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황자가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부인, 예를 갖출 것 없소.”“고준형을 찾으러 온 것이오? 아침 일찍 입궁하여 폐하를 뵙고 있소. 안에서 잠시 기다리면 곧 돌아올 것이니 앉아서 쉬고 계시오.”유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전하.”육황자에 비해 이황자는 한결 너그럽고 온화해 보였다.어찌하여 다들 이황자가 폐하의 눈 밖에 났다고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유소영은 관서에 앉아 기다렸고,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세자가 돌아왔다.그녀를 본 고준형은 짐짓 놀란 기색이었다.“부인이 여긴 어쩐 일이오?”“초왕부에 들러 운 측비 일에 대해 알아볼 참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세자께 아침을 전해 드리려 들렀습니다.”아민은 곧장 망강루에서 급히 사온 아침상을 차려냈다.고준형은 식함을 힐끗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 탁자 쪽으로 걸어갔다.“두고 가시오. 일이 끝나는 대로 먹겠소.”유소영이 눈짓을 보내자 아민은 곧장 물러났다.방 안에 단둘만 남게 되자, 유소영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물었다.“세자, 어젯밤 당하셨던 원앙취는…… 다 해독하신 겁니까?”손에 든 서책을 넘기던 고준형이 번쩍 고개를 들자, 그의 깊은 눈빛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일렁였다.“날 걱정해서 묻는 거요, 아니면 내가 다른 여인에게 가서 해독했을까 봐 따져 묻는 거요?”유소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전…… 세자, 혹 제게 언짢은 마음이 있으신 겁니까? 저를 보고 싶어 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고준형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부인은 여길 오지 말았어야 했소. 적어도 어젯밤 그런 일을 겪고 나서 다음 날 아침 이리도 태연하게 나를 찾아오진 말았어야지.”유소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고준형이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숨 막힐 듯 압도적인 기세로 옥죄어 오는 기운에 유소영은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몸이 탁자에 부딪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되자, 그제야 고준형은 걸음을 멈추고는 지극히 냉혹한 태도로 말했다.“보시오, 이것이 정상적인 반응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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