.권지민이 침대에 누워 비열하면서도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형수님 구하러 갔지. 형, 아니면 내가 왜 그랬겠어?" 권지헌이 차갑게 쏘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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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다음 날 이른 아침.도심 밖 산속의 사찰은 막 여명을 맞으며 문을 열었고 주홍색 대문에는 아직 이슬이 맺혀 있었다.어린 제자가 하품을 하며 빗자루를 들고 나와 마당을 쓸려는데 문 밖에 한 남자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제자가 아직 문을 열기 전이라며 막으려는데 뒤에서 사부의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오라고 하거라."어린 제자가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들어오시지요."권지헌이 사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짙은 붉은색 도복을 걸친 나이 든 스님이 환하게 웃으며 권지헌을 바라봤다."참으로 오랜만입니다, 권 대표님. 사업이 아주 번창하셨군요."스님이 옆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권지헌은 이슬이 맺혀 있는 것도 개의치 않고 털썩 앉아 입을 열었다."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저와 제 아내가 궁합이 맞는지, 아니면 제가 아내와 상극인지 알고 싶습니다." 스님은 살짝 놀란 듯했다.이내 권지헌 얼굴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권 대표님 사주에는 아내와 상극인 기운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내가 잘되게 돕는 것도 아니네요. 아내분과는 서로 의지하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이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놀랍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절대 이런 질문은 안 하셨을 분이셨잖아요." "아내분이 대표님께 참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셨군요."몇 년 전, 권지헌과 서은석은 집안 어른들을 따라 사찰에 온 적이 있었다.그때 스님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에게 괘를 뽑아 사주를 봐줬었다.어릴 때부터 이런 걸 믿지 않았던 권지헌은 그때도 스님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뻔한 사기극이라고만 생각했다.두 집안 어른들은 마음의 안식을 위해 사찰의 불상에 금칠을 새로 하고 큰돈을 기부했다.권지헌 눈에는 그저 명분을 내세워 선행을 베푸는 것에 불과했다.그때는 전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하지만 어젯밤은 달랐다.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온통 허설아와 상극이라는 권지민의 말뿐이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돈을 얼마나 들이든 이 인연의 업을 끊어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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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연애 문제라면 권지헌이 전문가도 아니니 서은석이 알아서 고민하게 둘 수밖에 없었다. 권지헌 성격을 잘 아는 스님이 웃음을 지었다."그렇겠지요. 대표님의 아내분과 아이도 무탈합니다. 오히려 대표님이 본인 일에 더 신경을 쓰셔야 할 것 같네요."권지헌은 마음속 의심의 실마리는 이미 풀려있었다.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권지헌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의 먼지를 털었다. 이슬이 옷에 살짝 배어 축축했다.그때 권지헌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집사람과 딸이 무탈하다면 다른 건 크게 관심 없습니다."스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사주에 타고 난 형제간의 다툼과 어른들의 무관심이겠지.어차피 타고난 모든 건 바꿀 수 없다고 하니 억지로 강요할 생각도 없었다.게다가 처음부터 이미 다 정해진 일이었다.권지헌의 여자한테 손을 댄 순간부터 형제든 어른이든 더 이상 고민할 대상이 아니었다.지금 이 순간,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설 생각은 없었다.권지헌이 걸음을 옮기려는데 스님이 뒤에서 불렀다."권 대표님!"권지헌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살짝 돌리자 스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희 사찰의 야채 만두가 참 맛있는데 가족분들한테 드리게 좀 챙겨가세요!" -사찰 로고가 찍힌 비닐봉지에 담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가 별채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아침에 일어난 허설아는 만두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애 이모가 가서 사 온 거예요?""그럴 리가요? 여기 만두가 완전 핫해져서 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조금만 늦어도 품절이에요. 대표님이 아침 일찍 나가더니 사 오셨어요. 본채에도 좀 드렸어요, 큰 사모님이 좋아하시거든요."허민정이 놀라며 말했다."지헌이가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만두를 사 왔다고? 네가 어젯밤에 먹겠다고 졸랐어?"허설아는 억울했다."유명한 맛집 만두인지도 몰랐는데 뭘 어떻게 졸라요?"게다가 허설아가 만두 먹겠다고 남편 단잠을 깨우는 여자도 아니잖아?욕실에서 나오던 권지헌이 머리카락에 맺힌 물기를 닦으면서 말했다."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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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허설아는 말문이 막혔다.살 찌게 해달라고 비는 사람이 어딨어!그런 소원을 정말 들어준다고?권지헌이 머리가 어떻게 됐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을까? 허설아는 왠지 손목의 실 팔찌가 신경 쓰였다. 황당해하는 허설아와 달리 허민정은 오히려 너무 잘됐다며 죽을 한 그릇 가득 떠주었다. 절대 남기지 말라고 하며 덧붙였다. "사람이 기분 좋고 몸이 건강하면 밥맛 없을 리가 없어. 아니면 음식을 맛없는 거지. 말해봐, 어느 쪽이야? 맞춤 처방 해줄게."요즘은 너무 바쁘고 감정 기복이 심해서 식욕이 없긴 했다. 미애 이모는 전에 오성급 호텔 주방 보조로 일했고 한동안 직접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매년 요리 학교에 가서 새로운 요리를 배워왔으니 실력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연희도 미애 이모 음식이 맛있다고 했으니 요리사 문제일 리 없었다.반년 사이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입맛이 없는 거였다. "너무 말라서 그래. 도대체 왜 살이 안 찌는 거야, 예전엔 안 그랬는데. 너희 아빠 생일 전에 살 좀 찌워야 해. 지금 상태로 보러 가면 분명 꿈에 나타나서 내가 너 구박한다고 할 거야."연동근이 없다는 게 더 실감이 났다.연동근이 살아 있었다면 허설아가 이렇게 힘든 일을 겪으며 야위어 가는 걸 보고 얼마나 마음 아파했을까? 생각만 해도 허민정은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연동근 얘기가 나오자 허설아도 군말 없이 허민정이 떠준 밥을 다 먹었다.잔소리를 늘어놓던 허민정은 허설아가 밥을 다 먹은 걸 보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덕분에 허민정도 만두를 몇 개 먹었다.-허설아가 액셀을 밟아 àl'aube 공장으로 향했다.공장에 도착하니 권서진과 송원영이 먼저 와 있었다.권지헌이 아침에 만두를 너무 많이 사 온 탓에 허설아는 공장에 아침을 못 먹은 사람이 있을까 싶어 미애 이모한테 따로 좀 챙겨달라고 했다. 권서진과 송원영만 신났다. "사찰 만두잖아요. 언니, 아침 일찍 여기까지 사러 갔다 온 거예요?"허설아가 짧게 대꾸했다."지헌이가 사 온 거예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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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권지헌은 권씨 가문에서 미신을 제일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집안 제사가 있을 때마다 장손이면서도 늘 형식적으로만 참여했다.제사를 지낸다고 해서 조상이 보살펴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인생에서 가장 의지해야 할 건 자기 자신일 뿐 이미 세상을 떠난 조상이 아니라고 했다. 이런 말 때문에 권호성한테 된통 혼난 적도 있었다.그런 권지헌이 날도 밝기 전에 산에 올라가 부적을 빌고 기꺼이 부처님을 믿으려 하다니. 곁에서 지켜보는 권서진도 허설아를 향한 권지헌의 말 없는 사랑이 느껴졌다.허설아가 살짝 놀라며 물었다."지헌이 미신을 안 믿어요?""안 믿죠. 게다가 그 도관은 아침에 케이블카도 없어서 걸어 올라가야 해서 엄청 힘들거든요."허설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손목의 붉은 실을 내려다보던 입꼬리에 살며시 미소가 번졌다.달디단 사탕을 먹은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지고 간질간질해졌다. 만두를 베어 물다가 시선을 옮긴 송원영은 공장 밖에 낯익은 차가 세워져 있는 걸 발견했다.권서진도 발견했다. "은석 오빠 왔어요? 원영 씨 만나러 온 거예요?"송원영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서진 씨 찾아온 거겠죠. 차단까지 했는데 왜 나를 만나러 오겠어요." 권서진이 곧장 걸어가서 차창을 두드렸다.서은석이 창문을 내리며 말했다."원영이 있어?"권서진이 거리낌없이 말했다. "있어. 근데 오빠 만나기 싫대." 서은석은 선글라스를 벗자 눈 밑에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와 있었다. 잠을 통 못 잔 것 같았다.며칠 동안 서은석도 마음이 복잡했다.송원영을 차단했을 때는 한창 화가 치밀어서였다. 하지만 막상 후회가 되어 다시 차단을 풀었더니 이번엔 송원영이 서은석을 차단해 버린 것이다.모바일 페이 친구까지 연락처란 연락처는 다 삭제해 버렸다. 화가 나서 모바일 페이 앱 송원영 페이지에 들어가 냅다 친구 추가를 보냈다. 서은석이 두 손을 모으고 싹싹 빌었다."서진아, 부탁이야. 제발 나 좀 도와서 얘기해 줘."권서진이 만두를 베어 물고 다시 돌아가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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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송원영은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서은석 차는 세차를 안 한 지 꽤 됐는지 차창에 얇게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다.먼지를 바라보던 송원영은 자신과 서은석 사이에도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무언가가 가로막혀 있는 것 같았다.어느새 비가 또 내리고 있었다.오늘 송원영은 얇은 외투를 걸치고 안에는 작업하기 편하게 멜빵 바지 차림이었다. 차에 올라탈 때 바지가 뒤로 당겨졌는지 왠지 숨이 막혔다.제일 위 단추를 풀자 그나마 좀 나아졌다.송원영의 담담한 말투 속에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비아냥이 묻어났다. "은석 씨가 원하는 답이 뭔지 모르겠어요. 사귀자고 한 것도 은석 씨고, 갑자기 싸움을 건 것도 은석 씨고, 연락처 차단한 것도 은석 씨잖아요."송원영이 담담하게 말했다."은석 씨가 무슨 생각하는지 짐작하기 싫어요."서은석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몇 달을 사귀었지만 이렇게 마주 앉아 제대로 얘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하필 크게 싸운 뒤일 줄이야. 차 안 히터를 세게 튼 탓에 서은석이 짜증스럽게 옷깃을 잡아당겼다."내 생각을 짐작하라는 아니야. 그냥 무슨 일이 있으면 나를 먼저 떠올리기를 바라는 거야." "내 인생이 사랑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사랑과 일을 뒤섞는 것도 싫고요."서은석이 잠시 침묵했다."다른 사람한테는 도움을 바라면서 왜 나는 안 찾아와?"송원영이 눈을 감으며 속절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서은석 씨." 송원영이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빗물을 쓸어가는 와이퍼를 바라봤다."혹시 주변 여자들이 다 은석 씨 중심으로 돌아야 하고, 은석 씨가 관심이라도 보이면 사랑에 빠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게 은석 씨 말이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실망시켜서 미안해요."서은석이 멍하니 송원영을 바라봤다.그런 뜻이 아니었다.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연애든 여자든 타고난 오만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줄곧 그래왔기에 서은석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지금은 송원영이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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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차용증에 적힌 금액은 삼백만 원이 아니었다. 그동안 서은석이 사준 선물 가격까지 더해서 보기 좋은 숫자로 맞춰서 적었다. 서은석은 잠시 멍해졌다.여자친구한테 돈을 쓰고 선물을 받아줄 때마다 서은석은 기분이 좋았다.송원영의 그런 담담한 부분이 좋았다.그런데 송원영이 선물을 받을 때마다 속으로 가격을 계산하고 있었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혹시 처음부터 다 계획한 건 아닐까. 언젠가 싸우면 받은 것들을 전부 돌려주겠다고 마음먹은 걸까? 서은석은 순간 마음이 답답해졌다. 어느샌가 담배가 다 타들어 가 손가락에 닿으며 피부가 타는 냄새가 났다. 서은석이 무의식적으로 손을 턴 순간, 담뱃불이 차용증에 떨어지며 구멍이 났다. 마침 송원영이 금액을 적은 부분이 깔끔하게 타버렸다.담배꽁초를 창밖 빗속으로 던지고 서은석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내가 적금 붓듯 돈 모아서 한 방에 돈 찾아가려 연애하는 줄 알아?" -공장 안, 기본 생산 라인이 복구된 뒤에도 허설아는 쉽사리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권지헌이 공장 보안 장비 설치 팀을 몇 군데 소개해 줬고 허설아는 그중 한 곳을 골랐다.이번 사고가 생긴 건, 결국 전체 보안 시스템이 허술해서였다. 인화성 물질과 화재 발화 지점이 외부인에게 쉽게 노출되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게다가 송민재가 매수한 직원은 공장 핵심 인력이었고 휘발유가 이미 곳곳에 뿌려졌는데도 아무도 몰랐다.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 생겨서는 안 되었다.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공장을 바라보며 김지유가 핸드폰을 들고 얼굴에 기름이 묻은 채 기계 앞에 선 허설아 사진을 찍었다.그리고 àl'aube 공식 계정으로 게시물을 올렸다."불길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 빗줄기 속에서 꽃을 피운 àl'aube는 언제나 여명을 향해 나아갑니다." 사진에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허설아가 커다란 기계 앞에 서서 고개를 들어 기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 쏟아지는 조명은 마치 하늘에서 강림한 새벽빛 같았고 그 빛을 받은 검은색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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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송원영 차는 너무 작았고 허설아 차는 너무 컸고 김지유는 전동 킥보드였기에 권서진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내비를 찍고 건영시 교외의 황금 도매 단지를 향해 달렸다.김지유가 눈여겨봐 둔 집이 있는 근처였다. 위치상으로는 건영시 범위는 벗어났지만 바로 옆에 딱 붙어 있는 곳이었다.직장인 중에는 생활 편의를 유지하면서 집값을 아끼려고 옆 도시에서 통근하는 사람이 많았다.김지유가 김지수 전학 문제로 뛰어다닐 때, 처음엔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김지수의 테스트 성적을 보더니 재능이 있다는 걸 알고서야 받아줬다.달리는 차 안에서 권서진이 입을 열었다."동생이 다닐 학교를 못 찾으면 사립학교 보내도 돼. 내가 적당한 데 연결해 줄 수 있어."권율 그룹이 투자한 사립학교가 몇 군데 있었다.김지수 성적이라면 사립 학교를 가더라도 장학금으로 학비를 면제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김지유가 고개를 저었다."당분간은 괜찮아요. 이미 학교 찾았거든요.""몇 학년이야?""원래는 중학교 2학년인데 한 학년 월반해서 3학년 다니기로 했어요."권서진은 말문이 막혔다.왜 건영시 최고의 학교가 규정을 깨고 김지수의 편입학을 허락했는지 이제 이해가 되었다. 시골 학교를 다니던 아이가 건영시 진도를 따라갔을 뿐만 아니라 월반까지 한 것이다.이게 천재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김지유는 여전히 골치가 아팠다. "공부는 걱정 안 하는데 외국어가 너무 약해요. 특히 말하기가 약하거든요. 건영시는 외국어 말하기를 엄청 중요하게 보잖아요."권서진이 피식 웃었다."지유 씨 엄마랑 다를 게 없네?""달라요." 김지유가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엄마는 그런 거 아예 신경도 안 쓰거든요."차 안에 잠깐 침묵이 흐르더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권서진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쿵 소리가 나더니 추돌사고가 났다. 권씨 가문 아가씨의 불같은 성질을 건드린 것이다. 권서지은 차를 갓길에 세우고 안전벨트를 풀더니 바로 내려가서 따졌다.다들 차에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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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권서진이 힐끗 쳐다봤다."양준우 씨?""네, 맞습니다."권서진이 남자를 다시 한번 훑어봤다.반듯한 분위기에 눈썹도 짙고 눈도 커서 나름 잘생긴 외모였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아서 괜히 어디 숨고 싶고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권서진이 핸드폰을 넣고 코웃음을 쳤다."나중에 연락할게요. 다음엔 앞을 잘 보고 운전해요!""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권서진이 다시 차에 올라타더니 바로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권서진의 차가 떠나자 양준우는 허리를 굽혀 자기 차 앞 범퍼를 살펴봤다. 마음이 무거워졌다.핸드폰 벨소리가 울리자 양준우가 전화를 받았다. "주임님, 마을 쪽에 폭우로 도로가 막혔어요. 몇몇 주민들이 집에 가족들 못 찾았다고 합니다!" "바로 갈게요."-권서진 차 안, 허설아가 방금 일에 대해 물었다."추돌 사고예요. 뒤차 아저씨가 무슨 일인지 앞을 제대로 안 봤나 봐요. 보험 처리한다고 친구 추가까지 하더라고요. 쯧, 어떻게 배상하나 두고 봐야죠."김지유가 장난스레 말했다."잘생겼어요? 잘생겼으면 서진 씨한테 밥이나 한 끼 사는 걸로 퉁치라고 해요.""잘생기긴 했어." 권서진이 혀를 차며 신나서 말했다. "그런데 나같이 대단한 미녀랑 밥을 먹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하는데 배상까지 퉁쳐준다고? 어림도 없지!" 양준우라는 남자가 확실히 봐줄 만하긴 했지만 권서진 스타일은 아니었다. 권서진 스타일이 맞다 해도 배상까지 퉁쳐줄 순 없었다. 권씨 가문 아가씨인 권서진과 밥을 먹을 수 있는 남자는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아서 하늘의 은총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송원영이 깔깔 웃었다. 웃고 나더니 서은석의 마음이 이해됐다.어쩌면 서은석도 송원영한테 선뜻 사귀자고 했다는 것만으로 이미 하늘이 내린 은총을 받은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닐까.방금 권서진이 한 말이 지나친 것 같으면서도 또 틀린 말도 아니었다.어릴 때부터 모든 것이 다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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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허설아의 말에 송원영은 마음이 흔들렸다.송원영과 서은석도 아직 서로를 대하는 정확한 방식을 찾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감정에 확신이 들려면 서로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했다.그래야 상대나 자신이 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었다.송원영의 살짝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설아 씨는 권 대표님과 안 맞는다거나,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있죠. 그러지 않았으면 왜 연희가 두 살이 넘도록 지헌이가 몰랐겠어요?"허설아가 가볍게 웃으며 시선을 내리고 송원영 얼굴을 어루만졌다."그래도 내 생각은 그래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세상에 사람이 많아도 아무 사람한테나 다 두근거리지는 않잖아요. 원영 씨 마음 설레게 하는 사람은 쉽게 포기하지 말아요.""물론, 진짜 행복하지 않다면 빨리 미련 없이 끊는 것도 맞고요."송원영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서은석이 좋았다.서은석과 있을 땐 당연히 행복했다.사소한 순간들이 달콤한 사탕처럼 마음속에 녹아 들었다. 달콤한데 또 너무 달아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서은석은 송원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송원영의 사랑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하지만 자존심이 상해서 송원영한테서 뭔가를 되찾으려 사랑을 갈구하는 거라면? 아니면 송원영이 뭐가 잘나서 서은석을 좋아하지 않냐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서은석은 아무 생각이 없는데 송원영이 너무 생각이 많은 걸지도 몰랐다. 송원영도 순수한 마음으로 서은석을 만나는 건 아니었다. 도움이 필요했고 그래야 원하는 것들을 순조롭게 가질 수 있다는 건 솔직히 사실이었다.하지만 서은석이 진짜로 좋기도 했다.송원영은 두 사람 모두 화가 가라앉아서 차분해지면 시간을 내서 다시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차가 황금 도매 단지 앞에 멈춰 섰다.이곳에 처음 온 권서진은 눈이 반짝거렸다.2층 건물 전체가 지금 가장 유행하는 금 장신구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권서진은 들어가자마자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서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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