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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의 형님》全部章節:第 701 章 - 第 710 章

762 章節

제701화

해 질 녘이 되자 사내들이 돌아왔다.유소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준형을 맞이하며 그의 겉옷을 받아 들었다.“세자, 오늘 복양 군주의 대혼례 초대장을 받았습니다.”고준형은 피곤한 기색으로 그녀를 품에 가득 안았다.“우리는 잠시 후 황성으로 돌아갈 것이오. 그러면 사흘 뒤에 있을 군주의 대혼례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 거요.”“잠시 후에 돌아간다고요? 그러나 아직 제사 일정이 끝나지 않지 않았습니까?”고준형의 시선이 밖을 향하더니, 담담히 말했다. “내가 갓 재상 자리에 올랐으니, 밖에 너무 오래 머무는 것은 좋지 않소. 연말이라 조정에 일이 많으니 조상님들께서도 이해해 주실 것이오.”유소영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답했다. “그럼 당장 짐을 싸겠습니다.”그녀가 몸을 돌려 나갈 때, 고준형의 눈가에 스치듯 지나간 냉담한 기색을 그녀는 알아채지 못했다.반 시진 후.저택 밖.적지 않은 일가친척들이 고준형을 배웅하러 나왔다.그중에는 그에게 천거를 부탁하려는 이들도 꽤 많았다.고준형은 일 처리가 물샐틈없이 완벽했다. 그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면서도 무조건 도와주겠다는 확답은 피했고, 내내 온화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유지했다.고장훈은 무리 밖에 선 채 음침하고 차가운 눈빛을 번뜩였다.형님의 위세는 하늘을 찌르시는군.저 사람들도 참 어리석기 짝이 없지. 친동생조차 돕지 않는 자가 다른 이를 도와주길 바라다니?……재상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고준형은 유소영을 재상부에 데려다준 뒤, 곧장 관서로 향했다.아민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세자께서는 정말 바쁘시네요. 쉴 틈도 없이 움직이시니 말이에요.”유소영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 서서 멀어지는 마차를 바라볼 뿐이었다.그녀는 제사를 지내는 며칠 동안 세자의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어렴풋이 받았다.아마도 공무가 산더미처럼 쌓여서겠지…….재상이 되니 형부 시랑으로 있을 때보다 훨씬 바빠진 것이다.한편, 관서.고준형이 채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이황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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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다음 날, 초왕부 군주의 대혼례 날이 밝았다.고준형은 공무로 바쁜 데다 현재 재상이라는 신분상 자칫 당파를 결성한다는 의심을 살 수 있어 유소영과 동행하지 않았다.초왕부.혼례복을 입은 복양 군주는 갓 피어난 모란처럼 화려하고도 눈부셨다.그녀의 얼굴에는 시집가는 여인들이 으레 품기 마련인 옅은 수심이 서려 있었다.나고 자란 집을 떠나 낯선 가문으로 들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내를 위해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니 불안하고 긴장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초왕비는 딸의 손을 꼭 잡은 채 차마 발길을 떼지 못했다.“복양아, 영국공부에 가거든 부디 성질 좀 죽이고 지내거라. 그러나 혹여라도 그들이 네게 못되게 굴거든 주저 말고 집으로 돌아오렴. 나와 네 부왕이 널 위해 나서주마!”귀한 제 딸이 남의 손에 구박받는 꼴은 결코 두고 볼 수 없었다.반면 복양 군주는 오히려 여유가 넘쳤다.“모비, 그 말씀만 벌써 수백 번은 하셨어요! 저도 다 안다고요!”그때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이내 몸종이 들어와 아뢰었다.“왕비 마마, 군주 마마! 왕세자께서 돌아오셨습니다!”복양 군주는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곧장 밖을 향해 뛰쳐나가려 했다.“오라버니께서 오셨다고?!”초왕비가 그녀를 가로막았다. “얘도 참, 곧 시집갈 사람이 어찌 아직도 이리 덤벙대느냐. 네 오라버니는 당연히 돌아와 너를 배웅해 줄 것이다. 잠시 후면 네 오라비가 널 업고 가마에 태워야 할 터인데, 그 꼴로 오라버니를 만나러 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희파가 붉은 면사포를 받쳐 들고 거들었다. “그렇습니다, 마마. 먼저 면사포를 쓰시고 신랑 측 사람들을 기다리셔야지요!”복양 군주가 입술을 삐죽였다.“혼인은 정말이지 번거로워.”입으로는 불평하면서도 몸은 얌전히 자리에 앉아 아랫사람들이 단장해 주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초왕비가 신신당부했다. “너희들은 군주를 잘 보살피도록 해라.”말을 마친 그녀는 하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먼저 밖으로 나갔다.방 안은 한동안 왁자지껄했다.복양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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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복양 군주는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어 먼저 밖으로 나왔다.단수문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무작정 다가가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눌렀다.신랑 위명이 그를 밀쳐내고 앞으로 나섰다.“군주, 내가 모시러 왔소!”복양 군주는 먼저 고운 손을 내밀어 자신을 그에게 맡기겠다는 결심을 드러냈다.두 사람의 손이 맞잡히자, 단수문은 붉어진 눈시울로 몸을 돌렸다.유소영은 그런 그를 눈여겨보았다.사실 그가 돌아서기 전부터 이미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그는 분명 새 옷을 입고 있었지만, 낡은 양식과 좋지 못한 옷감 탓에 세가 자제들 사이에서 유독 동떨어져 보였다.유소영은 군주의 선택을 이해했다. 하지만 한때의 감정이 이렇게 끝을 맺는 것을 보니, 어쩔 수 없이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다.이 일로 그녀는 복양 군주에게 탄복했다. 끊어내야 할 땐 미련 없이 베어내어 후환을 남기지 않았으니 말이다.만약 그녀 자신이었다면 그런 결단력을 발휘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그녀가 애초에 고장훈을 주저 없이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은애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세자라면...... 갑자기 세자의 곁을 떠나라고 한다면 아마 이토록 모진 마음을 먹지 못할 터였다.세자가 먼저 자신을 저버리지 않는 한…….왕부 문 앞.조담은 허리를 굽혀 여동생을 업고 가마에 올랐다.복양 군주는 오라버니의 넓은 등을 느끼자 또다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녀가 나직하게 물었다.“오라버니, 우리 조씨 성을 가진 이들은 마음에 품은 이를 얻지 못하도록 운명 지어진 걸까요?”조담은 묵직한 발걸음을 내디디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선택했으니 후회하지 마라……. 아니, 설령 후회하게 되더라도 괜찮다. 너에겐 아직 의지할 오라버니가 있으니까.”복양 군주는 조용히 대답하며 두 손을 꽉 쥐었다.신부가 가마에 오르자 폭죽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신부의 출가를 알렸다.유소영의 시선이 조담에게 머물렀다.그녀는 잃어버린 기억을 영영 되찾지 못할까 봐 조담에게 묻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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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유소영이 깨어나자 머리가 깨질 듯 지끈거렸다.그녀는 익숙한 방 안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은 아직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자신이 있는 곳은 재상부였다.그러나 자신은 영국공부에서 열린 군주의 혼례식에 있어야 하지 않았던가?“좀 어떻소?”유소영이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세자가 침상 곁에 유난히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그녀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고준형이 그녀를 지그시 눌러 눕혔다.“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먼저 푹 쉬도록 하시오.”유소영이 물었다. “어찌 된 일입니까?”고준형은 그녀를 위해 침구를 잘 덮어주었다. 부드러운 눈빛에는 걱정이 서려 있었고, 그의 목소리도 한층 무거워져 있었다.“부인이 갑자기 쓰러져 아민이 데리고 왔소.”유소영이 미간을 찌푸렸다.“쓰러졌다고요……”그녀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조금 속이 메스껍습니다. 혹시……”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혹시 회임한 건 아닐까요?”고준형의 표정이 다시 숙연해졌다.“이미 태의를 청해 두었소. 잠시 후면 도착할 것이오.”그는 유소영에게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는 즉시 공무를 내려놓고 재상부로 급히 돌아온 참이었다.“태의까지 부를 필요는 없는데 말입니다.”유소영은 스스로 진맥을 해 보려 했다.그러나 아무리 의술이 뛰어난 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맥을 정확히 짚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특히 회임을 알리는 맥은 스스로의 기대심리에 영향을 받아 미세한 맥상을 분별해 내기가 어려웠다.고준형이 반쯤 농담을 섞어 말했다. “그토록 아이를 원했던 것이오?”그렇게 말하며 그는 그녀의 이마에 흘러내린 잔머리를 넘겨주었다.유소영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그저 그럴 가능성도 있겠다 짐작했을 뿐입니다. 갑자기 쓰러진 데다 속까지 메스껍다 보니……”그녀는 갑자기 말끝을 흐리더니 무언가를 떠올렸다.쓰러지기 전, 그녀의 머릿속에는 까닭 없이 수많은 시신들이 떠올랐다.연씨 가문의 참사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그것이 그녀 자신의 기억이었던 것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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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고준형은 인내심을 갖고 진지하게 말했다.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소. 내가 잠시 후에 사람을 시켜 정리해 둘 테니, 단서를 찾아보시오.”유소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그녀는 걱정거리가 한가득인 듯, 고준형을 바라보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 눈빛이 다소 공허해 보였다.고준형이 아민에게 지시했다. “가서 부인에게 죽을 좀 끓여다 주거라.”아민은 공손히 명을 받들고 나가며 문을 닫았다.어느덧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고준형은 가까이 다가앉아 유소영을 품에 안았다.“황 태의가 말하길, 부인은 휴식을 많이 취해야 한다고 했소. 무리할수록 뜻대로 과거를 떠올리기 어려울 것이오.”유소영은 다소 기운 없는 모습으로 그의 어깨에 기대며 속눈썹을 내리깔았다.“알고 있어요.”주방.아민이 죽을 끓이고 있을 때, 현청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둘째 소저께서 쓰러지셨다고? 어찌 된 일이냐? 괜찮으신 거야?”현청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아민이 그에게 대답했다. “아씨께서는 이미 깨어나셨어요. 세자께서 태의를 모셔 오셨는데, 아씨께 큰 지장은 없다고 하셨어요…….”현청은 그 말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궁의 태의라고 해서 반드시 믿을 수 있단 말이냐? 아무래도 의원을 몇 명 더 모셔 와서 둘째 소저를 꼼꼼히 진맥하게 해야겠다!”“너도 참, 도대체 둘째 소저를 어떻게 모신 거냐?”아민은 안 그래도 심란한데 현청에게 이렇게 한바탕 핀잔을 듣자 기분이 언짢아졌다.“오라버니도 말로만 떠들 뿐이잖아요! 아씨께서 거두어 주시지 않았더라면, 오라버니도 어디서 무얼 주워 먹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지요! 큰아씨를 찾으라 했더니 찾지도 못하면서……”그녀는 순간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즉시 화제를 돌렸다.“얼른 나가 봐요! 난 아씨께 드릴 죽을 끓여야 하니까요!”현청의 얼굴에는 분노 대신 자책과 부끄러움만이 가득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네 말이 맞아. 내가 주제넘게 굴었구나. 큰아씨의 일도 제대로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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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복양 군주는 오늘 일찍부터 잔뜩 화가 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외간 남자와 밀회했다는 그 일의 진상을 당신이 모르시나요? 당신에게 시집가야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면 제가 박씨 모자에게 모함을 당했겠습니까? 이제 와서 그 일을 들먹이다니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초장부터 나를 눌러 기선제압이라도 하려는 겁니까? 내 행실에 흠이 있다고 여기게 만들어서 앞으로 당신을 떠받들고 살게 하려고요?”위명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내…… 내 뜻은 그런 것이 아니었소. 나는 군주가 그 자와 미련이 남아 있을까 봐 경고하려던 것이었소……”그야말로 벼락같이 날아든 뺨 한 대에 정신이 아득해진 참이었다.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복양 군주는 기세등등한 얼굴로 턱을 치켜들며 쏘아붙였다.“당신이 감히 제게 경고를 한다고요?”“오히려 제가 당신에게 경고해야 마땅합니다! 다시는 제 앞에서 어리석은 짓 하지 마세요!”“오늘 당신이 단수문에게 최장시를 짓게 한 일은 아직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당신의 그 멍청한 짓거리가 제 얼굴에 먹칠을 하고, 절 난처하게 만들었다고요! 갓 시집온 저를 박씨 모자가 물고 늘어질 빌미까지 쥐여 준 셈이지요!”“그런데 당신은 참 잘도 하셨군요. 그 잘나신 큰형님의 이간질에 넘어가 저를 찾아와 따지기까지 하다니!”위명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그는 어려서부터 예의와 염치, 군자로서의 도리를 배워 온 사람이었다.그러므로 행실이 바르지 못한 자에 대해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뼛속 깊이 혐오했다.그 역시 군주에게 깊은 앙금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그러나 방금 군주가 쏟아낸 말들 역시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위명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자, 즉각 물러서서 복양 군주를 향해 정중히 손을 모아 예를 갖추었다.“군주, 이것은 나의 잘못이오. 군주에게 사과하겠소!”복양 군주는 그의 태도가 썩 나쁘지 않자, 어조를 누그러뜨렸다.“우리가 부부가 된 이상, 바깥을 상대할 때만큼은 한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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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재상부 안.유소영이 막 아침 식사를 마쳤을 때, 세자가 돌아왔다.그녀는 꽤나 놀란 기색이었다. “세자, 오늘은 관서에 가지 않으십니까?”고준형은 자연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공석은 이미 채워졌소.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마쳤으니, 이제 부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군.”유소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 한가하십니까?”고준형의 표정은 온화했으며 그 위로 은은한 웃음기가 번져 있었다.“재상은 백관을 통솔하는 자리이지, 백관을 대신해 일하는 자리가 아니오.““모든 일을 내가 직접 나서서 처리해야 한다면, 그건 내 통솔력이 부족하다는 뜻이오. 게다가 일을 너무 많이 하면 훌륭한 재상이라기보다 권력을 독점하려는 간신처럼 보일 테지. 그러면 폐하의 의심을 사게 될 것이오.”유소영은 그 안에 담긴 속뜻을 깨닫고 관직에 몸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실감했다.일을 잘 해내야 하면서도 또 지나치게 잘해서는 안 되니 말이다.고준형이 탁자를 흘끗 보며 물었다. “오늘 약은 먹었소?”“아직입니다.”유소영이 고준형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세자,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십니까?”고준형은 그녀의 손을 끌어다 자신의 이마에 얹었다.“그렇소. 이재민 구제 문제로 골치가 아프군.”“그럼 제가 좀 주물러 드리겠……”“필요 없소. 그저 부인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니까.”유소영은 그것이 농담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말이 퍽이나 듣기 좋았다.그녀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의장에 가보고 싶습니다.”“시신을 좀 더 보고 자극을 받으려는 거요?”고준형이 반문했다.유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밖에 없으니까요.”고준형이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숨결이 조금 거칠어졌다. “내일 가시오. 오늘은…… 그저 내 곁을 지켜주시오.”말을 마친 그는 그녀를 안고 휘장 안으로 들어갔다.유소영이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그녀는 단숨에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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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복양 군주의 혼례식에서 떠올랐던 기억들은 마치 한바탕 꿈만 같았다.유소영은 다시 그 꿈의 파편을 붙잡으려 애썼으나, 헛수고였다.이어진 며칠 동안 그녀는 계속 넋을 잃은 사람처럼 지냈다.고준형은 관서에 가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급한 일이 있을 때만 가서 처리하곤 했다.그러던 어느 날.복양 군주가 재상부를 찾아왔다.혼인한 뒤, 복양 군주는 소녀다운 앳된 티를 벗고 제법 차분해진 모습이었다.그녀는 유소영에게 속에 담아두었던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그 박씨 모자는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어요. 혼인한 둘째 날부터 단수문을 들먹이며 저를 괴롭히지 뭐예요……. 우습지도 않아요! 내가 가만히 앉아서 당할 줄 아나보죠?”“그러나 저택 안의 일들은 정말이지 성가시기 짝이 없어요.”“우리 부왕께서도 여인들과 자식들이 많으시지만, 영국공부처럼 이렇게 소란스럽진 않았는데 말이에요.”“그 동서들이란 작자들도 결코 만만한 위인들이 아니고…….”복양 군주가 겪고 있는 이런 일들을 유소영은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자신들의 처지가 결코 같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적어도 복양 군주 뒤에는 초왕부가 버티고 있었기에, 영국공부 사람들은 기껏해야 암암리에 발목이나 잡을 뿐 겉으로는 군주에게 깍듯이 대해야만 했다.변씨라는 시어머니 또한 군주를 떠받들고 있었다.복양 군주가 그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단지 화풀이일 뿐, 유소영에게 누군가를 상대할 묘책을 내달라는 뜻은 아니었다.“며칠 못 본 사이에 어째 또 그리 수척해진 거예요?”유소영은 자신이 수척해졌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나 요 며칠 입맛이 없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최근 그녀는 어떻게든 잃어버린 기억을 떠올리려 온갖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기억해 낼 수 없었다.“왕세자께서는 이미 떠나셨습니까?”유소영이 물었다.“아직이요. 오라버니는 내일 떠나셔요.”유소영이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군주, 한 가지 도와주실 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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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고준형은 동생에게 진작부터 실망한 터라 전혀 개의치 않았다.게다가 고장훈의 눈빛에는 다분히 도발적인 적의가 담겨 있었다.“유소영이 왕세자와 밀회하는 것을 제가 똑똑히 보았습니다!”고장훈은 이렇게 내뱉고서 형님의 반응을 살폈다.그러나 고준형은 그저 담담할 뿐이었다.“또 예전 버릇이 도진 것이냐. 전에는 내가 폐하를 시해했다고 모함하더니, 이제는 네 형수까지 모함하는 것이냐?”고장훈은 말문이 턱 막혔지만, 다급히 자신을 증명하려 들었다.“거짓말이 아닙니다! 정말입니다!”고준형은 그를 지나쳐 곧장 마차에 올랐다.고장훈은 즉시 창틀을 부여잡고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찻집에 들어갔는데, 그 근처에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복양 군주를 방패막이 삼아 그곳에서 밀회를 즐긴 것입니다! 형님, 유소영이라는 여인을 단단히 경계하셔야 합니다. 그 여인은 지조 없이 이리저리 마음을 바꾸며 오직 위로 올라갈 궁리만 하더니, 이제는 초왕비가 되려 한단 말입니다!”고준형이 창살 가림막 한쪽을 걷어 올리자, 그림자에 반쯤 가려져 있던 날렵한 턱선과 하관이 드러났다.그의 입술이 가볍게 열렸다.“사내가 변변치 못하니 여인을 붙잡지 못하는 것이다.”고장훈은 순간 말문이 막힌 듯 굳어 버렸다.형님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정말 조금도 화가 나지 않는다는 말인가!고준형은 무심한 어조로 호위에게 지시했다. “장군을 후작부로 모셔라. 가는 길에 아버지와 어머니께 장군의 병이 또 도졌으니 각별히 단속하셔야겠다고 전하거라.”“예!”……후작부.충용 후작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는 곧장 가법을 집행하여 고장훈을 매질하고 호통을 쳤다.“이 빌어먹을 놈아! 네 어느 눈으로 보았단 말이냐? 어? 있지도 않은 일을 네 형님 앞에서 함부로 지껄이다니! 재상부든 초왕부든 네 말 한마디면 양쪽을 모두 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걸 모르느냐? 어찌 이리도 어리석단 말이냐!”고 부인도 이번만큼은 말리지 않았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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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고준형은 그녀의 손을 붙잡아 입가로 가져가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부인이 나를 믿지 못하겠다면, 그건 내가 아직 충분히 잘하지 못했다는 뜻이겠지.”유소영은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제 약을 바꿔치기하신 것, 이미 알고 있습니다.”고준형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그러나 곧 다시 담담한 얼굴로 돌아왔다.“역시 부인을 속일 수는 없군.”유소영이 물었다.“왜 그러셨습니까?”그녀는 비교적 침착했다.그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세자의 의도를 의심한 적은 없었다.다만 이유만은 분명히 묻고 싶었다.고준형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의 눈빛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했다.“다시는 부인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소.”유소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아시잖습니까, 그 기억은 제게 아주 중요합니다. 제가 떠올릴 수만 있다면 귀걸이의 비밀도, 언니의 일도……”고준형이 차분히 그녀의 말을 끊었다.“아니오.”유소영의 눈동자가 커졌다.“무슨…… 뜻이에요?”그가 어떻게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는 걸까?고준형은 솔직하게 말했다.“사실 이미 조담에게 물어보았소.”“그의 말을 통해 확신했지. 부인이 잃어버린 그 기억은 귀걸이와도, 부인의 언니가 해를 입은 사건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소. 다시 말해, 그 기억은 지금으로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오.”“나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 때문에 부인의 몸이 상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소.”유소영은 눈썹을 찌푸렸다.“세자의 염려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게도 물러설 수 없는 뜻이 있습니다.”“어찌 되었든 저는 기억을 되찾고 싶습니다.”“왠지 제 직감이 그래요. 그 기억은 제게 아주 중요하다고요.”고준형은 막으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오?”유소영이 말했다.“제가 말하지 않아도, 세자는 알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겠죠.”고준형은 부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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