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진은 금세 그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며칠 후, 긴 시간 이동한 탓인지 지친 기색이 역력한 권지호가 권씨 가문 둘째네 별채에 돌아왔다. 권지민은 아직 입원 중이었다.별채에는 일부 도우미들만 있었다. 미처 가져가지 않아 2층 방에 남아 있는 여자 물건들을 힐끗 보던 권지호가 불쾌해하며 말했다."이거 누구 거예요?""전에 넷째 도련님과 약혼하셨던 분 건데 도련님께서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습니다."권지민과 한예린은 이미 파혼했고 한씨 가문도 이미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었다. 파산 후엔 완전히 힘을 쓸 수 없는 신세가 되어 재기하려고 발버둥 칠 여력도 없었다.권지호가 차갑게 말했다."다 버려요.""네, 도련님."이런 사소한 일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한씨 가문도 정말 한심했다. 권지민과 약혼한 후 한씨 가문은 주가가 쭉쭉 올라가고 업계 평판도 나쁘지 않았다.그런데 마치 든든한 방패라도 생겼다고 착각했는지 파멸을 재촉하듯 무덤을 파는 짓만 골라 했다. 권지호가 방에 앉아 넥타이를 느슨하게 잡아당겼다.도우미가 물었다."본채에서 식사하러 오실 거냐고 여쭤보라 하셨어요.""돌아왔는데 당연히 가야지."겸사겸사 권지헌과 결혼한 여자가 궁금해졌다. 전에 전화로 인사는 나눈 적 있지만 직접 얼굴을 본 적은 없었다. -본채 다이닝룸에는 가장 큰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식탁 위에는 열댓 가지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권지호가 돌아오자 권씨 가문 사람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권정우도 서재에서 나와 식탁 앞에 앉았다.권지호가 한 명씩 인사를 돌렸다. 먼저 박희수와 진하윤을 보며 말했다."큰아버지, 큰 숙모, 셋째 숙모. 요즘 지민이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진하윤은 권지민에게 챙겨주겠다고 말한 그날 이후로 이틀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았다.박희수는 매일 사람을 시켜 권지민에게 밥을 날라 주었다. 하루 세 끼, 한 끼도 빠짐없었다.이 정도면 충분히 잘한 셈이었다.권정민과 고연정은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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