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영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무엇인지도 모르시면서 덜컥 받으신 겁니까?”고준형은 사뭇 진지하게 대답했다.“부인의 스승님이시니, 필시 우리를 해칠 리는 없겠다 싶어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았소.”게다가 그 역시 사람 말을 알아들을 줄 알았다.하루빨리 귀한 자식을 보라며 축언을 건넸으니, 필시 그쪽과 관련된 약일 터였다.고준형은 뻔히 알면서도 짐짓 물었다. “설마하니, 정말 독약이라도 되는 것이오?”유소영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어찌 독약일 수가 있겠습니까!”“세자, 호기심은 조금 줄이셔도 됩니다.”“어차피 지금 당장 쓰실 일도 없을 테니까요.”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스승님께서 세자를 구해주신 적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어찌 전에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습니까?”고준형은 그 약병을 챙겨 넣으며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아주 오래전 일이라, 나도 어머니께서 스쳐 가듯 하신 말씀을 어렴풋이 기억할 뿐 확실치는 않았소.”“무엇보다 설 신의께서 목숨을 구한 자가 수천수만에 이르는데, 굳이 입에 올릴 일은 아니지 않소. 도리어…….”그가 말을 뚝 끊더니, 뒷말을 삼켰다.유소영은 오히려 더 호기심이 일었다.“도리어 어찌 보인다는 말씀이십니까?”고준형은 잠시 뜸을 들이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부인과 일부러 친분을 쌓으려 애쓰는 것처럼 보일까 봐 그랬소.”유소영은 어안이 벙벙했다.그게 대체 무슨 핑계란 말인가?참으로 별난 구석이 있었다.……반 시진 후.두 사람은 온천 산장으로 돌아왔다.이곳에는 남는 객실이 없었기에, 지난 이틀간 유소영이 안방에서 자고 고준형은 정무를 핑계로 서재에서 대충 눈을 붙였다.유소영은 오늘 밤도 그리할 거라 여겼다.그러나 실상은 달랐다.고준형이 침구 한 채를 안고 와 침상에 내려놓자, 유소영은 곁에 서서 반신반의하며 물었다.“세자, 오늘 밤은…….”고준형은 굳이 숨기지 않고 툭 터놓고 말했다. “오늘 밤은 바쁘지 않으니, 부인과 함께 안방에서 자겠소.”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