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사극 로맨스 / 부군의 형님 / Chapter 451 -الفصل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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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1화

오후. 월하각.복양 군주가 또다시 찾아왔다.어제는 장신구를 고르더니, 오늘은 옷감을 골라야 한다며 또 유소영을 붙들고 늘어졌다.유소영이 대놓고 물었다.“군주의 규방 벗들은 다 어디 가셨습니까? 왜 그들과 함께하지 않으십니까?”“그 애들이 뭘 알겠어요! 당연히 혼인해 본 세자 부인이 더 경험이 많을 테니 그렇죠.”그러고는 곧장 유소영을 이끌고 저택을 나섰다.옷감의 문양을 고를 때 복양 군주는 무척이나 들뜬 모습이었다. 이번 혼사가 꽤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하지만 한 젊은 사내가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찰나, 복양 군주의 미소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녀는 쥐고 있던 물건을 내팽개치듯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유소영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유소영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그녀는 멍하니 서 있는 젊은 서생을 바라보았다.그는 수수한 차림새였는데, 소매 안쪽으로 천을 덧댄 자국이 보였다.그러나 수려한 외모만큼은 남루한 행색조차 잊게 만들 정도였다.그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군주를 응시했으나, 차마 다가서지는 못한 채 주저하고 있었다.복양 군주는 금세 표정을 정돈하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를 철저히 무시했다.“세자 부인, 여긴 싸구려 물건들뿐이네요. 다른 곳으로 가요!”그 말에 젊은 사내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기색이 스쳤다.유소영은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군주를 따라나섰다.마차 안.복양 군주가 냉소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눈치채셨죠?”유소영이 솔직하게 답했다. “군주와 그분의 반응을 보고 모른 척하기가 더 어렵더군요. 그분이 예전에 군주께서 마음에 두셨던 분입니까?”복양 군주가 입꼬리를 비틀었다.“그래요.”유소영이 나직이 말했다.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아셨으면서 어찌하여 마음을 주셨습니까.”“훈계는 사양할게요. 그 사람을 좋아했을 땐 정말로 함께할 생각이었어요. 그가 공명을 세우면 황 백부께 청을 드릴 작정이었죠. 하지만 그 사람이 그토록 무능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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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유소영은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왕세자께서…….”복양 군주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결과가 어찌 되든 오라버니께서 이리 하신 건 다 세자 부인을 위해서예요. 그러니 오라버니의 그 마음을 꼭 기억해 주셔야 해요.”유소영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왕세자의 마음은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복양 군주는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고 세자는 믿을 만한 분이 아니에요. 유 대감께 일이 생긴 뒤로 고 세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잖아요. 제 오라버니야말로 진정으로 사람을 아낄 줄 아는 분이라고요.”유소영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군주가 은연중에 왕세자를 치켜세우며 자신과 세자 사이를 이간질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그녀는 결국 군주의 말을 끊었다.“군주, 왕세자와 저는 결코 이어질 수 없는 사이입니다. 그러니 말씀을 삼가 주십시오. 제가 구설에 휘말리지 않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그녀가 이토록 직설적으로 나오자 복양 군주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렇군요…… 알았어요. 하지만 전 그저 농담을 좀 한 것뿐이에요. 오라버니를 선택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요. 너무 정색하시는 거 아니에요?”하지만 유소영은 이를 가벼운 농담으로 넘길 생각이 없었다.그녀가 정색하며 말했다.“장차 정혼을 앞둔 시기에 외간 남자와 얽혀서는 안 된다는 걸 군주께서도 아시는데, 제 명예도 생각해 주셔야지요.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복양 군주는 말문이 막혔다.마차 안에는 한동안 정적만이 감돌았다.한참 뒤에야 복양 군주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어쩜 그리 속이 좁으세요? 이 일로 저랑 절교라도 하시겠다는 건가요?”“알겠어요, 무슨 걱정을 하시는지 알겠으니 앞으론 오라버니 얘기를 꺼내지 않을게요.”그러면서 유소영의 손을 잡고 흔들며 애교 섞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유소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군주께서 그 약속을 지켜 주시길 바랍니다.”……영씨 가문.지난 이틀간 왕씨는 줄곧 딸의 곁을 지켰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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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고준형은 침착하고 여유로웠다.“폐하께서 내 견해를 물으셨지만 사건에 연루된 이들 중에 장인어른도 계시니, 내가 나서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씀드렸소. 그래서 조정에서는 내 생각을 밝히지 않았지.”“찬성하는 이가 극히 적어 폐하께서도 고민이 많으신 듯하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소.”유소영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고준형이 그녀를 달랬다.“좋게 생각하시오. 장인어른께서 대리시에 계시니 오히려 마음은 놓이지 않소.”유소영이 눈을 들어 물었다. “세자께서는 속죄금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고준형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수많은 상인이 연루된 일이오. 겉으로는 자발적이라 하나, 실상은 강요받은 이들도 적지 않지. 한마디로 흙탕물 싸움이나 다름없소.”거기까지 말하던 그가 돌연 화제를 돌렸다. “부인은 속죄금을 냈소?”유소영은 단호했다.“아니요. 저는 처음부터 이 일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은전 한 닢도 내놓을 생각이 없어요.”고준형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장인어른의 일에서도 부인이 그처럼 냉철함을 잃지 않길 바라오.”그리고는 무심한 듯 물었다. “조정의 일은 복양 군주에게 들은 것이오?”유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군주께선 그저 왕세자께서 그 문제를 거론하실 거라고만 했어요.”고준형은 차분한 시선으로 유소영을 가만히 응시했다.“군주와 그렇게 가까이 지내는 게 혹시 내키지 않는 건 아니오?”유소영이 솔직하게 답했다. “군주께선 천진난만하신 분이에요. 신분을 떠나 친구로서 사귀고 싶습니다.”고준형이 찻잔을 들어 올렸다.“부인이 군주의 청을 거절하지 않거나, 혹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었소. 본인이 원해서 하는 일이라면 더는 관여치 않겠소.”말을 마친 그는 가볍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다음 날.이른 아침, 유소영이 미처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아민이 휘장을 걷고 뛰어들었다.“아씨, 군주께 큰일이 났어요!”유소영은 아직 잠이 덜 깬 탓에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누구?”“군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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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날카로운 가위 날 위로 복양 군주의 얼굴이 흐릿하게 비쳤다.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이었다.그녀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고 손은 걷잡을 수 없이 떨려왔다.화친혼도 싫고, 여승이 되는 것도 싫었다!서걱.머리카락 한 올이 잘려 바닥으로 떨어졌다.그와 동시에 소녀의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그녀는 체념한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결국 득실을 따져 부왕과 모비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머리카락이야 다시 자라면 그만이다.여승이 되어 절에 들어간다 한들 환속할 기회는 있다.혼인이 몇 년 늦어지거나 시집을 잘 못 가는 것쯤이야 감내할 수 있었다.그러나 타국으로 화친을 떠나게 된다면, 제 인생은 송두리째 망가지는 것이었다…….“부왕! 모비! 이게 무슨 짓입니까!!”조담이 뜰 밖에서 뛰어 들어와 노파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가위를 빼앗았다.복양 군주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오라버니를 바라보았다.울다가 웃다가, 그녀의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했다.누군가 말려주기를 바랐으면서도 결말은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곧바로 한 부인이 뒤따라 들어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를 끌어안으며 소리쳤다.“군주를 며느리로 삼겠다는 제 마음은 확고합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전 군주가 순결하고 결백하다는 걸 믿습니다!”나타난 이는 영국공 부인 변씨였다.초왕비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했다.변씨는 복양 군주를 부축해 일으키고는 초왕 부부를 향해 사죄의 예를 올렸다.“다 못난 제 아들 녀석 탓입니다. 헛소문에 휘둘려 홧김에 파혼이라는 망언을 내뱉다니요. 제가 놈을 끌고 왔습니다. 지금 밖에서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멀쩡한 혼사를 하인 놈의 헛소리 때문에 망칠 수는 없지 않습니까.”“맑은 물은 절로 맑은 법이라 믿습니다. 하물며 군주께서 어리석은 분도 아니신데, 어찌 가난한 서생 따위에게 눈길을 주셨겠습니까.”초왕과 초왕비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이 변씨는 그래도 사리 분별을 할 줄 아는 사람이군.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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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고준형은 젓가락을 들었다 놓으며 담담히 유소영을 응시했다.“왜 그런걸 묻소?”유소영은 자신의 의문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다.“고장훈이 임유정을 맞이한 건 진심으로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뒤에 있는 재상부를 중히 여겼기 때문이지요.”“영국공부가 군주를 며느리로 들이는 건 초왕부의 지지를 얻기 위함이고요.”“그러나 세자께서 저와 혼인하여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요.”“도대체 세자께서 남들과 다르신 건지, 아니면…… 세자께서 꾸미시는 일을 제가 모르는 것인지요?”고준형은 흥미롭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부인은 어느 쪽이라 생각하오?”“모르겠기에 세자께 직접 여쭙는 것입니다.”유소영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게다가 지난번 왕세자께서도 말씀하시길, 세자께서는 혼인을 집안끼리의 결합이자 이해득실을 따져 계산하는 것이라 여기신다 들었습니다. 그러니 저도 궁금할 수밖에요…….”그녀는 말을 아꼈다.고준형은 웃음기를 거두고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내가 부인을 맞이한 건 은사님의 부탁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인에게 세자 부인의 자리를 감당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오.”유소영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능력이 있다?세자 부인이 무슨 관직이라도 된단 말인가?유소영은 한참 동안 침묵했으나, 얼굴에는 기쁜 기색이라곤 조금도 없었다.고준형이 이 무의미한 대화를 끝맺었다.“우선 탕부터 드시오.”유소영은 별로 입맛이 없었다.그녀는 숟가락을 쥔 채 물었다. “군주를 뵈러 가고 싶습니다.”고준형은 온화한 태도로 답했다.“내가 같이 가주길 바라오?”유소영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세자께선 공무로 바쁘시니 석심과 함께 가면 됩니다.”고준형은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그것도 좋겠군. 석심은 일 처리가 확실하니 그가 있으면 나도 안심이오.”……초왕부로 향하는 마차 안.아민은 아씨의 수심이 깊은 것을 눈치챘다.“아씨, 아직도 군주가 걱정되세요?”유소영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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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유소영은 확신에 차 있었다.“제가 아는 세자께서는 그런 짓을 하실 분이 아닙니다.”복양 군주는 낙담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러게 말이에요. 제가 어쩌다 멍청하게 고 세자를 의심했을까요.”“그분은 정직하신 분이시니 그런 비열한 짓을 하실 리가 없지요.”비열이라는 단어를 듣자, 유소영은 문득 세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비열한 자들을 상대하려면 그들보다 더 비열해져야 한다고 했던 그 말이.순간, 의심의 씨앗이 조용히 뿌리내렸다.군주의 곁을 반 시진 정도 지키던 유소영은 이만 물러나겠다고 고했다.초왕부를 나서는 길, 어느 외진 별채를 지나칠 때였다.문득 하늘하늘 떠다니는 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유소영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저 별채에 사는 아이가 띄운 것이려니 했다.그러나 다시 한번 쳐다본 순간, 그녀는 우뚝 멈춰 서서 연을 뚫어지게 응시했다.“아씨, 왜 그러세요?”아민도 따라 멈춰 섰다.그녀는 아씨의 시선을 좇아 연을 올려다보았다.딱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굳이 특이한 점을 찾자면, 연에 글씨가 빼곡히 적혀 있다는 것 정도였다.시 구절인가 보다 싶었다.아민은 별생각 없이 넘기려다, 아씨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눈도 깜빡이지 않고 연을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아씨?”유소영은 아민에게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배웅하던 몸종에게 다급히 물었다.“이 별채에는 누가 머물고 있느냐?”몸종은 무미건조한 어조로 답했다.“운 측비 마마이십니다.”유소영은 태연한 척 가장하며 물었다. “측비 마마를 뵙고 문안을 여쭈어도 되겠느냐?”몸종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이치대로라면 세자 부인이 누굴 만나든 일개 몸종인 자신에게 물을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운 측비는 달랐다.몸종이 즉시 귀띔했다.“운 측비 마마께서는 괴이한 병을 앓고 계십니다. 부인께서는 들어가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유소영이 연을 가리켰다.“저 연은 누구의 것이냐? 운 측비 마마의 것이냐?”몸종이 고개를 저었다. “소인은 모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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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군주의 규방 안.복양 군주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고작 왕불지의 서첩 아닙니까. 그게 탐나신다면 제가 오라버니께 부탁해 알아보지요.”“운 측비는 괴이한 병을 앓고 있어요. 혹여 고치지도 못하고 병만 옮아온다면 득보다 실이 크지 않겠습니까.”유소영은 일부러 무심한 척 물었다.“무슨 병을 앓고 계시는지 군주께서는 아십니까?”복양 군주가 기억을 더듬었다.“잘은 몰라요. 벌써 칠팔 년 전의 일이라서요. 그날 부왕께서 갑자기 상령원을 폐쇄하시곤 얼씬도 못 하게 하셨거든요. 운 측비와는 왕래가 없던 터라 그동안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네요.”유소영이 다시 물었다.“운 측비는 어떤 분이셨나요?”“제 기억으로는 학식 있고 예의 바른 분이셨어요. 다른 여인들이 보석이나 장신구를 좋아할 때 그분은 시와 고서를 즐기셨죠. 부왕께서 그 환심을 사려고 동원 쪽에 서재까지 따로 지어주셨을 정도니까요.”말을 마친 복양 군주는 의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왕불지의 서첩이 그토록 좋으십니까?”유소영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네, 오랫동안 찾아 헤맸으니까요.”“지난 몇 년간 왕불지의 서첩을 꽤 모았는데, 딱 그 한 권이 부족합니다. 이제야 단서를 찾았는데 이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억울해서요.”복양 군주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유소영이 대담한 제안을 던졌다.“군주, 제가 몰래 상령원에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복양 군주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간이 배 밖으로 나오셨군요!”유소영은 끈질기게 매달렸다.“서첩 때문이 아닙니다. 운 측비 때문이에요. 딱 한 번 보고 바로 나오겠습니다.”“만약 그 병을 고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보고 싶습니다.”“어릴 적 스승님께 배우기를, 의술을 행하여 사람을 구하는 일을 피해서는 안 된다 하셨거든요.”복양 군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유소영이 자주 초왕부에 드나들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좋아요! 한번 해보죠!”…….상령원.복양 군주가 사람을 시켜 호위들을 유인한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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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후작부.월하각.유소영은 오늘 알아낸 사실을 고준형에게 낱낱이 고했다.“왕불지의 그 서첩을 거래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만약 운 측비가 물건을 넘긴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줄기를 타고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세자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고준형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그의 표정은 시종일관 침착하고 온화했다.“좀 더 대담하게 추측해 보시오.”“어쩌면 운 측비가 죽중군 본인과 접촉했을지도 모르오. 어떤 가능성도 놓쳐선 안 되니 말이오.”“이 단서를 따라 부인의 사람들을 시켜 운 측비를 샅샅이 조사해 보는 게 좋겠소.”유소영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예!”고준형이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모습이 꼭 석심 같군. 나는 부인의 남편이지, 주인이 아니오.”유소영은 속눈썹을 반쯤 내리깔며 말투를 조금 부드럽게 했다.“예.”이어서 고준형이 다시 입을 열었다. “부인의 말대로라면 운 측비가 도대체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조사해 봐야겠소.”유소영도 그 말에 동의했다.“지금까지도 초왕은 참으로 기이하게 느껴집니다. 아끼는 첩이 정말 병에 걸렸다면, 다급하게 의원을 찾고 약을 구해야 마땅하지 않습니까?”“운 측비가 병에 걸린 게 아니라 초왕에게 연금된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고준형이 신중하게 말했다.“그건 어디까지나 우리의 추측일 뿐, 사실이 아닐 수도 있소.”“좌우지간, 우선 석심에게 조사하게 하여 명확히 밝혀낸 뒤에 후속 조치를 취하도록 하지.”유소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너무 조급했습니다.”고준형이 그녀를 바라보며 다소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부인은 확실히 좀 조급했소.”“운 측비가 소란을 피우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오.”“생각해 보시오. 만약 운 측비가 정말 병에 걸렸는데 부인이 무모하게 들이닥쳤다가 병이라도 옮으면 어쩔 뻔했소? 아니면 운 측비가 부인을 악인으로 오해하여 부인이 자신을 소개하기도 전에 호위를 불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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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강지영은 이곳에서 조담을 마주치게 될 줄은 몰라 몹시 놀랐다.“여길 어찌…….”조담이 두어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고, 표정은 차갑고 엄했다.“내가 사람을 붙여 감시하지 않았다면 네가 유씨를 찾아간 줄도 몰랐겠구나.”“지영아,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너 혼자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도 모자라 남까지 끌어들이려 하다니!”강지영의 얼굴에 억울함이 스쳤다.“제게 소리지르시는 겁니까?”“제가 뭘 하고 있는지 분명히 아시잖아요! 전 아버지의 사건을 뒤집어 결백을 증명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 일은 고 세자도,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으니 저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요!”“육황자는 불구덩이가 아닙니다. 유씨가 원하는지 아닌지 어찌 아세요!”조담의 표정은 지극히 냉담했다.“둘이 방금 나눈 대화는 밖에서 다 들었다.”“내 귀로 똑똑히 들었지. 유씨는 태자비 자리라 해도 육황자에게 시집가지 않겠다고 했다.”“그런데 네 귀에는 안 들리기라도 했단 말이냐?”강지영은 냉랭한 표정으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듣긴 했죠. 하지만 그건 고 세자에게 마음이 홀려서 그런 것이니, 제가 설득하던 중이었습니다.”유소영이 입을 열어 반박하려 했으나, 조담이 틈을 주지 않았다.그는 강지영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마지막으로 묻겠다. 그래도 기어이 육황자를 도울 셈이냐!”강지영은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그녀의 눈빛은 확고했다.“네! 전 육황자를 보필하기로 결심했어요!”조담은 그녀에게 크게 실망했다.“좋다. 더는 널 방해하지 않으마.”“허나 네가 무엇을 하든 앞으로 유씨는 찾아오지 마라!”강지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조담마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다니.조담은 무정해 보일 만큼 차가웠다.“아직도 안 가고 뭐 하는 게냐? 폐하께 네가 육황자와 결탁해 태자 자리를 노린다고 고해바치길 바라는 거냐!”강지영은 배신감에 휩싸여 한시도 머물 수 없다는 듯, 조담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기색으로 자리를 떴다.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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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찰나의 순간, 유소영은 허둥지둥 갈피를 못 잡고 도망치듯 서둘러 마차에 올랐다.“아민, 이만 돌아가자.”어둠 속에서 조담 또한 골목 어귀의 그 광경을 목격했다.그의 동공이 순간 흔들렸다. 그는 즉시 고개를 돌려 걱정스런 눈빛으로 유소영 쪽을 바라보더니, 이내 말에 올라 마차를 뒤쫓았다.골목 어귀.고준형은 즉시 등 뒤에 안긴 사람을 밀쳐내고는 서늘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구공주의 뒤를 따르는 호위들에게 명령했다.“공주 전하를 궁으로 모셔라!”잔뜩 취한 구공주는 더 이상 진심을 숨기지 못했다.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진 채 벽에 기대어 고준형을 바라보았다.“내가 화친을 가게 되면 어쩔 셈이야…… 정말 그래도 괜찮아? 복양은 정혼했어...... 그 아이가 그렇게 서둘러 정혼한 건 화친 상대로 뽑힐까 봐 겁이 나서였지.”“그럼 나는?”“아무도 나랑 혼인해주지 않으면 난 화친을 하러 갈 수밖에 없는데……”“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나를 맞아주면 안 돼? 왜 내게 이토록 잔인한 거야…… 또다시 나를 죽음으로 내몰 셈이야?”고준형의 표정은 맑았으나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공주 전하께서 취하여 헛소리를 하시는 모양입니다."“신은 듣지 못한 것으로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매정하게 돌아섰다.구공주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렸다.오늘 몰래 궁을 빠져나온 건 그저 술로 근심을 달래려던 것뿐이었다.그런데 고준형이 제 발로 눈앞에 나타났기에, 그녀는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르지 않기로 결심했던 것이다.이것이 하늘의 뜻이라 여겼다.그러나, 고준형은 끝내 매정하게 저를 밀어냈다.“어째서……” 구공주는 봇물 터지듯 눈물을 쏟으며 나직이 되뇌었다.같은 시각.한편.조담이 마차를 따라잡았다.그는 휘장을 사이에 두고 안쪽에 있는 이에게 말을 건넸다.“방금 그렇게 급히 떠나지 말았어야 했소. 돌아가서 고준형과 구공주가 아직 끊어지지 않은 관계인지 확실히 물어보시오. 결과가 어떻든 지금 혼자 엉뚱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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