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헌 본인은 미처 갈아입지도 못했다. 허설아가 살면서 처음 입어보는 웨딩드레스였다. 전에도 비슷한 이브닝 드레스를 입어본 적은 있었지만 분위기와 의미가 다른 탓인지 지금 입고 있는 드레스는 무게감이 달랐다.권지헌은 연희를 안은 채 멍하니 제 자리에 멈춰 있었다. 머리를 자연스럽게 묶은 허설아는 몸에 딱 맞게 수선한 오프숄더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머리 위 조명이 드레스 자락의 크리스털을 반짝반짝 비추었지만 그 어떤 것도 허설아 미모를 이길 수 없었다.권지헌이 허리를 숙여 연희를 내려놨다.연희가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하늘색 볼륨 드레스를 자랑했다. 치맛단에 나비가 가득 수놓아져 있고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엄마, 나 봐!""엄마랑 똑같은 옷 입었어!""너무 예쁘다. 연희 진짜 꼬마 공주네."연희가 손가락을 흔들었다."아니야, 아니야. 난 나중에 왕이 될 거야! 공주는 싫어! 시연 언니가 그랬는데, 공주는 왕이 지켜줘야 한대. 나는 왕이 될 거야!"허설아가 웃음을 터뜨리며 돌아서자 권지헌이 조명이 닿지 않는 자리에 조용히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할 말이 한가득인 눈으로 허설아 모습을 눈에 꼭꼭 담고 있었다.허설아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한두 번 상상한 게 아니었다.열여덟 살 때부터 상상해 왔다. 그땐 말로 꺼낼 수도 없었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지금 그 상상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허설아가 나지막하게 불렀다."지헌아, 옷 갈아입어야지. 거기서 뭐 해?""응, 알았어."돌아서는 순간, 허설아는 권지헌이 손등으로 눈가를 살며시 닦아내는 걸 발견했다. 허설아도 순간 울컥했다. 권지헌이 옷을 갈아입으러 가자 직원이 감탄하며 말했다."두 분 정말 금슬 좋으시네요. 신랑분이 같이 피팅하러 오셔서 우는 모습은 처음이에요."권지헌 같은 사람이 시간을 내서 같이 피팅하러 오는 것만 해도 드문 일이었다. 그런데 모든 걸 직접 꼼꼼하게 챙길 뿐만 아니라 허설아가 첫 번째 드레스를 입고 나왔을 때 벌써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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