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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의 형님》全部章節:第 691 章 - 第 700 章

762 章節

제691화

마차 밖.고준형이 몸을 돌려 고장훈을 담담히 바라보았다. 그의 말투는 기이할 정도로 다정했다.“그래서, 네가 보기에는 네 정절이 내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거구나.”고장훈의 얼굴이 굳어졌다.그는 형님이 이토록 매정하게 나올 줄은 생각조차 못 했다.그가 이 일을 털어놓은 것은 형님이 자신을 용서하고 가엾게 여겨주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지금 형님과 틀어져서 그에게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그는 더 이상 구품 말단 관리로 지내며 온종일 사람들에게 핍박받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형님은 자신의 처참한 이야기를 듣고도 이토록 냉담하기만 했다.고준형이 한 걸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으나, 입술 너머로 흘러나온 말은 잔인하기 그지없었다.“그런 일은 말이야, 그냥 한 번 꾹 참고 견디면 지나가는 법이란다.”고장훈이 경악하며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형님! 저는 사내입니다!!”고준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냉담했다.“사내면 어때서? 네가 한 짓은 계집만도 못하지 않으냐.”“남에게 능욕을 당하고도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면서 도리어 친형제에게 칼끝을 겨누다니 말이다.”“살인을 할 배짱은 있으면서 어찌 너를 모욕한 자들을 죽일 엄두는 내지 못한 것이냐?”“그러니 진실은 이것이겠지. 조원욱의 핍박도 있었겠지만, 그 기회를 틈타 형님인 나를 제거하려 했던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이유 아니더냐…….”고장훈의 안색이 확 변했다.“저, 저는…… 아닙니다. 제가 어찌 그리 악독할 수 있겠습니까!?”유소영이 갑자기 휘장을 걷어치우고 마차에서 내렸다.“고장훈, 당신은 악독할 뿐만 아니라 어리석고 뻔뻔하기 짝이 없습니다!”“당신은 늘 자신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만 떠벌리고 다니지요. 세자의 상처가 얼마나 깊었는지 당신이 알기나 합니까!”“제가 그때 세자를 뵈었을 때, 세자는 이미 목숨의 반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그 끔찍한 형구들이 온몸에 가해지는 동안에도 전부 참고 견디셨다고요! 단 한 번도 아프다고 소리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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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유소영은 말을 마치고 나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세자가 진작부터 강회산의 임종 전 부탁을 받아 유씨 가문을 보살피기로 했다면, 필시 예전부터 자신과 아버지에 대해 알아보고 다녔을 것이 분명했다.어찌 되었든 세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애당초 자신과 고장훈의 혼사 역시 그가 나서서 도와준 덕에 성사된 것이라고 말이다.그렇다면, 자신이 고장훈과 혼사를 논하기도 전부터 세자는 이미 그녀를 알고 있었다는 뜻인데…….그러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후작부에서 청혼이 들어오기 전 세자를 만난 적이 있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고준형은 애써 기억을 더듬는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더 이상 애태우지 않기로 했다.“은사께서 내게 유씨 가문에 보답하라 부탁하셨으니 난 당연히 부인과 가족들을 찾아야 했지.”“부녀가 신분과 관적을 위조해 황성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직접 찾아갔소.”“원래는 그저 어찌 살고 있는지 살펴볼 생각이었는데, 부인이 점포에서 빚을 독촉하는 걸 보게 되었지.”“구경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으니 부인이 날 보지 못한 게 당연하오.”“그것은 내가 생전 처음으로 본 모습이었소. 어린 소저가 남을 깎아내리는 솜씨가 어찌나 대단하던지, 빚진 자의 얼굴을 붉게 만들고 그 자리에서 살려달라 빌게 하더군.”그의 말을 듣고도 유소영은 여전히 떠오르지 않았다.그녀가 빚을 독촉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당시 유씨 가문은 사업을 크게 벌였던 터라 당장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이 넉넉지 않아, 연말만 되면 아버지와 함께 빚을 걷으러 다니느라 섣달그믐날 저녁조차 챙겨 먹을 시간이 없었다.그러나 그런 험한 모습을 세자가 보았다고 생각하니 조금 민망해졌다.고준형은 그녀의 턱을 가볍게 쥐며 차분하고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 후에 부인을 만났을 때, 특히 후작부에 시집온 뒤로 늘 고분고분하고 나약해서 누구나 쉽게 얕잡아 볼 듯한 모습을 보일 때는 내가 사람을 잘못 본 줄 알았소.”유소영은 미간을 찌푸렸다.“세자, 분명 사람을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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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유소영이 자세히 캐묻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은 이러했다. 이틀 전, 복양 군주가 옷을 사러 점포에 갔는데 옷을 꽤 오랫동안 입어 보았다고 한다. 몸종이 이상함을 눈치챘을 때 군주는 이미 실종된 후였다.지금으로선 누가 군주를 납치했는지, 군주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초왕비는 이미 속이 타들어가 병까지 얻은 상태였다.복양 군주가 혼인을 앞두고 야반도주를 했다는 헛소문이 돌고 있었기에, 왕부에서는 감히 관아에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관아에 신고하는 것은 곧 군주가 야반도주를 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었다.남들은 타의에 의한 실종인지 자발적인 도주인지 따위의 차이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터였다.그저 안줏거리로 삼으며, 군주가 외간 남자와 눈이 맞아 달아났다고 단정 지을 것이 뻔했다.유소영은 침착하게 지시했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두 가지야. 소문을 잠재우는 것, 그리고 군주를 찾는 것.”더구나 소문을 잠재우는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그러나 소문 속에는 때때로 단서가 숨어 있기도 했다.이를테면, 헛소문을 퍼뜨린 자가 군주의 납치를 계획한 자일 수도 있었다.또는 헛소문의 내용 속에서 어떤 실마리를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녀가 고개를 돌려 아민에게 명했다.“소문의 출처를 조사해서 그 자를 찾아내.”“예, 아씨!”……그날 밤, 유소영은 곧장 초왕부로 향했다.왕부 앞채.초왕이 미간을 찌푸렸다.“뭐라? 관아에 신고를 하라고?!”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유소영을 노려보았다.복양이 실종된 후 밖에서는 외간 남자와 야반도주를 했다고들 수군거렸다. 덮기에도 급급한 판국에 관아에 신고하여 만천하에 까발리라니…….이 유씨는 도대체 일을 도우러 온 것인가, 아니면 초를 치러 온 것인가?유소영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전하, 작금의 흉흉한 소문은 억지로 막기보다 물꼬를 터주는 편이 낫습니다.”초왕이 그 터무니없는 소리에 반박하려 할 때, 초왕비가 나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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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아니, 그렇지 않을 것이다.저렇게 은밀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이 어딜 봐서 납치범이라는 건가!복양 군주는 발버둥을 멈추고 동그랗게 뜬 눈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도움을 갈구하는 기색이 가득했다.그는 쭈그리고 앉아 경계하며 뒤를 돌아보고는, 복양 군주의 밧줄을 풀어 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군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구하러 왔습니다…….”복양 군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꼼짝도 하지 않고 상대방의 구출에 협조했다.그녀는 낯익은 그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서글퍼졌다.단수문……. 자신이 버리고 상처를 입혔던 그 남자가...... 뜻밖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이다.그는 닭 한 마리 잡을 힘도 없는 연약한 서생인데, 어떻게 밖에 있는 저 사람들을 상대한단 말인가?……성 안, 관아.초왕비가 첩실을 고발했다. 자신의 딸을 모함하는 헛소문을 퍼뜨렸다는 이유에서였다. 구경하는 백성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이 소동은 꽤 오랫동안 이어지다가 해 질 녘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복양 군주가 나타난 것이다.그녀는 관아 포졸의 안내를 받으며 관아 안으로 들어왔다.그녀는 화려한 옷차림이었지만 안색은 몹시 창백했고, 몸종의 부축까지 받아야 했다.초왕과 초왕비는 그녀를 보고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복양 군주는 창백한 얼굴로 만류하듯 말했다.“모비, 제 일로 관아까지 오셔서 소란을 피우셨다 들었습니다. 모두 제 불찰입니다, 콜록콜록…….”초왕비는 그 속뜻을 알아차리고는 즉시 그녀를 부축하며 마음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너는 아직 아프잖니. 의원이 침상에 누워 요양해야 한다고, 바람을 쐬면 안 된다고 했는데 어찌 이곳까지 달려온 게야?”복양 군주가 초왕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부왕, 모비께서도 제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해 그러신 것이니, 부디 모비를 탓하지 마세요.”관아 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백성들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알고 보니 군주는 중병에 걸려 밖에 나설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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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유소영은 모든 것을 입 밖으로 내뱉는 성격이 아니었다.그녀와 복양 군주는 비록 가까운 사이이기는 했으나, 속마음을 다 털어놓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래서 그녀는 화제를 돌렸다. “이번 일로 영국공부 쪽에서 뭐라 말 나온 것은 없습니까?”복양 군주가 입꼬리를 삐죽였다.“우리 시어머니는 그런 건 신경도 안 쓰셔요.”“어차피 그분이 탐내는 건 초왕부지, 제가 아니니까요.”“오히려 우리 모비께서 초조해하시지요. 제가 또 무슨 변고라도 겪을까 봐 서둘러 혼례를 치르길 원하시거든요.”“그러나 제 생각에는 그렇게 서두르실 필요도 없는데 말이에요. 당장 다음 달이 제 혼례인걸요……”……복양 군주가 발걸음을 떼기가 무섭게 고준형이 방으로 들어왔다.유소영은 그가 오늘 이리도 일찍 돌아온 것이 무척 뜻밖이었다.고준형이 설명했다. “내일부터 제사를 올려야 하니 폐하께 휴가를 청했소.”이내 그가 먼저 솔직히 털어놓았다.“방 밖에 한참 서 있었소. 부인과 군주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방해할까 싶어 들어오지 않았지.”유소영의 얼굴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어차피 그녀와 군주가 나눈 대화 중에 남이 들어서 안 될 말은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고준형은 돌연 그녀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는 물었다. “군주가 마음에 둔 정인이 있느냐 물었는데, 어찌 대답하지 않았소?”유소영의 움직임이 멈칫했다.“그거야…… 당연히 없는 일이니까요.”살피는 듯한 고준형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 위를 맴돌았다.“부인, 거짓말을 하고 있군.”그러자 과연 유소영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며 시선을 피하는 것이 보였다.고준형은 그녀의 얼굴에 바짝 다가가 캐물었다. “고장훈이오? 만약 그 녀석이라면 뭐, 탓할 것도 없겠군……”“아닙니다!”유소영이 미간을 찌푸렸다.자신과 고장훈을 한데 엮자, 그녀는 몹시 불편해졌다.고준형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렇다면, 누구요?”“무얼 그리 꼬치꼬치 캐물으십니까……”유소영이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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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민심자가 열 달을 품은 끝에 마침내 산기를 느꼈다.충용 후작은 직접 방 밖을 지키며,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아들을 볼 수 있기를 기다렸다.영향원.고 부인은 의자에 앉아 손에 쥔 염주를 굴리고 있었지만 표정은 매우 불안해 보였다.“마님, 민씨 부인이 출산한다는데…… 정말 가보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국씨 어멈이 조심스레 물었다.눈을 뜬 고 부인의 시선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민씨 신분이 무엇이고, 내 신분은 무엇이냐? 그깟 아이 하나 낳는 일에 온 집안사람들이 나서서 호들갑을 떨어야 하느냔 말이다!”국씨 어멈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고 부인은 다시 눈을 감았다. 입술이 벌어졌다 닫히기를 반복했지만, 무슨 말을 중얼거리는지는 들리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손에 쥐고 있던 염주가 끊어지며 알알이 바닥으로 흩어졌다.그와 동시에 그녀의 심장도 철렁 내려앉았다.“마님, 괜찮으십니까?”고 부인의 안색이 창백해진 것을 본 국씨 어멈이 걱정스레 물으며 허리를 굽혀 흩어진 염주알을 주워 담았다.고 부인은 고개를 들어 밖을 바라보았다.그녀가 중얼거렸다.“대방이…… 과연 이 작위를 지켜낼 수 있을까?”민심자가 아들을 낳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또 있었다. 바로 임유정이었다.난향원.임유정은 초점 없는 텅 빈 눈빛으로 넋을 놓고 있었다.자신이 한때 깔보았던 이들이 이제는 하나같이 그녀가 부러워하는 처지가 되었다.유소영은 세자의 보호 아래 후작부를 떠나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를 겪지 않아도 되었다.심지어 외실 출신인 민심자조차 아이를 무기 삼아 신분 상승을 노리며 작위까지 탐내게 되었으니…….하늘도 참으로 불공평했다.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것들을, 하늘은 전부 남들에게만 내어주었다.임유정은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이 배에서는 두 번 다시 아이를 잉태할 수 없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뼈저린 후회에 몸부림쳤다.애초에 남을 해칠 작정으로 유소영을 독살할 마음을 먹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진작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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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방 안.민심자는 죽을 듯한 고통에 몸부림쳤다.아이를 낳는 것이 이토록 고통스러울 줄은 미처 몰랐다.온몸이 찢겨 나가는 것만 같았다…….“아아악! 착한 내 아들…… 어서, 어서 나오렴―”민심자는 자신이 난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난산이란 곧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것과 다름없었다.두려웠다.죽음이 무서웠다.이제야 겨우 먹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들려 하는데, 이대로 억울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하늘은 그녀에게 숱한 고난을 안겨주어 집안을 풍비박산 내고, 화선으로 전락해 뭇 사내들의 노리개가 되게 하였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는 고생 끝에 낙이 와야 마땅했다!민심자는 가슴이 찢어지도록 소리쳤다.목이 다 쉬어버렸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묻고 있었다. “유소영은! 유소영은 어디 있어!!”사실 그녀 자신도 왜 이토록 유소영을 찾는지 알지 못했다.그저 본능에 이끌려 내뱉는 말이었다.그저 본능적으로 유소영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너무나도 두려웠기 때문이다.아스라한 정신 속에서 무언가 미끄러져 나가는 것이 느껴지더니, 이내 아랫배가 쑥 가벼워졌다…….그러고는 잠시 후, 아기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민심자는 조바심을 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아기…… 내 아들…… 내게 보여줘…….”그녀는 간신히 고개를 치켜들었다.곁에 있던 몸종의 얼굴에는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산파가 강보에 아기를 싸안고 환히 웃으며 말했다.“축하드립니다, 마님! 예쁜 따님을 얻으셨습니다!”쿵―민심자의 마음속에 굳건히 서 있던 높은 벽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산파를 쳐다보았다.“딸이라고?”“……아, 아니야! 아들이야, 분명 아들이라고!”“어떻게 딸일 수가 있어! 내 아들 내놔―!”그녀는 몹시 흥분하여 일그러진 얼굴로 방금 출산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몸을 앞으로 내던졌다.“마님!”몸종이 그녀를 붙잡으며 만류했다. “진정하십시오!”민심자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성을 냈다.“너희들이 내 아들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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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유소영…… 나도 예감했어, 이번에는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것을.”민심자의 눈빛에서 독기가 순식간에 가시고, 그 자리에 생사를 초탈한 듯한 처량함이 내려앉았다.죽음이 다가올 때면 사람은 어렴풋이 그 징조를 느끼는 법이다.그 징조는 오직 죽음을 앞둔 자만이 느낄 수 있다.민심자가 바로 그랬다.어찌 된 영문인지, 아이를 낳기 시작하자마자 그녀는 유소영을 찾았다.난산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더더욱 절박하게 유소영을 필요로 했다.그녀는 유소영의 의술이 워낙 뛰어나니, 위급한 순간에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줄 수 있으리라 여겼다.그제야 알았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그녀가 유소영을 보려 한 것은, 죽기 전 마지막 부탁을 남기기 위해서였다……뜻밖이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유소영이라니.민심자는 피를 멈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흘렸다. 그러나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유소영은 그녀를 구하고 싶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민심자가 그녀의 손을 힘껏 쥐고 있었는데, 그 힘이 놀랍도록 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심자의 상태는 이미 손쓸 방도가 없었다…….“유소영…… 귀 좀 가까이 대봐.”민심자의 목소리가 가냘프게 떨렸다. “부탁이야…… 내 아이를 보살펴 줘. 그리고…… 나 대신…… 우리 아버지 일가에…… 비석을 세우고 향도 하나 피워 줘…….”유소영은 허리를 숙여 민심자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녀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방 밖.날은 이미 칠흑같이 어두워져 있었다.처마에 매달린 등롱은 달빛 아래 창백한 빛을 머금어 마치 흰 종이로 만든 초상집 등롱 같았다.충용후는 처마 아래에 굳은 듯 서 있었다. 아들을 잃었다는 충격에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뒤에야, 그는 민심자의 생사도 아직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는 굳게 닫힌 방문을 응시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이윽고 유소영이 나오는 것을 발견한 그가 물었다.“심자는 좀 어떤가?”유소영은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부인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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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아이로 인해 아내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고준형에게는 그 자체가 터무니없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유소영은 고준형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표정에는 농담의 기색이라곤 조금도 없었다.그제야 유소영은 그가 민씨 부인의 일로 큰 충격을 받았음을 깨달았다. 그의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이 서려 있었다.“사실…… 모든 여인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비록 그녀 자신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민심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남긴 슬픔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상태였지만 말이다.고준형은 말없이 그녀를 꽉 끌어안고 돌아가는 내내 침묵을 지켰다.……민심자의 장례는 몹시 서둘러 치러졌다.숨을 거둔 당일, 시신은 곧바로 관에 뉘어져 차가운 땅속에 묻혔다.예법대로라면 며칠은 시신을 안치해 두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첫째는 첩실이라는 비천한 신분 탓이었고, 둘째는 이튿날이 제삿날이라 불길한 기운이 닿을까 염려한 탓에 황급히 매장할 수밖에 없었다.대외적으로는 충용 후작이 총애하던 첩을 잃고 비통함에 빠져 몸을 가누지 못하는 탓에, 장례의 모든 절차를 고 부인에게 일임했다고 알려졌다.민심자가 낳은 딸은 남원에 머물며 유모의 보살핌을 받게 되었다.충용 후작은 그 핏덩이를 단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반면 고 부인은 직접 아이를 보러 걸음을 했다.갓 태어나 쪼글쪼글한 작은 아기는 울지도 보채지도 않는 것이 퍽 순한 기질을 타고난 듯했다.사내아이가 아닌 계집아이라는 이유만으로 고 부인은 아이에게 적의를 품지 않았고, 그 존재마저도 기꺼이 묵인할 수 있었다.사내아이였다면 그녀가 낳은 두 아들과 가산을 두고 다투었을 테니까.그러나 계집아이라면 훗날 두 오라버니에게 크든 작든 보탬이 될 것이 분명했다.유소영처럼 훗날 번듯한 가문에 정실로 시집보낸다면, 다른 건 몰라도 들어올 혼수 자금이 적지 않을 터였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고 부인은 더 이상 마음이 심란하지 않았다.그녀는 먼저 그 아이를 안아 들었다. 그 눈빛은 마치 귀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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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조원욱이 죽은 후, 고장훈은 한때 그의 편에 섰다는 이유로 매사에 곤란을 겪고 있었다.관직에서 강등당하고 동료들에게 배척당했으며 심지어…… 이미 오랫동안 사내 구실을 하지 못했다.깊이 사랑했던 임유정을 마주하고도 도무지 흥이 나지 않았다.그는 자신이 이대로 끝났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유소영을 보자, 다시금 자신이 제구실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다만 운명이 얄궂었다. 유소영은 이제 형님의 부인이니 그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그는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그 알량한 마음을 깊이 숨길 수밖에 없었다.……이번 고씨 가문의 제사는 십 년 만에 족보를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자리이기도 했다.유소영은 세자 부인으로서 족보에 이름이 올랐다.임유정의 차례가 되자 상황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영선화가 곧 고장훈에게 시집을 올 예정이었고, 게다가 정실부인이 될 것이었다.본래 정실이었던 임유정은 평처로 강등될 처지였다. 듣기 좋게 말해서 평처일 뿐, 실제로는 국법은 물론 문중에서도 인정받지 못해 그저 첩실이나 다름없었다.규율에 따르면 첩실은 족보에 오를 수 없었다.첩실이 아들을 낳지 않는 이상 말이다.임유정은 일찌감치 거세를 당해 후계를 잉태할 수 없었으니, 무슨 수를 써도 족보에 들어갈 수 없었다.영선화가 아직 시집오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임유정 같은 평처는 본래 제사에 참여할 자격조차 없었다.이 일로 임유정은 바로 그날 한바탕 소동을 피웠다.저택.임유정은 의자에 주저앉아 눈물을 훔치며 곡을 하듯 끊임없이 울부짖었다.상석에는 충용 후작과 고 부인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고 부인이 타일렀다. “그만, 뚝 그치거라! 규율은 깰 수 없는 법이니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구나.”임유정은 고개를 들고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아무리 그래도 저 역시 장훈과 정식으로 혼례를 치른 부인입니다. 영선화를 정실로 들이는 것까지 받아들였으니, 저는 이미 할 만큼 했습니다. 저는 평처이지 첩실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문중에서 저를 인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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