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초왕부 군주의 대혼례 날이 밝았다.고준형은 공무로 바쁜 데다 현재 재상이라는 신분상 자칫 당파를 결성한다는 의심을 살 수 있어 유소영과 동행하지 않았다.초왕부.혼례복을 입은 복양 군주는 갓 피어난 모란처럼 화려하고도 눈부셨다.그녀의 얼굴에는 시집가는 여인들이 으레 품기 마련인 옅은 수심이 서려 있었다.나고 자란 집을 떠나 낯선 가문으로 들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내를 위해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니 불안하고 긴장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초왕비는 딸의 손을 꼭 잡은 채 차마 발길을 떼지 못했다.“복양아, 영국공부에 가거든 부디 성질 좀 죽이고 지내거라. 그러나 혹여라도 그들이 네게 못되게 굴거든 주저 말고 집으로 돌아오렴. 나와 네 부왕이 널 위해 나서주마!”귀한 제 딸이 남의 손에 구박받는 꼴은 결코 두고 볼 수 없었다.반면 복양 군주는 오히려 여유가 넘쳤다.“모비, 그 말씀만 벌써 수백 번은 하셨어요! 저도 다 안다고요!”그때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이내 몸종이 들어와 아뢰었다.“왕비 마마, 군주 마마! 왕세자께서 돌아오셨습니다!”복양 군주는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곧장 밖을 향해 뛰쳐나가려 했다.“오라버니께서 오셨다고?!”초왕비가 그녀를 가로막았다. “얘도 참, 곧 시집갈 사람이 어찌 아직도 이리 덤벙대느냐. 네 오라버니는 당연히 돌아와 너를 배웅해 줄 것이다. 잠시 후면 네 오라비가 널 업고 가마에 태워야 할 터인데, 그 꼴로 오라버니를 만나러 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희파가 붉은 면사포를 받쳐 들고 거들었다. “그렇습니다, 마마. 먼저 면사포를 쓰시고 신랑 측 사람들을 기다리셔야지요!”복양 군주가 입술을 삐죽였다.“혼인은 정말이지 번거로워.”입으로는 불평하면서도 몸은 얌전히 자리에 앉아 아랫사람들이 단장해 주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초왕비가 신신당부했다. “너희들은 군주를 잘 보살피도록 해라.”말을 마친 그녀는 하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먼저 밖으로 나갔다.방 안은 한동안 왁자지껄했다.복양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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