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형이 나직이 중얼거렸다.“사내가 부인 없음을 걱정할 이유가 없듯, 여인도 지아비 없음을 걱정할 이유가 없겠지.”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심씨 어멈에게 당부했다.“내가 죽거든, 부인이 나를 위해 오 년만 홀로 지내다가 다른 곳으로 시집가게 하시오…… 아니, 오 년도 필요 없소. 언제든 부인이 다시 혼인하고 싶어 한다면 그 뜻대로 하게 두시오.”“다만, 그 모든 것은 내가 죽은 뒤여야 하오.”그것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었으나, 반드시 마련해 두어야만 했다.심씨 어멈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예.”심씨 어멈은 서재를 나와 처마 아래에 서서 먼 곳을 아득히 바라보았다.그해 사씨 가문에게 닥쳤던 멸문지화는 참혹하기 그지없었다.그 지난 일들을 그녀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깊은 밤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여전히 악몽에 사로잡히곤 했다.그녀는 이미 돌아갈 집을 잃은 지 오래였다.다만, 세자가 한창 빛날 나이에 저 원한 속에 묻혀 버릴까 안타까울 뿐이었다.그리고 부인도……세자 부인과 세자께서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심씨 어멈은 세자 부인이 더욱 가엾게 느껴졌다. 이 재앙은 너무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휘말리게 했다.그렇게 생각하자, 심씨 어멈의 눈시울이 희미하게 붉어졌다. 그녀의 시선은 더욱 아득해졌다.……설이 지나 닷새째 되던 날, 백관들이 다시 조회에 나가기 시작했다.조회에서 황제는 사황자의 구제 일에 대해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사황자를 지지하는 관원들은 오히려 앞다투어 아뢰었다. “폐하, 구제 일이 큰 성과를 거두었으니 사황자 전하의 공이 실로 큽니다!”“폐하, 염주의 재해 상황은 이미 통제되었습니다!”“폐하, 민간에서는 사황자 전하를 칭송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그러자 기세를 타고 누군가 태자 책봉의 일을 꺼내 올렸다.황제의 눈빛이 차갑고 날카롭게 변했다. “새해가 막 밝았으니, 나라 안팎으로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다.” “지난해 짐은 많은 일을 겪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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