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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의 형님》全部章節:第 711 章 - 第 720 章

762 章節

제711화

고준형은 솔직해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여전히 유소영에게 그녀가 잃어버린 기억이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았다.유소영이 진실을 알고 싶다는 간절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고준형은 아주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말해주겠소. 하지만 지금은 아니오.”“석심이 떠난 지 며칠 되었다는 걸 눈치챘을 거요.”“내가 시켜서 그를 보낸 거요.”유소영이 물었다. “그 일이 저와 관련이 있나요?”고준형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렇소.”“내가 미리 확인해야 할 일이 있소. 부인을 지킬 자신이 생겼을 때라야 말할 수 있겠소. 그게 내 생각이오.”유소영은 그 말을 듣고도 여전히 막막하기만 했다.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세자마저 이토록 조심스러워하는 것일까?어렴풋이 그 일의 위험함을 감지한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왕세자에 대해 조사하라고 사람을 보냈는데……”고준형이 말했다. “석심 일행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계획을 세우지.”유소영이 미간을 찌푸렸다.“만약 석심이 나쁜 소식을 가져오다면 아버지처럼 저에게 말해주지 않으실 건가요?”고준형이 무참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소.”그 말에 유소영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한두 사람이 숨기고 알려주지 않는다면 그녀도 고집을 부릴 수 있었다.하지만 세 사람, 그것도 세자마저 그렇게 한다면 그녀는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특히 아버지.아버지의 본심은 분명 그녀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그녀가 계속 고집하며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모험을 감행하여 함부로 위험에 빠진다면,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을 반드시 걱정시키고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아버지와 세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니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다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그 집착이 조금 남아 있었다.“그래도...... 언니는 꼭 찾아야 합니다……”그것이 그녀의 최소한의 요구였다.그녀는 언니가 살아 있길 바랐지만, 그 가능성은 미미했다. 그렇다면 언니의 시신이라도 편히 잠들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준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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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이황자는 느긋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십만 석의 곡식으로는 구제하기에 부족할 것이오.”“설사 사황자가 염주를 무사히 구제한다 하더라도, 다른 성에서 다투어 소란을 일으킬 것이오.”“그렇게 많은 재해지를 두고 조정에서 당장 충분한 곡식을 내놓을 수도 없소.”“그때가 되면…… 어디서 취하겠소?”고준형은 무심히 이황자를 흘낏 보았다.“황자 전하께서는 어디서 곡식을 조달하실 것이라 생각하십니까?”이황자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각 봉지에서.”고준형은 놀라지 않았다. 마치 이 일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듯했다.이황자가 물었다. “자네는 이미 짐작했소? 부황께서 각 귀족의 봉지를 건드리려 한다는 것을?”고준형은 태연한 자세였다.“폐하께서 이 일을 행하고자 하신 지는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봉지로 하사될 수 있는 곳은 모두 곡식이 풍요로운 땅이었다.이곳들의 수확은 거의 모두 귀족의 소유가 되었다.봉지로 하사되는 것이 많아질수록 조정이 가진 것은 점점 줄어들었다.귀족들이 자발적으로 창고를 열어 곡식을 풀어 주기를 기대해 봐야, 그들은 그저 대충 둘러대며 시간만 끌 터였다.군주로서 모든 것을 통제하고 곡식 조달 권한을 손에 쥐려는 것은 나무랄 수 없는 일이었다.이황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자네 충용 후작부에도 봉지가 있지 않소? 염려되지 않소?”고준형은 오히려 담담했다.“온 천하가 폐하의 땅 아니겠습니까?”이황자가 물었다. “자네는 폐하께서 이렇게 하시는 것을 옳다고 여기시오? 혼란이 일어나지 않겠소? 옛날 황 조부께서도 이 일을 행하셨지만, 귀족 세력을 약화시키려다가 각지에 혼란만 일으켰소……”고준형은 평온한 어조로 되물었다.“사황자 전하께서 하신 일을 어찌 폐하의 탓으로 돌리겠습니까?”이황자는 깜짝 놀라 어느새 등골이 오싹해졌다.부황께서는 사황자를 내세워 화를 막으려 하시는 것인가!고준형이 이어서 담담히 미소 지었다.“전하, 축하드립니다. 태자 자리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셨습니다.”그러나 이황자는 기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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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구제를 위해 출발을 준비하던 사황자는 떠나기 전부터 기세가 등등했다.그는 이번에 큰 공을 세우면 부황께서 자신을 태자로 책봉해 주실 거라고 확신했다.부중의 막료들 대부분이 그를 향해 축하의 말을 올렸다.오직 두 사람만이 간언했다. “황자 전하, 이 일은 간단치 않을 듯하오니 신중히 생각하셔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셨으니......”사황자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구제는 본 황자 자신뿐 아니라 그 백성들과도 관련된 일이다! 본 황자가 한 발 늦게 가면 그들은 더욱 굶주리게 될 것이란 말이다!”그는 비록 황자의 신분이지만 민간의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평범한 황자든, 태자든, 더 나아가 황제라 해도 마땅히 백성을 가장 중히 여겨야 했다.그가 직접 이 길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었다. 설령 공을 세우지 못하더라도, 백성들에게 먹을 것을 전해 굶주림을 면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사황자는 기쁜 마음으로 십만 석의 곡식을 싣고 염주로 가는 길에 올랐다.염주는 황성에서 보름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도중에 도적을 만날 것을 대비해 사황자는 많은 호위를 데리고 갔다.그러나 조정의 구제 양식을 감히 약탈할 자는 몇 없었기에, 사황자는 이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다른 황자들은 모두 그를 부러워하고 시기했다. 오직 이황자만이 복잡하고도 체념한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넷째는 이번 길에 오르는 순간, 부황의 손 안에 든 장기말이 될 운명이었다. 황실의 부자는 어찌 이토록 매정하단 말인가.부황께서는 이토록 아들들을 계산하고 이용하시면서도, 조금도 죄책감이나 후회를 느끼지 않으시는 걸까?그도 언젠가 아버지가 될 터인데, 지금의 그로서는 자신의 아들을 원수를 대하듯 대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이날, 조회가 끝난 후.고준형은 이황자가 며칠째 기운 없이 축 처져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넌지시 일렀다.“구제가 끝나고 나면 폐하께서 태자 자리를 정하실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전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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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한 유생이 지은 글이오. 내게 한번 봐 달라 하더군.”고준형은 말하면서 유소영을 안아 올려 버릇처럼 그녀를 무릎 위에 앉혔다.아민은 감히 보지 못하고 얼른 밖으로 나갔다.바깥.심씨 어멈이 물었다. “왜 안에서 시중을 들지 않고 나와있느냐?”아민이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심씨 어멈께서 들어가서 모시시는 게 어떠세요?”심씨 어멈은 무언가 생각난 듯 얼른 뛰어나갔다.“나, 나는 주방에 가서 볼일이 있네!”아민이 입을 가리며 웃었다. “심씨 어멈, 천천히 가세요!”방 안.유소영이 단수문의 글을 펼쳐 대충 훑어보았다.“글씨가 제법 괜찮네요. 글 또한 꽤 예리하고요. 세자께서는 어찌 보시나요?”유소영이 고준형에게 글을 건네며 물었다.“부인은 내 글씨를 한 번도 칭찬한 적이 없잖소. 내 글씨는 그리 별로인거요?”그는 퍽 상처받은 듯한 얼굴로 눈썹을 찌푸렸다.유소영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세자의 글씨는 당연히 아주 좋습니다!”이는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고, 그녀가 평가할 필요조차 없었다.그러나 단수문은 달랐다.그녀는 단수문이 저토록 훌륭한 글씨를 쓸 수 있으리라고는 미처 몰랐다.가난한 집안의 자식이 이런 글씨를 익히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준형은 그녀가 여전히 단수문의 글씨를 들여다보고 있자, 저도 모르게 질투가 났다.“오늘 아침 오금희는 연습했소?”그가 그녀의 손을 감싸며 녹여 주었다.유소영의 시선이 살짝 흔들렸다.“했습니다.”“부인, 거짓말은 나를 속일 수 없소.”유소영이 한숨을 쉬었다.“오늘 날이 이렇게나 추운데 조금 게으름을 피워도 되지 않나요?”고준형이 아주 진지하게 그녀의 눈매를 응시하며 말했다. “게으름을 피웠다라...... 그렇다면 오늘 밤에 내가 더 많이 연습시켜 주지.”유소영은 그가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 얼른 그의 입을 막았다.“세,세자! 부끄러운 줄도 모르십니까!”고준형이 웃으며 단수문의 글을 가져다 자세히 살펴보았다.“잘 썼소. 다만 조금 소심하오.”“소심하다고요?”“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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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서재 안.손에 든 서신을 바라보는 고준형의 인상이 점점 찌푸려졌다.이내 그 서신은 그의 손안에서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고개를 들자, 문 옆에 서 있는 유소영이 보였다. 그녀는 두꺼운 외투를 걸친 채 유난히 평온한 얼굴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고준형은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그녀에게 다가갔다.“준비됐소? 이제 후작부로 가야 하오.”유소영은 그를 응시하며 가느다란 눈썹을 깊게 찡그렸다.“석심 일행이 많이 다쳤습니다.”“그 일 때문인가요?”고준형이 손을 들어 그녀의 겉옷 깃을 여며주며 몸을 감싸 차가운 기운이 스며들지 않게 했다. 그는 겉옷을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길시가 다 되어 가오. 그 일은 돌아와서 다시 이야기하지.”유소영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 눈빛에는 결연함이 어려 있었다.“전에 석심이 돌아오면 모든 걸 알려주시겠다고 하셨잖아요.”“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혹시…… 말해주지 않으실 생각이신가요?”그녀의 시선이 고준형을 꽉 붙들었다.고준형이 천천히 눈을 들어 깊고 그윽한 시선으로 그녀의 눈동자를 응시했다.“부인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실지도 모르겠소.”유소영의 동공이 흔들렸다.“어머니? 저의…… 어머니요?!”그녀는 멍하니 고준형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요. 어머니는 제가 여덟 살 때 병으로 돌아가셨어요. 제가 직접 장례 지내는 걸 봤는데……”밖은 바람이 거셌다.고준형이 그녀를 서재 안으로 데려가 문을 닫았다.이어 그녀를 이끌어 앉혔다.“이 일은 두세 마디로는 설명하기 어렵소.”유소영은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그녀는 고준형의 손을 붙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머니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살아 계시다면 우리가 어떻게 모를 수 있죠? 어디 계신 거예요?”고준형이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달래듯 말했다.“아직 짐작일 뿐이오. 확인된 건 아니오.”“이번에 석심 일행을 양주로 보낸 것도 바로 그 일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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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니…… 그걸 어떻게 확신하시는 거죠?” 유소영이 고준형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벌써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본 사람은 조담이었다.그것도 오라버니한테 일이 터지기 전, 그러니까 팔 년 전 일이었다…….팔 년 동안이나 어머니가 신왕 손에 붙잡혀 계셨는데, 무사하실 수나 있을까?유소영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심란해졌다.그녀는 고준형이 자신에게 확실한 답을 해주길 바랐다.고준형이 말했다.“실마리가 너무 적어 나 역시 추측에 불과하오. 듣자하니 신왕에게 애첩이 하나 있는데, 그간 아무도 그 얼굴을 본 적이 없다더군. 신왕이 외출할 때면 어김없이 그 여인을 데리고 다닌다고 하오.”유소영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애써 이 모든 것을 굳세게 받아들이려 했지만,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슬픔만큼은 억누를 수 없었다.“그렇다면…… 제가 잃어버린 그 기억은 신왕부에 있었던 거네요……”남방성.홍수림……그리고 조담.모든 게 맞아떨어졌다.고준형이 그녀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석심이 아무리 조사해 보아도 소득이 없던 터라, 본래 알리고 싶지 않았소.”유소영이 물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말씀해 주시는 거죠?”고준형이 솔직히 털어놓았다.“첫째는 부인이 충동적으로 행동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오.”“그리고 둘째는 신왕에게서 서신을 받았기 때문이오……”유소영이 눈살을 찌푸렸다.“서신에 뭐라고 적혀 있었습니까?”고준형의 눈빛이 한순간 차갑게 가라앉았다.“내가 그를 조사하고 있음을 알아채고, 더 이상 발을 들이지 말라는 경고였소. 그리고…… 귀걸이 한 짝을 더 보내왔소. 만약 우리가 귀걸이와 부인 어머니 일을 계속 캐내는 게 발각되면, 장모님을 죽이겠다고 하더군.”유소영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고준형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바닥 위에 그 귀걸이를 올려주었다.전에 조담이 오라버니에게 준 것과 똑같은 귀걸이였다.유소영은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꼭 움켜쥐었다.“언니가 혹시 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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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한밤중, 유소영이 갑자기 잠에서 깼다.고준형이 곧바로 그녀를 껴안아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달랬다.“악몽을 꿨소?”유소영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또 봤습니다...… 수많은 장병들의 시체들을요.”“아니, 이번엔 더 자세히 봤어요.”“그리고 땅에 널브러진 잘린 머리들도…… 꿈속에서 누군가 저를 부르며 어서 도망치라고 했어요.” “검은 매 한 마리가 저를 낚아채더니 섬뜩한 눈으로…… 저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어요……”고준형은 그녀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끝까지 들은 후,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괜찮소. 부인이 말한 것들은 내가 모두 기억해 두었소. 어쩌면 중요한 단서가 될지도 모르지.”유소영은 다시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품에만 있으면 꿈속의 것들이 자신을 해치지 못할 것 같았다.고준형은 그녀가 이대로는 편히 잠들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아예 몸을 일으켜 안신향 하나에 불을 붙였다.고준형이 몸을 돌리자, 유소영이 그의 뒤에 서 있었다. 그녀는 흰 침의를 걸치고 검은 머리칼을 늘어뜨린 채였고, 작은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고준형은 마음이 아파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턱을 그녀의 정수리에 가만히 얹었다.“아직 무섭소? 괜찮소, 내가 계속 곁에 있을거요.”유소영이 팔을 들어 그의 허리를 감쌌다.“어머니는 괜찮으실까요? 무사히 살아 계시겠지요?”고준형이 말했다. “신왕이...… 부인 어머니를 매우 총애하는 것 같소. 그 점만 보아도 목숨이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오.”유소영이 고개를 들어 멍한 눈빛으로 고준형을 바라보았다.“설마 신왕이 우리 어머니를 좋아하는 걸까요? 그럼 어머니는…... 그저 상인일 뿐인 아버지보다...…”유소영은 갑자기 자책하며 말을 이었다. “아, 아니야! 내가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내 기억 속 어머니는 아버지와 금슬이 좋으셨는데...... 어머니가 아버지를 배신하실 리 없잖아.”하지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조담을 만났던 그때라면 어머니는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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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황궁, 조회.사황자는 낙담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황제가 분노하여 소리쳤다. “구제할 곡식도 지키지 못하고! 네가 무슨 낯짝으로 돌아왔느냐?!”사황자는 힘없이 변명했다.“부황…… 신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민주 경계에 막 들어서자마자 그 폭민들이 벌떼처럼 몰려와 곡식을 모조리 약탈해 가는데...... 호위가 그렇게 많았건만 소용이 없었습니다……”그는 민생의 고충을 안다고 여겼지만 어디까지나 남에게 전해 들은 것일 뿐, 직접 현지에 나가 살펴본 적은 없었다. 그러니 굶주림이 극에 달한 사람들이 얼마나 무섭게 변하는지 알 리 없었다.먹을 것을 향한 인간의 갈망은 본능에 가까웠다.사황자는 난생처음 사람에게서 짐승 같은 본성을 보았다. 지금까지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가슴 한구석이 서늘했다.당시 상황을 떠올리자 그의 몸이 저절로 떨렸다.“부황! 신의 막료 하나가 그 폭민들에게 끌려가 산 채로…… 산 채로 그들의 식량이 되었습니다! 저들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신은 군사를 보내 진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황제가 위엄 어린 목소리로 노하여 꾸짖었다.“입만 열면 폭민, 폭민 하는구나. 분명 네가 구휼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 아니냐! 구제 경로를 제대로 계산해 두었더라면, 어찌 민주의 이재민들에게 곡식을 약탈당했겠느냐? 그러고도 염주로 간다고 했다고!!”사황자는 호된 꾸지람을 듣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고개를 깊이 숙였다.“부황, 제게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급보——”한 시위가 대전으로 들어와 아뢰었다. “폐하, 염주의 재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습니다. 민주가 구제 곡식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염주의 재민들이 반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습니다!”“급보——”또 한 명의 시위가 와서 아뢰었다.“폐하! 여러 곳에서 이재민들이 들고일어나고 있습니다!”사황자의 동공이 순간 크게 흔들렸다.어찌 이럴 수가!민주의 상황이 걷잡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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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영선화의 목소리에는 원망이 서려 있었다.“대혼례 당일 밤에는 그이가 술에 취해서 잠자리를 갖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 뒤로도 그이는 차라리 서재에서 잘지언정 제 방에는 오지 않았어요! 이건 분명 저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는 뜻이잖아요!”왕씨는 그 말을 듣고 얼굴 가득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너희는 이미 혼인한 사이인데 어떻게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을 수 있단 말이냐? 기다려라, 내가 지금 가서 왜 너와 잠자리를 갖지 않는지 직접 물어보마!”지금의 고장훈은 고작 말단 구품에 불과했다. 무슨 자격으로 이리저리 따지고 고른단 말인가?선화가 그에게 시집간 것만 해도 그에게는 복인데 말이다!영선화는 얼른 어머니를 붙잡았다.“안 돼요! 그런 일을 어찌 직접 물어요. 제가 못 참고 안달 난 사람처럼 보이잖아요!”어머니께 털어놓는 것 정도야 괜찮았지만 일을 그렇게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왕씨가 그녀의 손등을 토닥였다.“걱정 마라. 내가 에둘러 떠보기만 하마. 그가 무슨 생각인지 보자는 게지.”정청.고장훈과 장인도 딱히 나눌 말이 없었다.그는 아직도 혼수 문제에 대해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당시 후작부의 형편이 어려웠는데도 외숙은 도와주기는커녕 설상가상으로 부담만 더했다. 예전의 장인인 유성천만도 못했다!그 일만큼은 평생 잊지 못할 터였다.왕씨가 들어온 뒤에도 고장훈은 그저 예를 한 번 올렸을 뿐이었다.“장훈아, 네 형님은 몸이 약해 자식을 보기 어려우니, 후작부의 대를 이을 일은 결국 네게 달려 있다.”왕씨의 이 말이 떨어지자 고장훈은 영선화를 바라보았다. 눈빛 깊은 곳에는 차가운 기색이 스며들었다.겉으로는 고장훈도 제법 예의를 차렸다.그는 왕씨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와 선화가 함께 힘쓰겠습니다.”영씨 저택을 떠난 후.마차 안.고장훈은 차가운 얼굴로 영선화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너와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다.”영선화는 어이없다는 듯 입을 벌린 채 굳어 버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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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재상부.고준형과 유소영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을 때, 고장훈이 찾아와 뵙기를 청했다.유소영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분명 곡식 징발에 대해 들은 것이겠지요.”고준형은 신경 쓰지 않았다.“먼저 식사하시오.”고장훈은 찬바람 속에서 한 시진을 기다린 뒤에야 재상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그가 형님의 저택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이 재상부에는 위엄 있고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곳곳에서 주인의 지위가 드러났다.고장훈은 저절로 초라해졌다.형님은 이미 높은 지위에 올랐건만 자신은 여전히 은전 때문에 근심하고 있으니......앞채.고준형은 상석에 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은 서늘하고도 거리감이 있었다.고장훈의 몸에는 아직 눈이 쌓여 있었기에 추위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그는 몸을 낮추고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형님을 뵙습니다.”고준형이 물었다.“무슨 일이냐.”고장훈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사황자 전하께서 후작부에 곡식을 징발하러 왔습니다. 오 할을 내라 하여 아버지께서 저더러……”“징발 일은 이미 알고 있다. 구제를 위해 힘을 보태는 것은 신하 된 자의 본분이다. 왜, 아버지께서는 오 할이 너무 적어 조정에 대한 충심을 드러내기에 부족하다고 여기시더냐.”“그게 아닙니다!” 고장훈은 다급해져 목소리가 높아졌다.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상석의 남자를 바라보았다.형님이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고준형은 찻잔을 들어 올렸다. “그럼 무엇이냐.”“오 할은...… 정말 너무 많습니다.” 고장훈은 애써 참으며 말했다. “형님께서 사황자 전하께 말씀해 주십시오. 양을 조금만 줄여 달라고요. 많아도, 많아도 이 할 정도로……”고준형은 찻잔 뚜껑을 열었다. 태도는 여전히 침착하고 여유로웠다.그러나 그 여유로움이 오히려 기다리는 사람을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고장훈은 감히 재촉하지 못했다.관직의 격차는 형제간의 정마저 옅게 만들었다.한참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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