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주 씨, 당신이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요?”소찬미의 눈빛에 서늘한 기운이 휘감겼고 한 손은 유독 세게 쥐어졌다.그 그림은 국학 대가인 그녀의 할아버지가 평생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으로, 오직 손녀의 혼수로 남겨두기 위해 그려진 것이었다.액자가 너무 커서 이사할 때 잠시 두고 온 것이지, 버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원희는 이전부터 은근슬쩍 박성주에게 말을 꺼냈었다. 요즘 시대극을 찍게 됐는데, 그 그림을 잠시 빌리고 싶다고.소찬미는 사랑에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만큼 어리석었어도 그 그림만큼은 끝내 내어주지 않았다.그런데 박성주는 바로 그걸 노리고 있었다는 듯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요구했다.고원희는 속으로 환희에 차올랐지만 겉으로는 양보하는 척 연기를 했다.“찬미야, 정말 그 그림이 그렇게 소중하면 내가 잠깐 빌리는 걸로 할게. 촬영 끝나면 꼭 돌려줄게.”박성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그림 한 점이잖아. 내일 바로 사람 보내서 촬영장으로 옮겨.”소찬미는 이를 꽉 깨물었다.“박성주 씨, 내 물건을 왜 당신 마음대로 인심 쓰듯 내줘요?”박성주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소찬미, 이성적으로 행동해.”“엄마, 이모가 그랬어요. 잘못했으면 책임져야 한다고요!”박우환이 딱딱하게 말했다.“그게 엄마 옷이니까 엄마가 책임지는 게 맞아요.”소찬미는 어이가 없다 못해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내가 놔둔 쥐약을 들개가 훔쳐 먹고 죽었으면 그것도 내가 책임져야 하니?”박우환은 말문이 막혔다.그 옷은 전에 엄마를 졸라서 쑥으로 향을 들인 것이었다. 그럼 그들이 쥐라는 말인가?그 순간, 박은심이 미쳐버린 새끼 짐승처럼 소찬미를 세게 밀쳤다.“엄마,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못 될 수가 있어요? 이모한테서 떨어져요! 우리한테도 가까이 오지 마요!”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다. 몸이 많이 쇠약해진 소찬미는 그대로 몇 걸음이나 휘청거렸다.그때, 따뜻한 작은 손이 그녀를 붙잡았고 그제야 그녀는 몸을 가눌 수 있었다.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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