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이정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재무팀으로 불려 갔다.“하 비서님, 축하해요.”팀장 정지현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정을 향해 윙크하자, 여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무슨 축하해요?”“에이, 모르는 척은요. 오늘 아침에 대표님이 직접 오셔서 말씀하셨어요. 하 비서님 월급 50퍼센트 인상하라고요.”지현은 부러운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대표님이 월급을 올려줬다고? 이건 또 무슨 의미일까?’“솔직히 말씀드리면요, 예전엔 다들 하 비서님이랑 대표님이 커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나연 씨가 들어오면서 끝인가 싶었거든요.”“그런데 이걸 보니까, 대표님은 아직 하 비서님을 많이 신경 쓰는 것 같네요.”‘신경 쓴다고?’이정은 속으로 냉소했다.‘아마도 이건 이나연을 대신한 보상이겠지.’“말씀 고마워요, 팀장님.”이정은 더 말하고 싶지 않아 간단히 인사만 한 뒤 자리로 돌아왔다.그렇게 막 자리에 앉자마자 핸드폰에 알림이 떴다.이체 알림이었는데 금액은 3천만 원이었다.중건이 약속을 지킨 것이었다.이정이 파티 끝까지 남아 있지 않았음에도, 약속한 돈은 그대로 들어와 있었다.이체 알림과 함께 메시지도 도착해 있었다.[출장 가니까 일 생기면 내가 돌아온 뒤에 이야기해.]이정은 그 메시지를 잠시 바라보다가, 따로 답장은 하지 않고 화면을 껐다.“대표님 출장 가셨어요?”이정이 옆자리 동료에게 물었다.“네, 나연 씨랑 같이요. 최소 닷새에서 엿새는 걸린다던데요?”이에 긴 한숨을 내쉰 이정은 출장이라면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되었다.그동안 마음을 정리하고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 생긴 셈이었다.“아, 진짜 나연 씨 부러워요.”동료가 무심코 말을 이었다.“회사 들어오자마자 대표님이 직접 챙겨 주시고, 프로젝트도 길을 다 닦아주잖아요. 그냥 결과만 받아도 되는 구조예요.”“이번 출장 프로젝트도 나연 씨 인맥 넓히라고 일부러 만든 거래요.”한참을 떠들던 동료는 갑자기 이정의 표정을 보고 말을 멈췄다.“아, 죄송해요, 하 비서님. 제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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