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진 뒤.궁문 앞.대신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다.이황자가 고준형을 불러 세웠다.“오늘 한참을 논의했건만 여전히 누가 재상 자리에 오를지 정하지 못했소. 자네,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이 급하지 않다면 근처 주루라도 함께 가겠소?”고준형은 정중히 거절했다.“황자 전하, 이미 해시옵니다.”이황자는 머쓱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군. 벌써 시간이 이리 늦었소. 그럼 자네 먼저 돌아가시오. 다음을 기약하지.”월하각.고준형은 마당으로 들어서며 안방 쪽을 힐끗 바라보더니, 이내 발길을 돌려 서재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세자, 부인께서 저녁은 드셨는지 여쭈어보라 하셨습니다.”고준형이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아직이다.”조금 뒤, 유소영이 직접 서재로 찾아왔다.식함에 담긴 따뜻한 음식들이 탁자 위로 차례차례 차려졌다.유소영이 설명했다. “세자께서 입궁하여 정무를 논의하신다는 것만 알고, 언제 돌아오실지 몰라 주방에 일러 아궁이에 음식을 데워두라 하였습니다. 아쉬운 대로 조금이라도 드시겠습니까?”사실 고준형은 늦은 밤에 식사를 하는 습관이 없었다.그는 손에 쥐고 있던 붓을 내려 붓받침 위에 얹었다.“부인은 먹었소?”“예, 먹었습니다.”“매번 조금밖에 먹지 않는 것 같던데, 곁에서 조금 더 드시오.” 그러고는 그릇과 수저를 더 가져오라 일렀다.……육황자부.안방.육황자가 길길이 날뛰며 화를 냈다.“다 같은 아들이거늘, 어째서 둘째 형님만 입궁해 정무를 논한단 말이냐!”강지영은 그의 앞에 서서 무척이나 침착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황자 전하, 이런 사소한 일에 괘념치 마십시오.”육황자는 여인을 아끼는 기색이라곤 조금도 없이 강지영의 목을 조르며 분통을 터뜨렸다.“이 쓸모없는 것! 날 태자로 만들어 주겠다더니, 네가 도대체 한 일이 무엇이냐!”강지영은 목이 졸리는 고통을 참아내며 얼굴엔 미소를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황자 전하, 전하를 위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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