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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의 형님》全部章節:第 681 章 - 第 690 章

762 章節

제681화

고준형이 유소영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의 말투에는 초조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소영, 방금 한 말...... 사실이오? 날 속이는 것이지? 부인이 회임했을 리가……”첫날밤을 치른 것은 불과 한 달 전의 일이었다.회임을 했을 리 없는데......설령 정말 아이를 가졌다 한들, 지금은 회임 맥이 잡힐 시기도 아니었다.이성적으로는 그 이치를 분명히 알았다. 그러나 유소영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마주하자, 고준형은 그만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마치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이 그의 목을 강하게 조르는 듯했다.그가 다급히 캐물었다. “정말 아이를 가진 것이오? 내게 진실을 말해주시오.”유소영은 그의 눈에 서린 복잡한 감정을 읽었다. 경악, 의심, 심지어 당혹감까지 섞여 있었다. 그러나...... 기쁨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아니에요.”그녀가 입을 열었다. “회임은 하지 않았습니다.”그 말을 들은 고준형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깊이 안도했다.그는 잃어버린 귀한 보물을 되찾은 양 그녀를 와락 품에 끌어안았다.그가 내쉬는 숨결에는 천근만근의 짐을 덜어낸 듯한 홀가분함이 묻어났다.“그럼 다행이오……”유소영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만약이라는 게 있잖아요.”고준형이 담담하게 대꾸했다. “그런 만약은 없을 것이오.”“피임약이라고 해도 완벽한 건 아니에요.”유소영은 몹시 냉정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회임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요.”고준형은 침묵했다.유소영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조금 전, 세자는 절 해치지 않겠다고 하셨죠. 그러나 만에 하나 제가 회임하게 된다면, 그리고 세자가 그 아이를 원치 않는다면...... 제게 아이를 지우라 하시겠군요……”“그렇다면 낳으시오.”고준형이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자르며 대답했다.유소영은 순간 멍해졌다.그녀가 예상했던 대답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고준형은 다시 그녀의 고개를 들어 올려 얼굴에 남은 눈물 자국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눈빛은 더없이 다정하고 애틋했다.“난 이미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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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나흘 후.엽금서는 황성으로 돌아와 입궁하여 복명했다.가장 짧은 시간 내에 민간의 원성을 잠재운 그의 일 처리 방식에 황제는 몹시 흡족해했다.그 도적 떼에 관해서라면, 황제 역시 그들이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좀처럼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으니, 억울하겠지만 잠시 그들에게 이 죄명을 뒤집어씌울 수밖에 없었다.어차피 그들 또한 구제할 길 없는 극악무도한 자들이었기에 죽어 마땅한 목숨들이었다.연씨 가문 참극은 도적들이 참수됨과 동시에 그대로 종결되었다.본래 들불처럼 번지려던 민간 조운의 반발은 빠르게 타오른 만큼 빠르게 사그라졌다.사람의 마음이란 결국 각자의 이익을 좇기 마련인지라, 그들은 금세 서로가 한배를 탄 처지라는 사실을 잊고 또 다른 다툼에 빠져들었다.민간 조운의 우두머리가 쓰러지자, 저마다 그 자리를 차지해 민간 조운을 독식하려 들었던 것이다.그러니 그 누가 이제 와서 진실 따위에 신경이나 쓰겠는가?형부.이황자는 엄중하고도 분노 어린 눈빛으로 엽금서를 바라보더니, 이내 매섭게 그를 질책했다.“이 진술서들이 정해진 규정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가! 자네는 사건을 해결하겠답시고 이토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겐가!”엽금서는 평소의 호쾌하고 당당하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대인, 저 역시 진범을 잡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대국을 중히 여겨 먼저 사건을 종결지어 사방의 혼란을 잠재우라는 밀지를 내리셨습니다. 제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대인, 폐하께서도 이 사건을 은밀히 계속 추적하는 것은 윤허하셨습니다…….”말을 맺으며 그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마치 한 줄기 희망을 다시 찾은 듯한 얼굴이었다.이황자는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기회가 남아있다고 생각하는가? 사건은 이미 종결되었고 자네는 형부로 돌아가 본분을 다해야 하는데, 설마 이 사건 하나 때문에 다른 업무는 다 내팽개치겠다는 겐가? 자네는 그토록 한가한 신분이 아니야.”엽금서의 동공이 잘게 떨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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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유소영은 현청을 뚫어지게 응시했다.“관 속에 있던 이가 언니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언니는? 언니는 아직 살아 있는 거야?!”현청은 안색이 굳어지더니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차근차근 털어놓았다.“그해 대공자께 변고가 생겼을 때, 다행히 민 대인의 도움을 받아 대공자를 다른 곳으로 빼돌린 덕분에 핍박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그러나 민 대인은 강직한 분이라 대공자를 풀어주려 하지 않으셨지요. 대공자의 결백을 밝히고 자유를 되찾아주기 위해, 큰아씨께서는 진상을 파헤치려 하셨습니다.”“당시 나으리께서는 아직 타지에서 장사를 하고 계셨고, 큰아씨께서는 민 대인의 안배로 대공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처음엔 대공자께서도 큰아씨께 황성에서 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누가 대리 시험을 강요했는지 발설하려 하지 않으셨습니다.”“그러나 나중에 큰아씨께서 그분을 꾸짖으셨습니다. 말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그자들은 언젠가 반드시 대공자를 찾아내 입막음하려 할 것이고 우리 역시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요.”“가족들까지 연루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야, 대공자께서는 큰아씨께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자신은 어느 정체 모를 자에게 협박을 받아 대리 시험을 치렀으며, 그자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시험 문제가 유출된 비밀을 알게 되었고, 과거 시험에서 부정을 저지른 자가 여럿 있었다고 했습니다.”이 일은 유소영도 일찌감치 알고 있었고, 부정 사건의 주모자가 조원욱이라는 사실까지 이미 알아낸 터였다.그녀가 물었다. “그 다음은?”“그리고…… 큰아씨께서는 황성으로 가서 진상을 밝히고 폐하께 억울함을 호소하기로 결심하셨습니다. 민 대인께 이 계획을 알리자, 민 대인께서 가짜 신분과 통행증을 마련해 주셨지요. 그렇게 저희는 나으리 상의도 없이 황성으로 향했습니다.”“강주를 떠나기 전, 큰아씨께서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셨습니다. 만약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면, 유씨 가문의 다른 이들이 강주를 무사히 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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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대리시.옥사.유 대감은 딸을 보자 만감이 교차했다.유소영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옥문 너머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이윽고 그녀는 현청에게서 들은 바를 아버지에게 낱낱이 털어놓았다.관 속에 있는 이가 큰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유 대감의 두 눈이 단박에 붉어졌다.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옥문을 부서질 듯 움켜쥐었다.“어찌 이럴 수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이냐! 설요 그 아이가…… 아직도 밖에서 외로운 혼이 되어 떠돌고 있단 말이냐!!!”삶과 죽음은 중대한 일이다. 더구나 죽은 이를 땅에 묻어 편히 쉬게 하는 일은 살아 있는 자들이 끝내 놓지 못하는 집착이었다.죽은 혈육을 제대로 장사 지내지 못함은 살아남은 자에게 지옥의 형벌과도 같았다.유 대감은 비통함에 가슴을 부여잡고 차오르는 눈물을 억눌렀다.거칠게 오르내리는 가슴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깊이 후회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유소영은 안타까운 눈길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아버지, 그 시절 언니의 마음도 지금 아버지와 같았을 것입니다. 두 분 다 본심은 가족을 무사히 지키려 하셨다는 걸 저 역시 이해합니다…….”“그만해라.”유 대감이 목이 멘 소리로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지난 세월 동안 그의 마음인들 어찌 편했겠는가?거의 매일 밤마다 죽은 아들과 딸이 꿈에 찾아왔다.그는 겉으로 이미 과거를 내려놓은 듯 보였다. 그러나 실상 가장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는 바로 그였다.그는 과거 외지에서 장사에만 몰두하느라 강주로 제때 돌아가지 못했던 것을, 설요가 황성으로 가는 것을 막지 못했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이 못난 애비 탓이다…….”유 대감은 옥문에 머리를 기댄 채 가슴을 치며 비통해했다.유소영이 다가가 옥문을 꽉 쥔 그의 손을 감싸 쥐었다.“아버지, 아버지는 이미 저희를 위해 많은 것을 해주셨습니다.”유 대감이 고개를 들어 눈앞의 유소영을 바라보았다.그의 눈가는 이미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이제 내게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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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뭐라? 유소영이 없다고?”고 부인은 문전박대를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준형이는 재상이니 공무가 바빠 저택에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유소영은 뒤채에서 남편이나 모시면 될 것을, 어찌 없단 말인가?고 부인은 믿을 수 없었다. 분명 고의로 피하는 거겠지!그녀는 본채로 억지로 밀고 들어가 샅샅이 뒤졌으나, 정말로 유소영을 찾지 못했다.“네 부인은 어디로 갔느냐!”그녀가 불만스레 물었다.심씨 어멈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부인께서는 몸이 불편하시어 설 신의께 진료를 받으러 가셨습니다.”고 부인의 안색이 굳어졌다.이 유소영은 병이 나도 어쩜 이리 때를 잘 맞춘단 말인가!같은 시각.유소영은 이미 마차를 타고 성 밖으로 나선 후였다.그녀는 스승님의 답 서신이 오지 않자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직접 가보기로 했다.다녀오는 데 적어도 열흘은 걸릴 터였다.덕분에 영선화의 일도 피할 수 있었다.아민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호기심에 물었다. “아씨, 영선화가 정말로 도망칠 수 있을까요?”부모가 정하고 중매인이 맺어 준 혼사인 이상, 아무리 생각해도 피할 길은 없었다.게다가 천지가 아무리 넓다 한들, 규방의 여인이 밖으로 나가는 것은 마치 양이 이리 떼 소굴로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얼마나 많은 눈이 노리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영선화의 이러한 짓은 너무도 어리석었다.유소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손에 든 의서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에 잠길 뿐이었다.도대체 자신이 잃어버린 그 기억 속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유소영이 떠난 후, 고준형은 일찍 귀가할 필요가 없어졌다.행여나 빈방을 보며 상념에 젖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그가 독수공방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래서 그는 거의 관서에만 머물렀다.고 부인이 영선화의 일로 그를 찾고 싶어도, 감히 재상의 관서에 함부로 쳐들어갈 수는 없었다.다행히도, 영선화는 곱게만 자라 밖에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었다.겨우 이틀째 되는 날, 그녀는 제 발로 돌아오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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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그러니까, 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겠다는 말이냐?”유소영의 자초지종을 다 들은 설림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유소영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스승님, 무슨 방도가 없을까요?”설림이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우선 네 기억상실이 무엇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아버지 말씀으로는 제가 어릴 적에 고열을 심하게 앓아서……”“아니야.”설림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그는 비록 나이가 들었으나 눈빛만큼은 여전히 횃불처럼 번뜩였다.의원이 병을 볼 때는 본디 눈으로 살피고, 듣고, 묻고, 맥을 짚는 과정을 중시한다. 그와 같은 신의라면 그저 겉으로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곧이어 설림은 그녀의 맥을 짚으며 진단을 내렸다.한참이 지난 후, 설림이 말했다.“네가 기억을 잃은 것은 신체적인 상처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의 병에 가깝구나.”유소영은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마음의 병이라고요?”설림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그래. 병은 마음에서 생기고 병세 또한 마음을 따라가는 법이지. 내가 예전에 전쟁을 겪은 이들을 수없이 치료해 보았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기억의 일부를 잃곤 했다. 참혹한 전쟁의 기억을 잊어야만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지.”“그러나 동시에 피할 수 없는 상처의 흔적이 남기도 한다. 이를테면, 특정 무언가를 마주쳤을 때 걷잡을 수 없이 이성을 잃고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처럼 말이야.”유소영은 갈수록 의문이 깊어졌다. “하지만 전 전장에 가본 적도 없고, 제가 이성을 잃을 만한 무언가도 없는걸요.”설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너 스스로도 정녕 눈치채지 못했단 말이냐?”“너는 가끔 유별나게 깨끗한 것을 따질 때가 있지. 특히 피를 볼 때면 더욱 그렇고. 예전에 네가 내 밑에서 의술을 배울 때, 마을 사람이 닭 잡는 것을 보다가 닭 피가 아주 조금 튀었을 뿐인데도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지 않았느냐. 그리고, 너는 지금도 반찬을 먹을 때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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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아니나 다를까, 임유정은 자리에 앉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어머님…… 모두 며느리의 잘못입니다. 제가 몸이 성치 못해 자식을 낳지 못하니, 어머님께서 부군을 시중들 사람을 붙여 하루빨리 후사를 보려 하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다만 저희 난향원에는 정말이지 쓸 만한 돈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고 부인이 임유정의 속내를 모를 리가 없었다.“그만두어라! 울고불고하는 꼴이 보기 흉해 눈을 뜨고 봐줄 수가 없구나!”“어머니! 유정이가 틀린 말이라도 했습니까?” 고장훈은 부인을 감싸고돌며 고 부인을 나무랐다. “어머니께서도 이제 그 나이가 되셨으면 좀 가만히 계실 수는 없습니까! 저를 이 지경으로 망쳐놓으신 걸로도 모자라십니까?"“내가 너를 망쳤다고?” 고 부인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한동안 반응하지 못했다.고장훈이 격분하여 소매를 뿌리치며 말했다. “제가 언제 누구를 통해 자식을 보든 어머니께서 상관하실 일이 아닙니다! 그리 한가하시다면 차라리 형님이나 신경 쓰시지요. 정작 자식을 보기 힘든 쪽은 그쪽이니까요!” 고 부인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신경을 쓴 것은 다름 아닌 준형이 일이었다.본래 그 여인들도 모두 준형이를 위해 준비한 이들이었다.업보로구나, 업보야!결국 고장훈과 임유정은 한마음 한뜻으로 고 부인을 신랄하게 몰아세웠다.고 부인은 반박할 말이 없어 그저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재상부.아민은 입이 귀에 걸려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결국 그 여인들을 전부 돌려보내고 말았지 뭐예요. 마님께서 미리 건넸던 돈도 전부 허공으로 날아갔답니다. 중개인은 충용 후작부가 고작 몸종 몇 명 들일 돈도 없냐며 악을 써댔는데, 마님께서 평생 그런 수모를 겪으신 적이 어디 있겠어요. 두 분이 하마터면 관아까지 갈 뻔했다니까요.”유소영도 저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제 꾀에 자기가 넘어간 꼴이구나.”“그러게나 말이에요. 한시도 가만히 계시질 못하고 꼭 일을 벌이셔야 직성이 풀리시는 모양이에요. 세자와 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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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한 시진 뒤.욕실.세자와 부인이 방으로 돌아간 뒤, 심씨 어멈이 안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왔다.목용통 주변은 온통 물바다였는데, 대체 안에서 어찌나 소란을 피웠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심씨 어멈은 고되긴 했지만 마음만큼은 더없이 기쁘고 뿌듯했다.그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수건으로 바닥의 축축한 물기를 닦아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눈물 한 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그 눈물에는 안도감과 기쁨이 섞여 있었다.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들어 이마의 땀을 닦으며, 슬쩍 젖은 눈가도 함께 훔쳤다.  그러고는 다시 묵묵히 바닥을 닦아 나갔다.먼저 가신 주인을 대신해 세자가 이리 무탈하게 잘 자라 부인을 맞이한 모습을 보았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었다. 같은 시각.안방.고준형은 유소영이 감기에 들지 않도록 침구로 꽁꽁 감싸주었다.이어 마른 수건을 들어 손수 그녀의 머리카락을 말려주었다.그녀는 마치 온순한 고양이처럼 그의 무릎에 머리를 기댄 채 얕은 숨을 쉬었다.고준형은 머리를 다 말려주고 나서 그녀를 안아 자기 품에 기대게 했다.그녀는 졸음이 밀려오는지 내려앉는 눈꺼풀을 억지로 버티는 중이었다.고준형은 한쪽 팔로 그녀를 감싸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 작은 얼굴을 소중히 받쳐 든 채 귀밑에 얼굴을 살며시 비벼댔다. “부인, 이제 체력을 길러야겠소. 내일부터 아침에 오금희를 가르쳐 주겠소, 어떻소?”유소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오금희요?” 오금희는 화타라는 신의가 창안한 것으로, 기력을 보하고 몸을 다스리는 데 탁월한 효험이 있었다.하지만 지금에 전해지면서 후대의 개량을 거쳐 무공이 가미되었다.전통 오금희조차도 스승님께 배워본 적이 있었지만, 그녀는 번번이 익히지 못했다. 마치 무공을 익힐 때처럼 재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고준형이 말했다. “체력 단련을 위한 것이오. 부인은 매번 금방 피곤하다고 하지 않소.”유소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이 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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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대리시.옥사.유 대감은 사위가 혼자 방문한 것이 내심 의외라는 듯했다.고준형은 그에게 예를 갖추어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장인어른. 그간 안녕하셨습니까.”유 대감의 입가가 실룩하고 떨렸다.옥살이를 하는 마당에 안녕할 리가 있겠는가.“잘 지내네.” 그가 마음에 없는 소리를 뱉었다.“소영이가 설 신의를 찾아갔었습니다.”유 대감의 안색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 아이가….”고준형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기억을 되찾고 싶어합니다.”유 대감의 낯빛은 순식간에 긴장과 두려움으로 일렁였다.이내 고준형의 목소리가 이어졌다.“일단은 안심하셔도 될 듯싶습니다. 소영이의 마음의 병에 관해서라면 설 신의 또한 지금으로선 속수무책이라 했으니 말입니다.”유 대감은 깜짝 놀라 고준형을 응시했다.“사위, 오늘 이곳에 온 것이 자네가 소영이를 도와 나를 추궁하려는 심산은 아니겠지?”고준형의 온화하고 다정하던 눈빛 위로 순간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저는 장인어른께서 황성을 떠나주셨으면 합니다. 소영이를 지키기 위함일 뿐만 아니라, 장인어른의 안위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잠시 얼빠진 듯 멍해 있던 유 대감은 이내 그의 진심을 곧 깨달았다.그러자 곧 유 대감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알겠네. 사위, 번거롭겠지만 자네에게 맡기마. 다만……우리 소영이를 잘 보살펴 주게. 그 아이가 겉보기엔 여리고 순한 듯 보여도, 실상 속은 누구보다 고집이 강하니까 말일세.”고준형은 두 손을 맞잡아 엄숙하게 예를 올렸다.“그리하겠습니다.”바로 그때, 유 대감이 느닷없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리고 한 가지 더, 사위가 내게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으면 하네. 자네는…… 이미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인가?”유 대감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사위의 태도가 전과 달라진 것을 곧장 간파했다.얼마 전 세자가 소영이와 함께 왔을 때만 해도 분명 소영이의 편에 서서 그가 모든 진실을 털어놓기를 바라는 눈치였다.그러나 오늘, 세자는 아무것도 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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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유소영은 고개를 돌려 고준형을 바라보았다.지금 이 자리에서는 세자가 무슨 말을 하든 미움을 살 수밖에 없었다.겉보기에는 그저 족보에 이름을 올리는 일 같지만, 실상은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기 싸움이었다.고준형은 평소처럼 차분했다. 그러나 위엄이 자연스레 묻어났다.“민씨 부인이 낳은 아이가 아들이든 딸이든 모두 족보에 올릴 수 있습니다.”“그러니 아버지의 말씀에는 아무런 모순이 없습니다.”“장훈아, 네가 잘못 생각한 것이다. 아버지께서 언제 아들만 족보에 올리겠다고 하셨느냐?”이 말은 겉으로는 충용 후작의 편을 드는 듯했다. 그러나 구구절절 모든 이들에게 민씨 부인이 아들을 낳을지 딸을 낳을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그러나 무엇을 낳든 족보에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지금 이 일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전혀 무의미했다.그러나 충용 후작의 마음속은 조마조마했다.만약 정말 딸이라면 그가 이렇게까지 애쓸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애초에 민심자라는 외실을 첩으로 삼은 것은 그녀가 아들을 품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두 아들 모두 후계를 이으려 하지 않자 홧김에 민씨를 서둘러 후작부로 들이게 된 것이었다.이때 유소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두 어른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아버님, 어머님. 족보에 관한 일은 며느리인 제가 아랫사람으로서 감히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습니다.”“그러나 한 가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습니다.”“다들 왼손 맥이 무겁고 실하면 아들이요, 오른손 맥이 뜨고 크면 딸이라고 하며, 의원들도 이 방식으로 뱃속 아이의 성별을 짐작하곤 합니다. 그러나 사실, 저희 스승님조차도 감히 단언하시지는 못하십니다.”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민심자를 바라보았다. “물론 저 역시 민씨 부인의 소원대로 되기를 바랍니다.”민심자는 남몰래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어째서 정확하지 않다는 것인가?저들은 그저 질투가 나서 그러는 것일 테지!고준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어른을 향해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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