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그룹에 생긴 문제는 생각보다 컸다.중건은 순식간에 업무에 매달리게 되었고, 이정의 일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려났다.중건의 간섭이 사라지자 이정은 오히려 숨이 트였다.이정은 이미 퇴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어차피 회사를 나올 생각이라면, 다음 자리를 먼저 정해 두는 것이 맞았다.그래서 며칠 동안 이정은 온 힘을 다해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봤다.며칠이 지나고 드는 생각은 하나였는데, 이는 단지 어렵다는 말로는 부족했다.중건이 예전에 말했던 그대로였다.이정을 받아줄 회사를 찾는 일은 거의 없었다.먼저 예전에 협업했던 몇몇 회사에 연락을 돌렸는데, 의사를 밝히자마자 돌아온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았다.마치 폭탄을 피하듯 모두가 서둘러 선을 그었다.이정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중건을 적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대표의 비서가 이직한다는 건 곧 중건의 심기를 건드린다는 뜻이었다.그런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은 깡이 아무리 있어도 감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몇 차례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다른 회사들도 알아봤고 결과는 역시나 같았다.중건이 당시 강하게 걸어 둔 까다로운 겸업 금지 조항 때문에, 어느 회사도 이정을 받아주지 않았다.취업이 좀처럼 진전이 없자 이정도 점점 초조해졌다.박수련 쪽에는 재단의 의료 지원이 있기는 했지만, 모든 비용을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니었기에 본인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여전히 컸다.게다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하정혁도 있었다.어느 날 갑자기 돈을 요구하며 나타날지 몰랐다.일을 구하지 못하면 지금 가진 돈으로 버티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그렇게 이정이 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무렵, 중건은 회사의 문제를 정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녀를 떠올렸다.병원 앞에서 불편하게 헤어진 이후, 중건은 그 일을 이정이 부린 작은 투정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다.하지만 바쁜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이정은 태도가 누그러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차갑게 굴었다.연락해도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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