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571 - Chapter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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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1화

그게 권서진을 불편하게 했다.게다가 송원영을 보는 이재균의 눈빛이 뭔가 찝찝했다.김지유를 따라 산속에서 지낸 적이 있는 권서진은 그때 옷에 붙어서 아무리 털어도 떨어지지 않는 도깨비풀을 본 적 있었다. 이재균이 딱 그런 느낌이 들었다."나 은석 오빠한테 전화해야 할까?"김지유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그래도 일 때문인데 서 대표님한테 얘기했다가 괜히 오해하면 어떡해요?"권서진도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원영 씨도 바보는 아니니까, 이따가 연락해서 집에 못 들어간 것 같으면 그때 은석 오빠한테 데리러 가달라고 하지 뭐."권서진이 핸들을 꺾으며 말했다."뭐 먹을 거야? 여동생도 데려갈까?""우리끼리 간단히 먹어요. 동생은 야자 끝나고 학원 가야 해서 데려갈 수가 없어요."여동생을 떠올리자 김지유는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고학력인 사람들인데도 모여서 김지유 여동생 새 이름 하나 짓는 데 한참이 걸렸다.결국 김지유는 여동생에게 김지수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었다. 두 사람의 인생에 소중한 인연과 작은 기적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재균이 예약한 식당은 평범한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송원영은 프랑스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재균이 고른 거니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오늘 저녁은 송원영은 그저 함께 온 거였으니까. 이재균이 몇 가지 요리를 주문하고 송원영에게 물었다."술 마실 거예요?""아니요, 주량이 별로라서 안 마실게요.""나는 운전해야 해서 못 마시니까 원영 씨라도 좀 마실래요? 도수 낮은 걸로."송원영은 술을 권하는 문화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상대방이 갑이고 자신은 을이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조금만 마시면 그만이었다.이재균이 화이트 와인 한 잔을 주문했다.요리가 나오자 이재균이 물었다."남자친구랑은 잘 지내고 있어요?""나쁘지 않아요.""결혼 계획은 있어요?"송원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지난번 식사 때는 학창 시절 얘기를 주로 했기에 그 정도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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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식사가 끝나고 이재균은 차로 송원영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다.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건영시에는 비가 드문 편이었지만 한번 내리기 시작하면 억수로 쏟아지곤 했다. 이재균이 자기 코트를 벗어 송원영에게 건넸다."이거 쓰고 들어가요, 차에 우산이 없네요."송원영이 됐다며 사양하려는데 코트가 이미 손에 쥐어지고 차는 빗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송원영은 말문이 막혀 코트를 손에 들고 서 있었다. 내일 계약할 때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 코트를 쓰지도 않은 채 비를 맞으며 아파트 건물 아래로 뛰어가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그런데 집에 불이 켜져 있었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서은석이 1인용 소파에 앉아 금테 안경을 쓴 채 무릎 위에 올려놓은 노트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난번에 집에 온 뒤로 송원영이 비밀번호를 알려줬고 가끔 온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말도 없이 오는 것 처음이었다. 서은석은 머리카락이 조금 긴 편이라 얼굴만 보면 예술 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최근에 짧게 자르긴 했지만 위쪽에 살짝 곱슬기가 남아 있어 묘하게 이국적인 느낌이 났다.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밖에 비가 오는 것도 몰랐던 서은석은 온몸이 다 젖어서 들어온 송원영을 보고 바로 노트북을 내려놓고 일어섰다."왜 비 다 맞았어? 알았으면 데리러 갔을 텐데.""오는 길에 비가 왔는데 우산을 안 챙겨서요." "지하 주차장 안 들어갔어?"송원영이 고개를 저었다."다른 사람이 데려다준 거라 지하 주차장까지는 좀 그래서요. 먼저 씻을게요.""어, 잠깐만. 잠옷 꺼내줄게."송원영 옷장 안의 옷은 서은석도 잘 알고 있었다. 익숙하게 잠옷을 꺼내 화장실 문 틈으로 건넸다. 욕실 안에서 물소리가 들렸다.고개를 숙인 서은석은 문 앞에 놓인 송원영의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그러다 현관 앞에 검은색 남성용 코트가 놓인 걸 발견했다. 서은석이 입는 브랜드가 아니니 당연히 다른 사람 옷이었다.남자 코트를 들고 들어왔는데 정작 송원영은 온몸이 흠뻑 다 젖고 코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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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써보니 정말 빨리 마르긴 했다.머리카락이 다 마르자 서은석이 드라이어를 내려놓고 손바닥으로 송원영의 목덜미를 감쌌다.힘을 살짝 주긴 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송원영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왜 그래요?"방금 샤워를 해서인지 눈빛이 촉촉했고 등에도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기가 남아 있었다.서은석의 목소리가 살짝 잠겨 있었다."샤워하는 동안 이재균이라는 사람한테서 전화가 온 걸 받았어.""아, 뭐라고 했어요?"서은석은 송원영 얼굴에서 다른 감정을 보아내려 했다."공장 얘기했어. 내일 설아 씨랑 같이 와서 보고 계약하자던데."서은석이 물었다."왜 내 공장은 싫고 다른 사람 공장을 사들여?"서은석이 가진 공장도 원래 매물로 내놓을 생각이었다.그런데 송원영은 서은석 공장이 아닌 굳이 다른 곳을 택했다.서은석한테서 공장을 사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 건가?송원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서은석이 끌어당겨 무릎 위에 앉혔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서은석이 손가락으로 송원영의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며 입을 맞췄다.화가 난 듯 입술이 부딪히며 송원영을 깨물 뻔했다.송원영은 순간 버틸 수 없었고 허리와 다리 모두 힘이 풀렸다.커다란 손바닥과 입술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고 힘은 또 어찌나 센 지 품 안에서 으스러뜨릴 듯 꽉 껴안았다. 지난번에 차 안에서 탕후루를 같이 먹으면서 한 키스와는 달랐다. 지금 서은석이 화가 났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공장 때문에 화난 건가?송원영이 서은석의 어깨를 가볍게 밀었다."내 말 들어봐요, 공장은 다 같이 상의한 거예요,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서은석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공장을 보지도 않고 거절한 건 선을 긋고 싶어서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송원영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던 서은석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럼 집에 왜 그 남자 외투가 있어? 오늘은 내가 집에 있어서 못 올라온 거야? 다음엔 집에 데리고 들어올 생각이었어?"점점 더 심한 말을 쏟아냈다.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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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밖에는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창문도 닫혀 있어 방 안 온도가 점점 높아졌다. 잠옷이 어깨에서 흘러내리며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자 송원영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며 소파 틈으로 숨고 싶었다.터져 나오는 분노와 눈치채지 못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 강렬하게 요동치는 질투를 느낄 수 있었다. "내 말 들어봐요……."서은석이 살짝 물러나며 손가락으로 송원영의 입술을 스쳤다.서은석이 남긴 이빨 자국이었다.서은석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머리를 맞대고 몰아붙였다."뭘 설명해? 다 같이 공장 보러 간 거였으면 왜 단둘이 밥을 먹었어?""내가 밥 사면 우리한테 할인해 준다고 해서요……."서은석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할인해 준대? 나한테 해달라고 하면 안 돼? 내가 돈 갚으라고 쫓아다닐 것 같아? 아니면 어디다 쓰는지 따지기라도 할 것 같아? 송씨 가문에서 그렇게 가르쳤어? 할인 좀 해준다고 무슨 꿍꿍이인지도 모를 남자 따라가서 밥까지 먹어?" 거기다 술까지 마셨다.송원영은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 술을 마시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온몸에 빨간 두드러기도 올라왔다.연애하는 몇 달 동안 송원영은 가끔 술을 마실 일이 있으면 도수가 낮은 과일주를 마셨다. 서은석은 송원영이 술을 즐기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런데 남자와 단둘이 밥 먹는 자리에서 술을 마신 것이다.송원영의 입에서 느껴진 옅은 알코올 향, 빗방울 한 방울 묻지 않은 남자 외투, 방금 전 이재균이 한 도발적인 전화까지.모든 것이 서은석이 평생 내세워온 자존심을 짓밟는 느낌이었다.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진심으로 뜨겁게 누군가를 좋아한 적이 없었다.이런 좌절감을 겪는 것도 처음이었다.어디서 치미는지 모를 패배감이 서은석을 짓눌렀다. 온몸이 불타는 것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채 송원영한테 밀착했다.송원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건 회사 일인데 어떻게 은석 씨한테 돈을 달라고 해요?""회사 일이면 왜 너 혼자 그 사람이랑 밥을 먹게 해? 아니면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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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송씨 가문의 엄격한 가풍은 송원영에게 항상 체면을 지키고 여자는 반드시 부드러워야 한다고 옭아맸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이 되레 다른 사람들이 송원영을 공격하는 발판이 됐다.서은석도 송원영이 화를 내는 건 처음 봤다."그 식사 자리에 안 가도 되는 거였잖아."송원영이 차갑게 받아쳤다."은석 씨도 우리 집에 안 와도 되는 거였잖아요."서은석이 굳은 표정으로 송원영을 바라봤다.턱을 살짝 든 송원영은 서은석 밑에 깔린 자세였지만 왠지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내려와요, 그리고 내 집에서 나가요.""제대로 얘기할 순 없는 거야?"송원영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눈을 감았다.송원영이 트집 잡은 것도 아니고 먼저 함부로 말해서 열 받게 한도 서은석이었다.똑같이 화가 나 있었던 서은석도 일어나 카펫 위에 우뚝 서더니 외투를 챙겨 입었다.소파 위에 올려둔 송원영 핸드폰이 울렸다.진동에 핸드폰이 소파 위에서 조금씩 움직이며 진동했다.송원영이 흘깃 보더니 바로 받았다."서진 씨? 나 집에 왔어요. 아까 서진 씨가 보낸 메시지 미처 확인 못 했어요. 네, 내일 계약하러 오래요."권서진이 전화기 너머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집에 잘 들어갔으면 됐어요. 이재균 씨가 원영 씨 보는 눈빛이 왠지 좀 맘에 걸려서 무슨 일이 있을까 봐 걱정됐거든요." "무슨 일이 있겠어요? 그냥 밥 한 끼 먹은 것뿐이에요. 정 마음에 걸리면 야근 수당 쳐주고 교통비도 청구해 줘요."권서진도 따라 웃었다."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전화를 끊은 송원영이 핸드폰을 옆에 던졌다. 계속 제자리에 서 있는 서은석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돌아누워 눈을 감고 소파에서 좀 자려 했다. 거의 이틀 가까이 눈을 붙이지 못한 터라 더 이상 쉬지 않으면 정말 기절할 것 같았다.서은석과 한바탕 다투기까지 해서 머리가 터질 것 같고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정신이 흐릿해지면서 반쯤 잠든 사이, 송원영은 꿈이라도 꿨는지 눈가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누군가 눈물을 닦아주고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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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송원영의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드러났다.마음속에서도 두 가지 목소리가 거세게 맞서고 있었다. 이 코트가 어젯밤 식사 자리와 같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냥 사소한 일이었다.하지만 지금 송원영은 을의 처지였다. 비록 계약도 체결했고 공장도 넘겨받았지만 지금 이 순간 거절하든 수락하든 둘 다 이상한 상황이었다.거절하자니 체면이 걸렸다. 이재균의 다른 공장이 주얼리 원재료 공급상이기에 나중에 또 거래할 수도 있는데 괜히 불편해 지기 싫었다. 그렇다고 받자니 온몸이 찝찝했다.어젯밤 서은석이 했던 말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받으면 결국 이재균한테 뭔가 바라는 게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거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송원영이 이재균의 원재료 공급 라인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허설아는 송원영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불편함을 눈치채고 코트를 슬쩍 바라봤다.자연스럽게 송원영 앞을 막아선 허설아가 이재균에게 단아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바로 앞에 세탁소가 있으니까 제가 맡기고 비용도 지불할게요. 주소 남겨주세요, 세탁소에 얘기해서 직접 보내드리라고 할게요.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이재균이 웃으며 시선을 거뒀다.자리를 뜨려던 이재균이 송원영을 돌아봤다."곧 해외 나가는 데 필요한 거 없어요? 사다 줄게요."이재균과 최대한 거리를 두고 싶었던 송원영은 고개를 저었다."저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문하는 게 더 좋아요. 포인트도 쌓이고요.""면세점 할인이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요."송원영은 잠깐 굳어버렸다.벌레라도 씹은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이태균이 지금 어젯밤 밥 한 끼로 할인을 받아낸 걸 비꼬는 걸까? 송원영은 속으로 꾹 참으며 고개를 들어 이재균을 바라봤다."이재균 씨, 할인해 준 게 아까우면 원래 가격으로 구매할게요.""농담이에요, 너무 진지하게 그러지 마요. 먼저 갈게요, 또 봐요."이재균이 차를 몰고 떠났다.허설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저 사람, 좀 이상하네."권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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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결국 허설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언니, 조언 좀 해줘요."허설아도 따라 고개를 저었다."나도 딱 한 명 만나본 거라 데이터가 너무 부족해요. 내가 지헌이 차버리고 열 명 정도 더 만나볼까요?"권서진이 바로 말을 바꿨다."오늘 집 들어가기 무섭게 오빠한테 죽기 싫어요!"서은석과 송원영 일로 허설아를 귀찮게 했다는 게 권지헌 귀에 들어가면 눈빛 하나만으로도 권서진은 골로 가는 거였다.허설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감정적인 건 남이 뭐라고 해도 소용없어요, 스스로 알아야 해요."송원영이나 서은석 모두 다 성인이었다.원하는 게 무엇인지 서로 잘 알 것이다. 허설아가 권서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막중한 임무를 맡기듯 말했다."그것보다 지금 더 중요한 임무가 있어요.""뭔데요?""돌아가서 야근해야죠."-저녁에 허설아와 권서진이 함께 권씨 가문 본채로 돌아오자 박희수가 말했다."지민이가 다친 것 때문에 지호가 당분간 귀국할 것 같아."순간 식탁 앞에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권지민은 허설아를 구하려고 화재 현장에 뛰어들었다가 지금 입원 중이었다. 다리 화상 범위가 넓어서 피부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허설아도 그 일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권지호가 지금 돌아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둘째네는 권지민과 권지호 형제뿐이었다.권정민과 고연정은 권지민이 입원한 뒤에도 아무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허설아가 입을 열었다."이따가 지민 씨 보러 가볼게요. 지헌이 퇴근 마중하러 회사로 갈 겸."박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의사한테 물어봤더니 요즘 콧줄로 미음만 먹을 수 있대. 유화한테 고기를 아주 잘게 갈아서 준비하라고 했으니까 챙겨 가."진하윤이 혀를 찼다."지민이가 좀 음침해 보이고 맨날 눈 치켜뜨고 봐서 그렇지 애는 그래도 괜찮네요."박희수가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 말이야. 저번에 설아가 교통사고 났을 때도 지민이가 먼저 달려갔잖아."한 번은 우연이고, 두 번까지도 그럴 수도 있었다.그런데 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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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사람을 구한다는 게 큰불을 직접 겪어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알 것이다.활활 타오르며 사방으로 번져나가는 불꽃 앞에서 인간의 힘은 한없이 작았다.소방관들도 매년 화재 진압으로 무수히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진하윤은 진심으로 궁금했다.권지민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몸을 덮을 젖은 수건 한 장 없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불길 속으로 뛰어든 걸까?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온 걸까?권지민은 그제야 진하윤을 발견하고 셋째 숙모라고 불렀다."별로 생각한 건 없어요. 그냥 형수님이 불길 속에서 잘못되면 연희가 많이 슬퍼할 것 같았어요."허설아가 잠깐 멈칫했다.권지민이 왜 구하러 들어왔는지 허설아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진하윤이 물으니 허설아도 그 답이 궁금해지긴 했다.하지만 연희 때문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권지민은 집에 있을 때 연희와 함께 한 시간이 많지 않았다.인사하는 걸 제외하면 얼굴 보는 일이 드물었다. 연희는 별채와 본채를 오가며 지내서 권지민과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었다.권지민이 천장을 보고 누운 채 담담하게 웃었다."연희가 질투 났어요.""저랑 똑같은 혼외자인데 연희는 행복하고 운이 좋아서 제가 가지지 못한 걸 다 가졌으니까요. 아무리 저 같은 사람도 부모님이 불길 속에 갇혀 있다면 슬플 것 같았거든요."거리낌없이 솔직한 말이었다.지나치게 솔직한 정도였다.진하윤의 예상을 벗어나는 답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권지민은 어릴 때부터 그랬다. 성격이 예민하고 의심이 많아서 연희를 보며 자기 처지를 떠올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권지민이 비웃듯 말했다."지헌이 형이랑 형수님이 연희한테 잘해주는 게 너무 질투 났어요. 사실 제가 특별한 걸 한 것도 아니에요. 불길 속에서 죽었어도 신경 쓰는 사람도 없었을 거예요. 셋째 숙모도 제 의도 같은 건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냥 죽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하세요."진하윤이 말을 더듬었다."아, 아니야. 그런 뜻이 아니야. 너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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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허설아는 권지민이 말한 이유가 왠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그렇다고 무슨 문제가 있다고 하기도 그랬다. 어쨌거나 선의로 한 행동인 건 틀림없었다.차가 권율 그룹 건물 앞에 도착했다.앞쪽 신호등 부근에서 추돌 사고가 났는지 교통경찰이 도로를 정리하고 있어서 차가 조금 막혔다.뒤따르는 차들이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도로 위는 여기저기서 파도처럼 밀려드는 자동차 경적 소리로 뒤덮였다.뒤에서 클락션 소리가 도로 위에서 파도처럼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순간, 허설아 머릿속에서 뭔가 탁 끊기는 기분이 들었다. 한가지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송민재가 휘발유를 샀다는 걸 권지민이 알았다면, 왜 바로 허설아나 권지헌한테 말하지 않고 직접 확인하러 공장에 달려간 걸까? 그리고 허설아가 그 시간에 반드시 공장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만약 없었다면 권지민이 뛰어 들어간 건 또 무엇을 위해서였을까?생각들이 둑 터진 홍수처럼 끝없이 터져 나와 허설아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 뒤에서 계속 클락션을 울렸다.허설아는 그제야 앞쪽 도로가 이미 뚫렸다는 걸 발견했다. 너무 집중한 허설아를 뒤 차에 재촉하고 있었다.액셀을 세게 밟아 권율 그룹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허설아는 차를 세우고 임원진 전용 엘리베이터에 탔다.이 시간에도 권율 그룹에는 야근하는 사람은 적지 않았다.올라가면서 보니 불이 환하게 켜진 층이 여럿이었다.엘리베이터가 올라가자 비서팀 직원이 눈치채고 조민규에게 물었다."권 대표님 손님일까요? 확인해야 할까요?"조민규가 직원들을 힐끗 쳐다봤다."직접 카드 찍고 올라오는 손님이 몇이나 있겠어요?"게다가 이 시간에 무슨 외부 손님이 온단 말인가.누가 봐도 사모님의 방문이었다. 조민규는 태연하게 말하면서도 손으로는 임원진 전용 엘리베이터 CCTV를 바로 켜서 허설아가 맞는지 확인하고서야 그대로 올라가게 했다. '또 대표님과 사모님의 애정 행각을 봐야 하는 저녁이겠구나.'엘리베이터가 대표 사무실 앞에 멈췄다.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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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일부러 힘을 실어 말했다.말 한마디가 아주 묘하게 사람을 홀리는 뜨거운 열기를 뿜으며 허설아 귓가를 맴돌았다.잔잔하면서도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하지만 사무실 문이 열려 있었기에 비서팀 직원들이 언제 다시 올라올지 몰랐다.엘리베이터 문만 열리면 사무실 안에서 뭘 하는지 훤히 다 보였다.허설아는 그만큼 뻔뻔하지 않았다. 외투에는 옅은 소독약 냄새가 남아 있었다.권지헌은 허설아가 부끄러워하는 걸 알고 더 이상 놀리지 않았다.한 손으로 허설아 허리를 감싸 다리에서 흘러 내려가지 않게 잡고 다른 손으로는 비서가 두고 간 계약서를 펼치고 무심하게 물었다. "지민이는 어때?""보기엔 괜찮아 보였어, 의사도 회복이 잘 되고 있다고 했어. 셋째 숙모랑 같이 보러 갔어.""셋째 숙모랑?"권지헌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병원 안에서는 권지민이 다른 생각이 있어도 어쩔 수 없었다.그래도 진하윤이 허설아와 함께 병문안 갔다니 권지헌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걱정을 확실히 덜 수 있었다. 권지헌은 허설아가 다른 남자, 특히 처음부터 흑심을 품었던 남자와 단둘이 있는 건 더더욱 원하지 않았다.권지헌의 커다란 손은 품에 안은 허설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한 손에 잡을 것만 같았다. 권지헌이 나지막하게 내뱉은 숨결이 허설아 목덜미를 스쳤다."자기야." 낮게 잠긴 목소리로 허설아에게 애교라도 부리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살찌면 안 돼? 대학교 때처럼."학교 다닐 때부터 권지헌은 운동을 해서 또래 남자들보다 몸매가 탄탄했다.이렇게 덩치 큰 남자가 허설아를 품에 안고 애교를 부리다니, 너무 큰 반전 매력에 허설아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누군가 올라와서 이 광경을 봤다가는 눈을 씻어내고 싶을 것이다. 눈 뜨고 봐줄 수가 없었다. 허설아가 자기 허리를 한번 만져봤다."지금도 충분한데. 학교 다닐 때는 맨날 다이어트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잖아. 지금은 오히려 살이 안 쪄."대부분의 여자들은 조금이라도 날씬해지고 싶어 했다. 그래야 뭘 입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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