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을 치는 위치는 모두 정해져 있었다.신분에 따라 구역이 나뉘어 있어 함부로 뒤섞여서는 안 되었다.이는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구조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함이었다.또한 관원들의 천막이 바깥쪽에 자리하여 안쪽의 왕공 귀족들을 둘러싸는 형태라, 밤에 야수가 나타나면 외곽에 있는 이들이 먼저 위험을 감수하게 되어 있었다.고준형에게도 나름의 속내가 있었다.그러나 복양 군주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제가 황 백부님께 이미 말씀을 드려 허락을 받았습니다.”유소영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그녀는 내심 밤에 군주와 함께 잘 수 있기를 바랐다.세자의 천막은 비좁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몸을 돌릴 공간조차 마땅치 않았다.폐하께서 허락하신 일이니, 고준형도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그다지 멀지 않은 곳.음침한 두 눈이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황자 전하, 폐하께 가보셔야 합니다.”육황자는 시선을 거두고 옆에서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채 몸종 차림을 한 강지영을 돌아보았다.“네게 지시한 일을 잊지 마라.”“오늘 밤, 유소영을 속여 동쪽 숲으로 유인해라.”강지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예.”……사내들이 사냥을 나간 사이, 여인들은 직접 불을 피워 요리를 했다.이것이 바로 폐하께서 가솔들을 대동하게 한 이유이기도 했다.가을 사냥이 시작되자, 여인들은 사내들을 마치 전장에 내보내는 듯 배웅했다.유소영은 세자가 몸을 날려 말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세자는 언제까지 병약한 척을 할 셈일까?대체 왜 그런 연기를 하는 걸까?“고 세자는 참으로 훤칠하고 준수하여 눈을 뗄 수가 없네요.”곁에서 갑자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소영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그곳에는 옅은 초록색 저고리를 차려입고 곱게 단장한 채, 요염하고 다정한 눈빛을 띠고 있는 류아연이 서 있었다.“사모님?”“어머, 저를 보니 놀라셨어요?”류아연은 미인선을 들어 얼굴 반쪽을 가린 채 두 눈을 반달처럼 휘어 웃었는데, 마치 비파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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