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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주문춘귀: Chapter 101 - Chapter 110

148 Chapters

제101화

한편, 심씨 저택. 심서준은 책상 앞에 느긋하니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부하가 가져온 서신을 읽고 있었다.그가 서신을 내려놓자, 부하가 등 뒤로 다가와서 작은 소리로 아뢰었다.“소인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사옥현은 확실히 정실 부인에게 애정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집안의 하인들마저 그렇게 알고 있더군요.”“이명유는 사씨 저택에서 거의 십 년을 살았습니다. 사옥현과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소꿉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때 당시 만약에 그댁 작은 마님께서 혼서를 들고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아마 둘은 자연스럽게 혼례를 올렸을 것입니다. 해서 그 집안의 모든 사람들은 사옥현이 이명유를 연모한다고 믿고 있지요.”말을 마친 부하는 품에서 백옥병 하나를 꺼내 심서준에게 내밀었다.“다만 이명유는 그 집안 사람들이 외부에 말한 것처럼 온순하고 선량한 처자가 아닌 듯합니다. 이것은 오늘 적독충을 조사하면서 덤으로 알게 된 것인데… 이명유는 지난 3년동안 줄곧 서역 상인에게서 이 약을 구매해왔습니다.”“소인이 이 약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사내가 먹으면 일시적으로 회임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고, 정욕 또한 점점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런 약은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절대 찾지 않는 약인데 이명유는 몇 달에 한번씩 이 약을 사갔다고 하더군요.”심서준은 흥미로운 듯, 약병을 눈여겨보다가 마개를 열었다. 안에는 흰색 가루약이 들어 있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들고 부하를 바라보며 담담히 물었다.“오래 복용하면 어떻게 되지?”부하가 답했다.“몸에 직접적인 상해는 없다고 합니다. 약을 끊고 반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자식을 볼 수도 있고요. 다만 오래 복용하면 사내로서의…. 기능이 좀 떨어진다고 들었습니다.”“듣기로 사옥현은 정실 부인을 들이고 3년이 지나도록 자식 하나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그는 갑자기 이어진 후작의 싸늘한 눈빛에 어색하게 입을 다물었다.심서준은 손에 든 약병을 빤히 바라보다가 가볍게 상위에 내려놓았다.다음날 아침, 계연수는 문안을 가지 않았다.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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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용춘은 눈물을 머금은 채로 이명유를 바라보며 말했다.“명유 아가씨, 오해이십니다. 꼭 저희 집안에 범인이 있다는 것이 아니오라, 이렇게 큰 사건이 벌어졌는데 어쨌거나 조사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인을 해한 범인을 찾지 못한다면 또 똑같은 일이 언제 벌어질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어요?”용춘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저 아이의 말이 맞다.”그 말과 함께 오랜 시간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사씨 노부인이 안으로 들어섰다.임씨는 노부인을 보자마자 서둘러 다가가서 노부인을 부축하여 자리에 앉혔다.용춘은 드디어 나타난 노부인을 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래서 작은 마님은 노부인을 먼저 찾아가라고 한 거였구나.’임씨는 며느리에 관한 일이면 늘 대충 넘어가고는 했고 이명유만 편애했다. 만약 임씨가 이명유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이 일을 조용히 무마하라고 했다면 지금까지 했던 모든 게 헛수고가 되었을 것이다.조금 전 임씨의 표정만 봐도 이 일을 상관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분명했다.이를 느낀 용춘의 마음도 싸늘하게 식었다.상석에 앉은 노부인은 싸늘한 눈길로 임씨를 바라보며 물었다.“연수가 심씨 저택에서 변을 당하여 그 집안 분들이 나서서 진범을 잡아준다는데 시댁인 우리 집안이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느냐? 이 일이 전해지면 사람들이 시어머니인 너를 얼마나 각박하다고 욕하겠어?”사씨 노부인이 집안일에 크게 간섭하지 않고 임씨에게 거의 모든 권한을 맡긴 이유는 자식들의 인생은 자식들이 알아서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집안의 가장 웃어른으로서 너무 많은 간섭을 한다면 집안이 화목하지 못할 테니, 아예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집안에서 일어나는 더러운 수작질을 모두 덮어두고 좌시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임씨는 노부인이 분노한 것을 보고 다급히 해명했다.“어머님, 억울합니다. 연수는 제 며느리이기도 한데 어찌 조용히 덮고 넘어가겠어요?”“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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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용춘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의 눈길이 모두 상희에게로 쏠렸다.몰래 빠져나가려던 상희는 용춘의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잔뜩 성난 얼굴로 용춘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너, 사람 모함하지 마!”이명유도 인상을 찌푸리고 용춘을 바라보더니 위협조로 말했다.“네 주인을 걱정하는 네 마음은 알겠지만 우리 모두 부인을 걱정하고 있단다. 그러니 자꾸 허튼소리 하지 말거라.”“너는 무슨 근거로 내 시녀를 추궁하는 것이냐? 일개 시녀가 상전을 모함하는 것이 어떤 죄인지 알기나 해?”말을 마친 이명유는 눈시울을 붉히며 임씨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며 흐느꼈다.“단지 손이 시려서 시녀에게 손난로 좀 갈아달라고 한 것뿐인데 형수의 시녀가 이렇게 제 시녀를 의심하는 걸 사람들이 알면 저를 어떻게 생각하겠어요?”용춘은 이명유의 수작질에 이골이 났지만, 침착하지 못하고 경솔하게 행동한 자신에게 더 화가 났다.임씨는 싸늘한 눈길로 용춘을 노려보며 말했다.“시녀 주제에 참으로 예의를 모르는구나. 네 주인은 대체 너를 어떻게 가르친 것이냐?”용춘은 어떻게 하면 시간을 끌어 상희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지 속으로 생각을 굴렸다.오늘 아침 계연수의 말에 따르면 점포에 가서 적독충을 산 사람은 상희라고 했다. 그러니 어떻게든 상희를 앞뜰로 데려가야 했다.용춘은 상희의 옷깃을 단단히 붙잡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소인은 누구를 의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누가 작은 마님을 시해하였는지, 범인을 찾고 싶을 뿐이에요.”“현재 저희 작은 마님은 생과 사를 오가고 계신데 만약 작은 마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소인도 살 마음이 없습니다. 소인의 조급함이 명유 아가씨의 불쾌함을 샀다면 송구하지만 작은 마님을 살릴 수 있다면 소인은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말이 끝나자, 방 안에 고요한 침묵이 감돌았다.사씨 노부인은 당황한 상희의 표정을 보며 입을 열었다.“시종들은 모두 앞뜰로 가야 하니 너도 어서 가거라.”노부인의 명령이 떨어지자, 상희는 당황한 눈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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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그러나 그 서역 여자의 아이는 출산하자마자 요절했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이명유의 유모가 되었다.서역 얘기가 나오니 임씨도 생각이 많아졌다.하지만 이명유는 저택에 온 이래로 늘 온순하고 착했으니 이런 일을 벌였을 리 없다고 생각하고 의심을 거두었다.사씨 노부인은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장군 집안 출신인 노부인은 온화하지만 위엄을 잃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심씨 가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손주며느리는 아마 큰 변을 당했겠지. 돌아가서 이 늙은이를 대신하여 노부인께 감사인사를 전해주시게. 이 일이 마무리되면 내 친히 찾아뵙고 인사하겠네.”장 부관이 웃으며 말했다.“저희 노부인도 뒷방 여인들 사이의 비열한 수작질을 가장 혐오하십니다. 만약 진범을 잡는다면 저희 노부인께서도 안심하실 테지요.”사씨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관에게 시종들이 모두 왔는지 확인한 후, 서역 점주를 불렀다.임씨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앞뜰의 시종들에게 상황을 꼬치꼬치 캐물었다.사씨 노부인은 엄숙한 표정으로 일관할 뿐이었다.노인은 심복 어멈을 시켜 계연수의 상태를 확인하게 하고 의원을 그녀의 처소로 보낸 후, 조용히 결과를 기다렸다.사실 노부인의 마음속에는 이미 결론이 났으니,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잠시 후, 부관이 와서 더듬거리며 결론을 말했다.서역 점주는 결국 상희를 지목한 것이다.부관이 한마디 덧붙였다.“심씨 가문 부관의 말에 따르면 만약 그 시녀가 죄를 시인하지 않는다면 도찰원으로 보내 심문하겠다고 합니다. 또한 사씨 가문에서 처리하기 곤란하다면 심씨 가문에서 도움을 줄 의향이 있다고도 하더군요.”이제 이 일은 더 이상 집안에서 몰래 처리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났다.당황한 임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상희가 왜 그런 일을!”노부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며느리를 흘겨보고는 부관에게 말했다.“일단 장 부관한테 돌아가서 소식을 기다리고 전하거라. 꼭 예의 바르고 정중해야 한다. 잘못을 저지른 시녀에게는 필히 엄격한 처벌을 내릴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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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임씨의 부군은 소문난 효자였으니, 노부인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를 것이다.사씨 노부인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시녀는 감히 집안의 작은 마님을 시해하려 했으니 살려둘 필요가 없다! 당장 끌고 나가서 곤장을 쳐죽여라!”말을 마친 노인은 냉랭한 눈으로 임씨를 바라보았다.“네가 데려온 친척 조카도 가볍게 넘어갈 수 없다. 전에는 고분고분하고 처지가 불쌍해서 아무 말도 안 했다만 그 애 때문에 집안이 태평할 날이 없으니, 더 이상 데리고 있을 수 없어!”노부인이 근엄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결단을 내리니 임씨는 감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원래부터 임씨는 노부인 앞에서 늘 기죽어 있었다. 노부인은 유명한 장군 가문 출신이고 비록 근래 집안일에서 손을 뗐지만 가문의 세 나으리들이 모두 노부인을 존경하니 임씨가 비록 안주인의 대권을 맡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명분이었다.용춘은 기세등등한 노부인을 보며 이 집안에서 그나마 믿을 수 있는 분은 사씨 노부인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계연수가 노부인을 찾아가라고 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이 집에서 그녀를 두둔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노부인뿐이었다.용춘은 울먹이며 다가가 노부인의 앞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노부인은 그런 용춘을 바라보며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집안의 웃어른으로서 계연수와 사옥현 사이에 가장 큰 걸림돌이 이명유라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이명유는 노부인 앞에서는 공손하고 선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지금까지 살며 수많은 사람들을 겪어온 노부인이 일개 어린 처자의 속셈을 모를 리가 없었다.계연수는 이명유처럼 교활하지 않으니 늘 그녀의 잔꾀에 당해 억울함을 겪었을 것이다.이번에 이명유를 처벌하기로 한 것은 계연수의 서러움을 풀어주고 이명유를 멀리 떠나보낼 생각에서였다.노부인은 사옥현이 계연수에게 아예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이명유가 그들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어 진전이 없었을 뿐이었다.할머니로서 노부인은 손자 부부가 앞으로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랐다.집안에 어리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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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사씨 노부인은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집안 시종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안주인으로서의 임씨의 체면도 고려해야 하니 대놓고 욕을 할 수도 없었다.장남은 어릴 적부터 노부인의 세세한 가르침을 받고 자라 모든 방면에서 우월하지만, 가장 큰 오점이라면 이렇게 어리석은 여인을 부인으로 들인 것이었다.노부인은 소탈한 사람이라 며느리들의 집안을 따지지 않고 자식들의 마음을 가장 우선시했다. 그래서 아들이 임씨와 혼인하고 싶다고 했을 때, 비록 평범한 가문에서 자란 게 마음이 쓰였지만 마지못해 혼사에 동의한 거였다.노인은 자식들의 인생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아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었는데 작은 가문에서 자란 처자가 이렇게 식견이 짧고 어리석을 줄은 몰랐다.심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가.그들은 경성에서 황실을 제외하면 가장 존귀한 집안이었다.심 노수보는 평생 청렴하고 백성들에게 복을 베풀었으며 권세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부린 적 없는 분이었다. 또한 황후마마는 관대하고 현명한 분으로 외척인 심씨 가문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도 황제의 신뢰를 잃지 않는 분이었다.심 노수보는 황제의 스승으로 황제가 천하를 태평으로 이끌 동안 후궁은 분쟁 없이 평화로웠으니 시대를 풍미한 현명한 군주라 할 수 있었다. 심씨 가문은 가풍이 엄하고 자제들은 각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심씨 가문의 큰 부인은 고명 칭호를 받은 분으로, 황후마마의 생모이자, 경성의 모두가 연줄을 대고 싶어하는 귀한 분이거늘, 왜 굳이 사씨 가문의 조카딸을 해하려 하겠는가?신분을 제쳐두고서라도 엄한 가풍을 고수하는 심가의 사람들이 이런 짓을 했을 리가 없었다.하물며 도찰원으로 데려가 심문을 하겠다고 한 것은, 그들이 이 일을 끝까지 추궁하겠다는 뜻이라는 것을 임씨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이는 사씨 가문의 추문이었다!노부인은 싸늘한 눈길로 말없이 임씨를 노려보았다. 시어머니의 침묵은 임씨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노부인은 조용히 고개를 돌리고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상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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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연수 그 아이야말로 이 일의 가장 큰 피해자이다. 너는 시어머니로서 며느리를 관심하기는커녕, 오히려 며느리를 해한 조카딸을 위해 울고 자빠졌으니, 참으로 가증스럽구나!”임씨는 노부인의 호통에 놀라 어깨를 움찔 떨었다.조카딸이 잘못을 했다고 하지만, 그녀는 노부인이 이명유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자신이 데려온 사람이 노부인에게 처벌을 받는다면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도 걱정이 되었다.안주인으로서의 임씨의 위망도 이 일로 흔들릴 것이다.노부인은 눈물을 훔치는 임씨에게 근엄한 목소리로 물었다.“네 조카딸은 어찌 처벌할 생각이냐?”임씨는 주저하다가 조심스럽게 노부인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명유가 이번에 잘못을 한 것은 맞으나, 설이 지나면 혼처를 정할 텐데 만약에 이 일로 명성이 더러워지면, 혼삿길을 막는 게 아닙니까?”“어머니, 아직 혼인도 안 한 어린 처자인데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이 일로 혼사에 영향을 준다면 그 아이의 일평생을 망치는 일 아니겠어요?”노부인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너도 처자의 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는 모양이구나? 그런데 그 아이는 연수에게 독충을 풀었으니, 연수가 그 일로 명성이 더럽혀질 뻔한 것은 전혀 생각지 못했어? 다행히 심씨 노부인이 도와주셨으니 망정이지,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연수의 인생은? 누가 그 아이의 편에 서주겠느냐?”“이 늙은이가 두둔해주지 않으면 누가 그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겠어!”임씨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조금 전 그녀 역시 적독충의 독성에 대하여 들은 바가 있었다. 이는 분명히 계연수의 순결을 망치려고 작정하고 벌인 일이었다.계연수의 시어머니로서 임씨는 성의를 보여야 했다. 그러나 이명유는 조카딸이니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조카딸의 명성을 망치게 될 것이다.임씨는 허리를 바짝 숙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연수의 뜻을 한번 들어보는 것이 어떠합니까?”노부인은 콧방귀를 뀌며 임씨를 노려보았다.보면 볼수록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사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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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사씨 노부인은 서럽게 우는 임씨를 가만히 노려보았다.‘내가 며느리에게 너무 관대해서 이 모양이 되었구나.’그녀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뜻은 잘 알겠다. 이렇게 품성이 바르지 못한 사람은 계속 집안에 머물게 할 수는 없지. 우리 집안에서 그동안 그 아이를 길러준 것만으로 할 만큼 한 것이야.”“그런데 주제도 모르고 내 손주며느리를 시해하려 했으니 쉽게 용서할 수 없다.”노부인은 잠깐 고민하다가 이어서 말했다.“내일부터 그 아이를 사당으로 보내 3일동안 무릎 꿇고 속죄하게 하고, 채찍형 스무 대의 벌을 내릴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의 혼사에 사씨 가문은 관여하지 않을 것이고 이명유는 앞으로 사씨 가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공표할 것이다. 설명절이 지나면 그 아이를 밖으로 내보내거라.”“내 결정에 이의를 품는다면 그 아이가 한 짓을 공개하여 모두에게 알릴 것이다. 그 아이가 어디로 갈지는 우리가 관계할 바가 아니다. 밖에서 죽는다고 해도 우리 집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그리고 그 애의 남동생 말인데 이제 고작 열두 살 나이에 서원에서 글공부를 하고 있다 들었다. 이번 일은 그 애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잠시 이곳에 머물게 하겠지만, 약관의 나이가 되면 집안에서 내보내거라.”“이명유를 사당으로 보내는 일은 네가 책임지고 감독해야 할 것이다.”임씨는 노부인의 차가운 결정을 들으며 제 귀를 의심했다.혼인도 하지 않은 어린 처자를 어디로 보낸단 말인가?그 많은 혼수를 가지고 집에서 쫓겨난다면 어디를 가든 혼수조차 지키지 못할 것이다.게다가 든든한 후원자도 없이 이명유가 무슨 수로 혼처를 논하겠는가? 물론 평범한 사람과 혼인을 한다면 이런 고민거리도 없겠지만, 만약에 세가에 시집을 가고자 한다면 사씨 가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어쨌거나 이명유가 집안에서 쫓겨난다면 명성도 잃고 평생을 망치게 된다는 의미였다.임씨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사씨 노부인은 그런 임씨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일어나서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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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한편 이명유가 거주하는 영향관.그녀는 처소에서 상희가 돌아오기만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앞뜰로 상황을 알아보러 갔던 어멈이 돌아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상희가 곤장형에 처해져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었다.겁에 질린 이명유는 어멈의 품에 안겨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유모, 저…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시녀는 죽었고 그 서역인은 분명히 저를 지목했을 거예요. 그 많은 은화를 받고도 저희를 지목했으니, 이제 어떡해야 하죠?”“유모, 아무도 적독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의원이 무슨 수로 알아냈겠어요?”겁에 질려 이성을 잃은 이명유는 흐느끼며 우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이명유를 안고 있는 어멈은 큰 키에 서역인의 이목구비를 가진 중년 여인이었다. 그녀가 바로 이명유와 함께 사씨 가문에 온 서역인 유모였다.장씨 어멈은 이명유를 품에 꼭 안고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손을 뻗어 이명유의 눈물을 닦아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가씨, 일단 울지 마세요. 아가씨에게는 이모님도 계시고 나으리도 계시잖아요. 만약 추궁을 받게 된다면 죽어도 상희가 혼자 꾸민 일이라고 딱 잡아떼세요.”“어차피 상희는 죽었으니 해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이명유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장씨 어멈에게 물었다.“노부인이 저를 쉽게 용서해 줄까요?”장씨 어멈은 애써 이명유를 위안했다.“노부인은 자비로운 불도의 길을 걷는 분이니, 분명 자비를 베풀어 주실 거예요.”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문밖에서 시녀가 안으로 달려들어오더니 앞으로 영향관에 녹봉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며, 이명유에게 내일 소복을 입은 채로 사당에 가서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전했다.이명유는 당황한 얼굴로 장씨 어멈을 바라보았다.장씨 어멈은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겁내지 마세요, 아가씨. 사당에 가서 힘든 모습을 보이다가 적절한 시기에 기절해 쓰러진다면 큰 마님과 나으리께서 구해주실 거예요.”당황해서 흔들리던 이명유의 눈빛이 다시 빛을 되찾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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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노부인은 현명하고 자비로운 분이시니, 내 선택을 이해해 주실 거야.”용춘은 옆에서 듣고 있자니 속이 상했다. 분명 나으리는 작은 마님의 부군인데 매번 타인을 두둔하고 나서며 한번도 작은 마님의 입장을 생각해 준 적이 없었다.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계연수에게 말했다.“만약에 나으리께서 이번에는 부인의 편에 서주신다면요?”계연수는 움찔하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만약 그분께서 내 편에 서주시고 이명유를 두둔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 사이에 남은 정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떠나려는 내 결정은 흔들리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용춘을 돌아보았다.“그러나 그분은 아마 그러지 않을 거야. 용춘아, 같이 지낸 세월이 3년이니, 이제 너도 알지 않니.”“하물며, 그분께서 갑자기 마음을 돌린다고 3년동안 받은 내 고통이 없는 게 되는 게 아니지 않니.”용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계연수의 말이 맞았다. 용춘은 계연수와 함께 이 집에서 3년을 지냈다. 그동안 그녀가 받은 서러움과 고통에 대하여 사옥현은 한 번도 관심을 준 적이 없었다. 그의 눈에는 오직 이명유만 보일 뿐이었다.그럼에도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화리하고 나서 계연수의 삶이 더 힘들어질 것을 알아서였다.화리한 여인은 수많은 유언비어를 감내해야 하는데 연약한 계연수가 손가락질을 당할 것이 안쓰러워 사옥현에게 자꾸만 기대했던 것이다.그러나 단호하게 화리를 말하는 계연수를 보며 차라리 그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다.이곳에 남아서 평생을 참고 양보만 하며 산다면 그것 또한 지옥이지 않은가.용춘은 군밤을 까며 말했다.“부인께서 어떤 결정을 하시든, 소인은 늘 부인의 뜻에 따르겠습니다.”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용춘은 재빨리 군밤을 치우고 밖으로 마중을 나갔다.잠시 후, 사씨 노부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병풍을 지나 안방으로 들어서니 침상에 몸을 기대고 누워 있는 계연수가 보였다.창백한 얼굴에 정기를 일은 눈, 그냥 보기만 하는데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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