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찬미의 시선이 남자의 냉담한 얼굴을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내가 왜 여기 있냐고요? 당신 생각에는요.”그녀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박성주는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아팠으면 왜 말을 안 했어?”소찬미가 힘겹게 링거병을 들자, 박성주가 손을 들어 대신 들어주려 했다.하지만 소찬미는 몸을 비켜 그 손을 피했고 담담한 얼굴로 주삿바늘을 뽑아냈다.“당신이 신경 쓸 일 아니에요. 내 몸은 내가 돌볼 수 있거든요. 아프면 혼자 병원 올 줄 알고요.”이전에 독감에 걸렸을 때가 떠올랐다. 몸이 너무 아파 침대에서 꼼짝도 할 수 없던 날. 그녀는 참지 못하고 박성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때 그는 뭐라고 했더라.‘아프면 병원에 가. 내가 의사도 아니고.’박성주 역시 소찬미가 그런 말을 했던 걸 어렴풋이 떠올린 듯했다. 다만,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의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렸다.“소찬미, 지금 나한테 화 난 거야?”그때, 문밖의 소란을 들은 아이들이 뛰쳐나왔다. 병원복을 입은 소찬미를 보자 두 아이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엄마, 아파요?”박우환은 오랜만에 엄마를 보자 반가움이 먼저 치밀었다가, 곧 달려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엄마가 늘 자신을 간섭하는 건 귀찮았지만 아픈 건 싫었다.박은심은 문가에 멍하니 서서, 모깃소리처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엄마, 왜 병원에 있어요. 설마 내가 아까 엄마보고 아프라고 해서 이렇게 된 거예요? 아니, 아니야... 난 그런 거 싫은데...”박은심은 당황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소찬미는 그 말을 듣고 몹시 피곤해졌다. 열 달을 품고 목숨 걸어 낳은 아이가 뒤에서는 자신이 아프길 바라고 있었다니.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심아, 우환아. 엄마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너희가 이렇게까지 날 싫어해... 아니, 미워하게 된 거니?”아이들은 동시에 눈시울을 붉혔다.“우환아, 은심아. 누가 너희들을 괴롭힌 거니?”그때 병실 안쪽에서 다급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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