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Kabanata 601 - Kabanata 610

754 Kabanata

제601화

권지헌이 결혼하기 전까지 박희수가 소개해 준 여자가 한둘이었을까? 그나마 권서진은 나은 편이었다. 적어도 대놓고 표정 구기면서 싫다고 하진 않았으니까.김아림이 허설아한테 물었다."내 사촌 동생 어때?"처음 허설아를 만났을 때만 해도 아이까지 있는 줄 몰랐던 김아림은 양준우를 소개해 줄 생각이었다. 허설아가 솔직하게 말했다."잘생기긴 했는데 너무 재미없어."김아림이 웃으며 말했다."권지헌 씨도 재미없지 않아?"재미없는 걸 따지면 권지헌도 양준우 못지않긴 했다.허설아가 진지하게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어쩔 수 없었어. 지헌이 처음 봤을 때 너무 잘생겼거든, 내가 너무 속물이었나 봐."지금도 처음 권지헌을 봤을 때가 기억났다. 사람들 사이에서 빛이 날 정도로 눈이 부셨다. 그런 사람은 눈에 안 띄려야 안 띌 수가 없었다.김아림이 주위 어른들이 안 보는 틈을 타 입을 가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면 설아 씨, 권 대표가 제일 체력 좋은 시절 누린 거 아냐?" 허설아가 눈을 깜빡이며 진지하게 답했다."지금도 그때랑 다를 거 없어. 오히려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허설아를 바라보던 김아림의 눈빛이 씁쓸해졌다. 부부 관계는 고사하고 반 달 넘게 남편 얼굴도 못 보는 김아림 입장에서는 그냥 부러운 정도가 아니었다. 망할 계집애, 참 좋은 것만 누린다니까. -정원에서 권서진이 양옆에 남자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었다. 세 사람 다 아무 말도 없었다.권서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두 분 다 오기 싫었는데 집에서 시켜서 온 거 맞죠? 그냥 사진 한 장씩 찍어서 보여주고 끝내는 거 어때요? 제가 저희 어머니한테는 말씀드릴게요."두 남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권서진이 핸드폰을 꺼내 각자 두 장씩 찍어서 전송했다. 세 사람은 마침내 소개팅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다른 남자는 의사였는데 핸드폰을 끄더니 오후에 수술 스케줄이 있다며 권씨 가문을 떠났다.권서진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양준우를 바라봤다.이제 가도 된다는 눈빛이었다.양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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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권서진이 손을 거두며 양준우한테 장난스럽게 윙크했다.마치 숲속에서 다른 동물이 꼭꼭 숨겨둔 먹이를 발견하고 겨울을 잘 날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하는 교활한 다람쥐 같았다.양준우도 손을 거뒀다."그럼 먼저 가볼게요. 누나한테는 바쁘다고 전해주세요.""그 정도는 문제없죠."양준우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돌아서서 권씨 가문 대문을 나갔다.권서진은 양준우가 무사히 대문을 나가는 걸 보고 나서야 휘파람을 불며 돌아섰다.진하윤은 권서진이 산책 한 바퀴 하더니 남자를 다 돌려보냈다는 걸 알고 기가 막혀 눈을 부릅뜨며 이름 석 자를 외쳤다. "권서진! 도대체 무슨 짓 한 거야!""내 탓 아니에요. 정 선생님은 수술 있어서 바쁘다고 갔고 양 주임님은 동네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대신 전달해 달라고 했어요." 하필이면 두 사람 다 바쁘기로 소문난 직업이었다. 갑자기 가버려서 점심도 같이 못 먹은 진하윤은 할 말이 없었다.김아림 핸드폰에는 양준우 문자가 와 있었다."바빠서 갈게."딱 용건 외에 다른 말 한마디 없었다. 김아림도 진하윤에게 해명하기 민망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김아림은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권서진은 맞선 자체를 아예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혹은 처음부터 맞선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건지도 몰랐다. 진하윤은 답답하면서도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며칠이 지나고 권지헌과 허설아는 매일 아침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왔다.박희수가 조용히 별채로 찾아와서야 며칠째 얼굴도 못 봤던 허설아를 겨우 만날 수 있었다."어머니, 무슨 일이에요?""아니, 네 생일 어떻게 보낼 건지 물어보려고."박희수는 집에서 파티를 열 생각이었지만 권지헌이 워낙 그런 자리를 싫어했다. 얼굴 도장 찍으러 오는 사람들과 일 얘기만 하는 게 일상이라 허설아 생일이라기보다는 비즈니스 만찬이라고 하는 게 맞았다. 그래도 권지헌과 허설아가 결혼을 했으니 허설아 의견도 물어봐야 했다."연희랑 같이 웨딩드레스 피팅 다녀오고 저녁은 간단하게 먹을게요. 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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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권지호는 그제야 공을 밟고 있었다는 걸 알아챈 것처럼 발을 옮기고 허리를 숙여 공에 묻은 먼지를 털어 연희에게 건넸다."자, 다음엔 조심하면서 놀아. 강아지는 생각보다 연약하거든." 권지호가 손가락으로 곰돌이 머리를 쓱 쓰다듬었다.품 안에서 곰돌이가 낑낑대는 소리에 연희는 뒤로 더 물러났다."감사합니다, 지호 삼촌."연희는 곰돌이를 꼭 안은 채 공을 들고 별채로 돌아갔다.권지호가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연한 하늘색 프린지 숄을 걸치고 별채 마당 문 앞에 서 있던 허설아가 권지호와 눈이 마주쳤다.허설아 얼굴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허리를 숙여 연희한테 뭔가를 속삭이더니 손을 뻗어 연희와 곰돌이를 쓰다듬었다. 두 꼬맹이를 달래는 것 같았다.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권지호는 이미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허설아는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려 뒤에 있는 박시연에게 당부했다."연희는 우리 별채 마당 말고 다른 곳에서 놀 때는 잘 지켜봐요. 곰돌이가 밖에서 아무거나 함부로 먹게 하지 말고요.""네, 사모님."아직 별채에 있던 박희수가 허민정과 털실을 정리하다가 고개를 들었다."왜? 갑자기 왜 그런 얘기를 해?""제가 생각이 많아서 그런가 봐요."허설아는 적당히 둘러댔다."봄이라 정원사가 마당 풀이나 꽃에 약을 칠 수도 있으니 곰돌이가 먹으면 큰일 나잖아요."권지호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강아지는 생각보다 연약한 존재였다.하지만 허설아는 왠지 그 말이 너무 찜찜했다. 특히 연희 앞에서 한 말이라는 게 더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곰돌이는 주로 별채에서 놀긴 했지만 밖으로 아예 안 나가는 건 아니었다. 연희가 곰돌이를 안고 놓아줄 생각을 안 했다."엄마, 걱정 마. 내가 곰돌이 꼭 지킬 거야.""그래, 엄마는 연희 믿어."-눈 깜짝할 새 금요일이 되었다.권서진이 아침 일찍부터 별채로 찾아와 골드 전시회에 같이 가자고 문을 두드리며 허설아를 불렀다. 허설아는 권지헌의 원망 가득한 눈빛을 뒤로 하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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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금요일은 햇살이 따뜻하고 날씨도 포근했다.창밖 햇빛이 얇은 시폰 커튼을 뚫고 들어와 방 안에 몽롱한 그림자를 드리웠다.겹겹이 흔들리는 그림자가 몽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커튼 사이로 불어온 바람이 붉게 물든 허설아 뺨을 스쳤다. 뒤에 있는 남자는 지칠 줄도 모르고 허설아 얼굴을 유리창에 기대게 했다.커튼의 꽃 문양이 얼굴에 닿아 따끔거렸지만 거칠게 밀려드는 파도 같은 움직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몇 번이고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던 허설아는 문득 며칠 전 김아림과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그때 권지헌이 예전보다 더 강하다고만 했지만 사실 그건 많이 순화한 표현이었다. 외국에 있는 몇 년 동안 이상한 문화적 자극을 너무 많이 받은 건지 방식이 갈수록 더 격렬해졌다. 허설아는 좋으면서도 미웠다.허설아가 권지헌을 밀어내며 말했다. "흔적 남기지 마. 나 옷 입어야 해."'안되는 게 왜 이렇게 많은 거야.' 권지헌이 허설아 목덜미에 멈춰 숨을 고르자 넓은 가슴이 허설아 등에 달라붙은 채 함께 들썩거렸다. 손목의 붉은 실 위에 멈출 줄도 모르고 입맞춤을 이어갔다. 허설아가 부부가 준비를 마치고 연희까지 데리고 나설 때는 이미 예약 시간을 한참 지나 있었다. 큰 문제는 아니었다. 웨딩드레스 브랜드를 오늘 하루 통째로 잡아둔 터라 언제 가도 상관없었다.피팅샵에 들어서자마자 연희는 가득한 드레스에 눈이 돌아갔다."와! 예쁜 치마가 너무 많아!"브랜드 측에서는 색깔과 길이별로 드레스를 구분해 진열해 뒀다.담당 매니저가 다가왔다."권 대표님, 허 대표님, 어서 오세요. 허 대표님이 온라인으로 고르신 드레스들은 미리 사이즈에 맞춰 수선해서 진열했어요."허설아가 살짝 놀라며 말했다."수선까지 다 하면 나중에 판매할 때 괜찮아요?""괜찮아요. 허 대표님이 고르신 후에 권 대표님이 바로 결제하셨거든요."담당 매니저도 재벌가 사모님들을 많이 모셔봤지만 허설아가 온라인으로 고르자마자 권지헌처럼 바로 결제하는 경우는 처음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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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권지헌 본인은 미처 갈아입지도 못했다. 허설아가 살면서 처음 입어보는 웨딩드레스였다. 전에도 비슷한 이브닝 드레스를 입어본 적은 있었지만 분위기와 의미가 다른 탓인지 지금 입고 있는 드레스는 무게감이 달랐다.권지헌은 연희를 안은 채 멍하니 제 자리에 멈춰 있었다. 머리를 자연스럽게 묶은 허설아는 몸에 딱 맞게 수선한 오프숄더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머리 위 조명이 드레스 자락의 크리스털을 반짝반짝 비추었지만 그 어떤 것도 허설아 미모를 이길 수 없었다.권지헌이 허리를 숙여 연희를 내려놨다.연희가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하늘색 볼륨 드레스를 자랑했다. 치맛단에 나비가 가득 수놓아져 있고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엄마, 나 봐!""엄마랑 똑같은 옷 입었어!""너무 예쁘다. 연희 진짜 꼬마 공주네."연희가 손가락을 흔들었다."아니야, 아니야. 난 나중에 왕이 될 거야! 공주는 싫어! 시연 언니가 그랬는데, 공주는 왕이 지켜줘야 한대. 나는 왕이 될 거야!"허설아가 웃음을 터뜨리며 돌아서자 권지헌이 조명이 닿지 않는 자리에 조용히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할 말이 한가득인 눈으로 허설아 모습을 눈에 꼭꼭 담고 있었다.허설아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한두 번 상상한 게 아니었다.열여덟 살 때부터 상상해 왔다. 그땐 말로 꺼낼 수도 없었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지금 그 상상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허설아가 나지막하게 불렀다."지헌아, 옷 갈아입어야지. 거기서 뭐 해?""응, 알았어."돌아서는 순간, 허설아는 권지헌이 손등으로 눈가를 살며시 닦아내는 걸 발견했다. 허설아도 순간 울컥했다. 권지헌이 옷을 갈아입으러 가자 직원이 감탄하며 말했다."두 분 정말 금슬 좋으시네요. 신랑분이 같이 피팅하러 오셔서 우는 모습은 처음이에요."권지헌 같은 사람이 시간을 내서 같이 피팅하러 오는 것만 해도 드문 일이었다. 그런데 모든 걸 직접 꼼꼼하게 챙길 뿐만 아니라 허설아가 첫 번째 드레스를 입고 나왔을 때 벌써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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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여학생이 한참 휴대폰을 뒤적이더니 어딘가에 즐겨찾기 해둔 게시글 하나를 찾아냈다. [여자 친구한테 갑자기 이별 통보 받았는데 미워해야 할까요?]허설아의 길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업로드 날짜는 두 사람이 헤어진 직후였다.조회수도 꽤 높았다.글을 열어보니 익명 계정이 올린 내용이었다.[여자 친구가 갑자기 출국하면서 이별을 통보했어요.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제 룸메이트랑은 게임도 하면서 연락하고 있었어요. 저한테만 연락을 안 했더라고요.]댓글 대부분은 여자 친구를 욕하는 내용이었다.글쓴이가 그중 하나에 답글을 달았다.[당신은 그녀를 알지도 못하면서 왜 욕해요?]다른 학생들은 어리둥절해졌다. 누군가는 여자 친구가 글쓴이를 좋아하지 않는 거라고 했다. 아니면 갑자기 잠수 이별을 할 리가 없다는 거였다. 글쓴이가 또 답글을 달았다.[말도 안 돼요, 매일 사랑한다고 했거든요.][사랑한다면서 연락을 안 했대요? 당신 룸메이트를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댓글들을 보는 순간, 허설아는 가슴이 철렁했다. 머리 위 조명이 갑자기 너무 밝게 느껴졌다. 과거 어딘가 깊이 묻어두고 다시는 꺼내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이 스멀스멀 깨어나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때 권지헌의 룸메이트와 연락했던 기억은 없었다.게임이라고? 강시우 말하는 건가? 그건 그때 허설아가 국내 학교 서류가 필요해서였다. 같은 과 동기들이랑 딱히 친하지도 않았고 학교 다닐 때 권지헌한테만 정신이 팔려서 같은 반 친구 하나 제대로 사귀질 못했다.강시우가 유일하게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서류를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강시우에게 부탁한 것뿐이었다.권지헌은 그걸 강시우와 게임이나 하려고 연락한 걸로 생각한 거야?허설아가 스크롤을 내리자 여자 친구가 글쓴이가 아닌 룸메이트를 좋아하는 거 아니냐는 댓글에 권지헌이 단 답글을 발견했다. [말도 안 돼요, 내가 걔보다 훨씬 잘 생겼어요.]댓글창이 순식간에 어이없다는 반응과 "ㅋㅋㅋ"로 도배되었다. 허설아도 참지 못하고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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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권지헌이 말을 바로잡았다."자존심 부린 게 아니라 너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글을 올렸는데 나중에 지우는 걸 잊어버린 거야.""그리고 입만 산 게 아니라 온몸에서 전신 어디가 잘 살아나는지 네가 제일 잘 알지 않아?"허설아가 말문이 막혀 가볍게 헛기침했다."그때 강시우한테 연락한 건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한 거야, 다른 건 없었어."허설아가 손을 뻗어 권지헌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권지헌, 열일곱 살 때부터 제일 좋아하는 사람도, 제일 미워했던 사람도 너 하나뿐이야."권지헌이 갑자기 허설아를 빤히 쳐다봤다.허설아도 권지헌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게시글 덕분에 허설아 마음속에 남아 있던 앙금이 다 녹아버렸다.제삼자 눈으로 그 시절 권지헌의 고민과 막막함, 답답함과 억울함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때 권지헌도 허설아와 같았다. 심지어 허설아보다 더 심각했다.허설아뿐만 아니라 그 글을 클릭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권지헌이 언행불일치라는 걸 알아챘을 것이었다.허설아가 권지헌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고개를 살짝 들어 드레스 자락을 정리해 주는 권지헌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연희가 소리쳤다."나도 아빠한테 뽀뽀할 거야!"권지헌이 허리를 숙이자 연희도 신나서 뺨에 뽀뽀를 했다.매니저가 카메라를 들어 빠르게 그 순간을 담았다.권지헌이 워낙 조용한 걸 좋아해서 그렇지, 세 사람의 비주얼만으로도 가게 홍보를 해주면 얼마나 화제가 될 지 몰랐다. 너무 눈이 즐거워지는 비주얼이었다. 알바하러 왔던 두 직원도 이렇게 게시글 주인공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몇 년이 지나도 그 게시글이 계속 회자되는 건 매년 누군가 다시 끌어와 댓글을 달면서 사람들이 달달한 이야기를 보고 가면서였다. 매니저는 사진을 찍고 나서도 뭔가 아쉬운 마음에 용기를 냈다."권 대표님, 따님 안고 세 분이서 사진 한 장 찍으시겠어요?""좋아요."권지헌이 바로 답했다.연희를 안고 제대로 된 세 사람만의 가족사진을 찍었다.허설아가 나머지 드레스를 입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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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결혼식 날 메이크업까지 정하고 나니 이미 반나절이 훌쩍 지나 있었다. 연희를 안고 밖으로 나오자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허설아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뭐 먹을까?"드레스 피팅 때 예뻐 보이려고 허설아는 점심을 먹지 않았다. 매니저한테 권지헌과 연희 밥만 주문해달라고 했다.허설아가 안 먹으니 권지헌도 얼마 먹지 않았다."집에 가서 먹자."허설아가 의아한 듯 말했다. "집에 가서? 집밥이 질리지도 않아?""집에 가보면 알아."별채로 돌아오니 미애 이모가 집에 없었다. 허설아가 의아해하는데 권지헌이 옷을 갈아입고 나와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앞치마를 둘렀다. 재료는 이미 다 손질돼 있어 조리만 하면 되었다.권지헌이 일단 건드리지 않고 레시피 순서를 되새기듯 먼저 머릿속으로 재료들을 한 번 훑었다. 그 뒤에야 순서대로 재료를 넣었다. 허설아가 주방 문에 기대어 서서 바라봤다."네가 요리하는 거야?""응, 잠깐만 기다려."워낙 오래 굶어서 지금은 배고픈 느낌도 없었다. 오히려 권지헌이 직접 요리를 한다는 게 신기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권 대표님, 요리할 줄은 알아?""요즘 몇 가지 배웠어."권지헌은 안에 요즘 날씨에 딱 맞는 얇은 캐시미어 니트를 입고 있었다. 낮에 외출할 때는 셔츠를 입었는데 집에 들어와서 일부러 갈아입고 나와서 더 티가 났다.일부러 한 사이즈 작게 산 것 같기도 했다.몸에 딱 달라붙어 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만져보지 않아도 뜨거울 것 같았다.딱 붙는 니트에 앞치마까지 두르고 있으니 평소에 이런 걸 즐기지 않는 허설아도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허설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요즘 배웠다고?""며칠 사이에 배웠어.""야근하는 줄 알았더니 몰래 쿠킹 클래스를 다녔네."권지헌이 조용히 웃었다."그것뿐만이 아니야. 헬스장도 등록했어."시간이 없어서 배운 요리가 많지는 않았다. 요즘 허설아는 연희한테 편식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본인은 전보다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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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그래도 생일을 두 번이나 쇠고 케이크도 두 번 먹을 수 있다는 게 연희한테는 완전 이득이었다.케이크는 4인치 짜리라 자그마했다. 세 사람이 한 숟갈씩 떠먹으니 금방 바닥이 났다.케익을 먹던 허설아는 왠지 맛도 좀 이상하고 케이크 시트에서 탄 맛도 느껴져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직접 만들었어?"권지헌 얼굴에 순식간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별로야?"아무 장식도 없는 소박하고 심플한 케이크였다. 흰 시트 위에 딸기를 올리고 코코아 파우더를 뿌려서 허설아도 처음엔 권지헌 작품인 줄 몰랐다. 맛을 보고 나서야 케이크까지 미리 준비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허설아는 순간 마음이 달콤함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 같았다.사람 마음도 그릇 같아서 생크림이 가득 들어차면 달콤함만 남게 되었다. 그때 연희가 물었다."아빠, 올해 내 생일 때도 케이크 만들어줄 수 있어?""연희가 아빠랑 같이 만들까?"곰곰이 생각하던 연희는 자기 생일엔 오는 사람도 많은데 아빠 혼자 케이크를 만들면 너무 힘들 것 같았다.이내 흔쾌히 권지헌을 도와 같이 케이크를 만들겠다고 답했다.허설아가 짐짓 불만스러운 척 말했다."왜 엄마는 같이 만들자고 안 해?""엄마는 연희 국수 끓여야 하잖아.""아빠도 국수 끓일 수 있어."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하던 연희는 허설아 앞에 있는 국수도 사실 권지헌이 끓였다는 게 생각났다. '케이크에 국수까지 아빠가 다 하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연희가 진지하게 결론을 내렸다."됐어, 둘이서 한 가지씩 해, 서로 욕심내지 말고. 착하지."허설아가 웃음을 터뜨렸다."아빠 엄마가 꼭 도와줄 거라는 건 어떻게 알아?"연희가 생크림을 한 입 먹더니 실눈을 뜨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왜냐하면 아빠, 엄마는 연희를 사랑하고 연희도 아빠, 엄마를 사랑하니까."권지헌이 두 사람을 바라봤다.지난 이십여 년 동안 한 번도 감히 바라지 못했던 따뜻하고 화목하고 사랑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허설아와 연희만이 권지헌에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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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실버 가슴 체인이 권지헌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가슴 체인보다는 보디 체인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았다.목에서 시작해 몸 곳곳을 따라 감겨 있었다. 권지헌은 실내 조명도 꺼버리고 주황빛의 작은 무드등만 몇 개 남겨두었다. 어둡고 은은한 빛이 체인에 반사되어 허설아는 괜히 손에 든 펜이 거추장스러웠다.전에 누군가 보디 체인은 굉장히 사적인 장식이라고 말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특히 깊은 밤 온 세상에 고요함에 빠졌을 때만 공유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서로의 숨소리만 들렸다.허설아가 펜슬 끝을 권지헌 가슴 위에 대고 체인을 따라 천천히 훑었다. 마치 권지헌 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다.권지헌이 씩 웃으며 물었다. "내가 네가 캔버스야?"허설아가 진지하게 아무말이나 했다."먼저 어떻게 그릴 지 알아야 캔버스를 얼마나 크게 사용할지 알지."몇 년째 일러스트를 그려온 터라 그림 그리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권지헌을 그리든, 레퍼런스가 없는 창작 캐릭터를 그리든 허설아한테는 어려울 건 없었다. 불빛이 녹아내린 캐러멜처럼 끈적이고 어스름한 불빛 아래 권지헌 피부도 은은하게 빛났다. 몸에 착 감긴 체인은 몸을 따라 움직였다. 권지헌이 숨을 쉴 때마다 체인이 더 크게 움직였다. 허설아의 손끝이 체인을 스치자 반사된 반짝이는 빛이 두 사람의 눈에 은은하게 비쳤다. 권지헌이 낮게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이 정도 크기의 캔버스면 충분해?"허설아가 시선을 내리자 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손이 권지헌의 몸 위를 더듬고 있었다.권지헌이 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허설아를 밑에 눌러버리고 손에서 펜을 가져갔다. 입술이 맞닿자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입맞춤이 허설아를 집어삼키려 했다. 권지헌의 체인을 건드린 허설아가 숨을 들이켰다."차가워……"체인이 흔들리며 허설아 얼굴로 향한 권지헌의 눈에서 불길이 이글거렸다. "금방 따뜻해질 거야."권지헌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땀이 툭하고 허설아 목 위로 떨어졌다.아직 몸에 걸려 있는 체인이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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