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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Author: 주현군
나연이 출장을 떠나 있는 데다 중건은 일부러 이정을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었기에, 요 며칠 비교적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오후가 되자, 업무를 정리한 이정은 서류를 챙겨서 중건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대표님, 이 서류 검토하시고 결재해 주세요.”

이정은 철저히 업무적인 태도로 말했다.

서류를 보고 있던 중건은 그 말을 들었음에도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이정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였다.

이정은 이 정도 대우가 일반 직원에게는 흔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말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그 자리에 서서 중건이 일을 마치기를 기다렸다.

“나한테 줘요. 내가 서명할게요.”

느긋한 여자 목소리가 울리더니, 나연이 사무실 안쪽에 딸린 작은 침실에서 걸어 나왔다.

안색이 좋아 보이는 모습이 막 잠에서 깬 사람처럼 보였다.

이정은 그 작은 침실을 한 번 스쳐보듯 바라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중건은 결벽증이 심해 개인 공간을 극도로 중시했다.

그 침실은 이정조차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한 곳이었는데 나연은 그 안에서 잠까지 자고 있었다.

“하 비서, 뭐 해요? 서류 좀 주세요.”

나연이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이 프로젝트는 대표님이 직접 결재하셔야 해서요.”

나연은 가볍게 웃었다.

“그 서류 위스트 프로젝트죠?”

나연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중건 씨가 그 프로젝트를 전부 나한테 맡겼어요. 그러니 내가 서명하는 게 맞아요.”

나연의 입가에는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초반 작업은 전부 내가 해 놓고 마지막 결과만 가져간다는 건가?’

머리가 지끈해진 이정은 눈을 잠시 감았다.

뭐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었고 중건이 어떤 사람인지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슴 한쪽이 막힌 듯 불편했다.

그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던 중건이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 행사 준비해요.”

시선은 분명 이정을 향하고 있었다.

다만 태도는 냉담했고 눈에는 온기가 전혀 없었다.

“중건 씨, 오늘 행사에 하 비서가 가는 건 좀 그렇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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