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연수는 노부인이 자신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이 집안에 노부인이 계시니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었습니다.”이토록 순박하고 진심이 담긴 말을 하는 사람은 계연수밖에 없었다.사씨 노부인은 사람을 보는 자신의 안목을 의심치 않았다. 계연수는 노인이 생각한 대로 솔직하고 입 발린 말을 안 하는 사람이었다.그녀는 사람을 대할 때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대했다.‘이 아이도 한때는 계씨 가문의 귀한 아가씨였는데…’계씨 가문이 한창 잘나갈 때, 계 상서는 어디를 가든 딸을 데리고 다녔고 계연수 역시 경성에서는 인기 있는 인물이었다.계 상서는 평생 계연수의 모친 한 사람만을 곁에 두었으니 뒷방 여인들의 더러운 수작질을 계연수는 보지 않고 자랐을 것이다.이명유는 이기적이고 사리사욕이 강한 사람으로, 겉으로는 완벽할지 몰라도 그 속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사씨 노부인은 늘 이명유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느낄지언정, 호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노인은 계연수의 손을 다독이며 말했다.“너무 마음 쓸 것 없어.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옥현이와 둘이 잘 지내거라. 앞으로는 모든 것이 순탄할 게야.”계연수는 움찔하다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노부인이 돌아간 후, 계연수는 다시 침상 위에 엎드렸다. 긴 머리카락이 그녀의 하얀 뺨을 반쯤 가리고 몸에 덮고 있던 비단 이불도 허리춤으로 내려가 요염하고 잘록한 허리를 드러냈다.용춘은 재빨리 다가와 이불을 잡아당겨 그녀의 어깨에 덮어주고 조심스레 물었다.“부인, 왜 그러시나요?”계연수는 말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자신을 향한 노부인의 자애로움 때문에 죄책감과 속상한 마음만 깊어졌다.이 집안사람들 중에 유일하게 죄송한 사람이 사씨 노부인이었다.그녀는 손목에 찬 옥팔찌를 만지작거렸다. 이는 당년에 그녀가 사씨 가문에 시집온 지 다음 날, 노부인이 그녀에게 선물한 팔찌였다. 노인은 많은 자손들이 보는 앞에서 계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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